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카이첼 님의 서재입니다.

서브라임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카이첼
작품등록일 :
2008.11.22 23:02
최근연재일 :
2008.11.22 23:02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1,231,958
추천수 :
2,226
글자수 :
613,860

작성
07.04.20 17:21
조회
5,967
추천
10
글자
11쪽

모더니티의 수도 1(8)

DUMMY

“그야.”


엘은 손을 넓게 펼쳐 보이며 가볍게 답했다. 특정한 국가의 국민인 것도 아니고, 특별히 좋아하는 나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루스는 삼좌가 세운 나라라는데 이런저런 기대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와서 본 것은 다른 국가들과 별반 차이나지 않는 모습일 뿐이었다. 그나마 명목만이라도 만인의 평등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을 높게 칠 수 있겠지만, 실천되지 않는 이념에 무슨 의미가 있을지, 엘은 의문스레 생각한다.


“그렇습니까...”


벤은, 씁쓸하게 그 말을 받았다. 그는 무언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았지만 손과 입을 불편하게 움직일 뿐, 그걸 의견으로 만들지는 못했다. 어딘지 안타까워 보이는 모습이었다. 엘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래서, 제 부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폭력조직이 이 공장을 노리는 것을 중단토록 하고, 거기서 구출한 아이들을 대신에 여기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서라면, 저는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사원들도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인도적인 이유에서 뿐만이 아니라 이런 타입의 위협은 겨, 경찰의 힘을 빌리기가 어려워서, 솔직히 저 뿐만이 아니라 사원들 전체가 크게 고민하고 있던 문제였거든요”


돌아온 대답에 엘은 환히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감사합니다.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이쪽이야 말로. 하, 하지만 정말로 괜찮으시겠습니까?”


벤은 엘의 얼굴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물었다. 그가 굉장히 강한 사람이라는 점이야 어제 장면에서 알 수 있지만, 역시 단신으로 폭력조직을 박살내겠다고 하는 데에는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 상식적으로 이렇게 젊은 사람이 두빌 장군마냥 강하지는 않을 게 아닌가. 하지만 엘은 그의 걱정을 불식시키듯 씨익 웃으며 말했다.


“쓰레긴걸 안다면 허리를 굽히는 게 귀찮을 뿐, 치우기는 어렵지 않은 법이지요. 문제는 쓰레긴지 아닌지 분별하는 데 있을 뿐입니다. 다행히 이런 경우 따질 필요가 없을 만큼 악취가 풀풀 풍겨지고 있지요.”


엘은 디 세리온의 손잡이를 쓰다듬었다.






폭력조직 ‘해머’의 중간 간부인 딜은 인신매매 범들로 부터 사들인 계집이 몸값도 다 듣기 전에 사창가에서 도망치던걸 겨우 잡아서 후드려 패고 있던 중이었다. 그가 도망갔던 여자를 벌주기 위해 사용한 무기는 얇은 채찍이었다. 그것은 채찍이 치료하기 힘든 부상은 입히지 않으면서 외견을 처참히 만들고 고통을 주기 좋아서, 맞는 개인은 물론 본보기로 주변에 삼기도 좋다는 합리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물론 때리다 보면 첫 번째 이유는 온데간데 없어지곤 하지만, 뭐 그런건 상관없었다. 본보기 역할만 잘 해도 충분했다.


“이년!”


채찍을 대기를 가르며 휘오옹! 하는 섬뜩한 소리를 냈다. 벽에 매달린 채 채찍을 맞을 때 마다 여자는 비명을 내지르며 울었다. 그녀는 아직 소녀라는 말이 어울리는 여자였다. 십 오륙세를 조금 더 넘겼을까? 소녀는 비교적 얼굴이 반반한 덕에 소매치기 일 대신에 이쪽으로 빠졌다.


“악! 자, 잘못 했어요.... 악! 도, 도망 가지 않...”


그녀는 때리는 딜을 향해 다시는 도망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딜은 용서 없이 그녀를 때렸다. 비명은 더욱 커야했고, 외견은 한층 처참해야 했다. 물론, 애원도 처절할수록 좋았다. 그래야 공포심을 조성하기 좋았다. 그가 이 여자를 때리는 방은 일부러 벽이 얇게 되어 있었는데, 그것이 이 방이 창녀들의 숙사에 있기 때문이다. 핏물이 묻어 원래의 색을 잃은 채찍으로 또 소녀를 내리치던 딜에게, 다급한 얼굴의 부하가 찾아왔다.


“대, 대장! 침입자가..!”


“뭐야! 어떤 놈들이!”


“그게 단 한명...!”


“이 개새끼가 어디서 헛소리를! 일하면서 아편하지 말랬지!”


“그게 진- 꺄아아악!”


