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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Te(튜트) 님의 서재입니다.

에반젤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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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Te(튜트)
작품등록일 :
2022.05.13 18:02
최근연재일 :
2022.10.1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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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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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사선의 끝에서(1)

DUMMY

“이번 전투로 전선은 어디까지 끌어올려졌지?”


이전 전투의 피로가 남아있는 몸을 의자에 앉히며 회의장에 의자를 채우고 있던 상급 기사 한 사람에게 건넨 질문.


그것에는 기대감이 한껏 들어가 있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썩 좋지 못한 것이었다.


“왕가의 영지 수복은 완료를···.”


“그것밖엔 못했다고?, 왕가의 기사들이 고생을 하는 동안 후속 부대는 대체 뭘 한 거냐!”


“죄송합니다 레오니도님···, 모르트 협곡을 등질 것을 생각하면 더욱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어서···.”


“그것을 위해서라도 플람과 그레이스 가에 지원을 요청한 게 아닌가?, 그 둘은 무엇을 하고 있었지?”


“아직 자신들 쪽으로 몰려오는 몬스터 처리로 바빠 전선 구축의 지원은 어려울 것 같다고···.”


돌아오는 대답에 화가 올라 테이블을 강하게 내리치고 만다.


5대 가문이라는 놈들이 이런 긴급 상황에 자기 영지의 안전만을 위하는 이기적인 행동이나 하고 자빠져있다니.


내 대승리의 업적의 빛이 바래게 만든 가주 놈들도, 이런 간단한 작전조차 설득을 하지 못해 일을 그르친 저 상급 기사 놈도 정말 꼴 보기가 싫어 이가 갈려온다.


“후방의 지원은 어떻게 됐지?, 벌써 이 전투가 시작된 지 2주가 되어 가는데 뭘 하고 있길래 이렇게 늦는 거야!”


“2진에 대한 것이라면 어제 클라리스님이 기사들을 이끌고 후속 부대에 합류를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위든 가와 라플리 가는 각각 플람 가와 그레이스 가에 합류를 할 것이라고···.”


“대체 누가 그런 명령을 내렸지?, 나는 분명히 본대에 모든 힘을 실어달라는 말을 남기고 왕도를 떠나온 것 같은데?”


“그, 그것이···, 클라리스님이 가져오신 칙서에 따르면 국왕님께서 직접···.”


“아버님이 그랬다고?”


대체 무슨 생각이신거지···, 분명히 왕도를 떠나기 직전 내 멋진 작전에 대해 전부 설명을 드렸고 아버님도 이 작전에 대해 찬성을 했다고 생각을 했는데···.


아니 애초에 몰려드는 몬스터를 섬멸하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일, 강한 본대의 힘으로 근원이 되는 곳을 빠르게 잘라내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더 이득일 텐데 왜들 그렇게까지 당장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아득바득 인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덕분에 내가 이런 곳에 묶여있는 시간도 덩달아 늘어나고···, 그냥 내 말에만 따랐어도 진작 끝날 싸움이었는데 정말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리온 가의 기사들은 우리 쪽에서 지휘가 가능한 것인가?”


“아뇨···, 리온 가의 부대는 각 부대의 지원을 위해 돌아다닐 거라고···.”


“맘대로 되는 게 하나 없군.”


“저, 그 대신 에아리스님의 이름으로 이런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기에 지금 같은 상황에 건네주는 거냐며 눈살이 자동으로 찌푸려졌지만 받아든 고모님의 인장이 찍혀있는 서신에 웃음이 번져 나오는 것을 참지 못했다.


서신에 적혀있던 것은 뒤늦게 출발을 하여 곧바로 합류를 하지 못한 자신의 기사 유진을 임시로 본대에 편성하여 리온 가의 부대와 합류를 하기 전까지 잠시만 맡아달라는 것.


그 내용만을 본다면 그리 기분 좋은 것은 아니었다. 유진이라는 남자는 내가 정말 싫어해마지않는 인물이니까.


첫 만남 때부터 이 몸이 반려로 정해놓은 클라리스와 친근한 모습을 보이면서 나를 깔보는 듯한 모습을 보이더니 내 위에 설 수 있는 명령 거부권을 받아가지를 않나.


