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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첼 님의 서재입니다.

대종사, 레이드!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카이첼
작품등록일 :
2018.10.02 17:59
최근연재일 :
2018.10.30 11:45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32,393
추천수 :
745
글자수 :
117,058

작성
18.10.06 09:00
조회
1,505
추천
42
글자
11쪽

1권 6화

DUMMY

“네?”

“도움을 구하는 자들은 교언영색巧言令色하기 마련이라 자신의 처지를 과장하고 당장의 모든 것을 감수할 듯이 말하나 처지가 바뀌면 그들의 마음 또한 손쉽게 바뀌는 법이다. 하지만 그대는 지금 당장의 처지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참혹한 일을 기꺼이 하려는 성의를 보였으니 더 이상 의심하는 것은 장부의 할 일이 아니겠지. 최소한 그대의 말이 맞는가를 살피며 그 원뜻이 관철될 수 있도록 돕도록 할 생각이다.”


이 소녀가 재능이 있다는건 던전이란 곳에서 이미 확인했다. 힘을 키워야 할 동기가 있다는 것도 사연을 들어 확인했다. 심성이 나쁘지 않다는 것도 지금까지 대화하면서 어느 정도 확인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결의의 신실함을 확인하는 것인데 그것도 이런 무참한 요구 역시 이 악물고 받아들인데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선혜는 대종사의 도움을 받을 자격이 있음을 스스로 증명해낸 셈이고, 이런 사람을 그는 내치지 않는다.


다만 실수가 있다면 이 시대는 남자가 여성의 정절에 의미를 두는 것 자체를 웃기는 짓으로 치부한다는 점인데 이런 것 까지 이해하기엔 아무래도 세정은 너무 옛날 사람이다. 다행이랄지 선혜도 그 점에선 보수적인 편이니 서로 운 좋게 어울리게 된 셈이다.


“감사합니다! 그러면 저를 제자로...”

“아니, 나는 사제의 연을 쉽게 맺지 않는다. 그것은 부부나 형제의 연을 맺는 것에 비해서도 결코 가볍지 않으니 어찌 쉽게 결정할까. 하지만 그대를 도우면서 서로의 뜻이 맞는다면 물론 그런 인연을 새로이 맺을 수도 있겠지.”

“알겠습니다!”


어흠, 하고 세정은 말을 이었다.


“좋아. 하지만 당장의 보상을 요구하는 건 아니지만 무상無償의 도움을 베푸는 것도 아니니, 그 점에 있어서는 오해 없도록 하게.”


돕긴 하지만 보상도 받을 거란 선언이라 살짝 창피했다.

궁색하나 기반이 없다보니 재물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대종사가 아니라 대종사 할애비라도 돈 앞에서는 궁색할 수 밖에 없다. 설마 대종사 씩이나 되는 인물이 원하는 물건을 값을 치르지 않고 강도질해서 취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물론입니다! 할 수 있는건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환하게 웃으면서 선혜는 기껍게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입장에서야 전혀 꺼리낄게 없는 제안이었다.


“그런데 선생님은 정체가 어떻게 되나요? 역시 빙의인가요? 아니면 변신? 빙의라면 나중에 원래 몸 주인하고 인사를 따로 나눠야 할 테고...”


일단 물었다. 도저히 말투도 행동거지도 겉으로 보이는 또래 학생으로는 안 보였기 때문이다. 세정은 고개를 저었다.


“어느 쪽도 아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 몸의 원주인은 이미 죽었고, 나는 그걸 이어 받아 사용하고 있는 거지.”

“역시 그랬군요. 그러면 선생님은 사실상 이세계인이라고 받아들여야 하겠네요.”

“흠, 그게 적합하겠군. 여긴 친근감이 느껴지긴 하지만 역시 다른 세상이니까.”

“그런데 어째서 이 세상에? 아, 만일 말하기 어렵다면 물론 말씀하지 마세요.”


새로이 얻게 된 조력자의 배려에 만족하며 세정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네 심성을 보건데 숨겨야 할 만큼 위험한 부분이 있는 것도 아니니. 나는 대종사 진세정이라 불리던 사람이다. 이 세상에 강대한 악이 스며들어 이를 근절하기 위해 찾아왔다. 그것은 본래 내가 있던 곳을 엉망으로 만들던 놈이기도 하기에 일종의 뒤처리이기도 하지.”

“으음, 그랬군요.”

“그러고보니 그대는 쉽게 상황을 받아들였군. 나와 같은 경우가 있었나?”


