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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첼
작품등록일 :
2008.11.22 23:02
최근연재일 :
2008.11.2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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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0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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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안바르디 백작가문(6)

DUMMY

남자의 이야기는 간단하지만 참혹했다. 처음에는 그 혼자 납치되었다고 한다. 적지만 사금을 캐게 되어 유명하게 된지 일주일쯤 되었을 무렵이었다. 밤에, 그는 포대기에 말려 어디론가 끌려갔고, 거기서 각종 질문을 받았다. 질문하는 이는 무시무시한 도구를 손에 쥐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감히 거짓으로 답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는 숲 한 가운데에 병사들과 함께 이송되어 묶게 되었다.


다음, 사람들이 끌려온 것은 안개가 많이 일어난 날이었다. 특별한 안개는 아니었다. 그 지역에서, 지형과 날씨의 효과로 아침에 안개가 끼는 일은 드물지 않았고, 그 날은 다른 날 보다 한층 안개가 짙었던 것에 불과했다. 그 짙다고 하는 것도 아주 드문 것이 아닌, 두달에 한 번 정도는 맞이하게 되는, 그런 안개였다.


그런 안개 사이로 밧줄에 묵힌채 네 그룹 정도의 사람들이 끌려왔다. 그들 가운데 몇몇은 사내에게도 익숙한 얼굴이었다. 같은 마을, 옆 마을에 있던 사람들이었다. 그 수효는 다 해서 족히 오백을 넘겼다. 사람들에게 묻자니, 새벽에 안개 사이로 갑자기 병사들이 들이닥쳐 사람들을 묶어 여기로 데려왔다고 한다.


그렇게 끌려온 이들은 병사들의 명령에 따라 어설프게 집을 짓고, 채굴을 쳄徘杉? 그제서야 사내는 이곳이 자신이 말한 내용을 통해 발견된 금맥이 있는 곳임을 알 수 있었다. 그곳에서의 생활은 가혹했다. 채굴 과정 자체가 특별히 고통스러웠던 것은 아니었다. 식사가 부족했던 것을 제외하고, 광석을 채취하는 일은 중노동이긴 하되 안전했다. 그러나 거기서 사람들은 사람으로서의 대우를 받지 못했다.


"그러니까 악마 내지는 몬스터가 나타났다는 것은 뻥이고, 그게 다 금광을 하나 날로 꿀꺽하기 위한 술책이었단 말이군?"


엘은 거기서 말을 끊고 그제까지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서 확인차 물었다.


"그렇게, 되겠지요."


사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서 카린이 보언했다.


"다른 광물에도 민감하지만 특히 금은에 대한 채굴권은 절대적으로 국가가 관리하게 되어있으니까. 안바르디 백작가는 그 법을 피하고자 그런 일을 저질렀던 것 같아."


"흐응. 이 일이 외부에 알려진다면 아무리 안바르디 백작가문이라도 그냥은 넘어갈 수 없을 텐데, 금광이란게 그만한 가치가 있나?"


엘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국가에서 공식적인 금광으로 설정하면 그 지역에서의 사금채취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일 만큼 관리가 엄격하다.


"있어. 금광을 하나 온전히 한 가문에서 독식한다고 치면, 그것만으로 국내경제를 완전히 잡아먹을 수 있을걸. 지금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금의 양이 워낙 적으니까. 그게 아니더라도 국제무역에서 굉장한 신용과 선호도를 얻을 수 있을거야. 많은 금을 가지고 있다는 것 만큼 거래상대로서 매력적인 조건은 달리 없지. 그거 하나만으로 세금관련은 물론 각종 특혜가 자동으로 보장돼. 공용화폐가 없는 이상 어쩔 수 없어. 금은이 사실상 공용화폐잖아."


카린이 잘라 말했다. 엘은 음- 하는 침중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사내에게 다시 물었다.


"그래서, 그 다음은 어떻게 되었나요?"


거기에 이르러 남자는 자신의 말을 기다리는 엘과 카린 앞에서 침묵했다. 무언가 다음 말을 이끌어 내기 어려운 것 같았다. 엘과 카린은 재촉하지 않고 그가 스스로 말을 이어내기를 기다렸다.


"장난감... 취급을 했습니다."


"장난감... 취급이라."


