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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GC

차원관리위원회: Da capo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WGC
작품등록일 :
2022.08.16 17:47
최근연재일 :
2022.11.08 22:35
연재수 :
169 회
조회수 :
7,455
추천수 :
26
글자수 :
938,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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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0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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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차원관리위원회 (1)

DUMMY

나는 천천히 걸어가고 있다. 황량한 이곳에서 그저 방황하며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목적지는 딱히 없다. 지금까지 찾고자 했던 것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기에 온 것뿐이었다.


고고학자 맥과이어라고 들어는 보았나? 뭐, 못 들어봤겠지. 왜냐하면 나는 태어난 지 고작 20년도 안 되었고, 아직 저명해지려면 최소 10년은 더 있어야 하니까.


물론 10년 뒤에 내가 저명해질지 아닐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전 차원을 돌아다니면서 낱낱이 파헤치려는 고고학자가 얼마나 많겠는가?


어쨌든 이곳까지 오게 된 사연을 이야기하자면, 나는 역사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란 걸 미리 알려주고 싶다. 내가 고고학자라는 길을 걷게 된 것도 거기서부터니까.


나는 태어나서 총명하다는 소리는 몇 번 들어봤다. 책에 관심이 많았고, 역사가 흥미로웠다. 덕분에 사교성은 조금 떨어지는 것 같지만.


어쨌든 성인이 되던 해, 나는 독립하기 위해 부모님께 내가 하려고자 하는 일을 열심히 설명했다.


물론 부모님은 그저 응원해주실 뿐이었다. 만약 부모님이 안 계셨으면 지금의 나도 없었겠지.


차원문 알약에 대해 먼저 설명해야 될까. 이 알약은 누가 만들었는지, 언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지만,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수많은 차원을 돌아다닐 수 있도록 돕는 알약처럼 생긴 물건이었고, 이 알약을 비틀면 하얀 연기와 함께 어떤 공간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안으로 들어가, 가고자 하는 차원을 입력하면 그곳으로 향하는 시스템이었다.


가격은 한 알에 3만 크레딧으로 일반인이 사기에는 상당히 비싸다. 일회용에다가 공급은 없는데 수요는 있으니, 점점 비싸지는 추세인 게 당연하겠지.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 알약을 사용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는 것. 평범한 사람은 굳이 타 차원으로 갈 이유가 없다.


설령 간다고 하더라도 그 차원의 위험성을 미리 파악해두지 않으면, 오히려 죽임을 당할 수도 있으니까.


기껏해야 렐릭의 현상금 사냥꾼들이나 아키텍트의 용병들이나 쓰겠지만, 나는 그들과는 전혀 다른 평범한 모험가일 뿐이었다.



* * *



내가 처음으로 모험을 떠난 차원은 로프트 차원이었다. 도착한 곳은 지극히 평범한 마을이었어야만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먼저 도착한 곳은 도적의 소굴이었다. 불행도 이런 불행이 있을까.


나는 그 녀석들에게 어떻게든 저항하려고 애를 썼지만, 상대가 너무 많아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 나를 붙잡고, 노예시장 쪽으로 데려가고 있었다. 젊은 나이에 이렇게 죽기 싫었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완전히 꽁꽁 묶인 채로 긴 막대기에 묶여 대롱대롱 매달린 채로 끌려가고 있었다. 꽉 묶인 팔다리가 슬슬 저리던 타이밍에 뒤에서 한 도적이 내 배낭을 뒤지며 말했다.


"대장, 이 녀석 가진 게 이것뿐인뎁쇼."


"그거 꽤나 귀중한 물품이라고. 너희들 같은 촌뜨기는 모르겠지만, 목숨같이 소중히 갖고 있어. 암시장 같은데 내놓으면 우리도 더 좋은 무기로 바꿀 수 있을 테니까."


저것까지 팔리면 난 정말 미래가 없다. 가뜩이나 지금 노예가 될 것 같아 막막한데, 이젠 내 물건들마저 빼앗아갈 생각이라니.


"저기... 그게 뭔지 아는 거예요? 이 나랏돈도 아닌데..."


"노예 새끼가 왜 이렇게 말이 많아?! 손가락 하나 잘라줄까? 응?"


"뭐긴 뭐야, 차원문 알약이랑 크레딧이잖아. 네 말대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외부인들이 쓰기에는 참 좋은 물품들이지."


대장은 나를 비웃으며 말했다. 솔직히 놀랐다. 이곳에서 저 물건들을 찾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으니까.


