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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GC

차원관리위원회: Da capo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WGC
작품등록일 :
2022.08.16 17:47
최근연재일 :
2022.11.08 22:35
연재수 :
169 회
조회수 :
7,448
추천수 :
26
글자수 :
938,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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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02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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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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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03)

DUMMY

거대한 시계추가 왼쪽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잠시 멈추는가 싶더니, 이내 오른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베인 가의 본격적인 공격이 시작된 이후,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울리기 시작했다. 이전에 블랙과 회의했을 때와는 다르게 빈자리가 유독 많았다.


"대단하군. 베인 가문과 관련된 자료가 모두 유실됐을 뿐만 아니라, 계획 자체에 없었던 사건이라 차질이 생겨도 너무나도 많이 생겨버렸어... 블랙이 있었더라면 이것보다 훨씬 나았을 텐데."


"블랙은 인제 그만 언급할 때 되지 않았나? 그 녀석이 할 일은 모두 끝났다고."


"이제 어쩔 거야. 이곳에서 떠난 놈들만 벌써 십수 명이 된다고?

지금 전쟁은 답도 없을뿐더러 지금 당장 도망친다고 한들, 그놈들을 좇아 잡을 수도 없어. 물론 그러니까 도망친 거겠지만."


회의에 참석한 고위 관료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주변을 메꾸고 있던 바로 그때, 한 남성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만약 전쟁에 승리한다면 어찌할 텐가?"


둥글게 앉아 있던 모두의 시선이 남성을 향했다. 한가운데 비추는 빛 외에는 어둠뿐이라 서로가 누군지 알 수 없었다.


"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하는 소리야?"


"그야 모르는 거지. 하지만 만약 우리가 전쟁에서 승리한다면 아브락사스 프로젝트는 더 견고하게 작동할 거다."


"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니, 그럴 수 있었다면 지금 이렇게 건물이 무너질 것 마냥 흔들리진 않았어."


냉소적인 어투로 쏘아붙이자, 다시 주변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서로의 눈치를 주고받고 있는 사이, 마치 그들에게 답변을 유도하듯 말했다.


"그래서 어쩔 거야? 지금이라도 모두가 도망친다면, 비록 위원회는 무너지더라도 우리끼리 해결할 방안이 생길 수도 있다구?"


"계획은 변함없다. 오히려 이를 발판삼아 나아간다면 더욱 완벽해지겠지. 지금 떠날 거면 떠나라. 하지만 만약 이 전쟁에서 승리한다면 뒤에 일어날 일을 감당할 수 있겠나?"


이는 위협 내지 협박이었다. 전쟁에서 패배한다면 모두의 목숨이 위험하고 도망친 자들만이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겠지만, 반대로 승리한다면 도망친 자들을 가차 없이 숙청한다는 의미였다.


"끈질기네... 이봐, 내가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유가 뭔 줄 알고서 하는 소리야?

아브락사스 프로젝트에 참여한 자들은 개인의 세계선이 확실하게 보장되어있잖아? 그런데 여기서 죽어버리면 그딴 거 다 소용없어진다고."


여전히 눈치를 보는 회의장 안은 정적만이 감돌고 있었다.


"뭣들 해? 설마 저놈 말 믿고 남아 있으려는 건 아니겠지?"


"그래... 네 말이 맞아... 죽으면 아브락사스 프로젝트고 뭐고 없지. 남아 있는 자들에겐 미안하지만, 나는 이 전쟁의 승리가 전혀 보이지 않는군."


누군가가 먼저 접속을 해제하고 모습을 감추자, 이내 기다렸다는 듯 하나둘씩 접속을 해제하기 시작했다.


처음 남아 있던 것보다 3분의 2 정도만 남자 빈자리는 더더욱 눈에 띄었다.


그러나 그들 중 가장 먼저 떠나야 한다고 발언했던 남성은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승리할 거라고 당부한 남성은 그런 그에게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너는 왜 안 떠나는 거지?"


"나? 나는 원래 떠날 생각 없었는데? 떠날 놈들을 부추겼을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냐."


"허, 너도 어지간히 미친놈이군. 분열을 도모해놓고 남아 있다니. 이 전쟁이 끝난 후에 너는 무사할 거라고 생각하나?"


"말이 심한데? 너도 결속을 다지기 위해 이렇게까지 밀어붙였잖아. 나도 마찬가지야.

애매하게 남아서 떠날 놈들을 두느니, 확실하게 하는 게 너희들이나 나한테나 좋았다고."


남성은 눈을 치켜뜨며 그를 쳐다보았다. 그는 몸을 풀듯이 팔을 쭉 펴더니 벌떡 일어나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분명 이 회의장은 홀로그램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으며, 내부에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회의장에 실존하는 사람뿐이었다.


