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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GC

차원관리위원회: Da ca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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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WGC
작품등록일 :
2022.08.16 17:47
최근연재일 :
2022.11.08 22:35
연재수 :
169 회
조회수 :
7,456
추천수 :
26
글자수 :
938,952

작성
22.11.0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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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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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05)

DUMMY

"뭐야, 이 잡것들은."


멜튼은 자신을 방해한 두 사람을 쳐다보고 있었다. 제이와 케빈은 멀리서 그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압박감이 밀려 들어왔다.


멜튼이 그들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했고, 제이가 준비하라고 말하며 케빈을 바라본 순간이었다. 케빈이 이상하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케빈은 그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바들바들 떨면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제이는 케빈의 정신을 차리게 하려고 했으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케빈? 케빈! 젠장!!"


제이는 다시 한번 손을 내밀어 빠른 속도로 단검을 발사했다. 멜튼은 검을 꺼내 들더니, 이내 날아오는 단검을 옆으로 쳐내면서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뺨에 살짝 흐르는 피를 느끼고는 손을 올렸다. 자신의 뺨을 어루만지고는 붉은 선혈이 손가락 끝을 맴돌자, 미소를 지으며 제이를 향해 물었다.


"왜 내 능력이 통하지 않는 거지?"


"글쎄, 나도 왜 그런지 전혀 모르겠는데."


제이도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멜튼과 맞서 싸울 유일한 기회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케빈의 행동과 고문을 받은 요원들의 행동을 보면 멜튼의 능력을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었다.


제이는 재빠르게 단검 여러 개를 날렸고, 멜튼은 검을 빼 들어 하나씩 쳐내며 막아냈다. 제이의 공격은 그것으로 끝내지 않고, 날아간 단검들을 다시 멜튼에게 쐈다.


확실히 멜튼이 밀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그는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상대방의 감정을 비틀어 공포감에 빠지게 했으니, 전투에 제대로 임한 적은 많지 않았다.


"치잇...! 정말 마음에 안 드는군... 대체 왜 내 능력이 먹히질 않아서..."


제이가 멜튼의 능력이 면역인 이유는 실로 간단하다. 제임스가 이전에 란사무르의 악몽에서 그를 구해낼 때, 베어낸 것은 단순한 악몽의 주체가 아니었다.


란사무르는 대상의 내면에서 공포를 조장하는 것을 찾아내고, 그것을 악몽의 주체로 삼아 자신의 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멜튼은 현실에서 감정을 비틀어내 상대방의 공포심을 유발하고, 뇌에 고통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제이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지만, 제임스가 제이의 공포심 자체를 완전히 소멸시켜버렸다. 덕분에 제이는 멜튼의 능력이 크게 작용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감정을 비트는 것 때문에 멜튼에게 느껴지는 위압감은 실로 엄청났다. 하지만 그 너머로 가는 길목이 막혀 있어, 멜튼과 대등하거나 그 이상으로 싸울 수 있는 것이다.


멜튼은 점점 자신이 밀리기 시작하자, 살짝 당황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이렇게 호각으로 싸우거나 불리해진 적은 결코 없었다.


"내 복수를 방해하지 말란 말이다!!"


멜튼은 제이를 향해 검을 휘둘렀으나, 단검 하나가 그의 어깨를 관통했고, 이와 동시에 검이 빗나갔다. 제이는 다시 뒤로 물러나면서, 그를 향해 단검을 다시 쏘기 시작했다.


상황은 늘 본인이 원하는 대로 흘러갔다. 상대의 감정을 비틀기만 하면 내면의 공포가 쉽게 드러났고, 이를 꺼내기만 하면 상대방은 아무것도 못 했다.


이게 거의 불가능했던 것은 지금까지 단 두 번뿐이었다. 한 번은 베스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베스가 태어나자마자 몇몇 메이드의 머리와 플리엔의 머리가 터졌다. 아놀드는 도무지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플리엔에게 베스가 어느 정도 다 클 때까지 맡겼다.


