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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첼
작품등록일 :
2008.11.22 23:02
최근연재일 :
2008.11.2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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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1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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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전(9)

DUMMY

치달린 엘을 맞이한 것은 시스톤의 녹색 아우라다. 만물을 베어넘기는 에너지의 장막이 엘을 향해 움직였다. 그는 높이 뛰어 그 마나를 피했다. 하지만 그랜드 마스터의 아우라는 지극히 정제되어 있음으로 인해, 다양한 형상으로 변환시켜도 에너지 손실이 거의 없다. 쉴세없이 불꽃의 이파리처럼 아우라가 출렁이는 소드 마스터의 것과는 에너지 효율의 수준이 다르다. 시스톤의 마나는 금세 위로 뻗어나며 엘을 쫒았다.


엘은 당황하지 않고 몸을 회전시키며 손을 아래로 뻗었다. 주황빛 마법진이 형성되어 그 공격을 막았다. 그렇지만 전력을 다한 시스톤의 아우라 앞에서 그 방어는 금세 파괴됐다. 하지만 엘도 어차피 완전한 방어력 따위는 노리지 않았다. 잠시의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엘은 한층 높이 떠올랐고, 그의 두 발은 결계의 천정에 닿았다. 엘의 눈동자가 아래의 시스톤과 마주쳤다.


"핫!"


그리고 엘은 자세를 굳혔다. 검을 앞으로 길게 앞세운 바늘침 같은 자세였다. 이어 엘은 결계를 박찼다. 쿠웅! 소리가 나며 결계가 이지러지더니 파괴됐다. 시스톤은 "큿!"하는 당황한 소리를 내더니 검을 움직여 아우라를 엘을 향해 조준했다. 동시에 그는 아우라를 전력으로 강화했다. 아우라는 거대하게 확장되며 엘을 삼켰다.


'제법!'


시스톤은 감탄했다. 엘의 디 세리온에 형성된 무색의 아우라는 어렵지 않게 자신의 아우라를 베어들며 날아오고 있었다. 마나의 총량에서는 엘이 시스톤에 비길 수 없었지만 힘의 집중이라는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우위에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삼좌가 어째서 삼좌인지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시스톤은 용답지 않게 순간적으로 경외의 마음을 품었다.


"으!"


하지만 이내 엘이 이빨 사이로 신음이 흘렀다. 있는대로 힘을 모아 결계를 박참으로서 추진력을 얻었지만 시스톤의 아우라 가운데서 그것을 점차 잃게되니 충분한 힘의 집중을 이룰 수가 없었다. 엘은 점차 디 세리온 끝에서 저항감이 커지는 것을 느꼈다. 이렇다면 어쩔 수 없었다. 엘은 결심했고, 실행했다. 시스톤의 두 눈이 커졌다. 방금, 엘의 전신을 자신의 마나가 삼켰다. 그렇지만 자신의 아우라를 향하는 저항감은 한층 강해졌다.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지만, 시스톤은 금세 상황을 읽어냈다.


'미친새끼!'


그래서 그는 속으로 욕설이 섞인 비명을 질렀다.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지금 엘은 전신을 보호하던 자신의 아우라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디 세리온에 배분된 힘을 증강시켜 집접도를 높인 것이다. 제 몸이 아다만티움으로 된 것도 아닌 주제에, 터무니 없는 모험이었다. 이 강렬하고 공격적인 마나의 대하 가운데 맨몸의 인간은 원자수준으로 분해된다. 그런데다가, 엘의 공격은 단절됨 없이 계속 그의 마나를 밀치고 들어왔다. 그는 엘을 죽이려는게 아니다. 이런 위험한 게임을 지속할 이유는 없었다. 시스톤은 마나를 거두며 몸을 뒤로 물렸다. 빛살이 그의 머리카락을 가르고 방금전까지 그가 있던 곳을 파고들었다.


-쿠웅!!!


그리고 엘의 몸이 대지를 깊이 파고들며 착지(충돌)했다. 그가 공중에 떠서 시스톤을 노리고 몸을 날려 대지에 착지하기까지, 정말로 눈 한번 깜빡할 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엘이 만든 구덩이에서 세발자국 정도 떨어진 곳에서 시스톤은 마뜩찮은 표정으로 엘이 빠져나오길 기다렸다. 그의 이마로 긴 상처가 나 있었고, 핏방울이 흘렀다. 엘의 공격을 피하긴 피했지만 완전히 피하진 못한 것이다. 엘의 아우라 운용이 시스톤의 예상을 한참 넘어서 있었던 때문이다. 삼좌와 자신 사이의 기술적인 차이를 확인한게 되어 시스톤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밀릴 것은 알고 있었지만 후계자와의 사이에 이 정도 차이라니.


