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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첼 님의 서재입니다.

대종사, 레이드!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카이첼
작품등록일 :
2018.10.02 17:59
최근연재일 :
2018.10.30 11:45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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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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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5
글자수 :
117,058

작성
18.10.1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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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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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글자
12쪽

1권 14화

DUMMY

“전혀 힘이 돌지 않겠지?”


세정이 빙긋 웃었다.

건곤봉폐대혈은 말 그대로 하늘과 땅을 봉쇄하는 수법이다. 그 어떤 강자라도 여기 걸린 자는 힘의 봉인을 막을 수 없다. 여기서 오직 자유로울 수 있는건 대천시종을 비롯한 무학의 극의를 이루어 아我와 비아非我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어서는 존재들뿐이다. 달마, 육조 혜능, 장삼봉, 대종사 정도만이 진정 여기 가 닿았다고 일컬어질 정도다.


“이, 이, 이...”

“그것뿐만이 아니다. 앞으로 너는 이곳 기준으로 한 달에 한 번 내가 혈맥을 다듬어 주지 않으면 내기가 폭발해 죽고 만다. 앞으로는 얌전히 지내는게 좋을거야.”


사실상 남자의 생사여탈권을 세정이 쥐고 있다는 뜻이었다.

남자는 이를 갈았다.


“누가 네놈의 뜻대로...! 반드시 기회를 봐서 네녀놈들의 생살을 씹어 뜯어주마!”

“그렇게 나올 거야 알고 있었지.”

“무슨 개수작을... 어차피 네놈에게도 나를 죽이지 못하는 사정이 있는 모양인데, 그렇다면 내게도 네 년놈들을 물어뜯을 기회야 얼마든지 거지!”


남자도 눈치가 보통은 아니다. 죽었다 살아난 셈인데 꼴을 보니 저것들에게세는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없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남자에게는 지금 상황을 타개하고 복수를 해낼 자신이 있었다. 그는 이런 위기를 무척 많이 겪었고, 모조리 극복했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그의 삶은 모험으로 가득차 있었다.


한데 갑자기 세정이 당혹스런 말을 했다.


“죽는 것이 무서운가?”

“뭐?”

“죽음에 대해 과도하게 반응하는 걸 보자면 아직 세상의 쓴맛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말할 수 있겠지.”

“무슨 말을...”


남자가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마음 어딘가, 짐승의 본능 같은 것이 서늘한 공포를 순간 느낀 게 사실이다.


“항상 삶은 죽음보다 무서웠다. 삶을 긍정한다는 것은, 그렇게 죽음을 비웃는 삶의 고통과 공포마저 긍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네놈은... 역시 애송이구나.”

“지랄을...”

“요컨대 원래 말 안 듣는 개새끼에게는 몽둥이가 약인 법이라는 거야.”


말과 동시에 세정은 그를 보면서 빙그레 웃었다. 부처처럼 자상한 웃음이었다. 하지만 남자는 그 웃음을 보는 순간 자신이 본 그 어떤 괴물의 끔찍한 표정보다도 지금 저 표정이 공포스럽게 보였다.

하지만 남자는 물론 그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깟...”

쿡.


세정도 신경쓰지 않고 그에게 다가가서는 가슴팍을 손가락으로 찔렀다.


“어?”


남자의 표정이 변했다. 가슴팍이 찔린 순간 치부에 닿는 사물의 감촉이 확 달라져 버렸다. 피부에 닿는 먼지 하나하나 까지 선명했고, 산들바람도 태풍에 얻어맞는 것처럼 선명했다. 옷에 피부가 스칠 때 마다 따끔함을 느낄 정도였다.

안 좋은데... 라고 그가 생각할 때였다.


세정이 팔을 걷어 올리면서 즐겁게 웃었다.


“네 피부의 민감도를 좀 올려놨지. 얼마나 독종인지 이제부터 확인해 보도록할까.”

“씨발...?”


남자는 사색이 됐다. 이제부터 세정이 뭘 하려는 건지 충분히 짐작이 간 것이다. 이어 세정은 그의 예감에 답해 주겠다는 듯 근처에서 제법 굵은 나무 가지 하나를 잡더니 양손으로 잡고는 시원시원하게 휘둘렀다. 붕붕 소리가 크기도 했다.


“껄껄, 내가 너 같은 새끼들 때려잡는 것도 일가견이 있단다. 얘야.”

“씨발 그깟 걸로 내가 우는 소리 낼 거라 생각하는 거면 병신 새끼야, 사람 잘못 봤다!”


남자는 이 악물고 질렀다.