그리고 그녀가 7살이 되던 해, 부모는 베스에게 사랑을 베풀기 시작했다. 그녀도 이제 능력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는 시점이었다.


어렸을 땐 그녀의 능력 때문에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기에, 베스는 다른 형제들보다도 애정을 듬뿍 받았다.


멜튼은 이를 시기한 적이 있었다. 첫째와 셋째도 막내인 베스를 사랑하고 있었지만, 둘째인 멜튼은 그녀가 사랑을 독차지하는 것이 실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게 멜튼은 베스만 없으면 된다고 생각하여, 한밤중에 아무도 들이지 말아야 할 베스 방으로 향했다. 그녀가 자신의 능력에 어느 정도 자각을 했더라도 아직 위험한 단계였다.


때마침 플리엔이 잠시 화장실로 향했고, 그 틈을 타 베스의 방에 몰래 들어갔다. 곤히 자는 베스의 내면을 뒤집어, 다시는 가족들을 못 보게 해줄 생각이었다.


다시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다는 실로 순수하면서도 악의적이었던 그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베스에게 능력을 사용하려던 찰나, 베스와 눈이 마주쳤다.


베스는 알고 있었다. 멜튼은 항상 자기를 몰래 괴롭혔다는 사실을. 그녀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멜튼을 보자마자, 무의식적으로 능력을 사용했다.


그리고 단검 하나가 멜튼의 눈을 사선으로 꿰뚫었다.


"끄아아아아아악!! 허윽... 허윽...."


머리가 으깨지고, 눈이 빠질 것만 같은 고통이 온몸에 전율했다. 머리에서는 피가 뚝뚝 흐르고 있었고, 비명을 들은 플리엔이 잽싸게 그를 붙잡았다.


이후에는 온갖 울음소리와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걸음 소리만이 들렸다. 자신의 머리가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조차 할 수 없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뛰어난 의술사가 베인 가문 근방을 돌아다니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놀드는 그를 빠르게 수소문하여 멜튼을 치료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치료는 성공적이었다. 부풀었던 머리와 튀어나올 것만 같았던 눈알은 정상적으로 돌아갔고, 가족들은 천만다행이라며 안심했다.


그러나 멜튼은 베스에 대한 걷잡을 수 없는 분노에 사로잡혀 있었다.


베스가 12살이 되던 해까지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능력으로 그녀를 괴롭혔고, 베스는 항상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며 그 괴롭힘을 받아왔다.


"멜튼, 나 좀 보자꾸나."


멜튼이 정신을 차렸을 때, 단검 하나가 자신의 가슴팍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멜튼은 그 단검을 쳐냈지만, 단검은 다시 방향을 돌리더니 그대로 멜튼의 허벅지에 박혔다.


"무슨 일이시죠?"


뮤이라는 멜튼을 침대에 눕히고는 애틋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멜튼은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만 같았다.


"혹시 넌 아직도 베스를 해코지하고 있니?"


자신을 이해해줄 거라고 믿어왔던 어머니가 그런 말을 하자, 멜튼의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는 것만 같았다.


왠지 자신의 비밀이 까발려진 것만 같았고 벌거숭이가 된 것 같았다. 처음에는 부끄러움이, 이후에는 증오가 쌓이기 시작했다.


멜튼은 아버지도, 형도, 동생도, 모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직 어머니만이 자신을 바라봐주었고, 그녀에게 항상 감사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자신을 나무라자 치욕감에 휩싸여, 더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어머니, 그 이야기는 어디서 들으셨어요?"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말려무나. 지금은 내 질문에 답해줘야만 한단다."


멜튼은 자신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사실 그는 이전에 한 번, 아버지에게 능력을 사용한 적이 있었다.


무능력한 아버지는 절망에 휩싸여 바들바들 떨었었고, 일주일이 넘어서야 겨우 진정될 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두 형제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멜튼의 능력이 밝혀졌지만, 멜튼은 그들에게 항상 겉으로 미안하다고 말하곤 대상을 베스에게 옮겼다.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생기면 베스에게 화풀이하는 식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자신의 어머니를 향해 능력을 사용한 적이 없었다.


