퀵바

카이첼 님의 서재입니다.

대종사, 레이드!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카이첼
작품등록일 :
2018.10.02 17:59
최근연재일 :
2018.10.30 11:45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32,368
추천수 :
745
글자수 :
117,058

작성
18.10.05 09:00
조회
1,576
추천
35
글자
12쪽

1권 5화

DUMMY

그날 학교는 엄청난 소란이 일어났다.

학생 하나가 갑자기 죽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경찰이 찾아왔고 많은 학생을 대상으로 사정청취가 이루어졌다. 당사자라 할 수 있는 세정에 대한 조사도 물론 이루어졌다. 그는 특히 서민구와 다투었고, 서민구가 죽기 전 있었던 두 건 싸움에서 학생들을 쓰러뜨린게 이유가 되어 조사받았다.


하지만 결국 아무 일 없이 풀려났다.


세정이 뭘 해서 민구가 죽었다고 보는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조사를 할수록 세정은 일방적으로 괴롭힘을 당하던 입장이란게 드러났다. 그런 학생이 흔적도 남기지 않고 자기를 괴롭히던 일진을 죽여?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결국 경찰은 간혹 발생하는 사이킥 파워의 역류에 의한 사고로 일을 정리했다.

사실 경찰들이 이 사건 자체에 별로 의욕이 없는 기색이기도 했다. 각성자에 관련된 사건이라니 아예 대충하고 내던지고 싶어하는 기색이 역력할 정도였다. 거기다 그 각성자가 학교의 일진이니.


학교의 소란을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온 세정은 식사 거리를 우선 찾았다. 하지만 압류딱지가 곳곳에 붙은 집이다. 변변찮은 먹을 거리가 있을리 없다. 겨우 안에 날자가 꽤 된 듯한 계란이 있길래 그걸 깨 먹는 걸로 식사를 마쳤다.


“이래서야...”


전혀 허기가 가시지 않음에 혀를 찼다.


“오늘 학교에서 먹은 급식이란 것은 참으로 맛있었거늘...”


점심 급식을 떠올리며 세정은 그리운 표정을 지었다. 시시한 급식이지만 MSG에 익숙하지 않는 혀에는 천상이라 할 정도의 맛이었다. 사실 중세수준 음식을 질박하게 먹다가 현대 음식을 먹으면 뭐든 충격적일 수밖에 없긴 하다. 그런걸 맛보고서 걸신 들린 듯 달려들지 않은 것만 해도 대종사 진세정의 수양은 자랑할만 하리라!


“역시 기반을 마련하는 건 빼 놓을 수 없나.


집의 가난함에 한탄하며 세정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재물의 만사의 근본이다. 대종사라 해도 세상에 섞여 들어 뜻을 펼치고자 한다면 거기 초연할 수는 없다. 다만 거기 휩쓸려 본래 목적을 잊지 않는게 중요하다.


딩동.

“흠?”


세정이 앞으로에 대해 잠시 생각하는데 갑자기 벨소리가 났다.


“누구시오?”

“유선혜라고 하는데요.”


조금 놀랐다. 문 밖에 서 있는건 찬란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아름다운 소녀였다. 하지만 세정이 놀란건 아름다웠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 던전이란 곳에서 봤던 계집아이군. 그런데 여긴 어떻게...’


긴장된 표정으로 유선혜가 서 있었다.


“무슨 일이신지?”


놀람을 감추고 세정은 물었다.

그러자 유선혜는 대뜸 고개를 숙이면서 청해왔다.


“부탁하고 싶은게 있어서 찾아 왔습니다.”

“부탁?”

“삼재의 원리에 대해 알려주지 않으실래요?”

“갑자기 무슨 터무니 없는 소리를...”


세정은 당혹한 표정으로 문을 닫으려 했다. 어떻게 여길, 그리고 자길 알게 됐는진 모르겠지만 지금은 몸을 숙일 때다. 본격적으로 활동한다고 해도 갑작스럽게 제자를 키울 수는 없는 일이었다.