선혜가 쉽게 납득해 자신의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기색이자 세정이 되물었다. 역지사지 해 보면 쉽게 받아들일 만한 이야기 같지 않은데.


“던전의 몬스터 중에는 아주 강력하고 지성이 높은 경우도 있었든요. 그래서 그런 몬스터가 사람의 모습으로 사회에 숨어드는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건 고위 헌터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심각하게 논의되던 문제 중 하나긴 했어요. 그러니까 선생님 같은 경우가 생긴다고 해도 던전과 몬스터 자체에 이미 익숙해져 있을 정도니 그리 놀라울건 없는 거죠. 물론 던전 밖으로 나오고, 현지인과 협력까지 하는 경우는 아직 없던 걸로 알지만요.”

“...그렇다면 나도 몸을 숨기는데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군.”


선혜의 이야기를 듣고 세정은 혀를 차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 몬스터가 있다면 이세계나 이계인 같은건 이곳 사람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존재가 아니다. 그러면 세정의 신분이나 정체도 수월하게 짐작하게 될 수 있다.

지금 말에 냉큼 세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그래요. 너무 눈에 띄니까요.”

“...눈에 띄나?”

“...안 띈다고 생각하셨어요?”


당혹스럽게 세정이 되묻는데, 선혜가 돌려줄 말은 그 뿐이었다. 이런 행색으로 어떻게 눈에 안 뛴다고 생각할 수가 있냐고 질책하는 듯한 시선에 따가움을 느끼면서 세정은 변명처럼 말했다.


“상당히 주의를 기울였는데.”

“저를 모르시는데?”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선혜가 되물었다.


“그게 중요하나?”

“반드시 알아야 할 건 아니지만... 눈에 띄고 싶지 않다면 몰라선 안 될 정도의 이름은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물었던 거고요. 결코 제가 제 자랑을 하려고 그랬던 건 아니예요.”


강한 감정을 드러내면서 선혜가 설명했다. 자랑 맞는 거 같은데... 라고 세정은 생각했지만 입 밖으로 꺼내서 말하진 않았다.


‘무림옥봉 뭐 그런 거였나. 흠, 가능할 법은 하군.’


그가 있던 곳에도 절세영준한 용모와 자질, 집안까지 갖추면 무림의 선망을 받는 기재로 이름을 날리기 십상이었다. 이야기 들은 바에 따르면 이 아가씨도 그에 합당한 조건이니 유명세를 떨쳐도 이상할건 없다 싶었다. 다만 무림룡이고 봉황이고 하나같이 하찮고 자존심만 쎈 애송이들이라 세정은 좋아하지 않았다.


“옷도 그렇고!”

“그건 확실히 실수였지. 입고 있던 옷이 교복이라는 것인 줄은 나중에서야 알았다.”


교복에 대한 지적에 세정도 쓰게 고개를 끄덕였다. 옷 자체가 신분을 드러낼 줄은. 패착이었다.


“뭐 거기까진 그렇다 치지만 제일 눈에 띄는건 역시 말투죠! 일단 세상에 저랑 같은 나이에 그런 말투를 쓰는 고딩은 없어요! 사실 나이 좀 드신 분들도 선생님처럼 말하면 다들 뜨악해서 쳐다볼건데.”

“예법이 다르다는 건 알지만...”


세정이 마땅치 않아 하는 표정을 보이자 어휴, 하면서 선혜가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인터넷 관종 아니고서야 누가 그런 말을 써요. 개그감이지. 저도 다른건 긴가민가 한데 말투 한번 딱 듣고 한 방에 확신했다니까요.”


선혜는 교복을 단서로 세정을 찾았지만 학교에서 난 사고 이야기를 듣고도 확신은 가질 수 없었다. 확신하게 된 건 목소리, 정확히는 말투였다. 도무지 현실에서 듣기 어려운 고풍스런 말투! 목소리 자체는 던전 당시에는 변조되어 있었다.


“옛선인의 지혜를 존중해 따르는 언습일 뿐이다. 이 땅에도 존중받는 선인들은 있을 테니 옛 지혜와 말씀을 존중하면 자연히...”

“그런게 바로 눈에 띈다는 거죠. 고쳐야 돼요. 안 그러면 진짜 앞으로 여기서 생활하는데 큰 곤란을 겪으실걸요.”

“으음...”


억울해서 항변했지만 말 할 때 마다 밀렸다! 그야 여기 사는 사람이 아니니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밀리니까, 그것도 여자애한테 밀리니 쓰라렸다. 시들시들해진 세정의 모습을 보고 안 됐던지 위로하는 것처럼 충고했다.