여러가지 가능성이 동시에 그의 뇌리를 스쳤다. 어느것 하나도 유쾌하게 넘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아니었다. 사람이 장난감으로 비유된 데서, 그런 종류의 가능성은 이미 끊어진 것이다. 엘은 눈쌀을 찌푸렸다.


"죽이지 않는 수준에서, 사람을 능멸 할 수 있는 짓은 대게 했지요. 딸과 어미를 동시에 강간하는 미친놈도 있었고, 그날 저녁 식사를 걸고 아버지와 아들을 싸우게 하는 놈들도 있었습니다. 일을 하다가 잠시 노인이 쉬면, 그 아들이나 아내에게 매를 들고 때리게 합니다! 그놈들은 사람이 아닙니다! 미쳤어요!"


격정적으로, 그는 말했다. 내용의 과격함에, 엘과 카린은 심하게 얼굴을 찌푸렸다. 귀족들 사이에서 아직도 평민은 별반 대단한 가치를 가진 존재로 인정받지 않는다. 이런 면에서 가장 급진적인 아루스 공화국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지금 남자가 말하는 내용 만큼은 아니었다. 그의 말을 그대로 믿는다면 거기서 사람들은 짐승 이하의 취급을 받았다는 말이다.


"그리고 매일매일 사람들이 한 명, 두 명씩 사라졌습니다. 아무런 이유도 없었고, 특별히 어떤 전조가 알려졌던 것도 아닙니다. 그냥, 말 그대로 그냥, 자고 일어나면 누군가가 사라져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서로 협력하고 서로 위하던 사람들이... 점차 반목하고, 두려워하고, 질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밑지 못하고, 약삭빠른 자들은 병사들에게 아부하고, 딸을 가진 자들은 그들에게 상납해가며 안위를 도모했습니다... 추악한 광경이었지요."


사내는 거기서 또 말을 줄였다. 가슴을 치민 감정에 다른 말을 이끌어내기가 힘들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카린은 불편한 얼굴로 엘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엘, 이거-"


"아아."


엘은 고개를 끄덕여 그녀의 속삭임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생각도 그녀와 비슷하다는 표시였다. 사내는 영문을 알 수 없는 두 사람의 속삭임에 고개를 갸웃거려 보였다가, 다시 말을 시작했다.


"거기서 사람들은 모두 번호로 불렸습니다. 두들겨 패면서, 그들은 번호를 우리로서 각인시켰습니다. 그래서 모두들 자신의 이름보다 번호에 점차 익숙해 졌지요. 거기서 저는 삼백이십사번이었습니다. 그리고 삼백이십삼번 여성과 알게 돼었습니다. 전에는 같은 마을에 살던, 하지만 모르고 지내던 여자였습니다. 병사들에게 윤간을 당해 괴로워 하고 있었던 걸 보살펴 준게 인연이 되어..."


사내는 쑥스럽게 말을 죽였다. 그 말줄임의 이유는 분명했다. 평상시 같으면 미소를 지어보여야 했을 부분이지만 두 사람은 도리어 참혹하게 생각했다. 연인이 '윤간을 당해'라는 부분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수 있는 사내의 태도에서 그곳에서 사람들이 보내는 일상생활이 어떠한 것인지 그 단편이나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이상 이렇게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탈출을 시도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이 일은 어느 정도 제 책임이기도 하고, 사람 취급도 못 받을 걸 알면서 이렇게 죽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렇게 사내의 이야기는 끝났다. 엘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이야기는 잘 들었습니다. 트리다운씨."


"에?"


사내는 놀란 얼굴을 했다. 그리고 한동안 그 표정을 유지한채 입안에서 무언가를 웅얼거리다가 겨우 생각난 듯, 한층 놀란 표정으로 엘에게 물었다.


"어, 어떻게 제 이름을?"


엘과 카린을 눈을 마주쳤다. 두 사람의 시선으로 씁쓰르함이 스치고 지나갔다. 자신의 이름조차 즉각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개성이 파괴된 채 억압되어 있었다는 것에서 두 사람은 자신들의 예상에 확신을 얻을 수 있었고, 그 예상이란 것이 그다지 반가운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번 일은 기대하던 것과 맞아 떨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동시에 멀리 떨어져 있지도 않은 것 같았다.


"뭐, 어쩌다 보니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고, 슬슬 그 광산으로 가도록 하지요."