플람 가가 낸 첫 번째 구제의 여행에서도, 라플리 가가 낸 두 번째 구제의 여행에서도 나보다 뛰어난 결과를 내더니 내가 받아야하는 모든 관심과 시선을 가져가질 않나.


사실은 언제 다시 검은 괴물로 변할지도 모르는 그 재수 없는 여자를 왕도에 끌어들인 위험한 일을 저지른 놈인데도 검은 괴물을 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만으로 영웅 취급을 받지를 않나.


그래서 놈의 기세를 조금이나마 꺾어보고자 보낸 말도 안 되는 외교자리에서는 검은 괴물에 대한 성국의 음모를 파헤치지를 않나.


억지를 써서 놈의 성과를 깎아내리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놈의 성과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기에 위상은 점점 더 높아져만 갔고, 나는 무슨 수를 써도 나보다 위에 있는 놈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놈이라도 능력만큼은 나도 인정을 한다. 그리고 지금 그런 놈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이 나한테 넘겨졌다.


지금까지 놈을 눈엣가시처럼 여긴 이유는 놈이 왕가가 아닌 고모님의 기사여서 나에게 직접적인 명령권이 없었기 때문에.


그렇지만 지금 나에게 명령권이 있는 이상 더 이상 놈은 견제를 해야 할 대상이 아닌 그저 사용하기 편한 말에 지나지 않는다.


임시라는 말이 약간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요즘 들어 내가 놈은 견제를 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었던 고모님이고, 이번에도 나를 위해 만들어준 기회라 생각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모처럼 맞게 된 둘도 없는 기회, 이 기회를 살릴 여러 방법들을 떠올리며 서신을 전해준 상급 기사에게 묻는다.


“이들은 언제 도착을 하는 거지?”


“라플리 가의 부대와 함께 올라온다고 하였으니 늦어도 내일 아침까지는 도착을 할 것 같습니다.”


“그래···.”


정말로 싫어해마지않는 놈이었지만 이번만큼은 잘 와주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웃었다.



***



“감사합니다, 세릭스님에게는 큰 은혜를 입었다고 전해주시길.”


내 감사의 인사에 우리를 여기까지 태워다준 라플리 가의 기사가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는 마차를 이끌고 떠나간다.


그런 그에게서 눈을 돌려 뒤를 돌아보면 우리의 앞에 있는 것은 넓은 평야 위에 지어져있는 임시의 주둔지.


입구를 지키고 있던 병사에게 리온 가의 표식이 붙어있는 시계를 보여 자신의 신분을 알리고는 엘리아와 함께 주둔지의 안으로 들어서면 여기저기서 지친 기색이 역력한 기사들의 모습이 보여왔다.


환하게 내리쬐는 여름의 햇빛과 전혀 환하지 못한 기사들의 얼굴표정.


그것으로 이곳에서 있었던 전투가 얼마나 격렬했었는지를 가늠하고 있으면 우리의 소식을 들은 왕가의 기사 한 명이 우리들을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우리의 마중을 나오는 것이 리온 가의 기사가 아니라는 것이 이상했지만 지금 다가오고 있는 그에게 물어보면 되겠지란 생각에 나와 엘리아는 발을 멈췄고, 그런 우리의 앞에 멈춰선 기사는 잠깐의 숨을 돌리고는 나에게 경례를 하였다.


“실례하겠습니다, 혹시 리온 가의 유진 경이 되시는지?”


“그렇습니다만.”


“다행이네요, 이제 곧 전방으로 향하는 보급 부대가 출발을 하니 그곳에 합류를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정말 다행이라며 땀을 닦아내는 기사의 말이었지만 그것을 듣고 있는 내 속은 전혀 다행이지 않았다. 리온 가의 부대의 특성상 전방으로 향할 이유는 전혀 없었으니까.


“죄송하지만 잘못 알고 계신 것이 아닌지?, 저희는 본가의 부대와 합류를 하라고 들은 것 같은데···.”