“그래? 그것 참 잘됐구나. 매에 장사라는 새끼들도 까고 보면 내공이나 외공, 하다못해 맞다보면 뒤진다는 믿음이 있어 버틸 수 있는 건데, 너는 지금 어느 것도 해당되지 않는 상태거든.”


세정은 피식 웃었다.

이런 놈들 아주 많았다.

그리고 모조리 그 잘난 끈기는 손쉽게 박살나곤 했다.


“아, 그리고 선혜 너는 좀 뒤로 물러가 있거라. 이런걸 별로 보여주고 싶지는 않구나.”

“아니요. 저도 참여를 해야!”


선혜는 씩씩하게 세정의 옆에 섰다.

하지만 세정은 걱정스럽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이건 진짜로 좀...”

“그러시면...”


자기는 헌터씩이나 되는데 뭘 사람 하나 패는 걸 가지고 그러냐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옛날 사람이니까 그런 부분도 있겠지 싶어 선혜는 일단 순순히 물러났다. 쓸데없는 부분에서 고집을 피워 세정에게서 점수를 깍아먹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선혜가 공터에서 물러간 다음 내공을 가득 주입한 나뭇가지를 들고 세정은 남자에게 접근했다.


“흐흐, 어디 해 보시지.”


불길한 신호가 척추를 타고 계속해서 경고를 올리고 있지만 겉으로나마 남자는 처음의 모습을 유지했다.

그리고...


퍼억!

퍽!

퍼퍽!


세정의 구타가 시작됐다.


“제법 아프긴 하지만...”


퍼버벅!

퍼벅!

또 팼다!


“그, 그만...”


퍼벅!

퍼억!


계속해서 두들겨 팼다!

성실한 노동처럼!

집중하는 예술가처럼!

매질로 깨달음을 찾으려는 구도자처럼!

패고, 패고 또 팼다!


“어, 엄마...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어요...”


남자가 체면도 내던지고 애걸복걸하게 된 건 한 시간 뒤의 일이었다.


************


깨진 창문으로 휑하니 바람이 들어오는 가운데 세정의 집에서 세 사람이 앉아 있었다. 세정과 선혜,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바로 그 남자였다. 한데 지금 남자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전신의 피부가 원래의 색을 알 수 없다 시피 하도록 울긋불긋 해진데다 얼굴도 퉁퉁 부운게 어지간히 얻어맞은게 아닌 모양이었다. 저러고도 철저하게 고통만을 주고 다른 후유증이 없다는 점에서 세정의 실력을 또 한 번 엿볼 수 있었다.

그는 다소곳하게 무릎을 꿇은 상태로 감히 세정 앞에서 고개를 올리지 못한 상태였다. 그 바로 앞에서 현 용모에 어울리지 않는 근엄한 모습으로 세정이 남자를 심문했다.


“이름은?”

“...김성훈.”

“나이는?”

“몰라.”

“몰라?”


짧은 김성훈의 말에 세정의 한쪽 눈썹이 슬쩍 올라갔다.

성훈은 크윽, 하고 이를 악물고서 항변하듯 답했다.


“진짜다! 한 이백살은 된 거 같다는 정도만 알겠지만...”

“이백...”

“저 자의 힘이라면 어려운 일도 아니겠지.”

“차라리 그렇게 보는게 더 납득이 가네요.”


이백살이라고 하면 당혹스런 수치지만 성훈이란 자는 어차피 지금까지 보아온 것만 해도 정체가 뭐니, 과거가 뭐니 운운하며 따지는게 우스워지는 존재였다.

게다가 몬스터에 던전에 이세계인도 나타나는 세계에 이백살 정도 가지고.


“뭐 오히려 더 놀라운건 저렇게 고분고분해진 거겠네요.”

“놀랍나?”

“그야... 저 개새끼가 저렇게 얌전하니...”


선혜는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전까지 성훈이란 저 작자가 어떻게 날뛰었던가 생각하면 지금 저렇게 훈련받은 개처럼 얌전한 모습가 기적의 일부처럼 보이는 것도 그럴 듯 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남자는 이내 이를 드러내며 사나운 눈길을 선혜에게 향했다.


“계집, 내가 굴복했다고는 하나 너 한테까지 같잖은 소릴 들을 이유는 없다!”

“으...”


선혜는 등골을 따라 털이 쭈볏 서는 기분이었다. 완전히 무력화되었음을 알고 있음에도 본능에 자리한 공포가 자극됐다. 타고나길 괴물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다.

세정이 나섰다.


“김성훈.”

“으, 으음...”


다시 얌전해졌다. 선혜는 역시 훈련받은 개 같다고 느꼈다.


“그래서 출신은?”

“뭐 이름에서 보다시피 한국 놈이다.”

“전혀 모르겠는데.”

“전혀 모른다니, 그건 분명 당혹스런 일이긴 하군.”


