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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첼 님의 서재입니다.

대종사, 레이드!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카이첼
작품등록일 :
2018.10.02 17:59
최근연재일 :
2018.10.30 11:45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32,379
추천수 :
745
글자수 :
117,058

작성
18.10.13 18:20
조회
1,318
추천
44
글자
12쪽

1권 13화

DUMMY

“으하하하, 와 이거 진짜 좆같은 기분인데.”


바닥에 쓰러져 벌레처럼 꿈틀대면서도, 목소리만은 억지로 힘을 쥐어짜내서 남자는 외쳤다. 세정이 호흡을 정돈하며 쓰러진 그 앞에 섰다.

그를 보면서 남자는 원독에 이를 악물었다.


“개새끼, 상상도 못했어. 이런 데서 내가 이제껏 만나 본 적도 없는 진짜배기 괴물을 만날줄이야 말이지. 이거 진짜 상상도 못했는데.”

“내 삶이 좀 더 옳았던 것이지.”


빙긋 웃으며 세정이 고했다.

어지간히 지금 세정이 한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지 죽어가던 기세가 거짓처럼 남자는 아예 발작을 했다.


“웃기는 개소리! 너는 그냥 나보다 조금 더 셀 뿐이지! 거기 더 이상의 씹소리를 덧붙이지 마라! 그냥 조금 더 운이 좋았던 거야. 네가 뭘 했든 그것 덕분에 나보다 더 나아진게 아니라고!”

“네가 좋아하는 결과가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세정이 던진 한 마디가 그를 어쩔 수 없는 납득으로 몰아가고 말았다. 힘있는 자에게는 모든게 허용되는 법이라는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다. 그 어떤 헛소리도 그게 강자의 헛소리라면 받아들이는 수 밖에.


“흐, 그건 좆같지만 반론을 못하겠는데.”


키득거리면서 납득한 순간 점차로 남자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완전히 패배를 인정하고 만 모양이었다.


“흐흐흐, 혹시 지옥에서 다시 만나게 되면, 그때는 내가 씹어먹어주마...!”


세정은 완전히 상대의 죽음을 확인하고서 몸을 돌리려 했다. 수미붕권이 조차도 정말로 죽일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대다. 동시에 만에 하나를 생각하기엔 너무 강력한 적이기도 했다. 그리고 뒷후환을 생각해 뒤처리는 확실해야 했다.

한데...


“음...!”


갑자기 세정의 왼쪽 눈이 따끔했다. 그는 오른쪽 눈을 감았다. 세상의 풍경이 일시에 바뀌었다. 유동하는 에너지의 흐름으로만 존재하는 세계 같은 그림. 고흐의 추상화로 그려진 것 같은 시야였다.

그리고 그 특별한 시야를 통해 보이는 지금 보이는 남자의 모습은 세정의 표정을 굳게 했다. 하늘로부터 흰 빛줄기 같은 것이 기뻐하며 내려오고 있었고, 역으로 남자의 몸속에 응축되어 있던 막대한 에너지가 그 육신을 벗어나 거기 합류하기 위해 기뻐 아우성치는 모습이었다.


세정은 지금 상황이 위험하다는 것을 즉각 이해했다.

그는 본능에 가까운 동작으로 남자의 흉부를 손으로 쿵 쳤다. 그 순간 왈칵 피를 토하면서 죽어가던 남자의 혈색이 확 좋아졌다.

막 집에서 내려와 상황을 떨어진 곳에서 보던 선혜가 지금 세정의 행동이 응급처지라는걸 이해하고 당황해 물었다.

이런 위험한 자를 왜?


“선생님?! 갑자기 왜? 만일 살인이 되는게 걱정이시라면-”

“이 놈, 죽으면 안 된다!”


세정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시시한걸 걱정하는게 아니다.


“죽으면 안 된다고요?”

“일단 자리를 옮겨야겠군.”


세정은 남자의 목덜미를 잡았고 주변을 일단 둘렀다. 사람이 없을 만한 곳을 우선 찾아야 했다. 멀지 않은 곳의 산이 보였다. 큰 산은 아니었지만 수림은 제법 깊어 보였다. 세정은 재빨리 목적한 산으로 날았다.


이 남자는 허신의 먹이였다!


********************


텅!


세정은 산 속 사람이 오기 힘든 곳에 있는 공터를 하나 발견해 그곳에 남자를 내던졌다. 남자는 땅에 처박혀 벌레처럼 꿈틀거렸다. 하지만 어차피 이런 타격으로 죽을 위인은 아니다. 좋은 싫든 이 자의 생명력은 세정이 만나 본 마인이나 강시에 비교해서도 압도적이다.

이어 세정은 그를 앉힌 다음 등에 쌍장을 후려쳤다.