"쿨럭..."


그리고 엘이 구덩이에서 빠져나왔다. 옷은 걸레조각처럼 찢어져 있고, 전신은 피범벅이었다. 양팔과 무릎아래는 마치 피부를 한꺼풀 벗긴 것 처럼 피범벅이 되어 처참했다. 피리아와 롤의 얼굴이 파래졌다. 그렇지만 그들은 최면을 통해 엘의 상세를 많이 경감해서 보고 있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카린은 곧장이라도 뛰쳐나갈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 역시 좀 무리였나 보군요. 좋은 기술이었는데."


엘은 한동안 휘청이는 모습을 보이다가 시스톤을 향해 말했다. 이 말에는 솔직히 시스톤도 고개를 끄덕였다. 마나의 집접 정도를 이 정도로 자유자재로 조정한다면 장래 엘의 검이 자르지 못할 것은 없을 것이다. 아다만티움도 종이장처럼 베이지 않을까? 그러나 그것은 장래의 이야기다. 지금 엘은 궁지에 몰려 있다. 도무지 지금의 그는 싸울 수 있는 상태로 보이지 않았다. 시스톤은 물었다.


"아직도 할 테냐?"


"그야... 물론."


엘은 힘겹게 답했다. 정신이 어질어질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당장 대답이 돌아왔다. 카린이었다. 그녀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화를 내며 외쳤다. 겉도 속도 엉망진창인게 뻔히 보이는데 고집이라니! 그러나 엘은 그녀에게 전과 같은 자신만만한 미소를 돌렸고, "결계, 다시 부탁해."라는 말만을 하고는 사라졌다. 시스톤이 검을 들었다. 쿠웅! 그 순간, 순간이동한 것 처럼 엘이 나타나며 시스톤과 검을 마주하고 있었다. 검이 떨어졌고, 다시 충돌했다. 한동안 그런 공수의 반복이 이어졌다.


"후우... 후우..."


겨우 공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엘이 한계에 다달아 있음은 명백했다. 거칠어진 숨결 사이로 작게 핏덩이가 토해졌다. 강렬하던 눈빛도 조금씩 흐려졌다. 검의 마나도 투명과 불투명 사이를 오락가락 했다. 결국 엘의 눈동자를 보며 시스톤이 말했다.


"쯧. 이쯤해서 누워라."


그리고 시스톤은 다시 아우라를 강화하고 엘을 향해 공격했다. 우우웅! 대기가 진동했다. 서 있기도 힘들어 보이는 엘에게 그 공격을 막을 힘이 있을리 없었다. 엘도 지금 자신을 향하는 시스톤의 공격을 느끼고, 이제 끝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할 수 있는 한의 최선은 다 했다. 진다거나 이긴다거나 하는 것은 어째도 상관없는 기분이었다. 엘은 눈을 감았다. 편안한 기분이었다.


감겨진 눈꺼풀 아래에서, 달빛 아래의 그 광경이 떠올랐다. 사부의 검이 떠올랐다. 그윽하게 아름다운 검무. 아름다워선 안 될 것인데, 반론을 허용하지 않게 아름다웠던 그 검무. 아니, 인식의 틀을 넘어서서 있었기에, 다시 생각하면 아름다웠던 건지 고통스러웠던건지도 잘 모르겠다 싶은 검무. 그것은 모든 종류의 가치판단을 상회하는 힘이었다.


또렷하게 재생되는 그 아름다움에, 엘은 '아아-'하고 신음같기도 하고, 감탄같기도 한 감정의 흔적을 흘렸다. 지금이라면, 검을 꺼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 검이 없었고, 쥐어진 검은 디 세리온이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엘은 디 세리온을 움직였다.


시스톤의 녹색 아우라가 그를 집어 삼켰다. 그리고 사라졌다.


"......"