그리고 가운데 서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름 아닌 블랙이었다. 회의장 안은 블랙의 등장으로 화색이 돌고 있었다.


"어이, 믿고 있었다고!"

"젠장, 왜 지금까지 숨어있던 거야?"


회의장 내부의 분위기는 한층 달아올랐다. 남성은 손을 들어 어수선해진 회의장을 조용히 시키고 블랙에게 물었다.


"그래서 이 전쟁에 승리할 방안이 있다는 건가?"


"방안? 그런 게 있을 리가. 네 말대로 아브락사스 프로젝트는 차질 없이 진행될 거다. 이건 그저 예정되어있던 수순을 밟는 것뿐이야.

절대로 바꿀 수 없는 미래지. 너희들이나 이 전쟁에서 이기려고 노력해봐. 방 안에 숨어서 모습을 드러내지나 말고."


"그건 너도 마찬가지 아닌가? 본인의 위치도 모르면서 감히 명령조라니."


"잠깐, 너희들 뭔가 착각하고 있는 거 아냐? 지금까지 마치 고위 관료가 뭐 대단한 자리인 것 마냥 나한테 굴던데. 정신 차려, 나 없인 아무것도 못 하는 병신들아."


회의장 내 분위기는 갑자기 뒤바뀌었다. 블랙이 일갈하자 회의장은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조용해졌다.


"내가 없었으면 위원회는커녕, 지금의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어. 내가 너희들을 존대하면서 대하니까 뭐라도 된 줄 알아? 그렇다면 내가 지금 보여줄까?"


갑자기 한 사람이 자신의 목을 쥐어뜯기 시작하더니, 피부를 뜯어내며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숨을 헐떡이면서 옆에 있던 칼을 들어 자신의 심장을 마구 찔렀다.


그리고 그것은 한 사람만 그런 것이 아녔다. 일부 사람들도 갑자기 머리가 터지거나, 눈을 뽑는 등 자해를 하기 시작했다.


신호가 꺼지면서 죽은 사람들은 퇴장하기 시작했고, 회의장에 있던 사람들은 주변을 둘러보며 당황했다.


남성은 블랙에게 그만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3분의 1 정도가 모습을 감추자 회의장은 더더욱 어두워졌고 이제는 음산한 기운까지 느껴졌다.


"지금 남아 있는 놈들로도 아브락사스 프로젝트에는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어. 심지어 여기에 나만 남아 있어도 마찬가지지.

이제 네 놈들의 위치를 알겠나? 아니면 더 보여줘야 하는 건가?"


"그만...! 죄송, 죄송합니다... 저희가 지금까지 무례하게 대한 점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직접 보여줘야만 알아차리는 버러지 같은 것들. 얄다바오트가 직접 올 거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너희들은 그저 예정된 수순을 밟는 과정에 불과하니까, 참여한 것만으로도 감사히 여기라고. 그럼 가만히 놀고만 있지 말고 어서 꺼져."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하나둘씩 접속이 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변은 완전히 어둠으로만 가득 찼고, 가운데 서 있는 블랙만이 혼자 남아 있었다.


"오늘따라 강압적이네."


한 남성이 블랙의 뒤에서 말했다.


"몰래 보고 있으면 쓰나, 겔렌."


"글쎄, 나는 네가 나타난 게 의문이라서 말이지. 본래 같으면 지켜봐야 하는 거 아녔어? 프로젝트는 어차피 차질 없이 진행될 테고."


"그건 중요치 않아. 중요한 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거지. 그나저나 오피유커스도 잘 해내주는 것 같아서 다행이군."


"윈터링을 말하는 건가? 그래, 그녀라면 잘 해내주고 있겠지. 수천만 번 하는 것도 고역일 텐데 잘 해주고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야."


블랙은 천천히 겔렌 쪽으로 향하더니, 이내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걸어 나갔다. 겔렌이 뒤돌아봤을 때, 블랙의 모습은 이미 자취를 감춘 뒤였다.



* * *



"허윽... 커허으으윽...!"


라디우스는 정신을 차리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일어설 때 위에 쌓여있던 잔해들이 스르르 흘러내렸고, 라디우스는 자신의 도끼가 성한지 살펴봤다.


그리고 위를 쳐다봤을 땐, 암흑 그 자체였다. 어둠 외에도 주변을 확인하기 힘들 정도로 먼지로 뒤덮여있었다.


하늘 위에 떠 있는 행성은 건재하여, 행성으로 드리워진 그림자 때문에 분간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외부에서 전투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봐선, 아직 살아있는 사람들도 꽤나 남아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리고 라디우스는 천천히 일어섰다.


"얘들아... 살아있냐...?"


연락기에서는 무응답이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아무리 테디의 보호막으로 어느 정도 충격을 흡수했다고 해도, 모든 충격을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녔고, 파편에 깔려 있을 수 있었다.