“뭐 아예 대 놓고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뭐하러 왔다고 드러내실 거면 상관 없긴 하죠. 오히려 개성이 강렬해서 좋을 수도 있고요.”

“...그럴 수야, 없겠지.”


미감이 주름을 만들고 꽤나 고민했지만 결국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용모도 말투도 세상과 맞지 않는다면 당장은 세상에 맞춰주는 수 밖에 없다. 최소한 이제 충분하다 싶을 때 까지는 말이다.

도울 거리를 발견했다는게 기뻤던지 후후, 하고 기세등등하게 웃었다.


“그러면 이거 생각보다 제가 도와드려야 될 부분이 많은 것 같은데요.”

“...부탁하지.”

“그런건 앞으로 ‘부탁해’라고 말해 주세요. 선생님 같은 용모로 ‘부탁하지’같은 말 쓰면 사람들이 다 신기하게 펴다본다고요.”

“...부탁해.”

“네!”


어색함에 온 몸이 뒤틀리는 것을 참으며 세정은 어려운 첫발을 겨우 내딛었고, 선혜는 고개를 크게 끄덕여 그 일보를 축하했다.

한데 그때였다.


탕탕탕!

탕탕탕!

야 문 열어!


누군가 문을 거칠게 두들기기 시작했다.


**************


일단 선혜는 물었다.


“집안 분이신가요?”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 아이의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집을 나갔다. 홀로 지내고 있는 형편이지.”


세정은 고개를 저어 답했다.


“말투!”

“으음...”


선혜가 찌릿, 지적했다. 습관인데 쉽게 고쳐질린 없다. 하지만 역시 노력해서 고쳐 야 할 부분이긴 했다. 새파란 어린애가 늙은이 말투를 쓸 수야.


“그러면 이런 식으로 찾아올 사람은...”


들어오면서 본 집안 사정을 볼 때 선혜는 대충 짐작가는 바가 있었다.


“여하간 일단 가 보죠.”


둘은 함께 문으로 가 일단 사람을 확인했다. 인터폰은 고장난지 오래라 문을 살짝 열어 체인락 너머로 확인했다.


“누구신지?”

“누구신지는 무슨, 얼른 열어!”

“주변 시끄럽게 하기 전에 얼른!”

쾅!


으름장을 놓으며 문을 거칠게 치는 이들은 세정 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크리라 싶은 남자들이었다. 키만 큰게 아니라 덩치도 엄청나게 컸다. 일부러 덩어리진 체형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일단 문을 열었다.


거칠게 문을 열고 패거리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씹새끼가 늦기는!”

“뭐야, 애들 뿐이야?”

“애미는 도망갔나?”

“헤, 이거 뭐야 새끈한데. 설마 니 이 새끼 여친이냐?”


들어오자 마자 눈살이 찌푸려지는 말을 하면서 그들을 신발도 벗지 않고서 안쪽으로 들어왔다. 일단 세정은 용건을 물었다.


“어흠, 무슨 용무이신지...?”

“이 새끼가 돌았나.”

“아니면 너무 겁을 먹어서 기억상실이라도 걸린 거냐?”


패거리 들이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세정을 보면서 말했다. 그제서야 세정의 기억 속에서 그들이 누구인지가 떠올랐다. 돈을 받으로 번번히 찾아온 자들이고, 처음에는 그나마 정중했으나 몇 번 돈이 밀리자 거칠어지더니 아예 집기를 부수거나 협박을 하는 등의 행동도 서슴치 않게 됐다고 한다. 저들이 떠나고 나면 세정의 어머니는 벌벌 떨면서 하루 종일 우는 것 밖에 하지 못했다.


“아. 당신들, 빚쟁이들이로군.”

“그렇지. 이 새끼야.”

“오늘은 준비되어 있겠지?”

“잘 갚으면 오늘은 일단 돌아가 줄게.”

“으음, 빚쟁이들은 어디나 변하지 않는군.”


천박하고 폭력적인 태도에 탄식처럼 중얼거리면서 세정은 그렇게 평가했다. 세계 그 자체를 건너오다 시피 했는데 이런건 별 차이가 없다.


작가의말

무협이라는 세계관과 레이드물이라는 세계관의 가지는 특징이 충돌해서 발생하는 갈등도 소소한 소재로 삼아보려고 합니다. 호응을 얻는다면 메타픽션적인 소재로 활용할 수도 있겠죠. 

그러면 여러분의 응원을 기대하며. 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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