“아···, 이야기를 못 들으셨군요, 리온 가의 부대라면 그저께 후방 지원을 위해 주둔지를 떠났습니다, 유진 경과 엘리아님의 경우는 그 동안 본대의 지휘 하에 있게 되었고요.”


“그렇습니까···, 그런데 저희가 왜 전방으로 향하는 거죠?,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기서 본가의 부대를 기다리는 것이 맞을 텐데?”


“거기까지는 저희도 잘···, 여기 위에서 내려 온 명령서가 있으니 한 번 확인을 해보시는 게···.”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며 기사가 건네는 명령서를 꺼내본다.


그 안에 적혀있는 것은 기사가 이야기했던 것과 같이 나와 엘리아가 전방으로 배치되었다는 것과 그곳에 있는 용병들의 지휘를 맡기겠다는 내용, 그리고 명령자의 이름으로는 왕태자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일이 왜 이렇게 된 것인지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는 상황.


그것은 옆에서 명령서를 함께 읽어보던 엘리아도 마찬가지였는지 곧바로 그녀에게서 화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이런 명령 들을 필요 없어요 유진, 임시로 지휘권이 합쳐졌더라도 전시 상황이 아닌 이상 명령을 거부할 권리는 있으니까요.”


“그렇긴 하지만 지금은 전시 상황에 준하는 상태로···.”


“당신은 조용히 하고 있어요!”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느낀 기사가 끼어들려고 하는 것을 윽박질러 멈추게 하는 엘리아.


나를 향하는 그녀의 눈빛에 담겨있는 걱정이 이번일은 예전처럼 그냥 넘길 일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그것은 내 생각도 마찬가지였고 말이다.


“왕자 전하와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어디에 계신건지?”


“죄송하지만 레오니도님께서는 지난날의 전투의 피로가 남아있어 휴식을 취하고 싶으시다며 아무도 자신의 처소에 들이지 말라고···.”


“어떤 보고가 들어올지 모르는 준전시 상황에서?”


“네···.”


아까 전의 자신의 말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 이야기에 기사의 시선이 바닥으로 푹 꽂혀버린다.


그나저나 내가 찾아올 것을 미리 예상을 하고 도망을 친 건가···.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휘권을 내팽개치는 방법을 선택하다니, 왕태자라는 인간의 쓰레기 같은 행동에 손에 힘이 절로 들어가 명령서가 순식간에 구겨져버린다.


“이 일에 대해서 에아리스님은 알고 계시는 건가요?”


“이 일은 모르겠지만···, 어제자로 레오니도님에게 에아리스님의 이름으로 유진 경의 지휘권을 양도하는 서신이 왔다고 들었습니다.”


에아리스 씨가 암묵적으로 동의를 한 일이라는 건가···.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현실이 되어 찾아오니 속이 너무 쓰라려 쓴 웃음밖엔 흘러나오지가 않는다.


“알겠습니다, 그곳으로 향하도록 하죠.”


“유진!”


“에아리스 씨가 허가를 한 이상 우리가 명령에 따르지 않을 이유는 없어, 엘리아.”


“그렇지만 이 일은···.”


“나도 알아, 그래서 말인데 너는 이대로 플람 가의 부대에 합류를 해줘.”


지금부터 내가 향하는 곳은 사지가 될지도 모르는 곳, 그것을 알면서도 향하는 내 억지에 엘리아까지 말려들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비록 그곳에서 내가 죽음을 당한다면 이후의 엘리아에 거처에도 다시 문제가 생기겠지만 괜히 함께한 곳에서 같이 개죽음을 당하는 것보다는 좀 더 나은 미래일 테니까.


그것이 지금까지 나를 따라와 준 엘리아를 위한 일이기에 그렇게 했는데···.


“싫어요.”


일말의 고민도 없이 엘리아는 내 제안을 걷어차 버린다.


“언제는 필요하다면서 나를 원해놓고는 이제는 그냥 버려버리는 거예요?”


“전에도 말했지만 그건 너를 구할 명분이 필요해서···.”


“이유가 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내가 그 말로 인해서 당신의 것이 되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이 중요한 거지, 그러니까 날 데려가요, 내가 당신의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내 마음의 빗장을 강하게 두들기는 강한 의지, 그 한편에 숨어있던 작은 슬픔까지도.