한데 유선혜가 못받게 문틈으로 발을 들이내밀면서 땡깡을 부렸다.


“진세정. 니가 던전에서 나를 도와준 그 사람이지? 오늘 너희 학교에서 일어난 일도 니가 벌인 건데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해?”

“으음, 거참... 알겠으니 일단 들어오시오.”


반쯤 협박에 가까운 선혜의 말에 세정은 일단 집안으로 들였다.


“어후, 이제야 말이 통하네요.”


집안으로 들어오자 선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생긋 웃어보였다. 뭐 이런 여우가 다 있담, 이라는 생각이 들어 세정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하지만 잠시 뒤에는 고개를 저었다. 생각해 보니 그가 중원 무림에서 만났던 계집애들도 이런 여우가 제법 있었다.


‘일단 이야기를 들어보고...’


함께 방안으로 들어가면서 선혜의 등을 보는 세정의 눈이 잠시 서늘해졌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이야기를 들어보고 정체 따위를 가지고 자신을 이용하려 든다면 죽여서라고 정리하는 수 밖에는 없다. 그는 피를 달가워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죽이는걸 주저하는 성품도 아니다.


**************


안으로 들어가서 집안 곳곳에 압류 딱지가 붙은걸 유선혜는 당혹스럽게 보고서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세정과 마주하게 되자 그 자리에서 공손하게 고개 숙이면서 일단 사과했다.


“먼저 무례를 범한걸 사과드립니다.”

“무례란 걸 아니 다행이긴 하군. 남의 위기를 못 본 채 할 수 없어 도왔고, 그의 부족함을 돕기 위해 충고했던 걸 빌미로 도리어 겁박 당하게 되다니.”


불쾌감이 가시지 않은 모습으로 일단 세정은 코웃음쳤다. 그야 세정의 성격에 이런 교활하고 무례한 수작을 쓰는 계집애가 마음에 들리 없다. 아무리 절세미인이란 표현이 어울린다 해도 아름다움에 마음이 흔들려 판단을 그르치기에 세정의 수양은 너무 깊다.


“죄송합니다. 그만큼 이 일이 제게 중요한 일이라서.”

“개인에게 집중하면 그의 손톱 밑에 박힌 가시조차 세상의 파멸처럼 중요한 일이니, 그런 말은 의미가 없네.”

“저 개인에게도 중요하지만... 아마 제 개인을 넘어선 문제가 맞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공격적이라 할 세정의 태도에도 그녀는 공손함을 잃지 않았다. 자신의 무례함을 이해하는 태도였다.


“그러길 바라지.”

“만일 이야기를 듣고도 마음이 변하지 않으신다면 깨끗이 물러가겠습니다. 물론 오늘 여기 찾아온건 저 혼자입니다. 아무도 모르니까 안심해 주세요.”

“음.”

‘심성이 바른 아이군. 피를 묻히는 방식을 택할 필요는 없겠어.’


거기에 이르러서야 세정의 마음은 풀렸다. 아마 선혜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목숨을 건진 순간이기도 했다. 어디까지나 최초의 협박은 만남의 계기로만 사용하겠다고 선을 분명히 그었기 때문에 세정은 그녀를 향후의 위협으로 생각하지 않게 됐다. 그렇지 않았다면 어떤 사소한 계기라도 그녀의 목숨을 빼앗기는 충분했으리라.


물론 말만 믿고서 세정이 그녀를 신뢰하게 된 건 아니다. 혀놀림만은 유가밀공 보다 더한 자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던가. 하지만 세정은 이렇게 대면해 앉은 상태에서 선혜의 몸속 혈액이 흐르는 소리는 모두 분간해 들을 수 있다. 이를 이용해 말의 가부를 판단하기는 어렵지 않다.