주변으로 정적이 돌아왔다. 엘은 선 채로 기절해 있었다. 그를 바라보는 시스톤의 얼굴은 모호했다. 엘은 세리온을 길게 뻗고 기절해 있었다. 그 검끝은 시스톤의 목젖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시스톤은 자신의 검을 바라봤다. 목젖에서 한치 앞. 아우라를 거둘 때 까지, 시스톤은 몰랐다. 엘의 검에서는 아무런 저항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엘이 조금만 더 버텼다면 시스톤의 명줄은 그의 손에 놓였을 것이다. 어떻게 이런 것이 가능했을까? 시스톤은 다시 엘을 바라봤다. 선채로 기절한, 상처입은 작은 소년.


"후... 네가 이겼다."


시스톤이 선언했다. 그리고 그는 엘을 치료하기 위해 손을 들었다. "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오며 카린이 허겁지겁 엘에게 다가왔다. 그 뒤로 피리아와 롤이 따라오고 있었다. 곧 카린은 엘의 상세를 확인했다. 그러자 엘은 쓰러지듯이 무릎을 꿇었다. 카린은 시스톤을 향해 화난 시선을 보냈다.


그 시선에 위축되기라도 한 듯 시스톤은 머쓱하니 손을 거뒀다. 대신에 카린은 곧 마법을 시전해 엘을 치료했다. 하얀 빛이 그를 감쌌고, 엘의 전신을 뒤덮다시피 한 상처는 점점 치료되어 나갔다. 기절해 있던 엘은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지금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의 카린이 보였다.


"여-"


엘이 인사했다.


"이 바보야!"


카린이 정석이라 할만한 대답을 되돌렸다. 그리고 엘은 주변을 둘러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피리아와 롤을 향해 윙크하더니 시스톤을 바라봤다. 두 현존재의 눈이 마주쳤다.


"음... 역시 진 모양이군요."


"아니, 네가 이겼다. 용을 상대로 여기까지 했다면 이긴 것이지."


시스톤이 말했다. 엘은 눈쌀을 찌푸렸다. "그-" 엘이 반론하려 했다. 진건 진 것이다. 승리를 양보받을 생각은 없었다. 특히, 용이니까 인간이 여기까지 분전한 것은 승리한 것이라 할만하다. 라니. 그런 얼토당토 않는 논리를 납득할 수는 없었다. 삼좌는 어떤 상대에게도 양보받지 않는다. 그들은 단지 양보할 뿐이다. 그렇지만 다른 방향에서 더 격한 반론이 튀어나왔다.


"-그게 무슨 소린가!"


툴이었다. 그 뒤의 자즌도 마찬가지로 불쾌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시스톤은 쯧, 하고 혀를 찼다. '여기 병신 하나 추가합니다.'의 전형을 보여주는 종자들과는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냥 시선을 돌렸다.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해라. 이 이상 나는 관여하지 않는다. 여기서 지켜보고는 있겠지만 이 치들은 이제 내게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예이."


엘은 어쩔 수 없다 싶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는 순순히 승리를 양보받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삼좌(의 후계자)를 상대로 감히 양보한 것은 후에 따로 계산해야될 문제다. 툴은 버럭 화내며 말했다.


"여기 있는 모두가 봤네! 저 꼬맹이가 정부대표에게 끊임없이 밀렸지!"


"그렇지만... 본인이 패배를 인정한 이상, 다른 판정은 불가능합니다."


칸이 곤혹스런 얼굴로 말했다. 주변에서 웅성거리기는 했지만 별다른 반론은 없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시스톤에게 주목하지 않았다. 엘은 가만히 그 광경을 보다가 앞으로 최면에 관계된 기술을 좀더 열심히 공부해 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되게 편리해 보였다. 삼좌도 이쪽 기술로는 굉장한 성취를 이뤘다. 한편, 마찬가지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안바르디 행정관이 별 떨림없는 얼굴로 말했다.


"그렇군. 본인이 졌다고 한 이상 어쩔 수 없겠지."


부단장인 딕이 패배했을 때 보였던 반응과는 달랐다. 더구나 너무 깨끗하게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모두 당혹스런 반응을 보였다. 그는 부드러운 미소를 보이면서 롤측을 바라보고 말했다.


"하지만 이 승계전은 무효일세."





*연재도 빠른데, 성원을 합시다!(비굴) 이번에 mp3가 맛이가 대용겸 업그레이드 해서 psp를 구매했는데, 잘 썼으면 합니다. 인문서 20권 짜리 가격인데.


*여하간, 즐겁게 읽히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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