엘리아의 마음을 모두 알아버린 내가 그녀의 말을 거부할 수 있을 리가 없었고, 그렇게 우리는 함께 또 다시 전방으로 향하는 마차에 올라탔다.


여정의 피로가 아직 남아있었고, 길도 제대로 닦여있지 않아 마차가 계속 흔들렸기에 정말로 최악이라고도 할 수 있는 상황.


그렇지만 나와 엘리아는 휴식을 취하는 일없이 계속해서 명령과 함께 동봉해준 정보들을 읽어 내려갔다.


조금이라도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그렇게 했고, 꼬박 반나절을 더 달려 해가 떨어지기 시작할 무렵 막 진지의 구성을 마쳤다는 모르트 협곡에 도착을 했지만···.


전략적 요충지이기에 진지까지 만들어 두었다는 희망찬 정보와는 다르게 그곳에서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술에 잔뜩 취해 바닥을 구르고 있던 용병이라는 이름의 고기방패들이었다.


진지라고 하기엔 제대로 된 목책조차 없는 채로 그저 잠을 자기 위한 막사 몇 개만이 덩그러니 설치되어 있는 곳.


요충지를 막는 병사들이라고 하기엔 제각기 모여 술을 마시며 빈 술병과 함께 바닥을 뒹굴고 있는 용병들.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최악의 상황에 표정을 잔뜩 구기고 있자니 우리를 발견한 용병 중 하나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걸어오기 시작한다.


“이게 뭐야, 오늘 보급이 들어온다고 하더니만 우리들을 위한 여자까지 보내준 건가?”


거리가 있음에도 풍겨오는 술 냄새에 버금가는 쓰레기 같은 말.


그런 그의 손이 엘리아를 향하는 것을 본 나는 망설임 없이 검붉은 검을 뽑아들어 그 더러운 손을 베어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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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에필로그와 프롤로그 (1부 完) 22.10.13 9 0 13쪽
115 떠나는 자와 남겨진 자 22.10.12 9 0 14쪽
114 이야기가 끝난 후의 이야기(3) 22.10.11 14 0 13쪽
113 이야기가 끝난 후의 이야기(2) 22.10.10 10 0 12쪽
112 이야기가 끝난 후의 이야기(1) 22.10.07 14 0 14쪽
111 사선의 끝에서(8) 22.10.06 18 0 13쪽
110 사선의 끝에서(7) 22.10.05 13 0 12쪽
109 사선의 끝에서(6) 22.10.04 13 0 12쪽
108 사선의 끝에서(5) 22.10.03 14 0 12쪽
107 사선의 끝에서(4) 22.09.30 14 0 13쪽
106 사선의 끝에서(3) 22.09.29 15 0 12쪽
105 사선의 끝에서(2) 22.09.28 13 0 13쪽
» 사선의 끝에서(1) 22.09.27 14 0 13쪽
103 믿는 것과 믿고 싶은 것(2) 22.09.26 13 0 12쪽
102 믿는 것과 믿고 싶은 것(1) 22.09.23 14 0 12쪽
101 신뢰와 불신 22.09.22 13 0 12쪽
100 사라진 성녀는(6) 22.09.21 14 0 12쪽
99 사라진 성녀는(5) 22.09.20 16 0 12쪽
98 사라진 성녀는(4) 22.09.19 16 0 13쪽
97 사라진 성녀는(3) 22.09.16 17 0 12쪽
96 사라진 성녀는(2) 22.09.15 14 0 12쪽
95 사라진 성녀는(1) 22.09.14 22 0 11쪽
94 확실하게 해두고 싶어서요. 22.09.13 20 0 13쪽
93 보통의 생각이란 건 22.09.12 16 0 12쪽
92 동산 위의 꽃은 지고(8) 22.09.09 17 0 14쪽
91 동산 위의 꽃은 지고(7) 22.09.08 17 0 13쪽
90 동산 위의 꽃은 지고(6) 22.09.07 16 0 13쪽
89 동산 위의 꽃은 지고(5) 22.09.06 1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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