"대답 좀 해봐라... 아무도 없어...?"


여전히 무응답이었다. 라디우스는 숨을 가다듬고 잠시 진정한 뒤,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후우... 그래... 그래도 건물들은 튼튼하게 지었나 보네..."


위원회 건물들은 수많은 충격을 맞고도 무너지지 않은 채, 건물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물론 외부에 상처가 나 있었지만, 내부에는 큰 충격을 입지 않은 것 같았다. 문제는 이번 공격으로 인해 많은 능력자가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분명 직접 피해를 본 능력자도 있을 테고, 피했다 할지라도 블랙 팀원들처럼 무사한지 알 방법이 없었다.


무엇보다 출입구 쪽에서는 병사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출입구 쪽에 능력이 사용되는 것이 보였지만, 화력이 확실히 줄어든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젠장... 되는 일 정말 없네... 테디... 들리나? 서버실에서 나왔어?"


여전히 응답이 없자 라디우스는 슬슬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팀원들이 모두 죽고 자신만 살아남았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도, 주변 파편 아래에 끙끙대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도저히 그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일단 라디우스는 파편들을 치워 살아남은 사람이 있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지면에서 튀어나온 손을 붙잡아 일으켜 세웠다.


"푸허으으으윽... 으윽... 응?"


라디우스가 꺼낸 것은 베인 가의 병사였다. 병사는 라디우스를 보자마자 당황하면서 단검을 꺼내 들어 라디우스의 목을 향했다.


그러나 단검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고 튕겨 나갔다. 라디우스는 병사의 머리를 붙잡고, 땅바닥에 있는 힘껏 내리찍었다.


"후우... 후우... 미치겠네... 이 새끼들 제정신이 아닌 건가...? 같은 아군들도 싹 다 쓸어버린 거였어?"


그러나 라디우스가 중얼거리는 이 순간에도, 출입구에서는 병사들이 스멀스멀 기어오르고 있었다.


"이봐! 이 이상은 절대로 들어오지 못한다고!!"


라디우스는 소리치면서 출입구 쪽을 향해 달려들었다. 원래대로라면 현재 위치를 지켜야만 했지만 상황이 변했다.


왠지 지금이라도 이들을 막지 않으면 더 큰 위기가 닥칠 것만 같았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큰 힘을 내야만 했다.


라디우스는 적들을 해치우는 도중에 갑자기 니시카타의 말이 떠올랐다. 처음부터 전력을 보이지 말라고.


"그래! 전력? 전력이라고?! 이제부터 내 전력을 보여주마!!"


팀원들의 생존도 불확실하고, 이제 더이상 남은 것이 없어진 것만 같았다. 그렇다면 마지막 자신이라도 그들의 뜻을 이어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라디우스는 온몸이 붉게 변질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개의치 않았다. 본인 스스로 원하던 몸이었고, 지금까지 쓰고 싶지 않았던 몸이니까.


땅이 솟아오르면서 발판처럼 타고 올라온 뒤, 아래에 계속 소환되고 있는 출입구를 향해 도끼를 던졌다.


도끼가 땅에 박히면서 땅이 쩍쩍 갈라지더니, 이내 푸른 섬광이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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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차원관리위원회 (3) 22.11.07 27 0 13쪽
165 차원관리위원회 (2) 22.11.06 28 0 11쪽
164 차원관리위원회 (1) 22.11.06 30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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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09) 22.11.05 28 0 12쪽
161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08) 22.11.04 24 0 12쪽
160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07) 22.11.04 25 0 12쪽
159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06) 22.11.03 26 0 11쪽
158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05) 22.11.03 24 0 12쪽
157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04) 22.11.02 24 0 12쪽
»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03) 22.11.02 26 0 12쪽
155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02) 22.11.01 23 0 12쪽
154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01) 22.11.01 24 0 12쪽
153 그날, 인어가 죽었다 (4) 22.10.31 27 0 12쪽
152 그날, 인어가 죽었다 (3) 22.10.31 28 0 11쪽
151 그날, 인어가 죽었다 (2) 22.10.30 26 0 12쪽
150 그날, 인어가 죽었다 (1) 22.10.30 30 0 12쪽
149 죽음과 여명 사이 (15) 22.10.29 30 0 12쪽
148 죽음과 여명 사이 (14) 22.10.29 30 0 13쪽
147 죽음과 여명 사이 (13) 22.10.28 31 0 12쪽
146 죽음과 여명 사이 (12) 22.10.28 29 0 12쪽
145 죽음과 여명 사이 (11) 22.10.27 29 0 12쪽
144 죽음과 여명 사이 (10) 22.10.27 36 0 12쪽
143 죽음과 여명 사이 (09) 22.10.26 3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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