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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첼
작품등록일 :
2008.11.22 23:02
최근연재일 :
2008.11.2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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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06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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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안바르디 백작가문(7)

DUMMY

떠오른 달의 정취도 피로한 광산의 혼곤을 감추지 못한다. 어설픈 건물들 사이로 드문드문 배치되어 있는 횃불과 그 주변을 오다니며 경비를 서고 있는 병사들의 모습이 그 장소의 처연함을 한층 더했다. 작업장을 메우는 정리되지 않은 부서진 돌조각들의 나열이 낮에 있었던 작업의 피로를 강조했다.


그 사이를, 한 줄기 그림자가 달렸다. 소리 없이, 기척없이, 높은 곳에 올라가 가만히 살피는 가운데 아슬아슬하게 드러나는, 그런 그림자였다. 달빛을 거부하듯 은근한 걸음걸음에 병사들은 아무도 그 기척을 눈치채지 못했다. 떠오른 달빛의 냉랭함에 어울리는 고요한 움직임이었다. 한동안 움직이던 그 그림자는 곧 멈췄다. 이 광산에서 가장 큰 건물의 앞에서였다. 그곳은 채취된 광석이 운반되어 쌓이는 곳이었다.


"......"


광산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 있는 사람이 이곳의 모습을 보고 의아해 하지 않기 힘들다. 기에는 채굴장으로서 갖춰야할 가장 기본적인 것이 없다. 거대한 굴뚝이 보이지 않는다. 노동력 이외에 필수적인 것, 그것은 용광로다. 숯과 용광로. 그것을 통해 채취한 광석에서 원하는 금속을 분리, 정제하는 작업은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곳에는 그것이 결여되어 있었다. 그망嗤?금은 분명히 만들어지고 있었다. 모두 그것을 안다. 어떻게?


"......"


조용한 시선이, 건물 안을 살핀다. 먼저, 보는 것만으로도 폐에 먼지가 꽉 들어찰 것 처럼 잡다한 암석의 조각들이 거대한 통에 쌓여 있는 것이 보인다. 노렇게 빛을 반사하는 돌이었다. 그 암석하나하나가 감석, 금이 섞여 있는 돌덩이였다. 그것을 정제해 금괴를 만들어야 금은 금으로서의 온전한 가치를 지니게 된다. 그 통 아래쪽에는 구멍뚫린 파이프 같은 것이 있고, 그 아래에는 주물틀로 보이는 쇳덩이가 있었다. 마치 얼음을 녹여 물을 받아내기라도 한다는 듯한, 정상적이지 않은 장비였다.


"......"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경비병 하나 없었다. 이상할 정도의 고요였다. 풀벌레들의 울음소리와. 바람을 타고 스치는 풀잎의 소리만이 세계를 비인간적인 소리로서 채우고 있었다. 그림자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대기하고 있는 감석들 뒤에 몸을 숨겼다. 그림자의 등을 덮는 어둠에 그의 기척은 누구도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은밀해졌다.


"......"


사실, 여기까지 오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림자가 이 곳에 도착하기 위해 일주일의 시간이 필요했다. 하루, 그리고 하루, 그림자는 이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환경을 읽었다. 건물 전체로 마법적인 프로텍터가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대단한 기술은 아니었지만, 마법사용인구의 희소성을 생각하면, 마법이 사용되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놀랄만한 것이다. 하기야, 마법의 개입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런 어처구니 없는 채굴은 불가능할 것이다. 금맥을 찾는 과정부터 시작해, 그 정제까지, 소요된 시간이 너무 짧았다. 여하간, 일주일이란 온전히 이 건물에 걸린 프로텍트를 해체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었다.


"......"


시간이 흘렀다. 창가를 타고 흘러드는 달빛이 그리는 창문의 왜곡된 모습은 그 흐름에 따라 정적으로 변화했다. 풀과 바람이 짖어대는 소리가 그 창백함에 더해 스며든다. 현실과, 풍경이 이지러지고, 마침내 분리되는 것만 같은 모습이다.