“크억...!”


피를 왈칵 토하면서 남자의 혈색이 조금 더 좋아졌다. 그는 속이 편안해지면서 완전히 파괴되다시피한 마나가 회복되는 걸 느꼈다. 그리고 그 기원은 지금 이제까지 박터지게 싸웠던 세정의 손이었다.


“미친 새끼 뭘 하는 거지?”

“닥쳐! 나도 너를 살리고 싶어 살리는게 아니다!”


세정이 짜증스럽게 답하면서 작업에 열중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죽여버리고 싶지만 그래서는 너무 엄청난 재앙을 도와주는 꼴이 되고 만다.


퉁!

투둥!


연달아 쌍으로 남자의 등을 후려갈기면서 그의 내기를 돋웠다. 일단 응급조치를 하긴 했지만 수미붕권이다. 아예 속을 뭉개서 걸죽한 죽처럼 만들어버렸을테니 원래라면 도저히 살아날 도리가 없다.


‘허어...’


그러나 내기를 돋운 다음 본격적인 구명작업에 들어간 순간 세정은 혀를 내둘렀다. 그 간단한 응급조치만으로도 거의 다 뭉개지다시피 했을 각종 내장기관들이 조금씩 손상을 치료하고 있는게 느껴졌다.

그래봐야 내공이 완전히 흐트러져서 이대로라면 죽을 수 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그것도 세정이 손을 쓰게 됐으니 상황이 바뀌었다. 그가 양손으로 대천시종의 힘을 불어넣고 그것을 통해 몸의 재생능력을 보조하니 급속도로 상태가 호전되어 갔다.

하지만 그것도 세정이 돕고 있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남자의 어마어마한 재생력과 힘에도 불구하고 자생적으로 지금 상황을 타개하는건 불가능했다. 제법 오래도록 힘을 복돋우며 구명작업에 전념해야 했다.


세정은 집중해서 남자를 살리기 위해 작업을 계속했다.


“후아...”


위험한 고비를 넘겨 세정이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주변은 어두웠다. 세정은 드물게 지친 표정이 되어 남자의 등에서 손을 떼어내면서 한숨을 깊게 쉬었다. 세정이 손을 떼어내자 남자도 기침을 하면서 앞으로 몸이 쓰러졌다. 헐떡대는 것이 겨우 살아났지만 움직임 힘도 없는 모양이다.


이제 이 놈을 처리해야 하는데...


세정이 바닥에서 숨을 몰아쉬는 남자를 보고 다음 처치를 생각하고 있을 때 바스락, 바스락 하는 풀숲 가르는 소리가 나더니 지친 모습으로 한 사람이 나타났다. 선혜였다. 이제까지 세정을 추적해서 겨우 발견한 모양이다.


“선생님.”

“왔느냐.”

“어쩌시려고?”


바닥에 쓰러져 끙끙거리고 있는 남자를 보고 불안하게 물었다. 저 자의 힘을 볼 때 죽이는 것 외의 선택은 아무래도 불안했다.

선혜의 심경을 이해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세정은 말했다.


“죽여버릴 생각이었지만... 죽여버리기엔 품고 있는 악이 너무 크구나.”

“거대한 악이 있다는 거야 알겠습니다만...”


세정은 이를 갈면서 남자를 노려봤다. 아직도 몸에 저자의 손길이 스쳤던 감촉이 남아 있다. 오늘 경악스러운 일이 여럿 있었지만 그녀 입장에서는 역시 능욕 당할뻔 했다는 점이 가장 끔찍하고 강렬한 경험이었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선혜의 입장에선 저 남자를 죽어 마땅한 악으로 규정하기 부족한 없는 이유였다.


“내가 여기 어째서 온지 간단히 이야기 했었지? 이 남자는 그와 관련된 걸 품고 있다. 죽여버리는면 그걸 해방하는 꼴이 될 거야.”

“아, 그럼 이 남자가 그 악마 같은 존재라는?”

“그건 모른다. 하지만 강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건 알 수 있었지. 때문에 쉽사리 죽여서는 안 된다.”


왼쪽 눈으로 본 세상의 흐름이 그걸 알려주고 있었다. 그 시야 자체가 허신의 거짓이 아닌가 의심할 수 있겠지만 대천시종의 극의에 도달한 세정의 정신을 허신의 파편 따위가 어찌할 수는 없다. 그것은 세상의 근본적인 흐름을 뒤틀어 왜곡하는 악의 흐름이다.


“그러나 제압할 수 있을까요? 그는 제가 아는 한 트리플 마스터보다도...”


선혜가 그 설명을 듣고 불안한 표정이 되어 물었다. 그럴만도 하다. 그녀는 아마도 세정과 저 남자의 싸움을 끝가지 지켜본 유일한 사람이다. 그리고 저 남자의 힘은 어떻게 보아도 그녀의 아버지이던 유기한에 비해서도 압도적이다.