“먼저 자기 소개를 하겠습니다. 저는 유선혜, 마스터 클래스, 그러니까 A등급에 이른 헌터로, 선생님과는 주민등록상으로는 같은 나이입니다.”

“그런가.”

“역시 모르시는군요.”


덤덤하게 자신의 말을 받아들이는 세정을 보고 선혜는 쓰게 웃었다.


“알아야 하나?”

“반드시 알아야 하는건 아니지만...”


이렇게 말하면 자의식 과잉 같지만 선혜의 이름은 제법 유명하다. 헌터들 사이에서는 거의 반드시 알려져 있고 일반에도 상당히 알려져 있다.


“이야기를 계속해 보게.”

“저는 한국 유일의 트리플 마스터였던 유기한의... 딸입니다.”


유기한은 한국이 보유하던 유일한 트리플 마스터였다. 검을 사용하던 강력한 헌터로 가디언 길드의 창립자이기도 했다. 특기 능력은 블링크. 사용하던 무기는 뇌정검이었다. 다수의 고위 데몬, 심지어 리치마저도 그의 검에 격퇴됐다. 헌터 활동을 하다 그가 쓰러지는 일은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일이 일어나고 만다. 동생과 함께 토벌에 나선 던전에서 만난 고위 악마가 안티 매직 필드를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탓으로 블링크 능력이 봉인 되어 격전을 치르던 중 그만 등을 찔린게 원인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뇌정검이 말해 줬습니다. 아버지를 죽인건 숙부라고...!”

“검이 말을 하나?”

“뇌정검은 낮은 수준의 인텔리전스 소드입니다. 주인의 위험을 감지하거나 감응하는게 가능한 검이죠.”

‘하긴 명도라면야...’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싶어서 세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알고 지내던 고수들이 사용하던 무기 중에서도 주인이 위기에 처하면 웅웅 거리는 등, 마치 지성을 가진 듯한 모습을 보인 것들이 제법 있었다.


“이후 숙부가 보인 행동을 보면 더욱 상황은 명확합니다. 길드를 빼앗기 위해... 온갖 수를 쓰고 있으니까요. 후견인이란 명목으로 제 재산을 모두 동결하고서 길드 자체를 빼앗기 위해 온갖 수작을 부리고 있습니다. 심지어 아버지의 유품인 뇌정검 까지고 길드의 비품이라면서 빼앗아 가려 들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곳은 사법이 발달해 있는 기색이던데?”


세정이 있던 곳은 관과 무림은 서로 관여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통하던 곳이었다. 그것도 정사대전처럼 큰 싸움이 벌어지면 역시 지켜질 수 없지만. 하지만 오늘 경험한 바에 따르자면 이곳은 그렇지 않은 기색이었다.

하지만 유선혜는 고개를 저었다.


“마법적인 건 아직 증거가 되지 못하는데다 헌터간의 일에 대해 국가는 개입하길 좋아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설령 그게 가능하다 해도 그걸 밝힐 수는 없습니다. 숙부는 그러면 나를 죽이려 할 테니까요.”

“그렇군. 난처한 사정이로야.”

‘그나저나 참 알아야 될게 많은 세상이로고.’


세정은 제법 기구한 사연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알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이 세상에 완전히 적응하려면 여러 가지 공부를 해야만 할 것 같았다.

유선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불꽃이 타오르는 듯한 시선으로 세정을 보면서 이를 아득, 갈았다.


“그리고 반대로 말하면, 아버지의 원수입니다. 법 따위에 기대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강해져야 한다...”


선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를 다 들은 세정은 “흐흠” 하면서 수염이 있지도 않은 턱을 쓸었다. 사연은 기구하다. 정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냥 이 소녀의 말을 믿기도 마땅치 않았다.


“부디!”


세정은 속을 떠보기로 했다.


“이야기를 잘 들었네. 하지만 그 일을 도와서 내가 얻게 되는 이득은 무엇이지?”

“다, 당장은...”


