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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GC

차원관리위원회: Da ca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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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WGC
작품등록일 :
2022.08.16 17:47
최근연재일 :
2022.11.08 22:35
연재수 :
16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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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29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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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죽음과 여명 사이 (15)

DUMMY

붉은 성당과 렐릭, 블랙 팀원들은 임시 거처에 들어와, 마지막으로 떠나기 전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라디우스는 불안한 듯 돌아다니면서 제임스에게 연락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연락을 받지 않았다.


"전혀 대답하지 않는군. 연락기를 버린 건지, 고장이 난 건지... 너희들 확실하게 그 녀석 본 거 맞아?"


"맞다니까? 에젤리나에게 놀아나는 동안, 우연히 그놈이 도로를 걷는 걸 내가 직접 봤어."


라디우스는 머리를 긁적이며 묻자 엘리엇이 대답했다. 조이가 말한 대로 제임스가 나타나 그를 구해준 것까지 좋은데, 문제는 그 뒤로 제임스가 행방불명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뮬리에게도 알려줬으나, 그녀도 마땅한 해결법이 있는 게 아녔다. 제임스가 왜 사라졌는지에 대해서는 오리무중이었다.


"어쩔 수 없네. 설마 베켓처럼 아키텍트 녀석들이 데려간 거 아냐?"


"그럴지도 모르지만 확실한 건 그 녀석들의 농간이 있으리란 생각은 들지 않는군.

차원의 틈이 열리는 것도, 주변에 누군가가 있던 것도 아녔다. 정말 말 그대로 사라졌을 뿐이야."


엘리엇은 조이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엘리엇도 에젤리나와 싸워봐서 아는 것이었지만, 차원의 틈이 열릴 때마다 소리가 났다.


무엇보다 조이는 투시 능력 덕분에 주변 상황 파악만큼은 누구보다도 뛰어났다. 뒤에 가만히 서 있을 거라고 생각한 제임스는, 어떠한 기척도 없이 사라진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대체 왜 그런 건지, 만약 누군가가 그렇게 했다면 왜 그랬는지 도무지 알 방법이 없었다. 블랙 팀원들이 제임스를 걱정하는 사이에 페드로가 일어서며 말했다.


"일단 저희는 이곳에서 더이상 할 일은 없는 것 같으니 물러나도록 하지요. 위협은 떠난 것 같고, 바티칸에서도 귀환하라는 명령이 내려왔거든요."


"오! 아직 있었구나."


계단에서 안경을 쓰고 있는 캐시가 내려오면서 가볍게 인사했다. 페드로와 로드게리스는 그녀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떠나려는 거야? 하긴, 이제 이곳에서 할 일은 더이상 없으니까."


"당신은 어떻게 할 거죠?"


"나? 나도 이제 곧 떠나야지. 이곳에서 볼일은 끝났으니까. 그리고 페이커도 날 기다리고 있을 게 분명하니까 말이야.

내 동생이나 잘 부탁해. 보니까 저 녀석 때문에 아직도 위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는 것 같던데."


캐시는 라디우스를 슬쩍 가리키며 말했다. 페드로는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고, 로드게리스는 페드로를 따라가기 전, 캐시에게 물었다.


"캐시, 넌 대체 왜 왔던 거야?"


"으응? 아직도 모르겠어? 난 중재자야, 중재자. 너희들끼리 괜히 치고받고 싸우지 않게 하려고, 일부러 여기까지 행차해준 거라고."


그 말을 들은 로드게리스는 캐시의 행동이 이해되었다. 만약 붉은 성당과, 렐릭, 위원회가 서로 싸웠더라면 지금 같은 상황은 절대 일어날 수 없었다.


서로 싸우다가 자멸했을 것이었고, 오히려 아키텍트는 지금처럼 피해를 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캐시 덕분에 상황은 변했고, 덕분에 지금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래, 그럼 너도 몸조심 잘하고. 신부님, 뒤따라가겠습니다."


로드게리스도 페드로를 따라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조이도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입으며 말했다.


