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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님의 서재입니다.

조선 백정 영의정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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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작품등록일 :
2024.05.20 21:29
최근연재일 :
2024.06.26 06:00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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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8,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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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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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화, 1만 냥 벌기(2)

DUMMY

이창배가 한숨을 내쉬며 다른 객주들을 바라봤다.

이창배와 시선이 마주친 객주들이 어림도 없다는 얼굴로 고개를 살짝살짝 흔든다.


“소금 3가마니 사면 한 가마니 덤으로 10근 덤으로 주시나? 손수레를 3개월만 이용해도 15냥은 충분히 빠진다는 걸 알고 있을 텐데?”

“알겠습니다. 저는 3대를 주문하겠습니다.”


이창배는 할 말이 없었다. 책상 앞으로 가는 준호 뒤를 바쁘게 따라가서 주문했다.


“저는 2대를 주문하겠습니다. 요 옆에 있는 군산여각입니다.”


준호가 백지에 신안여각 3대라고 적는 것을 본 군산여각 객주가 손가락 두 개를 펼쳐 보였다.


“저도 3대를 주문합니다.”


군산여각까지 사니까 다른 여각 객주도 손수레를 안 사면 장사가 망할 것 같은 위기의식에 빠졌다.

오늘 기회를 놓치면 손수레를 못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얼른 주문했다.


“오늘 선금 5할씩 내시고 닷새가 되는 날 배달을 하겠네.”


손수레는 순식간에 35대가 팔렸다. 진호가 주문 내역이 적힌 종이의 먹물이 마르기를 기다리며 말했다.


“여기 30냥 있습니다.”


이창배가 망설이지 않고 돈궤짝에서 돈을 꺼내 내밀었다.


“자, 잠깐만 기다리십쇼, 그 큰돈을 갖고 다닐 객주는 여기 없을 겁니다.”

“내가 얼른 가서 계약금 가져오겠습니다.”


다른 객주들이 한시가 급하다는 얼굴로 우르르 뛰어나갔다.


“소금 자루 좀 한 개 주게.”


진호는 이창배가 내미는 소금 자루를 받으면서 계약금으로 받을 돈을 계산해 봤다.


300이다. 계약금만 받아도 원가 175냥을 공제하고 125냥이 남는다.

***

알성시를 보는 날이다.

진호는 새벽같이 일어났다. 우물가로 가서 머리를 감고 수건으로 몸을 깨끗이 닦았다.


“좋은 꿈 꾸었는가?”


방에서는 하응백이 수건을 챙기고 있다. 진호가 웃는 얼굴로 말을 걸었다.

하응백과는 영원히 변치 않는 벗으로 지내자는 약조를 한 사이다.


“꿈에 조부님을 뵈었다네.”

“조부님도 벼슬을 하셨다고 하지 않았나? 오늘 급제하겠군.”


“말만 들어도 고맙네. 오늘 급제를 하게 되면 모두 정 형 덕분이라고 조상 신전에 고하겠네.”

“그게, 어찌 내 덕인가? 하형이 평소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을 알고 계신 조상들이 도와주신 덕분이지.”

“아니네. 정형이 나를 받아 주지 않았다면 나는 한성에 올라와서 책을 보기는커녕,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을 걸 생각하면 끔찍하네.”

“우린 서로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하자고 약속한 친구 사이 아닌가? 그런 말은 하지 않기로 하세.”


진호는 하응백이 부담스러워하지 않도록 일부러 등을 툭툭 두들기며 웃었다.

사람의 미래는 하늘만 알고 있는 것처럼, 진호나 하응백은 미래를 모르고 있었다.

***

차중식은 긴장이 돼서 아침을 먹을 수가 없었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야 시험을 잘 보는 법이네. 배가 고프면 열심히 공부했던 것도 생각이 안 나네.”

“아! 그렇습니까? 그럼 억지로라도 먹겠습니다.”


아침 밥상에는 과거에 찰떡처럼 급제하라고 찰밥이 나왔다.

다른 날과 다르게 특별식으로 조기구이, 오이무침, 쇠고기 버섯볶음 등이 나왔다.

차중석은 대충 맛만 본다는 것이 짭짜름한 쇠고기 버섯볶음이 입에 착착 달라붙었다.


“적당히 드시게. 너무 배가 부르면 졸음이 와서 문제가 안 보이는 법이네.”

“아, 알겠습니다. 적당히 먹겠습니다.”


입맛이라는 것이 쉽게 제어가 되지 않는다.

더구나 자기 구미에 맞는 입맛을 제어한다는 것은 어렵다.

차중식은 진호 말을 한 귀에 흘려보내며 배가 부르도록 먹었다.


시험장소인 경복궁 앞에는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과시에 붙으라고 목판에 엿을 파는 엿장수가 수십 명이다.

찰떡 장사며, 아침부터 찌는 더위에 얼음을 채칼로 갈아서 파는 빙수 장사들도 수십 명이다.

차중식은 짠 쇠고기 버섯볶음에 짠 조기구이를 너무 많이 먹었더니 갈증이 밀려왔다.


