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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님의 서재입니다.

조선 백정 영의정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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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작품등록일 :
2024.05.20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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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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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한성에서 살아남기(4)

DUMMY

차중식은 진호를 상전 대하는 자세로 앉아서 사노비를 바라봤다.


“얼마냐?”

“예, 한 냥 이전입니다.”


소주 한 병에 생선구이가 한 양 이전이면 완전 바가지다.

차중식은 이제 을의 신세가 됐다.

당연히 계산도 차중식이 할 것이다. 차중식이 가격을 묻는 말을 못 들은 척하는 얼굴로 딴전을 피웠다.


“여기 있다.”


차중식이 당연한 얼굴로 계산을 하고 자세를 바로잡았다.

진호가 입을 열기를 기다리며 침을 삼켰다.


“시험 운이 있는 사람은 공부를 별로 하지 않았는데도 공부한 부분만 시험에 나오죠. 시험 운이 없는 사람은 밤을 새워 공부해도, 공부 안 한 부분이 시험에 나오게 되어있습니다.”


진호의 말을 얼핏 맞는 말로 들리지만 틀린 말이다.

머리가 좋은 사람은 어떤 부분이 시험에 나올 것으로 예측을 한다.

그 부분만 집중적으로 공부하니까 점수도 잘 나온다.


“정말 그렇습니다. 저는 오직 과거에 급제한 것을 인생의 목적으로 삼고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매번 제가 공부한 부분은 시험에 나오지 않습니다.”

“운이 안 따라주었군요, 지난번에도 알성시를 봤겠죠?”

“어, 어찌 아셨습니까?”


진호 말은 당연한 말이었지만, 차중식은 신기하게만 들렸다.


“제가 볼 때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난 알성시 때 시제는 뭐가 나왔습니까?”

“현명한 목민관의 역할이라는 시제가 나왔습니다.”

“시제가 쉽게 나왔군요.”

“저도 쉽게 생각했습니다. 논어에 나오는 인(仁), 예(礼), 덕치(徳治), 정명(定名)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쉬운 문제를 왜 냈을까요?”

“그, 글쎄요. 그 점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공자는 목민관은 덕치주의를 행하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백성들은 원래 법보다 도덕과 덕을 중요시합니다. 이미 잘 지켜지는 덕치주의를 목민관이 우선 과제로 삼으면 안 된다는 겁니다.”

“그럼 뭐가 우선입니까?”

“백성들은 배를 굶지 않고 잘 살게 하는 것이 목민관의 역할이자, 제왕의 임무이기도 합니다.”


시험을 침전하는 정조는 실학사상을 바탕으로 정치 개혁을 한 왕이다.

실학사상은 덕을 중요시하지 않는다.

경험과 실증으로 현실사회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당연히 정조가 원하는 답은 백성들의 경제 일 것이다.


“맞습니다. 장원으로 뽑힌 분도 정 형하고 같은 주장을 펼쳤습니다.”


사노비가 소주와 생선구이를 가져왔다.

차중식이 스승에게 술을 따르듯 두 손으로 술병을 잡아 술을 따르며 말했다.


“수만 명이 응시하는데, 누구나 알 수 있을 것 같은 문제를 내겠습니까.”

“그, 그러니까 그, 그건 함정이라는···”

“그렇습니다. 모범답안이 아닌 것만 찾으면 채점을 하기도 쉽거든요.”

“과거를 몇 번이나 보셨습니까?”


차중식이 진호 빈 잔에 다시 술을 채우며 공손하게 물었다.


“저는 지난해 가을 초시에 합격해서 올봄에 복시를 보려 했는데 공부가 부족한 것 같아서 내년으로 미뤘습니다. 마침 알성시가 있다고 해서, 알성시는 응시 제한이 없으니까 올라온 것입니다.”

“저, 어려운 부탁 좀 드려도 되겠습니까?”

“말씀하시죠?”

“과시장에서 저한테 좀···해해!”

“알겠습니다. 차 형이 제 옆이나 뒤에 앉으시면 제가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진호는 차중식이 비굴하게 보일 만큼 간절하게 하는 말에 싱긋이 웃었다.

시험 문제가 사지선다형 문제로 나오는 것도 아니다.

응시생들 간격이 가까운 것도 아니다.

앞사람과 뒷사람의 간격이 1m가 넘는 여섯 자나 된다.

좌우로도 여섯 자 간격이 있어서 눈이 좋아야 답안지를 읽을 수가 있다.

그래도 차중식은 심리적으로 안심이 될 것이다.

책을 한 장이라도 더 봐야 할 상황에 자신만 믿고 룰루랄라 놀다가 또 낙방할 것이다.


“사례는 충분히 하겠습니다. 그러니 꼭 좀 부탁드립니다.”

