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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Te(튜트) 님의 서재입니다.

에반젤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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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Te(튜트)
작품등록일 :
2022.05.13 18:02
최근연재일 :
2022.10.1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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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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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와 불신

DUMMY

“유진, 그만 일어나요, 조금 있으면 저택에 도착이에요.”


흔들리는 마차의 안에서도 기절한 듯이 자고 있는 그의 무릎을 손으로 두드려 잠을 깨운다.


“으응···.”


“피곤하겠지만 잠깐만 일어나 있어줘요, 인사만 끝나면 푹신한 침대에서 편히 잘 수 있을 테니.”


“알겠어···.”


잠에 잔뜩 취해있는 그의 목소리에 작은 미소가 지어졌지만 한편으로는 저렇게까지 피곤해하는 모습에 마음이 아파온다.


성국으로 향한 외교사절이 실패 같은 성공으로 막을 내린 뒤 벌써 5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언제 목숨이 노려져도 이상하지 않았던 상황이었기에 성국의 내를 이동하는 3일 동안은 모두들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해 잔뜩 신경이 날카로워져있던 상태였다.


하지만 그것도 카스트라를 넘어 왕국의 땅을 밟게 된 순간 끝.


우리를 호위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던 플람 가의 기사들과 합류를 한 후 모두 평상시의 모습을 되찾아갔지만 유진만큼은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밤에는 항상 깨있으며 불침번을 자처했고, 잠은 언제나 마차의 안에서 쪽잠을 이뤘다.


내가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는 질문에 그가 돌려준 대답은 ‘어떻게 보면 내 도발 때문에 시작된 일이잖아, 그러니까 조금 더 모두의 안전을 위해 고생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 라는 것.


덕분에 검은 괴물을 만드는 약에 대한 정보를 왕국으로 가져올 수 있었음에도 그는 오히려 자신의 잘못만을 마음에 품었고, 그런 그를 위로해줄 말이 떠오르지 않았던 나는 이렇게 마차의 안에서만이라도 편히 잘 수 있게 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렇지만 오늘로서 그것도 끝이 날 것이다. 이제 잠시 뒤 우리가 도착을 하는 것은 5대 가문 중 하나인 플람 가의 저택이니까.


그곳의 안전은 말 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고, 내가 알고 있는 아버지라면 선행을 한 기사에게 있었던 일을 듣자마자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우리들이 왕도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계실 거니까.


그러니까 이제 그만 쉬어도 좋다는 생각을 하면서 눈을 비비고 있는 그를 향해 웃어주었고, 그러는 사이 마차는 목적지에 도착을 해 저택의 입구를 지나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레이네스님,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마차에서 내리고 있으면 들려오는 그리운 아버님의 목소리.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면 아버님 말고도 어머님과 오라버니, 그리고 오랜 시간동안 함께했던 사용인들의 모습 또한 확인을 할 수 있었다.


“가서 인사라도 건네는 게 어때?”


“아뇨, 저를 필요 없다고 내치신 분인데 제 인사가 달갑지 않으시겠죠.”


“그래?, 내 생각은 그렇지 않은데.”


그게 대체 무슨 소리냐고 물어보려던 찰나, 그에 대한 해답은 예기치 못한 곳에서 찾아왔다.


“어서 오세요 유진 경, 여기까지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그리고 너도 어서 오렴 엘리아.”


유진에게 인사를 마친 어머님이 나에게 곧바로 건네주신 인사와 따스한 미소.


이제는 보지 못할 것이라 생각됐던 것이 눈앞에서 펼쳐지자 나는 멍해져서는 곧바로 대답을 해드릴 수 없었고, 그런 나를 보다 못했는지 유진이 몰래 내 등을 툭하고 밀어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어머님의 품에 푹 안겨있었다.


“고작 두 달 못 봤을 뿐인데 어리광쟁이가 다 됐네.”


“바쁜 일들이 좀 많다보니, 엄마의 품이 그리웠었나 봐요.”


“어머 유진 경, 남의 딸을 데려갔으면 잘 대해줘야죠.”


“맞는 말이라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귓가에 들려오는 유진과 어머님의 대화소리를 들으며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생각을 한다.


검은 괴물로 변했었던 내가 살아있을 수 있는 조건으로 플람 가의 여식이라는 지위를 버리고 유진의 것이 된 게 두 달 정도 전의 일.


그 선택은 아버님이 인정하신 것이기에 어머님이 모를 리도 없을 텐데 왜 어머님은 아직도 나를 딸이라고 불러주는 걸까···.


열심히 머리를 굴려 생각을 해보려고 했지만 무리였다. 다신 느낄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어머님의 온기가 너무나도 따뜻해서, 너무나도 행복해서 머리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어머님의 등 뒤로 뻗어지는 팔, 그것을 느끼셨는지 어머님도 나를 안고 있는 팔에 힘을 줘 나를 더욱 꽉 안아주셨고.


등 뒤에서 들려오는 유진의 웃음소리에 창피한 모습을 보였다며 부끄러워하고 있으면 그런 내 귀에 다시 유진의 목소리가 닿는다.


