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한만수™ 님의 서재입니다.

조선 백정 영의정 되기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한만수™
작품등록일 :
2024.05.20 21:29
최근연재일 :
2024.06.26 06:0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13,045
추천수 :
498
글자수 :
198,050

작성
24.05.26 06:00
조회
508
추천
19
글자
11쪽

2화, 1만 냥 벌기(1)

DUMMY

차중식은 그렇지 않아도 요즘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중이다.

책이 눈에 안 들어 올수록 준호 얼굴이 떠올랐다. 과시장에서 준호 옆이나 앞뒤에 앉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준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시간을 더 같이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며 술잔을 들었다.


“너무 과음하시면 알성시를 보는 데 지장이 있습니다.”

“설천에는 경주 설씨와 여주 여씨가 많이 살지 않습니까?”

“예, 설천이라는 이름이 생긴 것도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공직사회는 철저하게 상명하달식이다.

상사가 지시하는 내용을 잘 모를 때는 아는 내용만 슬쩍 흘려주면 된다. 그럼 상사가 지시한 내용의 핵심을 말해준다.


“신라 시대 때는 백련사에 중들이 9천 명이나 있었답니다. 9천 명들이 밥을 해 먹기 위해 쌀을 씻는 물이 천에 하얗게 내려와서···”


차중식이 내가 그건 잘 알고 있다는 얼굴로 얼른 진호가 원하는 대답을 해 줬다.


“예, 눈설자를 써서 설천이라고 지었다는 말이 전해 내려옵니다.”


진호는 설천의 유래는 모르지만, 머리는 좋다. 쌀뜨물이 하얗게 하는 말에서 눈 ‘설’자는 것을 찍었다.


“예, 저하고 내자가 묵은 집이 설천에서 부자라고 소문난 설중락이라는 분이셨는데, 그분한테 저도 들었습니다···”

“설중락씨를 잘 아십니까?”


차중식 말에 준호의 눈이 반짝거렸다.

설천에 대한 정보가 너무 무지하다.

나중을 위해 설천의 유지를 알아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설중락에 대해 알아볼 생각으로 슬쩍 미끼를 던졌다.


“잘 아는 정도는 아닙니다. 하룻밤 유했을 뿐입니다.”

“원래, 설중락씨가 외부 손님을 잘 안 들이는 분이신데···”


동네 유지라고 해서 아무나 사랑방에 들이지 않을 것이다.

준호가 술을 권하면서 미끼를 던지고 차중락의 표정을 살폈다.


“그런 거 같습니다. 하지만 동네 사람한테 무풍 현감을 찾아가는 길이라고 했더니, 설중락씨 집으로 안내를 해 주더군요.”

“그렇군요. 현감 나리하고는 친하게 지내시는 분이십니다.”

“예, 처 한 달에 한 번씩 무풍현을 찾아가서 처외삼촌을 만나신다고 하시더군요.”

“그분이 자기 자랑을 많이 하시는 분이신데···”

“예, 늦게까지 술을 같이 마셨습니다. 원래 경주가 본인데, 증조부 때 설천으로 오셨다고 하시더군요.”

“증조부가 피난을 오셨다는 말씀은 안 하시던가요?”


경상도 경주에서 전라도 무주도 아니고, 깊은산골에 있는 설천으로 터전을 옮겼을 때는 필시 사정이 있을 것이다.

귀양을 와서 뿌리를 내린 것이 아니면, 피난을 왔을 것이다.


“맞습니다. 피난을 오셨다고 하더군요.”


진호가 살살 부채질을 해 주는 말에 차중식은 신이 났다.

설중락에게 들은 설천에 대한 정보를 자기 일처럼 늘어놓기 시작했다.

***

손수레가 필요한 구매처부터 확보해야 한다.

구매처는 손수레를 꼭 필요로 하는 업종이다.

시전에서 파는 물품 중에 가장 무거운 것은 쇠로 만든 용품이다.

철상전에서 파는 용품들은 농기구를 비롯해서, 각종 도구라고 손수레가 필요하지 않았다.


