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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비앙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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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현대판타지

로제비앙
작품등록일 :
2019.04.01 12:07
최근연재일 :
2019.08.27 11:07
연재수 :
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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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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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36,028

작성
19.04.05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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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글자
10쪽

제6화. 구처기의 안배 (2).

DUMMY

궁주가 건네주는 황금색 비단의 두루마리를 공손히 건네받은 무기는 조심스럽게 펼치고 내용을 읽어가기 시작했다.


<전진교 오대 장교 구처기가 후대 장교들에게 전한다>

19세에 출가하여 곤륜산에서 수도하였다.

개조의 은혜로 수많은 고행과 선도의 수련을 통해 늦게나마 자그마한 깨달음을 얻어 전진칠자라는 영광스러운 위명을 얻었다.

어느 날, 개조께서는 우화등선할 날이 다가오자 세 제자를 불러 여조의 가르침으로 얻은 장생불사의 비밀을 밝히셨다.


―여조의 유업-

이제 스승님들을 만나기로 한 기한이 되었다.

마단양은 이미 도를 얻었다(得道).

담처단도 이미 도를 안다(知道).

구장춘은 마단양에게 배우고 담처단에게 가르침을 받아라.

장춘은 나중에 지위가 높아지고 전진교문(全眞敎門)을 널리 알릴 사람이니 잘 돌봐 주어라.

이제 더는 염려할 것이 없으나 살아생전 스승님의 가르침을 전하지 못한 것이 있어 전한다.

본교는 청수고련(淸修苦練)의 수양을 중시하여 운유걸식의 생활을 기본으로 불로장생과 같은 주술적 힘을 배격하지만, 여조의 가르침으로 얻은 장생불사의 비밀이 자칫 역풍으로 번질까 봐 교내에서 금지하도록 한 것이다.

구장춘에게 전하니 곤륜산 옥허봉 도인암의 담장 벽 위에 불사(不死)에 관한 심득을 남기노니 이를 수행하여 여조께서 남기신 도가의 유업을 보존하여라.


개조께서 남기신 장생불사의 심득은 본교의 현문정종 내공심법으로 내공의 경지가 일(一)갑자가 넘어야 하며, 수많은 고서와 서역의 서책을 이해하고 암기할 정도의 오성이 갖춘 자만이 가능하다.

하지만 천생이 아둔하고 체력이 약한 나는 개조의 유업을 달성할 수 없었다.

나 같은 범부가 성취하려면 백 년의 수련도 모자랄 지경이라 생각했다.

곧이어 터진 금나라의 살육과 도교 금지령을 해제하는 일로 동분서주하였다.

칭기즈칸이 일으킨 혈난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 긴 여행을 하였고 그의 도움을 받아 원의 우대와 인정을 발판으로 탄압받는 한족과 죽음에 처한 무림인들을 구했다.

칭기즈칸이 이렇게 도움을 준 이유는 불사에 관한 비밀을 기한에 상관없이 연구하여 완성되면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나로서는 구하기가 힘든 엄청난 금괴와 영약과 영물의 내단이 원 황실로부터 제공되었다.

전란으로 인한 민중들의 고초가 말할 수 없이 커서 이들을 위한 구제 활동을 펼치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백성들을 위한 포교에 바쁜 생활을 하다 보니 어느덧 생의 기운이 다했기에 개조의 유언을 성취할 수 없어 후대에 남기니 차대에 가능한 시기에 도가의 유업을 이뤄주기를 바란다.

―전진교문 오대 장교 장춘자 구처기-


교지를 다 읽은 무기는 이 놀라운 사실에 의문이 많았지만 아무 말 없이 묘도일을 쳐다보았다.


“······.”

‘뭘 어찌하란 말인가. 사부님은 이렇게 엄청난 선대 조사의 대업을 나에게 알려주는 이유가 뭐지?’


무기는 교지를 조심스럽게 접어 되돌려 주며 설명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다.

다시 건네받은 교지를 탁자에 놓은 묘도일은 입을 열었다.