"......"


-끼익.


그리고 사람이 들어왔다. 네 사람이었다. 한 명은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늙은이였고, 그 위에는 허름한 옷의, 이곳에서 일하던 평범한 중년인이었다. 그는 두려움 가득한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그는 밧줄에 전신을 묶여 있었고, 등 뒤로는 무장한 병사 두 명이 등을 창대로 겨냥하고 앞으로 밀어대고 있었다.


곧, 네 사람은 감석을 넣어둔 통 앞으로 이동했다. 노인은 품에서 단검을 꺼내더니 몸을 수그리고 중년인의 아킬레스 건 부근을 베었다. 중년인은 일순 고통스런 표정을 지었지만 깊게 벤 것이 아니었던 듯, 순간적으로 아픈 표정을 보였을 뿐이다. 하지만 행위의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데서 정신을 압도당한 듯, 그의 표정에 서린 공토는 한층 강해졌다. 곧, 그의 주변으로 짙은 피웅덩이가 생겨났다. 노인은 그것의 양을 가늠해 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그 웅덩이에 손가락을 대고 웅얼거리기 시작했다.


'...흑마법!'


그림자는 속으로 높게 외쳤다. 예감은 하고 있었지만, 정말로 마법이었다. 그것도, 최악의 마법인 흑마법이었다. 피를 촉매, 내지 재료로 사용한다고 모두 흑마법이라 말할 수는 없다. 삼좌 이후로 흑마법을 사용하는 현존재는 극적으로 줄어, 평생가도 흑마법사를 만나기 힘들다. 그들은 세계의 공적이다. 그림자도 그들을 만난적이 없다. 하지만 마나의 운용에서 느껴지는 이 음습한 사기에서, 그는 다른 설명을 생각할 수 없었다. 전신의 본능이 그 사실을 주장하고 있었다. 틀림없이,


-어비스의 힘을 소환해 사용하는 흑마법이었다.


그림자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입을 막았다. 그림자의 기억 가운데는 어비스에 관련된 것이 있었고, 그것은 그 그림자가 지닌 최악의, 다시 최악의, 그리고 최악의 기억이다. 그러는 사이에도 마법은 지속됐다. 피는 붉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고, 거기서 몇 줄기 선이 뻗어나가며 살아있는 생물처럼 바닥에 그림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금새 남자의 피는 거대한 마법진과 그 진을 채워넣는 기호들을 완성시켰다. 남자를 중심으로 하는, 거대한 진이었다. 그리고 난 뒤 피는 검석이 있는 통으로 연결되어 나가는 선을 그렸다. 그러자 통 전체와 바닥이 환히 빛나며 진이 떠올랐다.


노인은 그것을 보고 만족한듯 웃었다. 밤의 어두운 부분을 모아 만들어낸 음산한 웃음이었다. 그는 병사들에게 손짓으로 나가라고 지시했다. 병사들은 불편한 표정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중년의 남자는 벌벌 떨며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발을 움직여 진을 벗어나려고 했지만 곧 그는 어떤 보이지 않는 막 같은 것에 막혀 움직일 수 없었다. 그는 다급해 하며 몸으로 보이지 않는 벽에 충돌했지만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런 남자를 무시하고, 노인- 마법사는 빛나는 마법진 앞으로 나가서는 검을 높이 치켜들고 또 영창을 시작했다. 그러자 진이 한층 강렬하게 빛을 발했다. 방 전체를 빛으로 휘감아 버리는, 빛을 빛으로 삼켜 버리는 그런 강렬한 빛이었다.


"끼아아아악!!"


곧, 비명이 울리기 시작했다.


"끼악! 끼악!"


비명은 단절적으로, 계속해서 이어졌다.


"끄아악! 끼악!"