엘은 단촐하게 답하고는 병사 두 명을 묶어둔 나무로 걸어갔다. 거기서 병사들은 아직도 기절한 채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어이! 다 처먹었으면 얼른 가!"


어설프게 만든 식탁을 내리치며, 무장한 병사가 식당이 떠나가라 외쳤다. 사람들은 몸을 움츠리며 서둘러 음식을 들이켰다. 맛없는 스프에 검은 빵조각이나마 먹을 시간을 그들에게 주지 않는 병사는 사실 그들과 같은 평범한 포로였으나 윗선에 알랑거려 자리를 얻은 증오스런 이웃들이었다.


그들은 이제 과거의 이웃들과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인지 한층 악독하게 굴었고, 그래서 사람들의 많은 수는 병사들보다 그들을 더 미워했다. 그러나 증오와 무관하게 그들은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 늙은이가 아직도 처먹고 있어!"


그는 주변을 돌아다니다 떨리는 손으로 스프를 들이키는 노인을 보고는 등을 걷어찼다. 와당탕, 노인은 소란스런 소리를 내며 쓰러지고는 기침을 쿨럭, 쿨럭 새되게 했다. 바닥에 떨어지는 노인의 짙은 침에는 더러운 가래에 붉은 색이 뒤섞여 있었다.


"엄살 피우지 말고 일어나!"


"자, 잘못했습니다."


노인은 벌벌 떨며 그 앞에 넙죽 업드렸다. 그는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방근 얻어 맞은 충격 때문인지 꿈틀꿈틀 대면서도 쉽게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다시, 그는 화난 표정으로 구타했다. 노인은 신음조차 될 수 없는 소리를 내며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 광경을 외면하고 느리게 식당을 빠져나갔다. 도와주려고 끼어들다간 같은 꼴이 될 뿐이었다.


그들 가운데, 막 식당 문을 빠져 나온, 다소 몸이 호리호리한 인상의 남자가 있었다. 그는 자신의 등뒤로 아직도 이어지는 구타 소리와 신음, 욕설을 들으며 쓰읍, 하고 입안에 퍼지는 쓴맛을 목구멍 안쪽으로 당겼다. 물론, 이것은 그런 행위로 사라질 수 있는 종류의 쓴맛은 아니었다. 그는 채굴장으로 향하며 주변을 둘러 봤다.


등뒤에 일어나고 있는 일과 비슷한 일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어린아이를 구타하는, 여자를 농락하는 그런 장면은 일상적일 만큼 흔했다. 그나마 여자가 능욕당하는 정도는 지금에 와서는 획기적으로 줄었다. 감찰관으로 보이는 젊은 귀족이 온 탓이다. 그가 특별히 인도주의자여서가 아니고, 밤에 그를 상대할 계집을 확보하기 위해 더럽히지 않기 위해서였을 뿐이다. 그런 것들로, 이 곳은 충만해 있었다.


'지금 마법을 사용하면 이들은 모두 죽을텐데... 어떻게든 이들을 구할 방법은 없을까?'


남자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생각했다. 사실 임무 자체는 지금 당장이라도 처리할 수 있었다. 특별히 어려운 작업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여기 잡혀 있는 사람들은 틀림없이 비밀유지를 위해 모두 살해당할 터였다. 그것을 알면서도 임무를 그렇게 냉담하게 우선시킬 수는 없었다. 수백명에 달하는 사람들이다.


줄곧 이어지던 발걸음이 멈췄다. 어느덧 작업장 앞이었다. 입구 옆에는 등에 맬 푸대와 광석을 캐낼 곡갱이가 가지런히 늘어서 있었다. 그렇지만 그 도구 가운데 마스크는 보이지 않았다. 지금 이 일을 추진하고 있는 이들이 이것을 길게 지속할 생각이, 그리고 이 일을 하고 있는 이들을 살려둘 생각이 없다는 반증이었다.


'그 소년 같은 협력자가 있었더라면...'


그는 한숨을 쉬고 도구를 하나하나 챙겨 금광으로 향했다. 복잡한 생각에 가벼운 어지러움을 느꼈지만, 뾰족한 수는 생각나지 않았다. 최악의 선택을 하지 않길 바랄 뿐이었다.



*아웅.


*출판계약 하고 나니 글 쓰기 힘들어지는 현상은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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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안바르디 백작가문(10) +51 07.02.11 8,809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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