“엘리스님, 죄송하지만 부탁 하나만 드려도 괜찮을까요?”


“뭐든지 말씀만 하세요, 남편에게서 최대한 편의를 봐드리라는 말은 이미 듣고 있답니다.”


“아무래도 제가 푹 쉬어야할 것 같아서요, 그동안 엘리아를 맡겨도 괜찮을까요?”


“물론이죠!”


다소 생소한 유진의 부탁, 그런 유진의 부탁에 곧바로 튀어나오는 대답, 그 대답을 들려주는 어머님의 즐거운 목소리.


모든 것들에 정말로 부끄럽지만 어머님의 품안에서 살짝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런 내가 부끄러워하는 일들이 잔뜩이었던 인사의 시간이 지나가고, 그 뒤로는 정말 행복만이 가득한 시간들이 이어졌다.


피곤한 유진이 방에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어머님과 향한 내 방은 아직도 예전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고, 그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캐시까지 합류를 해서 우리들은 정말 많은 것들을 이야기했다.


비록 신분의 차이가 생겼기에 내가 직접 아버님이나 오라버니를 만나러 갈 수는 없었지만 두 사람도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내 방을 찾아와 주었고, 그제야 나는 비로소 알 수가 있었다.


나는 필요가 없어서 버려졌던 것이 아니라, 내가 살아있기를 원했기 때문에 유진에게 주어진 것이라는 것을.


그날 그가 아버님에게 했었던 나와 이야기를 더 했었어야 했다는 것은 이 오해를 이야기했다는 것을.


이제라도 오해를 풀기 위해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었다는 것을.


그 모든 것을 이해한 순간 그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넘쳐흘렀고 그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보답을 하고자, 가족들을 믿어주지 못한 것에 사죄를 하고자 더욱 열심히 가족들과의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너무 행복해했던 탓이었을까 시간은 너무 빠르게 흘러 어느덧 저녁식사를 할 시간이 되어버렸고, 아쉽지만 앞으로의 일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 사적으로 시간을 사용할 수는 없었기에 나중을 기약하며 대화를 끝마치고는 조금이나마 피로를 회복한 유진과 함께 모두가 기다리는 식당으로 향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괜찮네, 자네가 고생한 것은 레이네스님을 통해 들었으니.”


자리의 주인이신 아버님의 허가의 말에 나와 유진은 고개를 든다.


시선을 돌려 우리가 앉을 자리를 확인하면 어째서인지 비어있는 것은 상석에 계신 아버님의 바로 왼편으로 위치한 두 자리들뿐.


상식적으로 우리들은 손님이고, 신분상으로도 밀리는데 어째서 그 자리일까란 고민을 하고 있으면 가볍게 웃음을 흘린 유진은 내 손을 잡아 그쪽으로 향했고, 나를 아버님의 바로 옆자리에 앉혔다.


“그럼 모두 다 자리를 한 것 같으니 식사를 시작하도록 하죠.”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스러웠지만 아버님이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식사의 시작을 알린 이상 다시 일어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맞은편에서 싱글벙글 웃고 있는 어머님과 오라버니의 표정에 당했다는 생각이 드는 식사시간이 시작되어 버린다.


오랜만에 먹어서 그런지 더욱 맛있는 음식들, 이것들을 천천히 음미했으면 좋았겠지만 식사의 도중에는 앞으로의 일에 대한 의논도 병행된다.


시작은 아버님과 오라버니의 왕도까지의 귀환루트나 호위는 어떻게 될 것이라는 설명으로부터.


내 예상대로 아버님은 빈틈없이 준비를 마치고 있었고, 깔끔한 설명에 모든 사람들이 의견 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의논의 주제는 곧바로 성도에서 있었던 일들의 자세한 설명으로 이어진다.


대부분의 일이 유진 혼자서 처리를 한 것이기 때문에 대화는 거의 그의 이야기를 하는 시간으로 바뀌어 있었지만 그만큼 상황판단의 근거나, 우리들이 없었던 곳에서 일어난 일들까지도 설명이 가능해져서 이곳에 있는 모두는 감상이라도 하듯이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카스트라에서 있었던 수첩을 넘긴 이야기까지 끝이 나서야 장장 한 시간을 떠들었던 유진은 물로 지친 목을 달랠 수가 있었다.


“좋은 판단인 것은 맞지만 수첩을 넘긴 것은 아쉽기는 하군.”


“아무래도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도 카스트라로 이동하는 동안 필사를 떠둔 것이 있으니 정보를 얻는 것에는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그건 그런데···, 혹시 그 필사는 자네 혼자서 한 건가?”


“아뇨, 문관분이 도와주셨습니다만···.”


갑작스런 아버님의 질문에 유진이 말끝을 흐리고, 그런 그를 대신하여 가운데쯤에 앉아있던 문관 한 명이 손을 들어 자신이 필사를 했음을 알렸다.