준호는 뒤늦게 무거운 것은 쇠밖에 없다는 생각은 고정관념에 젖어 있었다는 걸 느꼈다.


쌀부터 시작해서, 팥이며, 콩, 조 같은 잡곡전으로 갔다.

잡곡전은 다른 시전과 다르게 우마차가 상시 대기 중이다.

손수레가 별로 필요치 않다는 증거다.


잡곡보다 무거운 것은 염해 여각에서 파는 소금이다.


시전에서 마포나루 쪽으로 가기 전에 염창동이 나온다.

염창동은 소금창고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서해에서 생산이 된 소금배는 강화도를 지나 경강줄기를 타고 올라와 마포나루나 양화나루에 도착한다.

나루에 배가 도착하면 짐꾼들이 지게로 소금을 창고까지 옮겨야 한다.

손수레가 있다면 한꺼번에 두 가마니씩도 간단하게 옮길 수가 있다.


“객주 좀 보고 싶네.”


진호는 염창동에 널려 있는 염해여각 중에 비교적 규모가 큰 신안여각으로 들어갔다.


“제가 객주입니다만···”


사무 거간 옆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이창배가 게으른 목소리로 대답했다.


“뭣 좀 물어보겠네. 소금 한 가마니 무게가 얼마나 되는가?”


준호에게서 백정의 티를 찾아볼 수가 없다.

갓을 쓰고 도포를 입은 차림은 누가보다라도 선비나 사대부 자손이다.

뒷짐을 지고 아랫사람에게 물어보는 말투로 물었다.


“100근입니다만···”


이창배는 상인이지만 돈이 많다.

창고 안에 가득 쌓여 있는 소금가마니를 턱으로 가리키며 대답했다.

창고 안에는 직원들이 한가마니에 100근 60kg이나 되는 소금가마니를 등짐으로 져서 밖에 까지 나가 마차에 실고 있다.


“내가 소금가마니를 쉽게 옮길 수 있는 수레를 만들었는데 사용해 볼 의향이 있는가?”

“소금가마니를 등짐 져서 양화나루까지 가는 것도 아니고, 겨우 창고 앞에 있는 우마차까지 옮기는데 무슨 수레가 필요하겠습니까?”

“일 다경에 몇 가마니나 옮길 수 있나?”


일 다경은 15분 정도이다. 준호가 소금가마니를 등에 져서 밖으로 나가는 일꾼을 바라보며 물었다.


“글쎄요? 3가마니?”

“손수레를 이용하면 노인네들이 옮겨도 일다경에 10가마니를 옮길 수 있습니다.”

“에이! 노인네들은 한 가마니도 못 옮깁니다. 저, 소금가마니가 쌀보다 훨씬 무겁습니다.”


이창배는 양반 앞이라서 차마, 어떻게 생겨 처 먹은 손수레기에 헛소리를 하느냐는 말은 못 했다.


“만약, 그런 손수레가 있으면 살 생각은 있느냐?”

“아! 노인네면 장정보다 노임을 절반만 줘도 됩니다. 그런 데다 장정 몇 배의 소금을 옮길 수 있다면 당장 사죠.”

“얼마면 사겠느냐?”

“그, 그런 것이 진짜 있다는 말씀이시네.”

“내가 처음 보는 객주하고 농담 따먹기나 할 사람처럼 보이는가?”

“얼마를 드리면 되겠습니까?”


준호가 정색하는 것을 본 이창배가 진지하게 물었다.


“손수레를 직접 보고 가격을 말해주겠네.”

“저도 궁금해 미칠 지경입니다. 어서 보여주십시오.”


진호는 일부러 가격을 말하지 않았다.

실물을 봤을 때와 실물을 보지 않았을 때의 가격 결정은 차이가 크게 난다.

가격은 한번 정해지만 낮추는 것은 쉬어도 올려 받는 것은 어렵다.

실물을 보면 구입하고 싶은 충동에 높은 가격도 감당이 된다.

실물을 보지 않았을 때는 단순히 상식선에서 가격을 결정하려 할 것이다.