선혜가 하는 말에 동의해 세정이 슬쩍 얼굴을 찌푸렸다. 세상의 원리는 어디나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는 법이다. 특별한 건 널리 알려진다. 가치있고 특별한건 더욱 그렇다. 즉, 이런 강자를 당장 업계의 핵심에 있다 할 선혜가 모른다는 건 매우 이상한 일이다. 심지어 그의 강함은 선혜가 보기엔 트리플 플러스급 보다도 위다. 그런데 어떻게?

이에 대해 남자는 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그렇겠지. 나도 모르거든.”

“모른다?”

“기억상실이란 말인가요?”


설마라는 심정으로 선혜가 묻자 성훈은 히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흔한 말로 바로 그 기억상실이다.”

“농담을... 도저히 그렇게 볼 수 없는데. 당신이 기억 상실이라면 그렇게 잘 싸울리 없어요.”

“네가 믿든 믿지 않든 상관 없다. 하지만 나는 별로 기억하고 있는게 없는 형편이지. 어느날 나는 서울에 있었고, 그 이전에 관련해 기억하는건 단편적인 것들 뿐이다.”


자신의 힘에 대한 광오하다 할 만한 자부심.

끊이지 않는 욕망.

성공에 대한 무수한 기억.

그리고... 끔찍한 고통과 증오의 편린.

그것이 지금 성훈이라는 개인을 이루는 내용물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정말 짐승이다. 강렬한 욕망이 있고 그 욕망을 제어할 다른 아무 것도 없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세정은 선혜가 의구심 어리게 묻는 말에 오랫동안 침묵했다. 선혜는 긴장해서 그의 말을 기다렸다. 침묵을 끊고 세정이 입을 열었다.


“...가능성은 있는 이야기다.”

“이 자의 말을 믿으신다는?”

“그렇진 않다. 하지만 나를 보렴.”

“...그렇군요.”


선혜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정과 같은 특별한 강자가 던전이라고 하는 이변을 통해 이 세상에 갑자기 나타났다. 그렇다면 여기 이 김정훈이란 특별한 존재가 나타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하지만 저 자는...”

“......헹.”


그러나 역시 못미더운지 선혜는 성훈을 바라봤다. 그에게 어떤 꼴을 당할뻔 했던가 생각하면 이런 태도를 보이는 건 이상한 일도 아니다.


“됐다. 적어도 말한 것들은 모두 사실 같으니까.”


일단 세정은 이 이야기를 여기서 끊었다. 여기서 더 나간 부분들은 시간을 들여 확인해야 하는 문제다. 매로 일단 굴복은 시켰다지만 이것도 보통 놈이 아니라서 단순히 매만 가지고 전부를 털어내긴 도무지 무리다. 실마리를 통해 점진적으로 파고들지 않고서야 승산이 없다.


“흥, 뭔 소리들을 하는 건지.”

“뭐, 됐다. 하여간 앞으로 너도 설치지 못하게 됐으니 얌전하게 지내도록.”

“젠장.”


세정의 말에 성훈은 이를 갈았지만 수는 없었다. 그의 단편적인 기억 내에도 이딴 수작으로 자신의 힘을 봉할려던 적은 제법 많았지만 전부 소용이 없었는데, 이건 대체 뭔지 철저하게 힘이 막혀 있다.

그러나... 성훈은 막혀 고갈된 내부의 다시 아래에 꿈틀대는 자신의 힘을 느끼고 있었다. 언젠가 이것을 재삼 해방시키는 날, 이 치욕을 갚아줄 수 있을 것이다.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모양이지만, 그렇게 쉽게 되진 않을 거야.”

“그거야 두고보면 알 일이고... 당신이야 말로 뭐요?”


성훈은 화제를 바꿨다.


“나야 진세정이라는 사람이다만.”

“웃기는 개소리 그만두고. 뭐하는 작자냐니까. 나는 나보다 강한 자가 있다는걸 믿을 수가 없단 말야.”


짜증을 내면서 김성훈은 질문의 내용을 명확히 했다.

나는 강하다!

단편적이고 흩어진 모든 기억 가운데 들끓어 오르는 가장 완벽한 확신이자 진리다. 그것이 이렇게 어처구니 없이 박살나다니.


“대단한 자부심이군.”

“단순한 자부심이라 보쇼?”


성훈의 반문에 세정은 잠시 멈칫했다.

성훈과는 제법 제대로 싸웠다. 강함을 자랑하는 많은 이들과 싸웠지만 이 남자보다 강한 자들은 거의 없었다. 심지어 겁멸마 조차 이 자와 비교하면... 손색이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저 자부심은 인정할만하다.


작가의말

응원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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