갑자기 날아온 단검이 답을 하던 딜의 부하를 꿰뚫었다. 어찌나 강하게 박혔던지 단검은 못처럼 그를 벽에 고정시켜 버렸다. 딜은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하고 돌처럼 굳어 문만을 바라봤다. 저벅저벅, 가벼운 발자국 소리가 이어졌고, 소년의 모습이 보였다. 믿을 수 없이 어린 소년이었다. 하지만 그 소년이 풍기는 분위기는 아득하고 무서워서, 감히 얕잡아 볼 수 없도록 했다. 그는 방안을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딜을 바라봤다. 광포한 짐승을 생각나게 하는 눈길이었다.


“누, 누구?”


“아랫목이 더러우면 윗대가리를 찾아보라더니, 그놈 하던 짓을 고대로 하고 있었군. 전통한번 더럽다.”


“어, 어째-”


딜은 무언가 말하려 했다. 엘은 근처의 벽이 바스라져 흘러내린 돌조각을 걷어찼다. 돌은 포탄처럼 날아서 딜의 얼굴을 맞췄다. 으직, 소리가 났다. 그의 앞니 전부가 박살나며 허공으로 튀었고, 턱과 코뼈와 뭉개졌다. 그는 아 아, 하고 비명 같지도 않은 소리를 내며 피를 뚝뚝 흘렸다. 엘은 그를 무시하고 그냥 묶여있던 소녀를 풀고, 양 손으로 안아 올렸다.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 딜을 걷어찼다. “꺼윽!” 짐승이 울부짖듯이 그는 울었다. 이 일격으로 그는 두 다리가 완전히 분쇄됐다. 도망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이게 무슨 개 헛소리야!”


울터는 조직의 행동대장 노릇을 하여 달콤한 인생을 누리고 있었다. 특히 좋아하는 것은 인신매매 해온 여자를 맨 처음 품는 것이었고, 다음으로 좋아하는 일은 고리대금으로 가족을 파멸시키고, 남편이 보는 앞에서 아내를, 혹은 부모가 보는 앞에서 딸을 강간하는 일이었다. 어느 쪽이든 자기 밑에서 사람이 벌레처럼 울부짖는다는 건 꽤 즐거운 일이었다. 법보다는 주먹이 훨씬 가깝다는 게 그의 지론이고, 아직까지 틀린 적은 없었다. 그런 잘나가는 인생의 절정 가운데 있던 그에게 오늘 저녁 조직의 지부 가운데 두 개가 박살이 났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어디서? 어떤 놈들이래?”


지금 그는 조직이 운영하는 술집에 와 있던 참이었다. 귀빈을 생각해서 언제든 도망가기 좋도록 다소 복잡한 미로 형식으로 방을 배치한 지하 클럽이다. 간단히 일을 처리하고 언제나처럼 술과 여자를 즐기려는데 지부 둘이나 박살났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라니!


“그게, 전혀 모릅니다. 한 사람이 와서는 5분도 안 되어 다 쓸고 가 버렸다고 합니다. 한 명도 무사하지 않다고 합니다. 지키던 놈들은 전부 사지가 박살나서, 앞으로 상처가 나아도 써먹을 수 없습니다. 소매치기로 키우던 애들이나 인신매매해온 아이들을 비롯해서 창녀들 숙사도 완전히 털려서, 년놈들이 모두 도망가 버렸습니다.”


부하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어처구니없는 말이었다. 울터는 황당한 얼굴이 되어 부하를 향해 재떨이를 내던졌다. 부하는 피하지 않았다. 퍽, 소리가 나며 그의 이마가 박살났다. 그는 “으-”소리를 내며 상처를 감싸 쥐었다. 손 사이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이 새끼들이 술 처마시고 일하나! 소드 마스터가 쳐들어오기라도 했냐? 아니지, 5분이라니! 소드 마스터라도 그런 짓은 못해! 더구나 연달아서라고!”


“저, 저도 믿기 힘듭니다만-”


부관이 보고하려는데 꾸앙 소리가 났다. 방의 벽 한쪽이 무너진 것이다. 그리고 돌무더기와 먼지 사이로 한 사람의 소년이 걸어 들어왔다. 그 소년은 손을 흔들어, 거기 묻은 먼지를 털고 있었다. 설마, 주먹으로 벽을 박살내어 들어온 것일까? 지켜보던 두 사람은 그런 터무니 없는 생각을 했다.


“틀렸어.”


방안으로 들어온 소년은 단정적으로 그렇게 말했다. 아무도 자신의 권위를 부정할 수 없다고 자신만만해 하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어안이 벙벙한 울터에게, 엘은 말을 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박살낸 너희 지부는 모두 일곱 개지. 이쪽을 부수고 나면 잔가지는 다 친게 되는 거고, 너희 잘난 대장만 남아. 단지 연락이 도착하지 못했을 뿐이야. 내가 좀 빠르거든. 물론 그 작자는 집까지 쓸어야 할 테니, 이거 빼고 둘 남았다고 보면 되겠지. 그런 점에서 넌 다행이야.”


“이 어린 새끼가!”