***

진호는 앞장을 서고, 뒤에서 전병기가 손수레를 밀면서 따라나섰다.


곧장 신안여각으로 가지 않았다.

염해여각이 늘어선 거리를 천천히 걸었다.

창고나, 여각 안에 있던 사람들이 요상한 수레를 끌고 가는 걸 보고 밖으로 나왔다.


“이게 뭐 하는 겁니까?”

“소금가마니를 옮기는 수레네.”


진호의 말에 객주들이며 거간들이 수레가 있으면 참 편리하겠다고 생각하며 뒤를 따랐다.


신안여각 앞에 도착한 진호는 전병기가 불편했다.

5냥짜리 손수레를 20냥 받으려면 아무래도 전병기가 없는 쪽이 낫다.

어서 가서 20대를 더 만들라고 지시하고 돌려보냈다.


“진짜 20대를 더 만들란 말입죠?”

“20대에서 30대로 더 늘어나지 않는 이상 주문 대수가 줄어들지는 않을 걸세.”


전병기는 나무와 철을 돈을 주고 구입한다. 대장간 풀무를 돌리는 노동의 대가로 5냥을 받는다.

진호는 가만히 앉아서 소개만 하고 그 4배를 받게 된다.

진호는 가만히 앉아서 소개만 해 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전병기는 죽었다 깨어나도 손수레를 설계하지 못할 것이고, 진호는 설계를 했다.

진호는 머리고, 전병기는 팔과 다리니까 당연히 머리 몫이 클 수밖에 없다는 철학이다.


“히히!”


앉아서 돈을 버는 진호보다 전병기가 더 신이 났다.

진호에게 굽실 인사를 하자마자 덩실덩실 춤을 추는 몸짓으로 돌아섰다.


“이게 나리가 말씀하신 손수레입니까?”


신안여각 이창배도 신기하다는 얼굴로 손수레를 살폈다.


“직원에게 소금가마니를 옮겨 보라고 해 보게.”


진호의 말에 이창배가 창고 안에 있는 직원을 불렀다.


진호가 시키는 데로 손수레를 밀어서 소금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직원이 소금가마니를 불끈 들어서 손수레에 실었다.

손수레를 소금가마니에 맞춘 것처럼 크기가 딱 들어맞는다.


“햐! 누워서 식은 죽 먹깁니다.”


직원이 소금가마니를 실은 손수레를 밀고 창고 밖으로 나왔다.


“어디, 나도 좀 한번 해 보세.”


손수레를 따라 왔던 다른 여각 객주가 나섰다. 손수레를 밀어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바퀴가 돌돌돌 굴러가는 소리만 나고, 힘이 들지 않는다.


“허! 이거 한 대만 있으면 장정 대여섯 명 몫은 하겠는 걸.”

“마포나루나 양화나루까지라도 소금가마니를 옮길 수 있겠는걸.”


객주며, 거간들이 앞을 다투어 손수레를 밀거나 끌어 보고 이구동성으로 감탄을 터트렸다.


손수레를 밀어 보기도 하고, 번쩍 들어서 바퀴를 손으로 돌려 보기도 했다.


“이걸 어디서 살 수 있습니까?”

“나한테 주문하면 살 수 있다네.”


쥐꼬리 같은 턱수염이 난 객주가 진호에게 물었다. 진호는 빙긋이 웃으며 신안여각 안으로 들어갔다.


“손수레 한 대에 얼마씩입니까?”

“소금 창고에서 일하는 직원들 노임을 한 달에 얼마씩 주는가?”

“워낙 힘든 일이라 두 냥씩 주고 있습니다만···”

“손수레 한 대면 힘 좋은 일꾼 다섯 명 몫은 일하네.”

“그럼, 한 대에 열 냥?”


이창배가 손수레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손수레가 시간이 지나면 썩는가? 사람처럼 게으름을 피우는가? 최소한 5년은 사용할 수 있네.”

“5년?”


이창배는 진호 말을 인정했다. 10냥을 준다 해도 두 달이면 본전을 뽑는다. 5년을 사용할 수 있다면 몇백 냥을 아낄 수 있다.