어쩌면 세계 최강을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싶을 정도. 그런 자를 어떻게 구속한단 말인가.


“방법은 있다.”


세정이 결심을 굳힌 표정으로 말할 때였다.

쓰러져 있던 남자가 비틀거리며 일어서서는 거의 광기에 가까운 감정을 담고 세정을 노려보며 키득키득 웃었다.


“방법? 방법은 무슨. 으흐흐, 너희들 제 명에 죽고 싶으면 여기서 나를 죽이는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정말 살아있는걸 후회하게 될 거니까.”

“그 꼴로 입만 살았군요.”


선혜가 어처구니 없어 그를 비웃는 순간이었다.

폭발하는 것처럼 남자가 선혜를 욕했다.


“닥쳐 계집애야. 내가 널 따먹으려다 이 꼴이 되긴 했지만 본래라면 너 따위는 내가 손가락 하나만 까딱해도 뒤졌어! 나는 반드시 지금 상황에서 탈출한다! 항상 그래왔지! 그때는 니들 목숨만 가지고 끝날거라 생각하지 마라! 너희들과 한 줌 인연만 있어도 이제부터 지옥을 맛보게 될 거다!”


아니, 단순히 욕설이라기 보다 그건 일종의 저주였다.


“......”


주춤, 주춤. 남자의 기백과 저주에 선혜는 저도 모르게 압도됐다. 그녀는 공포마저 느끼면서 뒤로 물러서야 했다.


“닥쳐야 할 건 너다!”


옆에서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세정이 짜증스럽게 개입했다.


짜악!

“컥!”


세정이 남자의 빰을 강하게 후려 갈겼다. 입으로 폭발하는 것처럼 피와 침을 뿜어내면서 남자가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그의 일그러진 얼굴에 세정의 손바닥에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세정은 자신을 노려보는 남자의 눈빛을 코웃음 치며 받아내고는 성큼성큼 다가갔다.


“도무지 반성이란걸 종자로군. 뭐 그거야 이미 알던 것이지만.”

“칫!”


멀쩡할 때도 세정의 상대가 안 됐다.

이럴 때야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는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세정 역시 놔줄 리는 없다. 그가 몸을 날리는 방향을 이미 세정이 점했고, 복부를 후려갈겼다. 억억거리는 비명과 함께 남자는 볼품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그 상대로 세정은 그의 등을 발로 후려갈기기 시작했다.


퍼버버벅!


북을 치는 것처럼 현란한 소리가 났다. 한데 한번 걷어차기 시작하더니 세정은 남자를 동네 북처럼 걷어차는 걸 멈추지 않았다.


“칵?!”


처음에는 이 악물고 버티던 남자의 입에서 비명이 튀어나왔다.

몸속에서 이제까지와는 다른 반응이 느껴진 것이다.

선혜는 놀란 표정으로 그 광경을 유심히 살펴봤다. 그러니 단순히 세정이 그를 걷어차고 있는게 아니란 점을 알 수 있었다. 남자의 몸을 로스팅을 하듯이 굴려가면서 꼼꼼하게, 어딘가를 노리듯이 걷어차고 있었다. 분명히 목적성을 가진 동작이었다. 그걸 증명하듯이 세정의 이마로도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퍼버버벅!

“으, 으으으으-”

퍼버버버벅!

“끄아아아아아!”


거의 삼십분에 달하는 시간 동안 세정은 꼼꼼하고 섬세하게 남자를 두들겨 팼다. 그리고서야 세정은 발을 멈췄다.

몸의 느낌이 변한 것을 느끼고 헐떡 대면서 남자가 물었다.


“너... 내게 뭘 한 거지?”

“건곤봉폐대혈. 네가 아무리 막대한 힘을 가진 자라 해도 여기 걸린 이상은 결코 원래 힘을 발휘 할 수는 없다. 얌전히 지내도록 해야 할 거야.”


엄정한 얼굴로 세정이 선언했다.


“흐, 흐흐흐, 그런 수작으로 나를 가둘 수 있다고?”

“물론이지.”

“개새끼, 절대...”


남자는 코웃음쳤다. 이 비슷한 수작이야 과거에도 여러차례 겪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심지어 저주 중의 저주라 불렸던 기어스 조차 그를 구속할 수는 없었음을 그는 기억한다. 그런데...


“엇?”


기어스조차 파괴했던 그의 힘이 지금은 고요한 수면처럼 움직이지 못했다. 힘과 육체의 연결이 끊어져 버린 듯한 감각이다.


작가의말

연재는 뜸해 지겠지만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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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권 11화 +7 18.10.11 1,279 3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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