“저, 차가운 빙수 한 그릇 드시겠습니까?”


차중식은 차가운 빙수 한 그릇을 먹으면 갈증이 싹 가셔 버릴 것 같았다.

속이 더부룩한데 찬 얼음이 들어가면 위에 있는 소화되지 않는 음식이 굳어 버릴 수도 있다.

그런 점은 생각조차 안 하고, 갈증을 견딜 수 없어서 빙수 장사를 바라봤다.


“목이 마른 모양이군. 내가 사지. 하 형도 빙수 한 그릇 하지.”

“좋습니다.”


세 명은 좌판 앞에서 나란히 빙수 한 그릇을 눈 깜짝할 사이에 비우고 접수처로 갔다.


과시생이 3만 명 가까이 되니까 접수처가 제 1소부터 10 소(所)까지 설치됐다.

시험장에는 종이, 붓, 먹물 이외는 어떤 것도 갖고 들어가지 못했다.

만일 책이나 커닝 용지를 들고 들어가다 걸리면 무조건 응시자격 박탈이다.

사대부 집안 자제가 나들이할 때 데리고 다니는 수종(随従)도 출입을 금지시켰다.

수종뿐만 아니라 일반인이 걸리면 누구든 즉시 체포를 해서 병조나 형조, 의금부로 보냈다.


“배가 살살 아픕니다.”


차중식이 금방 설사가 나올 것 같아 얼굴을 찡그리며 진호를 바라봤다.


“그러게, 아침을 너무 많이 먹지 말라고 하지 않았는가?”


진호가 딱하다는 얼굴로 차중식 배를 슬슬 문질러 줬다.


“아까, 빙수를 먹은 것이 잘못된 것 같습니다.”

“참을만 하십니까?”


하응백도 걱정이 된다는 얼굴로 물었다.


“차, 참을만 합니다.”


차중식은 뒤틀리는 배를 움켜쥐고 고통스러워 하는 사이에 진호는 접수대 앞으로 갔다.


“자네는 257번이네. 답안지에는 절대로 이름을 써서는 안 되네. 만약 이름을 쓰거나, 수상한 표식을 해 놓으면 무조건 탈락이네.”


진호는 수권관의 말을 귀담아들으며 답안지에 쓴 이름이 보이지 않게 종이로 가리고 붙였다.

수권관이 답안지를 받아 이름과 출신과 자격을 점검하고 등록관에게 넘겼다.

등록관은 답안지 끝에 수험번호를 적었다.

확인 도장을 찍고 이름 부분이 잘려나간 답안지를 등록관이 명부에 기록했다.

나중에 시관이 채점을 할 때 누구의 시험지인지 모르게 하는 제도다.


“차 형은 어디 갔지?”


답안지를 받아 쥔 진호가 뒤를 돌아다 보며 하응백에게 물었다.


“측간에 간다고 가셨는데?”

“아니, 지금 측간에 가면 어찌하겠다는 건가?”

“얼굴을 보니까 참았다가는 똥을 쌀 것 같더만.”

“아침을 너무 많이 먹더니 탈이 났군.”

“운이 지독하게 없는 분이군. 하필이면 오늘 같은 날···”

“글쎄 말일세. 이번에는 꼭 급제를 해야 한다며 애를 태웠는데···도로아미타불이 됐군.”


진호가 차중식을 기다리는 사이에 수험생들이 계속 밀려 들어왔다.

차중식하고 앞뒤 자리에 앉기는 글렀다고 생각하며 시험 볼 자리로 갔다.


시험이 시작 한식경 전에 시험장 문이 봉쇄됐다.

궁궐을 지키는 금군들이 엄한 얼굴로 출입문을 지켰다.

이윽고, 접수를 받는 승록관이 답안지를 들고 책상 앞에 나타났다.

종3품의 승록관은 승문원에서 문서출납과 왕명을 출납하는 일을 한다.

금군들이 과시생들을 일렬로 줄을 세우기 시작했다.


사정전 앞에서는 왕 정조가 직접 시재를 발표한다.

경희루 앞에서는 이조판서 이진생이 발표를 했다.


-목민관의 바람직한 역할에 대해서 논하라.

-‘팽(闏)’자를 운으로 시(詩를) 써라.


시제가 발표되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목민관의 역할은 그럭저럭 쓰겠는데, 함정은 ‘팽’자를 운으로 시를 써야 하는 점이다.


진호는 긴장이 됐다.

마른 침을 삼키며 붓을 들고 이진생을 바라봤다.

시재를 적은 종이를 둘둘 말고 있는 이조판서는 육조의 선임판서로 인사권을 쥐고 있다.

이진생도 과시에 급제를 하고 벼슬에 올라 이조판서가 됐을 것이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지금 집중해서 과거에 급제해야 한다.

벼슬을 하게 되면 전생에서 이루지 못한 장관급인 판서가 될 것이다.

보은현의 이방 놈이며, 현감에게 마땅한 형벌을 내릴 힘이 생긴다.