“한 대당 20냥이네.”


진호가 긴말할 필요가 없다는 얼굴로 단정을 지으며 돌아섰다.


언제 왔는지 다른 여각 객주 몇 명이 등 뒤에 서 있다.


대학 다닐 때도 소소한 발명을 해서 특허를 몇 개 가지고 있다.

발명품의 구조나 재질이 단순하면 상업적 가치가 떨어진다.

아무리 기능이 훌륭해도 금방 모방품이 출시된다.

손수레는 공익적인 측면이 많다.

미래의 벼슬아치가 돈을 위해서 공익을 외면한다면 양의 탈을 쓴 늑대와 같다.

그렇다고 마냥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손수레가 보편화 되기 전 초기에 개발비를 초기에 회수하면 된다.

하긴, 개발비라고 해 봤자 머리를 쓴 것도 아니다.

그냥 전통시장의 장사꾼들이 물건을 나르거나, 공사장의 인부들이 시멘트를 실어 나르는 손수레를 생각해 낸 것뿐이다.

그래도 목마른 사람이 샘을 하게 되어 있는 법이다.

20냥은 손수레 가격으로 적당하다.

왜?

충분히 20냥 이상 몫을 해낼 수 있는 도구니까.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원가 5냥짜리 20냥은 비싼 가격이 아니다.


객주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손수레가 탐이 나기는 하지만 15냥은 적은 돈이 아니다.

탐색전은 길지 않았다.


“3대를 살 테니 5냥 깎아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이창배가 묻는 말에 다른 객주들도 일제히 진호를 바라봤다.

준호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피식 웃으며 밖을 향해 돌아선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조선 백정 영의정 되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매일 아침 6시에 만나기를 기대 합니다. +1 24.05.21 373 0 -
37 8화 벼락승진(2) NEW 13시간 전 89 6 11쪽
36 8화 벼락승진(1) 24.06.25 142 9 11쪽
35 7화 용쟁호투(5) 24.06.24 187 8 11쪽
34 7화 용쟁호투(4) 24.06.23 182 11 12쪽
33 7화 용쟁호투(3) 24.06.22 205 10 12쪽
32 7화 용쟁호투(2) 24.06.21 220 8 12쪽
31 7화 용쟁호투(1) 24.06.20 233 7 12쪽
30 6화 폭풍전야(5) 24.06.19 207 7 12쪽
29 6화 폭풍전야(4) 24.06.18 212 9 12쪽
28 6화 폭풍전야(3) 24.06.17 259 10 12쪽
27 6화 폭풍전야(2) 24.06.16 259 9 11쪽
26 6화 폭풍전야(1) +1 24.06.15 265 8 11쪽
25 5화 한성 양반들(5) 24.06.14 283 9 12쪽
24 5화 한성 양반들(4) 24.06.13 274 9 11쪽
23 5화 한성 양반들(3) 24.06.12 268 11 11쪽
22 5화 한성 양반들(2) 24.06.11 301 13 11쪽
21 5화 한성 양반들(1) 24.06.10 322 10 12쪽
20 4화.탄핵 사유서(5) 24.06.09 346 11 11쪽
19 4화.탄핵 사유서(4) 24.06.08 330 14 12쪽
18 4화.탄핵 사유서(3) 24.06.07 343 13 12쪽
17 4화.탄핵 사유서(2) 24.06.06 360 13 12쪽
16 4화.탄핵 사유서(1) +2 24.06.05 365 13 11쪽
15 3화 홍문관 교리(5) +2 24.06.04 346 13 11쪽
14 3화 홍문관 교리(4) 24.06.03 360 12 12쪽
13 3화 홍문관 교리(3) +4 24.06.02 377 14 12쪽
12 3화 홍문관 교리(2) 24.06.01 394 15 11쪽
11 3화 홍문관 교리(1) 24.05.31 428 19 11쪽
10 2화, 1만 냥 벌기(5) 24.05.30 440 19 10쪽
9 2화, 1만 냥 벌기(4) +4 24.05.29 458 24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