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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GC

차원관리위원회: Da capo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WGC
작품등록일 :
2022.08.16 17:47
최근연재일 :
2022.11.08 22:35
연재수 :
16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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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38,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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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3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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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그날, 인어가 죽었다 (3)

DUMMY

베스가 눈을 뜨고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을 땐, 어느 방 안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녀는 의자에 꽉 묶여있었고, 뒤에는 기계가 웅웅대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건 대체 무슨... 크윽... 무슨 일이 있었지...?"


베스는 자신이 기절하기 전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천천히 떠올리고 있었다. 분명 그녀는 니시카타의 머리를 터뜨리고, 라디우스와 만났다.


그리고 라디우스가 떠난 뒤, 그녀도 마지막으로 알약을 비틀어 차원문을 열려던 찰나, 갑자기 뒤에서 발걸음이 들려 그쪽을 쳐다보았다.


그 뒤의 기억이 없다. 분명 누군가가 자신을 기절시킨 것으로 생각했고, 어떤 녀석인지 생각해보려고 애썼지만, 떠오르는 기억은 별로 없었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아키텍트는 아녔다. 그녀는 이미 아키텍트와 맞붙어봤고, 그쪽의 리스트도 이전에 한 번 훑어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자신을 기절시킨 무리에게서 떠오르는 건 전혀 없었다. 생각하다 보니 분명 한 명이 아녔다.


여러 명이 자신을 기절시키기 위해 온 것 같았고, 베스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로 속수무책으로 당한 셈이었다.


"나 참... 바보같이 그런 거에 당하기나 하고... 후우... 일단 여기서 벗어나야 할 텐데..."


베스는 더이상 과거에 연연하지 않기로 다짐하고, 지금 상황을 어떻게 모면해야 할까 다시 한번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주변에는 이 상황을 타파할만한 마땅한 물건이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베스는 몸을 떨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이대로 있다간 죽임을 당할 게 분명했기에, 떨리는 이 몸을 주체할 수 없었다.


"후우... 진정해... 진정하라고... 아직 안 끝났어... 아직..."


그때, 문이 벌컥 열리면서 검은 양복을 입은 남성들이 천천히 들어온다.


그러고는 양옆으로 줄지어 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붉은 카펫을 길게 펼치며 베스 앞까지 내려놨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다른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검은 양복을 입은 한 남성이 카펫을 밟으며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과의 차이점이라면, 다른 사람들은 선글라스를 낀 것에 반해 본인은 토끼 가면을 쓰고 있었다.


토끼 가면을 쓴 남성은 의자에 포박되어있는 베스를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베스는 고개를 들어 남성을 확인하자, 남성은 양팔을 벌리며 자신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협상의 달인, 래빗. 이라고 들어는 봤나?"


"아니..."


베스는 래빗을 노려보며 능력을 사용하려고 애썼으나,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래빗은 베스의 얼굴을 마주 보며 말을 이었다.


"저런, 저런. 내 이름을 못 들어봤다니 매우 실망스러운걸? 내가 왜 뛰어난 협상가인지 차근차근 설명해주도록 하지. 그 전에, 잠깐! 스마일~!"


래빗은 휴대폰을 꺼내 들어 미소를 지으며, 베스의 옆에 손가락으로 가위를 그리고는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그 사진을 보내기 시작했다.


"단순히 사진보다는 영상도 함께 첨부하는 게 좋겠지? 어디 보자... 아, 그리고 내 머리를 터뜨릴 생각은 꿈에도 꾸지 말라고.

물론 이미 해봤겠지만 안 통했겠지. 혹시 능력 억제기라고 들어봤어?"


그 말을 들은 베스는 뒤에서 웅웅거리는 기계가 무슨 기계인지 알아차렸다. 그와 동시에 래빗이라고 하는 자를 어디선가 봤는지 깨달았다.


"너... 분명... 거기서..."


"너희들이 소속되어있는 위원회에서 사들였지. 물론 정확히 말하자면 경매장에서라고나 할까?

결국 그 경매장에 내놓은 게 너희 위원회니까 똑같은 말이나 다름없어. 요즘 능력자들이 판치는 세상에 저런 물건은 너무나도 귀중하거든.

덕분에 나는 위원회에 늘 감사하게 생각하며, 항상 위원회가 있는 곳을 향해 절을 하지.

너 같은 능력자들을 이렇게 무용지물로 만들기 쉬우니까 말이야.