"우리도 슬슬 떠나야겠군. 던도 처리했으니까 이곳에 남아서 좋은 일은 없지.

비록 이 자리에는 없지만, 제임스에게는 고마워하고 있어. 나중에 이 빚을 갚을 수 있으면 좋겠군. 그럼."


조이도 마지막으로 블랙 팀원들에게 인사하고 계단을 올라갔다. 에어린도 그를 뒤따라가기 시작하자, 엘리엇은 그녀를 향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연락처라도 주는 건..."


에어린은 엘리엇의 말을 듣더니, 가볍게 중지를 들어 보이고는 조이와 함께 계단을 올랐다. 어느덧 방 안에는 캐시와 블랙 팀원들만 남아있었다.


"흠, 이제 끝난 건가. 생각보다 쉽게 끝나서 다행이야, 그치?"


캐시는 홀가분하다는 듯 미소를 지었고, 블랙 팀원들은 일단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테디는 아직 의문이 가시지 않았는지 캐시에게 물었다.


"아까 로드게리스의 말을 듣긴 했지만 저는 아직 이해가 가지 않아요. 물론 저도 캐시의 도움을 받아서 좋았지만 왜 이렇게까지 도운 건지는 모르니까요."


"흠,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해주면 되는 거니?"


테디는 고개를 끄덕였고, 캐시는 테디의 모습을 보고는 대답해주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리고 안경을 벗었다.


"꺼져라, 애송아."


"예?"


테디는 그녀의 말을 듣고 살짝 넋이 나간 것 같았다. 아마 본인이 원한 대답이 아녔을뿐더러, 완전히 예상치 못한 상황이라 그런 것 같았다.


"그리고 마녀의 사슬은 대체 언제 벗길 셈이냐? 내 앞에서 그런 걸 잘도 보여주고 다니다니...

네 녀석이 마녀에 대해 이야기를 했을 때 대충 눈치는 챘지만, 너무 오래 묵히고 있어도 좋지 않다고?"


"마녀?"


캐시는 라디우스를 가리키며 말하고 있었고, 그 말을 들은 라디우스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흥, 보나 마나 네가 오래 살 것 같아서 너에게 그 사슬을 묶어놓은 거겠지. 그리고 테디라고 했나?

너무 많은 걸 알려고 하지 마. 내가 말실수로 아카식 레코드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긴 하지만, 너는 거기서 그쳤어야지."


"그걸 들었는데 호기심이 안 생기는 게 이상한 것 같은데..."


"아아아. 됐고 이제 너희들도 이곳을 떠나. 나 참, 이래서 중재자 노릇은 싫다는 거야. 그래도 덕분에 큰일은 벌어지지 않았으니 다행이려나.

너희들이 생각한 것보다 던이라는 놈은 악질이었거든. 놈은 씨앗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던 것 같았지만, 본인이 행하려는 짓은 똑같았어.

만약 그 씨앗을 심었더라면 이 세계선은 붕괴하고도 남았을 거야. 어디 그뿐이겠어? 차원 전체가 소멸했을 수도 있다고.

물론 그놈은 그러는 와중에도 살아있을 놈이었겠지만. 내가 아는 놈들 중 그런 일이 터졌을 때 살아남을 녀석은 두 놈밖에 없어.

어쨌든 자연적으로 차원이 붕괴하는 것과 인위적으로 차원이 붕괴하는 것은 의미가 크게 달라.

이번 일은 아카식 레코드에서조차 기록되지 않았던 일이었으니까. 괜히 아키텍트 놈들이 엮인 게 아니겠지.

이게 뭐냐 대체... 결국 나 혼자 나불거렸으니 이렇게 되면 안경 썼을 때나 벗었을 때나 똑같잖아.

이제 더 말했다간 큰일 날 것 같으니 나도 이제 떠나련다. 너희들도 그만 가서 푹 쉬고 블랙에게 안부나 전해줘."