울터는 재빨리 품에서 검을 빼내 들고는 미친 소리를 지껄이는 소년과 대치했다. 지부를 일곱개 박살냈다니, 말이 될법한 소리인가? 고문을 해도 그 위치 판별에만 하루 이상 걸릴텐데! 그가 빼낸 검에서는 붉은 기류가 휘감겨 있었다. 울터가 이날 이때까지 달콤한 인생을 보낼 수 있게 해 주었던 힘이다. 법보다 가까운, 신속의 주먹. 세상은 그렇게 간단한 것이었다.


아직도 이마의 고통에 끙끙대던 그의 부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웃엇다. 저 꼬마가 누군지는 몰라도 인생의 쓴맛을 보게 될 것이다. 울터는 세키리아의 상급 기사만큼이나 셀 거라고 이야기 되는 단검의 달인이다. 그렇지만 엘은 자신을 향하는 단검을 보며 조소했다.


“병신. 애들 구해야 하니 시간 없거든. 폼 재지 말고 덤벼.”


“이 씨발자식이!”


울터는 사나운 표정으로 엘에게 달려들었다. 확실히 그의 동작은 날카로운 데가 있었다. 하지만 엘의 검이 움직이자 그의 양 손목은 허망하게 절단 당했다. 허공에 디 세리온의 궤적을 빠라 반원형의 핏자국이 그려졌다. 울터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엘은 그의 근처로 다가가 발을 꾹꾹 밟았다. 하나 밟을 때마다 그의 발은 기괴하게 뒤틀렸다. 뼈와 살점이 뒤엉키며 으그러지고 있는 장면이다. 울터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고통에 기절하고 말았다. 엘은 시선을 돌려 방금 전까지 울터에게 보고를 하던 놈을 바라봤다. 그는 덜덜 떨면서 주저앉아 있었다.


“뭐, 뭐야!”


“무슨 일이야!”


“어떤 새끼가 쳐들어왔냐!”


“야, 거기서 뭐해? 이마는 또 왜 그 꼴이고, 울터 형님은?”


갑작스런 소란에 클럽을 지키던 조직원들이 뛰어 들어왔다. 엘은 기분 좋게 웃었다. 쓰레기는 한군데 모이면 청소가 쉬운 법이다. 아이들의 입을 통해 여기 소속된 놈들이 어떤 짓을 하며 살아가는 지는 충분히 알고 있다. 자비나 동정은 이런 놈들을 위한 단어가 아니었다.




*의견 성원, 감상 등등등등을 감사히 받고 있음!


*마왕이나 어비스는 표면적인 이 글의 중심 얼개입니다. 무시될리 없겠지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서브라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8 신대륙(1) +45 07.05.01 7,406 12 11쪽
87 모더니티의 수도 1(11) +53 07.04.28 6,174 13 12쪽
86 모더니티의 수도 1(10) +56 07.04.24 5,710 14 11쪽
85 모더니티의 수도 1(9) +31 07.04.23 5,648 17 12쪽
» 모더니티의 수도 1(8) +44 07.04.20 5,968 10 11쪽
83 모더니티의 수도 1(7) +39 07.04.19 6,267 12 10쪽
82 모더니티의 수도 1(6) +33 07.04.18 6,080 14 11쪽
81 모더니티의 수도 1(5) +38 07.04.15 6,436 12 12쪽
80 모더니티의 수도 1(4) +49 07.04.14 6,576 8 10쪽
79 모더니티의 수도 1(3) +57 07.04.12 6,658 11 12쪽
78 모더니티의 수도 1(2) +34 07.04.11 6,545 10 11쪽
77 모더니티의 수도 1(1) +47 07.04.10 8,696 12 10쪽
76 쓸쓸한 달(10) +35 07.04.07 6,496 12 9쪽
75 쓸쓸한 달(9) +47 07.04.06 6,262 10 11쪽
74 쓸쓸한 달(8) +61 07.04.03 6,681 15 11쪽
73 쓸쓸한 달(7) +31 07.04.01 6,759 7 11쪽
72 쓸쓸한 달(6) +36 07.03.29 6,504 7 12쪽
71 쓸쓸한 달(5) +44 07.03.28 6,786 10 12쪽
70 쓸쓸한 달(4) +61 07.03.25 7,209 15 12쪽
69 쓸쓸한 달(3) +38 07.03.24 7,268 7 11쪽
68 쓸쓸한 달(2) +78 07.03.21 7,199 24 10쪽
67 쓸쓸한 달(1) +42 07.03.20 7,573 10 11쪽
66 새로운 제3계급(10) +54 07.03.17 8,164 10 13쪽
65 새로운 제3계급(9) +47 07.03.16 7,469 9 10쪽
64 새로운 제3계급(8) +58 07.03.12 7,521 12 12쪽
63 새로운 제3계급(7) +42 07.03.11 7,627 16 10쪽
62 새로운 제3계급(6) +41 07.03.08 7,460 8 11쪽
61 새로운 제3계급(5) +44 07.03.07 7,551 9 12쪽
60 새로운 제3계급(4) +42 07.03.04 7,805 10 12쪽
59 새로운 제3계급(3) +47 07.03.03 8,048 1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