어쨌든 미소를 짓고 있으라구, 이제 곧 네 친구들과 연락하게 해줄 테니까. 자아, 그럼 여길 보라고!"


래빗은 휴대폰을 옆에 서 있는 남성에게 들게 했고, 그 이후 영상통화를 시작했다. 영상통화를 처음 받은 사람은 다름 아닌 크리스였다.


"베스...? 너 이 새끼! 베스를 건들기만 해봐!"


"크리스...?"


베스는 크리스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눈물이 나려는 것을 애써 참으며 말했다. 그에게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래빗은 베스와 함께 영상통화가 잘 나오는지 확인하고는 흡족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베스의 턱을 만지작거리며, 휴대폰을 향해 말했다.


"건들면? 건들면 어쩔 건데? 으힛! 소개가 늦었네, 친구들. 안녕~ 나는 래빗이라고 해. 지금부터 협상하려고 하는데 받아주겠어?"


"크리스를 뒤로 보내줘. 원하는 게 뭐야?"


테디는 이성을 잃은 크리스를 라디우스가 붙잡게 하고는 모습을 드러내며 말했다. 라디우스는 크리스를 붙잡아 잠시 뒤로 물러났고, 래빗은 테디를 보며 말했다.


"아, 네가 그쪽 대장이야? 그럼 이야기가 쉽겠네. 이 여자의 몸값을 열흘 내로 보내준다면, 손가락 하나도 안 대고 무사히 보내주지."


"그래야만 할 거다, 이 개새끼야!!"


크리스는 뒤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베스는 그의 모습을 보더니, 그를 진정시키기 위해 나지막하게 말했다.


"크리스... 난 걱정하지 마. 곧 보게 될 거니까..."


래빗은 베스의 말을 듣고 웃으면서 말했다.


"으하하핫! 들었지? 참 마음에 드는 아가씨라서 내가 직접 처리하긴 싫어. 나도 마음 같아선 무사히 보내주고 싶거든.

하지만 나도 할 일이란 게 있어서 말이야. 나도 위원회 사람을 잡게 돼서 얼마나 행복했는데."


"알겠으니까 원하는 걸 말해."


"우선 거기 추적기부터 끄지 그래? 아까부터 방해전파에서 자꾸 신호가 들어오고 있거든?

물론 시간이 지나면 이 방해전파도 뚫고 위치를 알아낼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알지?"


"우리가 너를 어떻게 믿고..."


래빗은 권총을 꺼내 들고는, 이내 베스의 머리를 향해 겨누었다. 테디는 그걸 보더니 입을 굳게 다물었다.


"지금 보호막이 걸려 있어서 총으로는 안 죽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이건 경고라고 알아둬.

지금 누가 갑의 입장인지 몰라서 그래? 지금 상황에서 이렇게 불리하게 진행하면 손해 보는 건 너희들이라고."


테디가 고개를 까딱이자, 옆에 있던 물리는 추적기를 종료시켰다. 래빗도 이를 알아채자 권총을 다시 집어넣고, 베스의 주변을 돌아다니며 말했다.


"내가 잠시 후에 암호를 보내줄 테니까, 네들이 그 암호를 풀면 될 거야."


"그 암호를 풀어내는 게 몸값이야?"


"그런 셈이지. 자, 그럼 잘 외워두라고! 베스가 거기 있는 크리스에게 할 말이니까!"


래빗은 걸음을 멈추고, 휴대폰을 향해 정면으로 바라보며 한 자씩 또박또박 읊었다.


"I L O V E Y O U"


"뭐?"


테디는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되물었지만, 래빗은 그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냥 기억해둬. 내가 말한 암호가 뭘 의미하는지는 곧 알게 될 거야. 자, 일단 원하는 걸 말했으니 이만 물러나도록 하지.

과연 그 판도라의 상자를 열게 될 너희들의 표정이 너무나도 궁금하단 말인데, 그걸 못 보는 게 너무나도 아쉽단 말이야. 그럼, 이만~"


래빗은 곧바로 영상통화를 끊더니, 또 다른 누군가에게 걸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베스의 아버지, 아놀드였다.


아놀드는 래빗 뒤 의자에 포박되어있는 베스를 보더니, 놀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애써 침착한 목소리를 내며 천천히 말했다.


"원하는 게 뭐냐."


"아놀드 베인. 딸이 무사히 돌아가는 걸 보고 싶겠지만, 안타깝게도 불가능하다는 건 잘 알 거예요. 위원회에서 당신의 딸을 팔아넘겼으니까요!"