"뭐야, 저거?"


도적들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기 시작하자, 나도 덩달아 고개를 살짝 젖혀 앞을 확인했다. 멋있는 갑옷을 입고 있는 사람이 앞에서 떡하니 그들을 가로막고 있는 게 아닌가.


"어이, 당장 꺼져. 우린 지금 일하러 가는 거니까."


도적들은 곧바로 검을 꺼내 들었다. 하긴, 앞에 저런 갑옷을 입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가 봐도 평범한 사람은 아닐 테니까.


그리고 나를 바닥에 툭 내팽개쳤다. 덕분에 충격을 그대로 받고 고통스러웠으나, 적어도 중력으로 피곤했던 것은 덜해졌다.


"나 참, 최근 숲에 불법 노예시장을 연다는 놈들이 있다더니 네 놈들이었구먼. 이렇게 깊은 숲속에 있으니 병사들이 찾기 힘들지."


남성은 이렇게 말하고는 검을 꺼내 들지도 않았다. 아무리 갑옷이 튼튼해 보이더라도 괜히 틈새를 찔린다든지, 여차하면 상처를 입을 수 있었다.


"뭐해, 새끼들아! 당장 쳐내!"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도적들은 곧바로 남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를 향해 검을 휘둘렀고,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끄악... 꺼흐윽..."


누구의 비명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꽤나 섬뜩하게 들릴 정도였다. 나는 천천히 눈을 뜨며 전투 현장을 바라보았다.


남성은 맨몸으로 도적들을 하나씩 묵사발 내고 있었다. 그를 향한 검은 하나같이 박히지도 못하고 힘없이 깨지기까지 했다.


"이거 비싼 검인데...! 우웁...!!"


남성은 한 손으로 대장의 목을 꽉 움켜쥐며 높이 들어 올렸다. 대장은 바동거리다가 뚜둑 소리와 함께 힘없이 축 늘어졌다.


난 살면서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이렇게 섬뜩하게 들린다는 것을 처음 알아차렸다. 이윽고 남성은 시체를 내 쪽으로 던졌고, 죽은 도적 대장의 동태눈은 나와 마주쳤다.


"으아으... 도망쳐...!!"


어느덧 열 명이 넘었던 도적의 수는 둘로 팍 줄어들었고, 그마저도 도망치려고 애썼다. 남성은 그제야 검을 뽑아 빠르게 달려 도망치는 도적들까지 모조리 베어버렸다.


그리고 남성이 날 보더니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나는 설마 하는 마음에 겁에 질려 눈을 꽉 감았다.


그사이에 손과 다리를 꽉 묶고 있던 밧줄이 잘린다. 천천히 눈을 뜨고 내 몸을 살펴보았고, 내 손발은 다행히 무사했다.


"고... 고맙습니다... 저기 실례지만..."


"딱 봐도 이곳 사람이 아닌데 어떻게 온 거지?"


남성은 무뚝뚝하게 내게 물었다. 나는 일어나려다가 오래 묶여있던 탓인지 힘없이 넘어질 뻔했고, 남성은 그런 나를 부축해주었다.


"고마워요... 어음... 전 여기 사람 아니에요. 그게 뭐라 말해야 하지..."


"다른 차원에서 왔군."


아니, 대체 타 차원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 몇이나 있는 거지? 난 분명 사전 조사를 다 마쳤고, 최대한 다른 차원들과의 교류가 많지 않은 곳을 택한 것이다.


교류가 지나치게 많으면 고고학자를 꿈꾸는 내게 독이 될 수도 있었기에 이런 곳을 택한 건데, 개나 소나 다 알고 있으니 할 말이 없었다.


"그걸 어떻게 아는 거죠?"


"딱 생김새가 이곳 사람이 아닐뿐더러, 의상도 완전히 다른 세계 사람 같으니까. 그리고 한때 이곳만큼 다른 차원들의 교류가 흥했던 곳은 없었으니까."


남성은 내 생각을 읽은 것처럼 말했고, 그 말끝에는 뭔가 구슬픈 느낌이 섞여 들어갔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번 고맙다고 말했다.