“내 서찰을 적어줄 테니 지금 즉시 청해로 가서 곤륜의 청호진인을 만나거라. 그럼 장춘자께서 남기신 곳으로 안내해 줄게다.”


이때 남궁오윤이 기척을 죽이며 조용히 내실로 들어왔다.

그녀가 찻상을 가지고 방안으로 들어오자 두 사람의 대화는 멈춰졌다.


“용정차이옵니다. 향이 좋사옵니다.”


갑자기 중단된 대화에 정적이 흐르자 그녀가 찻상을 내려놓으며 대화에 끼려고 했다.

묘도일은 고리눈을 뜨고 그녀에게 싸늘한 일침을 가했다.


“중요한 얘기 중이니 나가거라. 주위에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거라!”


묘도일이 힐난조로 엄히 말하자 그녀는 쓴웃음을 짓고 자리에서 일어나 입을 삐죽거리고 나가며 생각했다.


‘두루마리의 내용을 확인해야 했는데. 아쉽게 됐어. 사형에게 물어봐도 알려주지 않겠지.’


사실 남궁오윤은 밖에서 숨을 죽이며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으나 중요한 얘기는 교지에 적혀있어 그 내용을 알지 못해 난처함을 무릅쓰고 들어왔다.

찰나에 두루마리가 단서라는 것을 발견한 그녀는 골치 아픈 표정을 지으며 전서구가 있는 곳으로 서둘러 움직였다.


“찻물이 식었습니다. 다시 끓여 올까요?”


그가 남궁오윤이 찻상을 가지고 바로 들어오지 않고 한참 후에 들어온 것을 말했으나 묘도일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개의치 않았다.


“되었다! 버리거라. 그년이 들어서 안 될 말은 못 들었을 게다. 그보다 궁금한 점은 없는 게냐?”


무기는 다른 게 궁금했지만 드러낼 수가 없는 처지다.


‘청해라면 수만 리나 가야 하는 먼 곳인데 그곳까지 불사의 유업을 찾으러 가라니? 이러다가는 고려의 가족들을 보러 언제 갈지 기약도 없이 평생을 교의 일에 끌려다닐지도 몰라. 할아버님 살아생전에 꼭 뵈려면 이번 일은 맡아서는 안 돼. 일단, 거절은 해봐야겠다.’


무기는 불편한 심기를 내색하지 않고 생각을 정리한 다음 공손히 고사를 밝혔다.


“많이 부족한 제자가 조사께서 남기신 유업을 이을만한 자질이 있겠사옵니까? 저로 인해 본교의 유업이 잘못되지나 않을지 걱정되옵니다. 자격이 있는 자를 구해보심이 어떨지 고려해 주시길 청하옵니다.”


묘도일은 짜증이 났지만, 심중을 감추기 위해 고개를 돌려 헛기침을 한 후 무기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자격에 맞지 않고 도가의 유업을 이을 계승자로 인정하지 않았다면 너에게 말을 꺼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자격은 차고도 넘치리라 본다. 좀 더 수련한 후에야 보낼 계획이었지만 북경의 백운관이 주원장과 같은 무뢰배에 짓밟힌 상황에서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가 없구나. 선대 장교들이 장춘자 조사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여러 번 시도를 해봤지만, 자격에 맞는 인재를 찾지 못해 여러 대에 걸쳐 전전긍긍하고 있었단다. 내 대에 와서 너로 인해 개조께서 남기신 유지를 받들 수 있을 것 같아 선대 조사를 뵈올 면목이 서는구나. 괜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싶구나.”


무기는 궁주가 진정성을 가지고 말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했다.

무언가의 목적 때문에 자신을 안심시키고 서두른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사부가 내린 교의 숙원을 거절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 어쩔 수 없는 것인가. 고려로 가는 길은 왜 이리도 멀게만 느껴지는가. 본교에서는 과연 내게 무엇을 바라는가? 그걸 내가 할 수는 있단 말인가······.’


보내려고 하는 사부와 가지 않으려고 하는 제자 사이에는 어색한 분위기와 서로에 대한 불신과 의혹이 싹트기 시작했다.