휴대용 붓통에는 먹물이 들어 있어서, 펜처럼 먹물을 찍어 글을 쓸 수 있다.


알성시는 왕이 직접 참관을 할 정도로 중요한 시험이다.

다른 과거와 다르게 특전이 있다.

급제하면 나라에서 중요한 인재로 등용이 되는 중요한 시험이다.

급제율도 응시인원의 1% 정도밖에 안 된다.


3만여 명 중에 10명의 급제자를 낸다.

그중 5명은 한성부 사람이고, 지방 출신이 5명이다.

지방 출신들에게는 3만여 명 중에 5명을 뽑는다는 말과 같다.


시험이 끝났다.

경희루 앞에서는 2천여 명이 시험을 봤다.

시험이 끝나고 좌우를 둘러 보니 몇백 명만 남았다.

나머지 1천3백여 명은 분명히 낙방했을 것이라며 경복궁 근처의 술집에서 낙방술을 마시고 있다.


채점관들의 직급은 종6품 승록관이 1차 채점을 한다.

2차로 종 4품의 독권관이 장원감을 예심하여, 정승이나 판서급인 종2품이 최종적으로 장원을 뽑는다.

아무리 문장이 좋아도 답안지에 이름이 쓰여 있거나, 수상한 표식이 있으면 가차 없이 탈락이다.


최종발표 장소는 사정전 앞이다.

사정전 앞에는 옥좌가 나와 있고, 정조가 턱 버티고 앉아서 시험발표가 나오길 기다렸다.


“지금부터 금일 거행이 된 과거시험 결과를 발표하겠다.”


정1품 영의정 고양수가 합격자 명단을 들고 과시생들을 향해 섰다.

영의정 양쪽으로는 좌우의정을 비롯해서 좌찬성, 우찬성 육조판서들, 홍문관 대제학, 예문관 대제학등 기라성같은 대감들이 도열했다.


“먼저, 이번 과시에 급제한 급제자 10명을 발표하겠습니다.”


오늘 과시 진행 사회를 보는 이조 좌랑 김윤식이 큰소리로 외쳤다.

김윤식 말에 웅성웅성하던 과시생들에게 찬물을 끼얹은 것 같은 침묵이 내려앉았다.


김윤식이 10명의 급제자 중 8명을 발표했다.

한 명, 한 명 수험번호와 이름을 발표할 때마다 한숨과 환호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진호는 나름 시험을 잘 봤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목민관의 역할도.


―군자는 백성을 위한다. (君子以民為天)

―백성을 섬기는 자는 백성을 위한다." (為政者以民為天) 라는 부분을 요약해서 잘 썼다.


팽자를 운으로 쓴 시도 나름 특별하게 썼다.


―인지팽(地闏) 하면 자연과 사람이 하나가 될 수 있어.

―心고팽(膏闏)마음에 이루어지니

―평팽(平闏)문밖이 평화로워진다.


자연과 사람이 하나가 되면, 문밖에 “”바람이 불지 않아 편안한 세상이 된다는 뜻이다.


8명의 급제자들이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억지로 참는 얼굴로 일어나서 한 줄로 늘어섰다.


“다음으로는 2위에 속하는 방안급제자를 발표하겠습니다.”


김윤식이 영의정 홍정국 옆에서 목청껏 외치고 나서 발표지를 내밀었다.


“수험번호 258번 하응백! 방안급제”


영의정 홍정국의 목소리가 가라앉기 전이다.

땡볕에 앉아 있던 하응백이 벌떡 일어났다.


“저, 정말 축하하네.”


하응백 옆에 앉아 있던 진호가 벌떡 일어나 껴안으며 진심으로 축하했다.


“고맙네, 이 모든 것이 조상님이 보살핀 탓일세.”


아침까지만 해도 급제를 하면 진호 덕분이라고 조상 신전에 인사를 드리겠다는 하응백이다.

단순한 급제가 아니고 당당하게 2등 방안으로 급제를 하니까 사정이 달라졌다.

낙방을 한 진호가 도와줬을 리는 없다.

조상님이 도와서 2등 방안에 급제하게 된 것이라 믿었다.

진호와는 더 인연을 이어갈 이유가 없지만, 며칠 동안 신세를 졌다.

야박하게 모르는 척할 수가 없어서 진호 어깨를 툭툭 두들겨 주며 건성으로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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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4화.탄핵 사유서(3) 24.06.07 344 13 12쪽
17 4화.탄핵 사유서(2) 24.06.06 360 13 12쪽
16 4화.탄핵 사유서(1) +2 24.06.05 365 13 11쪽
15 3화 홍문관 교리(5) +2 24.06.04 346 13 11쪽
14 3화 홍문관 교리(4) 24.06.03 361 12 12쪽
13 3화 홍문관 교리(3) +4 24.06.02 378 14 12쪽
12 3화 홍문관 교리(2) 24.06.01 394 15 11쪽
11 3화 홍문관 교리(1) 24.05.31 428 19 11쪽
10 2화, 1만 냥 벌기(5) 24.05.30 440 1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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