캐시는 다 말한 뒤에 속이 시원하다는 표정을 짓고는 코트를 어깨에 걸친 뒤, 계단을 올라 모습을 감췄다.


아까의 대화는 지금까지 캐시와 나눈 대화 중에 가장 긴 편에 속했다.


"사실 입이 근질거렸던 거 아냐? 저렇게 말을 오래 하는 건 처음 듣네."


엘리엇은 떠나는 그녀를 보며 은근슬쩍 불평했지만, 테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알 수 없는 말투성이였지만, 그래도 건진 게 없는 건 아녔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지금 일을 대체 위원회에 어떻게 보고해야 하는 거야. 원래 위원회에서도 우리 말고 다른 팀들도 보내지 않았어?"


"후우... 그랬지. 거의 대다수가 전멸하고 나머지는 목숨을 건진 채 귀환해서 치료받고 있는 거로 알고 있어. "


"우리도 할 거 없으면 이만 떠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나도 치료받고 싶단 말이야."


라디우스는 자신의 도끼를 보여주며 말했다. 확실히 라디우스의 도끼는 누가 봐도 언제 갑자기 깨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상처가 많았다.


테디는 그제야 팀원들의 상태를 파악했다. 모두 피곤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많은 상처를 안고 있었던 것이었다.


"미안, 나도 너무 지체하고 있었네. 하긴... 우리 팀도 벌써 두 명을 잃었으니까. 아키텍트도 피해를 봤다지만 위원회에서도 팀 몇을 잃은 셈이니까."


그 말을 들은 라디우스와 엘리엇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테디는 이제 지쳤다는 듯 한숨을 쉬고는 차원문 알약을 비틀었다.


하얀 연기와 함께 차원문이 모습을 드러내자, 팀원들은 차원문 안으로 들어갔다. 라디우스는 들어온 뒤, 문득 떠올랐다는 듯 테디에게 물었다.


"테디, 아브락사스 프로젝트에 대해 알아?"


"아브락... 뭐?"


테디는 모르겠다는 듯 그를 쳐다봤고 잠시 후, 차원문이 닫히고 위원회로 향했다. 그리고 팀원들이 모두 떠나자, 방 안에는 자욱하게 깔린 하얀 연기 외에 아무도 없었다.



* * *



럼펠은 의자에 앉아 불쾌하다는 듯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666 머신은 껐지? 좋아, 한마디 하겠어. 대체 왜 이렇게 된 거야!"


럼펠은 앞에 서 있는 요원들을 향해 호통쳤으나, 그를 제외한 모두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분명 우리 쪽에 피해가 없어야만 했다고! 오히려 놈들이 당해야지! 제임스를 끌어들인 것까진 좋아, 던이 죽은 것까진 좋다고! 그런데 왜 우리 쪽의 피해가 크냔 말이야!"


역시 침묵. 아키텍트는 이번에 크나큰 손실을 겪고야 말았다. 벌써 세 명이 사망했고, 한 명은 곤죽이 되어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상태였다.


"결국 그 차원을 붕괴시키지도 못했어! 던이 씨앗만 심었어도 다 끝나는 일이었다고! 근데 대체 갑자기 나타난 그 년은 뭐야?"


"예상할 정도 아녔어? 아카식 레코드에서 기록되지 않는 일을 저지르려고 하는데, 중재자 한 명이 오는 건 당연하잖아?"


마야는 럼펠을 거들떠보지도 않으며 말하자, 럼펠은 그녀를 노려보았다.


"마야, 넌 할 말 없을 텐데. 분명 네 년이 우리 쪽 사람들은 안 죽을 거라고 했다. 그런데 이야기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미래가 바뀐 걸 어떻게 해? 네 계획대로 잘만 되었을 때의 죽음이었지, 그 년이 온 순간부터 이미 많은 운명이 뒤바뀌었단 말이야.

덕분에 나도 그곳에서 많이 죽일 줄 알았는데, 죽이기는커녕 피 한 번만 적셔본 거로 만족해야만 했다고.