“레이네스님, 죄송하지만 혹시 나중에 무슨 문제가 생긴다면 방금의 이야기에 대해 증언을 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상관은 없는데···, 무슨 문제가 생기는지 물어봐도 괜찮겠습니까?”


“제 기우이긴 합니다만 이번 일에 대해서 레오니도님이 왕성에서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에···.”


“형님···, 이요···?”


한 나라의 왕자를 의심하는 말, 그것도 동생인 레이네스님의 앞에서.


아버님의 기행에 모두가 깜짝 놀라며 아버님을 바라보았지만 아버님은 자신의 의견을 굽힐 생각은 없는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가셨다.


“실은 이번 일에 대한 인원을 선정하는 과정에서부터 이상하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이런 중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인원의 선정, 무엇보다도 레이네스님의 보좌로 유진 경을 추천한 것이 레오니도님이라는 사실이요.”


그리고 이어지는 설명에도 나와 유진은 계속해서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말을 잘라서 죄송합니다만···, 저를 추천한 것이 레오니도 전하라는 게 사실입니까···?”


“그렇지만···, 에아리스님에게 듣고도 참여하겠다고 한 것이 아니었나?”


“아니, 그게···.”


유진이 대답을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전혀 들은 적이 없었으니까.


그가 에아리스님에게 듣고, 나에게 전달을 해준 이유는 그저 회의에서 그렇게 하자고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뿐.


전달하는 과정에서 누락이 생겼을 수도 있지만 레오니도님의 이야기는 없었다는 것은 확신 할 수 있다. 만약 그랬었다면 그는 절대로 이 이야기를 받지 않았을 테니까.


출발을 하기 전부터 인원선정에 의심을 품고 있던 그가 얼마 전에 있었던 회의에서 자신과 대립했었던 레오니도님이 선정에 관여를 했다는 것을 듣고도 얌전히 여행길에 올랐을 리가 없으니까.


여기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것을 알고 있기에 구겨진 그의 표정만으로도 대답을 알 수가 있었고, 한순간에 무거워진 분위기의 속에서 아버님은 다시 한 번 그에게 질문을 건넸다.


“도움이 필요한가?, 자네가 원한다면 플람 가는 자네를 지원할 거야.”


“정말 고마운 말씀이지만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저는 리온 가의 기사니까요.”


작은 미소와 함께 에아리스님을 믿는다는 말로 아버님의 제안을 거절하는 유진.


그렇지만 그와 함께한 시간이 길었던 나는 알 수 있었다. 저 미소가 뜻하는 것은 그의 에아리스님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임을.


그리고 그런 그의 의심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은 일주일 뒤 왕성에서 열린 보고에서 증명이 된다.


혼자서 그런 중요한 정보를 얻었다는 것과 중요한 정보의 원본을 다시 그들에게 넘겼다는 것을 꼬투리 잡힌 유진이 성국의 스파이로 몰리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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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에필로그와 프롤로그 (1부 完) 22.10.13 9 0 13쪽
115 떠나는 자와 남겨진 자 22.10.12 9 0 14쪽
114 이야기가 끝난 후의 이야기(3) 22.10.11 14 0 13쪽
113 이야기가 끝난 후의 이야기(2) 22.10.10 10 0 12쪽
112 이야기가 끝난 후의 이야기(1) 22.10.07 14 0 14쪽
111 사선의 끝에서(8) 22.10.06 18 0 13쪽
110 사선의 끝에서(7) 22.10.05 13 0 12쪽
109 사선의 끝에서(6) 22.10.04 13 0 12쪽
108 사선의 끝에서(5) 22.10.03 14 0 12쪽
107 사선의 끝에서(4) 22.09.30 14 0 13쪽
106 사선의 끝에서(3) 22.09.29 15 0 12쪽
105 사선의 끝에서(2) 22.09.28 13 0 13쪽
104 사선의 끝에서(1) 22.09.27 14 0 13쪽
103 믿는 것과 믿고 싶은 것(2) 22.09.26 13 0 12쪽
102 믿는 것과 믿고 싶은 것(1) 22.09.23 14 0 12쪽
» 신뢰와 불신 22.09.22 14 0 12쪽
100 사라진 성녀는(6) 22.09.21 14 0 12쪽
99 사라진 성녀는(5) 22.09.20 16 0 12쪽
98 사라진 성녀는(4) 22.09.19 16 0 13쪽
97 사라진 성녀는(3) 22.09.16 17 0 12쪽
96 사라진 성녀는(2) 22.09.15 14 0 12쪽
95 사라진 성녀는(1) 22.09.14 22 0 11쪽
94 확실하게 해두고 싶어서요. 22.09.13 20 0 13쪽
93 보통의 생각이란 건 22.09.12 16 0 12쪽
92 동산 위의 꽃은 지고(8) 22.09.09 17 0 14쪽
91 동산 위의 꽃은 지고(7) 22.09.08 17 0 13쪽
90 동산 위의 꽃은 지고(6) 22.09.07 16 0 13쪽
89 동산 위의 꽃은 지고(5) 22.09.06 1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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