선혜는 눈에 띄게 당황했다.


“이야기를 듣자면 가디언이란 대단히 큰 상회같은 것인 모양인데.”

“그렇긴 하지만 이야기 드린대로 제게는 권리가 없어서... 숙부가 저지른 짓이 밝혀지기 전에는 만족할만큼의 보상을 약속하기가 어렵습니다. 헌터 활동을 하면서 버는 돈도 사실 훈련과 활동비로 대부분 쏟아 붓고 있는 형편이라... 하지만 원하신다면-”

“아니, 그런 돈 까지 바랄 수야 있을까.”


당황해 제안하는 선혜에게 세정은 고개를 저었다. 이야기가 파토 날지도 모른다 위기감을 느낀 듯 한층 당황하면서 선혜는 서둘러 제안했다.


“아, 제가 권리를 되찾게 되면 어떻게든 보상하겠습니다. 천억, 아니 이천억이라도...”

“그런 미래의 말을 믿을 수 있을까.”

“그, 그러면 어떻게?”


냉담한 세정의 답에 긴장하면서 역으로 물었다. 차라리 이런건 제안해 오는걸 듣고 대응하는 게 편하다.

잠시 고민하던 표정이던 세정이 음산한 표정이 되어 입을 열었다.


“흠, 그래. 좋은 댓가가 이미 있군. 유선혜. 내 것이 되라.”

“......!”


유선혜는 잠시 충격을 받은 듯이 얼굴색이 변했다. 하지만 이내 입술을 잘근 물고는 결심을 굳힌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겠습니다.”

“내 말의 의미를 명확히 이해하고 있는 건가?”

“...네.”


참혹한 일이지만 복수를 위해서다. 자기 몸 정도라면 오히려 싼 값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렇게 선혜가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한 각오를 다질 때였다.


“좋아. 합격이다.”


갑자기 무릎을 치며 만족한 듯이 세정이 말했다.


작가의말

어제 미연준에서 금리를 좀 더 많이 올릴 수 있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미중갈등도 큰 부담인데 미국도 저러니 한국경제는 정말 힘들게 됐군요. 한은도 더 금리 인상을 버티진 못할거 같습니다. 고용이 너무 안 좋아서 억지로 버티고 있었는데. 내년 성장률은 2.5% 넘기면 선방이라 봐야하려나. 

그러면 응원 부탁드립니다. 굽신굽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대종사, 레이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2 1권 21화 +8 18.10.30 928 17 12쪽
21 1권 20화 +2 18.10.27 682 18 12쪽
20 1권 19화 +1 18.10.25 707 21 11쪽
19 1권 18화 +4 18.10.23 794 23 11쪽
18 1권 17화 +2 18.10.21 920 29 9쪽
17 1권 16화 +5 18.10.19 998 31 13쪽
16 1권 15화 +8 18.10.17 1,104 36 16쪽
15 1권 14화 +3 18.10.15 1,135 34 12쪽
14 1권 13화 +3 18.10.13 1,318 44 12쪽
13 1권 12화 +12 18.10.12 1,312 43 12쪽
12 1권 11화 +7 18.10.11 1,278 35 11쪽
11 1권 10화 +13 18.10.10 1,318 40 11쪽
10 1권 9화 +8 18.10.09 1,326 27 10쪽
9 1권 8화 +2 18.10.08 1,392 29 12쪽
8 1권 7화 +8 18.10.07 1,455 33 11쪽
7 1권 6화 +4 18.10.06 1,504 42 11쪽
» 1권 5화 +7 18.10.05 1,577 35 12쪽
5 1권 4화 +7 18.10.04 1,728 47 18쪽
4 1권 3화 +8 18.10.03 1,875 40 12쪽
3 1권 2화 +5 18.10.02 2,112 32 9쪽
2 1권 1화 +2 18.10.02 2,755 41 10쪽
1 서장 +12 18.10.02 4,151 48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