"일단 안전한 곳까지 데려다주도록 하지. 여기 시체들 뒤져서 뭐라도 건져도 괜찮으니까 그 정도는 기다려주겠어."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남성의 말대로 행동했다. 죽어있는 도적들의 몸을 아무렇지 않게 뒤지고 몇몇 전리품을 챙겨 배낭 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문득 이전에 남성이 말했던 것을 떠올렸다. 나는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었기에 남성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그런데 다른 차원들과의 교류가 많았다고요? 제가 알기로는 이곳만큼 교류가 덜한 곳이 없다고 들었는데... 내 정보가 잘못된 건가...?"


"그럴 수 있지. 차원대전쟁 이후로 모든 게 뒤틀렸으니까."


그 말을 듣고 나는 눈을 번뜩이며 남성을 쳐다보았다. 내가 찾고자 했던 것을 이렇게 운 좋게 찾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그리고 남성도 내 눈빛을 알아차리고는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는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에게 좀 더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이것저것 물었다.


"그렇다면 차원대전에 대해 잘 알고 계시겠네요! 잘 됐다, 저는 그 전쟁에 대해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던 참이었거든요.

저는 기록을 찾고 있습니다. 차원대전으로 상실된 수많은 기록을요. 고고학자라서 이런 거에 관심이 많거든요."


"내가 큰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는데."


"아뇨! 천만에요! 지금 차원대전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생각해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2차 차원대전까지 일어나면서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는데, 그에 대한 기록 같은 것이 전혀 남지 않는다니."


내 말을 들은 남성은 나를 흥미롭다는 듯 쳐다보았다. 나도 그 눈빛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차원대전 이후에 태어났기 때문에 크게 관련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차기 고고학자로서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여, 이와 관련된 기록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차원대전 이후, 세상은 변했다. 수많은 차원과 시간대가 뒤틀렸고, 엄청난 인명피해를 입혔다는 전 차원적 사건이 일어난 것이었다.


물론 지금은 차원대전이 모두 끝난 뒤였다. 차원대전 이후 사람들은 안정을 취할 수 있게 되었고, 지금처럼 평화를 어느 정도 유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상한 점은 차원대전으로 세상이 뒤바뀌었다는 것 자체를 인식하지만, 그와 관련된 기억이나 기록은 아무도 간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분명 세상이 뒤바뀔 정도의 사건이라면, 최소한의 기록이라도 남아 있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었다. 그러나 그런 기록조차 없다는 것은 너무나도 이상했다.


적어도 내가 아는 사실은 그러했다. 나는 앞에 있는 남성이 이 궁금증을 해소해줄 것만 같았고, 적어도 내 생각이 틀리지 않기를 바랐다.


"그래, 고고학자라고 했나?"


나는 배낭을 메고 남성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그의 차갑고 단단한 손과 마주했을 때 묘한 느낌을 받았다.


"네, 맥과이어라고 해요. 혹시 그쪽은..."


남성은 악수하던 손을 떼며 나를 향해 나지막하게 말했다.


"방랑기사 로망스라고 부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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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 차원관리위원회 (4) 22.11.07 27 1 14쪽
166 차원관리위원회 (3) 22.11.07 27 0 13쪽
165 차원관리위원회 (2) 22.11.06 28 0 11쪽
» 차원관리위원회 (1) 22.11.06 31 0 10쪽
163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10) 22.11.05 26 0 10쪽
162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09) 22.11.05 28 0 12쪽
161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08) 22.11.04 24 0 12쪽
160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07) 22.11.04 25 0 12쪽
159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06) 22.11.03 26 0 11쪽
158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05) 22.11.03 24 0 12쪽
157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04) 22.11.02 24 0 12쪽
156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03) 22.11.02 26 0 12쪽
155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02) 22.11.01 23 0 12쪽
154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01) 22.11.01 24 0 12쪽
153 그날, 인어가 죽었다 (4) 22.10.31 27 0 12쪽
152 그날, 인어가 죽었다 (3) 22.10.31 29 0 11쪽
151 그날, 인어가 죽었다 (2) 22.10.30 26 0 12쪽
150 그날, 인어가 죽었다 (1) 22.10.30 31 0 12쪽
149 죽음과 여명 사이 (15) 22.10.29 31 0 12쪽
148 죽음과 여명 사이 (14) 22.10.29 30 0 13쪽
147 죽음과 여명 사이 (13) 22.10.28 32 0 12쪽
146 죽음과 여명 사이 (12) 22.10.28 29 0 12쪽
145 죽음과 여명 사이 (11) 22.10.27 30 0 12쪽
144 죽음과 여명 사이 (10) 22.10.27 36 0 12쪽
143 죽음과 여명 사이 (09) 22.10.26 3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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