아놀드는 분노를 머금은 표정을 지으며,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래빗은 그 모습을 보더니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 저는 그 분노를 제가 아닌 위원회에 향했으면 좋겠네요. 물론 그녀를 죽이는 저겠지만 이 상황으로 몰아간 건 위원회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만약 위원회가 그녀를 보내지만 않았더라면, 지금처럼 제게 베스가 오지도 않았다는 건 그 누구보다 잘 아시잖아요, VIP 고객님?"


베스는 아놀드를 천천히 올려다보았다. 아놀드는 베스의 얼굴과 마주치자, 넋이 빠진 듯 손을 얼굴에 묻은 채로 쳐다보았고, 베스는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소리야... 아빠...? 제 말 들려요...? 위원회가 팔아넘겼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아빠... 말도 안 되는 소리잖아요... 설마 그 말에 속는 건 아니죠...? 아빠...?"


아놀드는 충격에 빠진 채로 눈물을 흘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래빗은 그 모습을 마지막으로 본 뒤, 통화를 끊고 베스에게 말했다.


"이렇게 이야기의 막이 내렸네. 너와 이야기 나눠서 즐거웠어, 베스. 예전에 폭스가 내게 그러더군. 비극에서 우러나오는 것만큼 마음을 울리는 건 없다고."


"폭스를... 알아...?"


"카타르시스라고 하던가? 아니지, 지금 상황은 전혀 카타르시스가 느껴질 일이 아니잖아. 그건 됐고, 이제 다른 질문을 하지.

내가 왜 최고의 협상가인지 이해했어? 왜냐하면 나는 불리한 협상은 절대로 맡지 않거든."


베스는 이해 못 하겠다는 듯 그를 쳐다보았고 래빗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사실 아까 보호막 이야기 말인데. 너도 알겠지만 보호막은 없어. 능력 억제기가 있는데 설마 보호막이 남아 있겠어?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제 넌 내게 아무런 이득을 주지 않기 때문이야."


"그게 무슨..."


"그럼 잘 가."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양옆에 서 있던 남성들은 베스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베스는 몸부림쳤으나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수고했어, 모두들. 이후에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알지? 내가 직접 처리하긴 싫으니까 너희들이 알아서들 하고.

그쪽에선 이미 열흘도 훨씬 넘게 지났을 테니까, 난 약속 지킨 거야 분명. 그러니까 진작 열어봤으면 얼마나 좋았겠어..."


래빗은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이내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베스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낄낄거리며, 천천히 붉은 카펫을 걸어 나갔다.


베스는 마지막으로 자신이 남성들에게 끌려가기 전, 익숙한 모습의 물건을 보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베스는 그 물건 안에 들어가 꼼짝도 못 했으며, 아무리 두들겨 봐도 바깥에 전달되지 않아 소용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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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차원관리위원회 (3) 22.11.07 27 0 13쪽
165 차원관리위원회 (2) 22.11.06 28 0 11쪽
164 차원관리위원회 (1) 22.11.06 30 0 10쪽
163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10) 22.11.05 26 0 10쪽
162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09) 22.11.05 28 0 12쪽
161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08) 22.11.04 24 0 12쪽
160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07) 22.11.04 25 0 12쪽
159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06) 22.11.03 26 0 11쪽
158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05) 22.11.03 24 0 12쪽
157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04) 22.11.02 24 0 12쪽
156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03) 22.11.02 26 0 12쪽
155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02) 22.11.01 23 0 12쪽
154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01) 22.11.01 24 0 12쪽
153 그날, 인어가 죽었다 (4) 22.10.31 27 0 12쪽
» 그날, 인어가 죽었다 (3) 22.10.31 29 0 11쪽
151 그날, 인어가 죽었다 (2) 22.10.30 26 0 12쪽
150 그날, 인어가 죽었다 (1) 22.10.30 31 0 12쪽
149 죽음과 여명 사이 (15) 22.10.29 30 0 12쪽
148 죽음과 여명 사이 (14) 22.10.29 30 0 13쪽
147 죽음과 여명 사이 (13) 22.10.28 31 0 12쪽
146 죽음과 여명 사이 (12) 22.10.28 29 0 12쪽
145 죽음과 여명 사이 (11) 22.10.27 30 0 12쪽
144 죽음과 여명 사이 (10) 22.10.27 36 0 12쪽
143 죽음과 여명 사이 (09) 22.10.26 3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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