그리고 너도 잘한 건 없잖아? 중재자와 관련된 사람이 왔다면 그거에 대한 대비 정도는 했어야지.

룰러는 순전히 너의 실수로 죽은 거라고. 만약 다른 사람들처럼 조심했다면 룰러가 개죽음당할 이유는 없었어."


"그, 그건... 후우... 그래, 그건 네 말이 맞아. 나도 잘못했지. 애당초 우리 일을 그놈들이 못 알아챌 리가 없었는데 말이지.

뭐, 이제부터 조심하면 되니까... 다음에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자고. 해산해, 다들."


모여 있던 요원들은 하나둘씩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들 중 에젤리나와 마야, 네블러만이 남아있었다.


"뭐야, 왜 아직도 남아있는 건데?"


"난 이제 떠나겠어."


"마야, 너는 예상했고. 에젤리나, 너는 왜?"


마야는 럼펠의 말을 듣자 분하다는 듯 낫을 잡고 있는 주먹을 꽉 쥐었다. 마야가 뒤돌아 걸어 나가는 동안 에젤리나는 그를 향해 물었다.


"네가 요청한 대로 수많은 차원을 엿봤어. 그런데 말이지, 블랙의 손에 놀아나기 시작한 시점은 네가 생각했던 때가 아녔어."


"뭐? 그럼 대체 언제인데? 666 머신을 켠 이유는 당연히..."


"아니, 그 기계를 켰을 때가 아냐. 베켓 때문이라고. 그 녀석이 들어왔을 때 우리가 노출되지 않았어?"


럼펠은 입을 벌린 채로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니, 이내 힛힛 웃기 시작했다. 에젤리나는 그런 그를 두고 다른 사람들처럼 떠났고, 럼펠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씨발... 괜히 블랙 팀이 아니다 이거야? 이거 한 방 먹었네? 좋아... 우리도 더욱 분발해야겠구나.

어차피 이제 위원회의 끝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네블러, 가서 기계를 끄고 와."


네블러는 고개를 끄덕이고, 럼펠의 말을 따라 방을 나갔다. 럼펠은 옆에 있는 바구니 속에 담긴 사과 하나를 씹으며 히죽였다.


"블랙... 블랙... 블랙... 어디까지 갈 수 있나 보자고... 네 놈 뜻대로 안 되게 해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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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 차원관리위원회 (4) 22.11.07 27 1 14쪽
166 차원관리위원회 (3) 22.11.07 27 0 13쪽
165 차원관리위원회 (2) 22.11.06 28 0 11쪽
164 차원관리위원회 (1) 22.11.06 30 0 10쪽
163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10) 22.11.05 26 0 10쪽
162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09) 22.11.05 28 0 12쪽
161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08) 22.11.04 24 0 12쪽
160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07) 22.11.04 25 0 12쪽
159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06) 22.11.03 26 0 11쪽
158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05) 22.11.03 24 0 12쪽
157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04) 22.11.02 24 0 12쪽
156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03) 22.11.02 26 0 12쪽
155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02) 22.11.01 23 0 12쪽
154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01) 22.11.01 24 0 12쪽
153 그날, 인어가 죽었다 (4) 22.10.31 27 0 12쪽
152 그날, 인어가 죽었다 (3) 22.10.31 29 0 11쪽
151 그날, 인어가 죽었다 (2) 22.10.30 26 0 12쪽
150 그날, 인어가 죽었다 (1) 22.10.30 31 0 12쪽
» 죽음과 여명 사이 (15) 22.10.29 31 0 12쪽
148 죽음과 여명 사이 (14) 22.10.29 30 0 13쪽
147 죽음과 여명 사이 (13) 22.10.28 31 0 12쪽
146 죽음과 여명 사이 (12) 22.10.28 29 0 12쪽
145 죽음과 여명 사이 (11) 22.10.27 30 0 12쪽
144 죽음과 여명 사이 (10) 22.10.27 36 0 12쪽
143 죽음과 여명 사이 (09) 22.10.26 3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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