묘도일은 선대 조사 구처기가 원 황실에 받아 남긴 막대한 재물을 찾기 위해 그동안 많은 노력을 했으나 계속 실패했다.

자격에 맞지 않은 이가 나서면 그곳에 들어설 기회조차 얻지 못해 조바심이 난 상태였다.

사실 그 자격조차도 가능한가에 대해서도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큰 기대도 하지 않은 무기의 일취월장하는 실력과 그 천재성에 얼마나 기뻐했던가!

교의 성지에 들어갈 자격으로 삼는 일갑자라는 경지는 보통의 자질을 지닌 평범한 도인이라면 평생을 가도 그림자의 끝자락조차도 잡을 수 없는 상상을 초월하고 지고지순한 경지이다.

대개의 내공심법은 수재 이상의 자질을 가지고도 60년을 수련해야 겨우 이 경지에 도달하는데, 전진교의 현문정종 내공심법은 오의(奧意)를 깨우칠 수만 있다면 빠른 속도로 내공을 쌓을 수 있는 최고의 비전이었다.


묘도일이 보기에 무기는 기골과 오성이 매우 뛰어난 절세기재다.

그런 천고의 기재가 노력을 겸비하니 불가능한 일을 가능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묘도일은 무기를 이번 한 번만 쓰고 버리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구처기의 유산을 가지기 위해서는 달리 대신할 이를 구할 수가 없으니 그를 희생시키는 것으로 독하게 마음먹었다.


‘네 자질이 아깝다마는 그곳의 유업을 받들 수 있는 건 너 밖에 없어서 가야만 할게다. 앞으로 나오기도 힘들고 더구나 그곳의 영약과 보물은 반드시 내 대에서 취해야 만 해. 그것으로 반드시 주원장! 그 비열하고 추악한 놈의 심장을 아프게 해주지. 하하하.’


묘도일은 구처기의 유산을 생각하자 기분이 좋아져 여비를 넉넉히 챙겨주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곧바로 채비를 갖추어 바로 출발하도록 하여라. 너에게 네 사제 덕욱이를 붙여 수발을 들도록 해주마. 나는 북경의 일이 정리되는 대로 뒤따를 터이니 먼저 가서 조사의 유업을 잇도록 하라! 잘 해낼 거라 믿는다.”


‘왜 내게만? 언제까지? 그러는 당신은?’


무기는 사부의 일방적인 결정에 분노가 솟구치는 것을 강제로 억눌렀다.

어차피 교가 선대 조사의 대업을 받드는 일이라 거부할 수가 없다면 반드시 성취해서 내 권리를, 내 자유를 요구할 것이다.


“사부님 그럼 제자 본교의 막중한 유업을 성취하러 출발하겠습니다.”


그는 사부에게 결연한 의지를 내보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나 나가는 무기에게 묘도일은 전음을 보내왔다.

[청호진인은 좌망봉 중턱의 암자에 기거하고 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은 실제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평행세계이며 허구의 묘사임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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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제13화. 남궁오윤의 지혜. +4 19.04.16 2,037 2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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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제11화. 수적과의 일전. +1 19.04.12 2,269 19 11쪽
10 제10화. 다가오는 위험 (3). +2 19.04.11 2,328 30 11쪽
9 제9화. 다가오는 위험 (2). +4 19.04.10 2,459 22 11쪽
8 제8화. 다가오는 위험 (1). +2 19.04.09 2,553 30 8쪽
7 제7화. 경지에 이른 대제자. +4 19.04.08 2,667 27 8쪽
» 제6화. 구처기의 안배 (2). +4 19.04.05 2,839 35 10쪽
5 제5화. 구처기의 안배 (1). +3 19.04.04 2,913 31 8쪽
4 제4화. 무너지는 전진교. +1 19.04.04 3,031 29 8쪽
3 제3화. 사라진 유령들 (3). +4 19.04.03 3,101 46 10쪽
2 제2화. 사라진 유령들 (2). +2 19.04.02 3,324 4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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