“설마, 차술이나 대술을 해 달라는 말은 아니겠죠.”


진호가 술잔을 훌쩍 비우고 생선을 뜯어 먹으며 차중식을 바라봤다.

알성시는 수많은 유생이 응시를 하는 만큼 기상천외한 커닝방법들이 많다.

차술은 시험장에 대여섯 명을 데리고 들어가서 그중 가장 잘 쓴 답안지를 제출하는 방법이다.

대술은 요즘도 사용하는 방법으로 대리 시험이다.

***

진호는 과거 시험장 현장 답사에 나섰다.


경복궁 안에는 이미 지방에서 올라온 응시생들이 과거를 보게 될 장소를 사전 답사하느라 붐볐다.


과거 시험을 보게 될 장소는 왕이 직무를 보는 사정전이나, 연못이 있는 경희루가 아니면 향원정이나 승문원에서 보게 될 것이다.


경복궁 동쪽에 있는 정자 향원정은 응시자들이 모이는 곳이다.

과시생들은 향원정 앞에서 대기를 하고 있다 시험 장소로 이동을 한다.


승문원 앞에서 과거 급제자를 발표한다.

장원급제를 한 응시생은 참관한 왕의 뒤를 따라서 사정전에 들어가게 된다.

사정전에 들어가기 전에 장원급제의 상징인 어사모를 쓰게 된다.

사정전은 왕이 정무를 보고, 신하들과 만나고, 궁중 행사를 여는 곳이다.

행정고시 수석으로 합격을 해도 대통령이 청와대로 부르지 않는다.

과거에서 장원을 하면 왕의 집무실로 초대를 하게 되는 것이다.


진호는 승문원 앞에서 멈췄다.

왕의 칙령을 발표하고, 청나라나 왜나라로 가는 문서를 작성하고 벼슬길에 오르는 인재들을 교육하는 곳이다.


승문원에서 육조거리로 갈 수 있는 광화문쪽으로 향했다.

광화문을 나서면 예조부터 호조까지 육조 관청이 있는 육조거리가 나온다.

육조거리를 중심으로 각 예하기관 100여 개가 몰려 있다.

육조거리를 지나면 운종가 시전이 나온다.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든다고 해서 운종가라라 불려지는 거리에는 시전 1천5백 여개가 있다.

지방 사람들이 한성에 올라오면 반드시 들려야 하는 필수 관광코스이다.


비단, 명주, 면포, 모시, 종이 어물 등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여섯가지 물품을 파는 육의전을 지났다.

옷, 도자기. 농산물이나, 가구, 놀이개 등을 파는 시전으로 들어섰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면 돈이 모인다는 말과 같은 말이다.

과거에 급제를 하게 되면 한성에서 살아야 한다.

과거에 급제할 자신은 있다.

장원은 못 하더라도 최소한 10명 중 한 명의 급제자가 될 자신이 있으니까 앞으로 살아갈 길이 걱정이다.


한성에서 벼슬아치로 살아가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벼슬의 꽃인 영의정도 돈이 없으면 역사에 기록되는 청백리들처럼 살아가던지, 시전 갑부 앞에 비굴하게 굴어야 하는 것이 조선 시대다.

정1품 당상관(오늘날의 국무총리급)의 월급이 쌀 38두, 콩 20두다.

국무총리가 쌀 38말과 콩 20말을 월급으로 받았다는 소리다.

하위직, 그러니까 가장 말단이라 할 수 있는 정9품의 경우는 쌀 10두, 콩 5두를 받았다.

그마저 정상적으로 녹봉이 나오지 않았다.

벼슬아치들은 1년 중 월급을 제대로 받는 달보다 제대로 받지 못하는 달이 더 많았다.

즉, 원래 받아야 할 녹봉은 어디까지나 ‘서류상의 연봉’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안 그래도 생활하기에 부족한 녹봉인데, 그나마도 세금이 안 걷히면 감록이 된다.

그통에 조정 관료들은 월급을 주 수입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관료들의 수입원이 있었으니, 바로 수증(受贈)이었다.

수증은 말 그대로 선물을 뜻한다.

말이 좋아서 수증이지, 사실은 떡값이다.

관료로서 중앙관직에 있으면 지방관들에게 선물을 받고, 반대로 지방직에 있을 때에는 동네 유지나 지배층으로부터 선물을 받는다.


당장 급한 것은 하늘 가리고 누워서 잘 수 있는 집칸이 있어야 한다.

벼슬아치로 살아가려면 안방에서 손님을 맞이할 수는 없다.

사랑방이 있어야 하고, 안방이며 건넛방은 있어야 한다.


벼슬아치 체면에 정짓간 아궁이 앞에 쪼그려 앉아 밥을 지을 수는 없으니까 노비도 있어야 한다.