빛이 사라진 공간에서도 비명은 이어졌다. 빛에 먹혔던 사물의 모습이 드러났다. 먼저, 눈에 들어선 것은 강렬한 빛을 내는 감석이었다. 그리고 파이프를 통해 금빛 액체가 흘러나오와 틀에 담기고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그 액체가 용해된 금이라는 것은 틀림없었다. 온도는 높아 보이지 않았다. 고온으로 인한 빛은 발생하지 않았다. 온도에 상관없이, 마법적으로 물질상태를 액체로 만들어 흘러나오도록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순도가 높은, 질좋은 금이 만들어 질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금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광석 채굴에 획기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을만한 기술이었다.


'...우.'


하지만 효율성에 무관하게 저런 것이 사용될리는 없다고, 그림자는 생각했다. 사용되어서도 안 되는 것이었다.


"끄아아악! 끄악!"


비명은 끊이지 않았고, 금이 용해되어 흘러나오는 광경 너머에, 마법진에 갖힌채, 천천히, 포가 떠지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바닥에서 솟아나온 검은 팔의 손톱이 저지르고 있는 짓이었다. 굴강하고 음습해 보이는 그들 팔은 남자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잡은 채 그의 피부를 한점 한점 떠내고 있었다. 인간의 통각은 피부 아래쪽이 많이 분포해 있다. 오로지, 고통을 주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행위였다. 바닥에 떠오른 거대한 눈을 줄거움에 음충맞게 굴곡져 있었다.


"끄아악!"


쉬임없이 그는 비명을 질렀다. 그렇게 엄청난 고통과 그렇게 엄청난 상처 속에서도 정신을 잃지 않았다. 목이 쉬지도 않았다. 그것은 마법적인 힘으로 그의 정신과 통각이 보호되고 있다는 뜻이었다.


"끄아악!! 끄악! 끼악! 끄악!"


고통을, 오로지 고통을 위한 제전이었다. 그러한 시간은 느긋하게 지속되었다. 그림자는 입을 틀어막았다. 그때와 같은, 그러나 더욱 생생하고 그래서 처참한 장면이 번개같은 충격이 되어 그의 뇌리를 강타했다. 결국 남자는 전신의 피부가 벗겨지고, 사지가 해체된 채, 그러나 여전히 비명을 내지르는 가운데 지하로, 어비스로 끌려 들어갔다. 마법진은 서서히 빛을 죽였고, 결국 사라졌다. 감석도 더 이상 빛을 내뿜지 않고, 파이프에서 금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마법사는 주물틀에 든 금을 확인했다.


"이 정도면 괜찮은 편이군."


그윽한 만족감에 충만한 목소리였다. 그리고 마법사는 천천히, 건물을 빠져나갔다. 평화로운 정적이 돌아왔다. 그림자는 숨어있던 곳에서 나왔다. 그는 호리호리한 체격의 남자였다. 그 그림자는 천천히 주물틀을 바라봤다. 극한의 냉기에 물이 금방 굳어진 것 처럼, 희미한 파형을 표면에 남긴 노란빛의 아름다운 금속이 보였다. 금, 이었다.


"......"


한동안 그 금을 바라보던 남자는 말 없이 건물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풀숲으로 들어가 토악질을 시작했다. 어차피 먹은 것도 얼마 없었지만, 그래도 토악질을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방금전과 같은 장면에 무심하고 반응하게 될 수는 없었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때, 자신의 인간성이라는 것도, 금이 굳어버리듯 굳어버릴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웨엑... 웩... 웩... 우욱... 하..."


토악질을 끝낸 남자는 고개를 들었다. 밤하늘이, 별빛과 달이 보였다. 그것을 눈에 담으며 남자는 생각했다. 어서, 작업을 시작해야 하겠다고, 그들을 그 꼴로 만들수는 없다고. 그렇게 하면 그들은 죽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이 차라리 나았다.




*성원해 주시는 분들께 캄사드리며 이만~


*3권 분량을 어느 천년에. 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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