명색이 나라의 녹을 먹고 사는 벼슬아치가 직접 손님을 맞고, 잡상인들을 막아 내고, 새벽 일찍 일어나 마당을 쓸 수는 없다.

청지기도 있어야 하고, 노비도 있어야 한다.


정짓간 찬모가 기거를 할 방도 있어야 하고, 청지기며 노비가 있어야 할 행랑채도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10칸짜리 집은 있어야 한다.


차중식은 말 그대로 아이쇼핑만 하고 있었지만, 진호는 돈이 될만한 아이템을 찾아 두리번 거리며 시전을 걸었다.

수중에 있는 60냥과 진주여각 객주에게 받아 낼 50냥을 합치면 110냥이다.


벼슬아치가 체면상 성문밖에 살 수는 없다.

궁궐 근처의 북촌은 집 가격이 비싸다. 낙동이나 부르는 충무로쪽이나, 난동이라 부르는 회현동 쪽에 집을 사려면 500냥 정도는 있어야 한다.

110냥은 있으니까 390냥을 벌어야 한성에서 내집 구하기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500냥, 쌀 100석을 살 수 있는 돈이다.


그래, 바로 저것이다.


마침내 진호의 느낌이 오는 아이템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시전은 시골 장터처럼 지붕만 있는 전방에 칸막이를 해 놓은 구조다.

시전에서 파는 물품을 실은 우마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통로가 넓지 않다.

쌀가마니며, 장롱, 소금가마니, 비단이나 면포를 실은 우마차가 나타나면 일제히 전방 앞으로 붙어서 길을 비켜 줘야 한다.

우마차에 물품을 실어 나를 정도의 전방이면 규모가 크다.

규모가 적은 전방 주인이나 점원은 지게나 등짐으로 물품을 운반하고 있었다.

무거운 등짐을 진 시전 상인들의 이마며 얼굴에는 구슬땀이 흐르고 있다.


좁은 통로를 자유스럽게 오갈 수 있고, 등짐이나 지게보다 힘들지 않게 짐을 옮길 수 있는 운반수단이 있으면 떼돈을 벌 것이다.

곧장 철물을 취급하는 철상전으로 갔다.

철상전 전방에서 물어보면 대장간을 소개받을 수 있을 것이다.

대장간에 가서 바퀴가 달린 손수레를 만들 생각이다. 바퀴를 나무로 만들 수는 없다.

바퀴살은 나무로 만들고 테두리는 쇠로 만들어야 무거운 짐의 중량을 견뎌 낼 수 있다.

***

아침을 먹은 진호는 대장간에 가 볼 생각으로 방을 나섰다.


“모레가 과거를 보는 날입니다. 딴 데 가 봐야 방이 없을 거요.”


여각 안에 웬 선비가 거간이 하는 말에 곤혹스러운 얼굴로 서 있다.


“그럼 성밖으로 나가 봐야 한다는 말인가?”

“성밖도 성밖 나름이죠. 경복궁하고 가까운 숙정문이나 돈의문 밖에 있는 여관도 3냥은 줘야 할 겁니다.”

“아니, 성밖에 여관비가 3냥씩이나?”

“어허! 과거가 이틀! 딱 이틀 남았습니다.”


준호는 걸음을 멈추고 선비를 바라봤다.

멀리 해남이나, 김해쯤에서 왔는지 옷차림에 피곤이 덕지덕지 묻어 있다.

도포를 입고 도포끈까지 맸다.

등에 책이 들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 개피까지 멨다.

도포끈에 패옥까지 달려있는 것을 보니, 행색은 초라하지만 세도가 선비다.


문득 수중에 2냥 갖고 문경새재 주막 앞에 서 있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왜 그러시는가?”

“아! 글쎄 이 분이 돈이 없다 하시면서 숙박비를 2냥으로 깎아 달라고 하시지 뭡니까?”


거간이 답답하다는 얼굴로 준호에게 선비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2냥만 받고, 내 방으로 안내를 해 주게. 방은 나하고 같이 쓰면 2냥만 받아도 되지 않겠는가?”

“나리 아시는 분이십니까?”


거간이 눈을 휘둥그레 뜨며 놀란 얼굴로 하응백을 바라봤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준호에게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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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5화 한성 양반들(2) 24.06.11 302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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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4화.탄핵 사유서(2) 24.06.06 360 13 12쪽
16 4화.탄핵 사유서(1) +2 24.06.05 366 13 11쪽
15 3화 홍문관 교리(5) +2 24.06.04 347 13 11쪽
14 3화 홍문관 교리(4) 24.06.03 361 12 12쪽
13 3화 홍문관 교리(3) +4 24.06.02 379 14 12쪽
12 3화 홍문관 교리(2) 24.06.01 394 15 11쪽
11 3화 홍문관 교리(1) 24.05.31 428 1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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