어머니만큼은 절대로 거스를 수 없다며 스스로 다짐했다. 이유는 불분명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를 반드시 정복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래야만 지금까지 내가 원했던 상황을 이뤄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넌 대체 뭐길래! 내가 이루려는 것조차 못하게 막는 거야! 대체 왜!!"


멜튼은 제이를 향해 울부짖었다. 속죄이자 복수를 이루려는 것조차 막으려는 그가 너무나도 싫었다.


주변에 그들의 싸움을 돕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럴만한 것이, 상황은 멜튼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멜튼에게 덤비려는 순간, 능력으로 공포감이 형성되었다. 그렇기에 아무도 멜튼을 건들 수 없어야만 했다.


그러나 그런 그를 건드는 자가 있었다.


"난 네가 올바르게 자라줬으면 한단다. 그러니 이제 그만해줄 수 있겠니? 더이상 그 능력이 너를 좀먹게 두지 말렴."


멜튼은 그 말을 듣고 자신이 왜 이런 생각에 빠져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자신의 능력으로 인해 오만해지고 경솔해져,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있었다.


상대방의 내면을 들춰내는 것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도 마찬가지로 들춰진다. 그리고 상대방의 공포심을 조장할 때, 자신이 감추고 싶어 했던 잔혹함이 드러난다.


그리고 이 잔혹함은 어머니에게만큼은 절대로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쾌감에 젖어, 어느 순간부터 능력에 먹히고 있었다는 사실을 잊게 되었다.


"어머니가 저에 대해 뭘 아신다고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죠? 제가 베스를 용서해주길 바라는 거예요?

날 죽일 뻔했던 년을?! 천만에! 당장 제 앞에서 꺼지세요! 더이상 보고 싶지 않다고요!!"


내뱉고 싶지 않았던 말. 상처 주기 싫었던 말들을 한 번에 말했고 후회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말했을 것이라 정당화하면서.


그리고 그녀는 슬픈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멜튼은 그 눈빛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깨달았다. 그제야 자신이 왜 부끄럽게 느껴졌는지, 발가벗은 것처럼 느껴졌는지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자신은 능력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정 반대였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결국 어머니를 향해 능력이 자기도 모르게 사용되었다.


뮤이라는 그 능력으로 고통받으면서도, 멜튼을 위해 끝까지 겉으로 그렇지 않은 척 행동한 것이다.


어머니는 능력을 사용하기 전부터 자신의 모든 것을 간파하고 있었다. 어쩌면 멜튼은 그녀에게 이전부터 능력을 사용했던 걸 수도 있었다.


이제 더이상 싫었다. 가족에게도, 베스에게도, 어머니에게도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고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기 싫었다.


"도와주세요..."


멜튼은 뮤이라의 품에 안겼다. 그리고 멜튼은 속죄하겠다는 마음으로 베인 가를 떠나 방랑하기 시작했다.


다시는 자신의 능력을 가족에게 함부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이후 루이카 성에서 베스를 다시 만났을 때도, 한편으로는 무사히 자라준 것만으로도 기뻤다.


물론 베스는 이전에 겪은 기억이 남아 있었기에 멜튼을 본 것만으로도 반사적으로 두려워하게 된 것뿐, 실제로 그녀에게 능력을 사용한 적은 없었다.


언젠가는 집에 돌아가서 어머니를 마주 보고 당당하게 다녀왔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어머니의 웃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어머니...."


멜튼은 천천히 목을 들어 너덜너덜해진 자신의 몸을 바라보았다. 그는 뒤로 쓰러져있었고, 피가 주변을 적시고 있었다.


"이게 어머니의 뜻인가요... 제 능력을 사용한 것 때문에... 결국 스스로 파멸하게 된 건가요... 부끄럽네요... 전 결국 이런 놈이었나 봐요... 죄송해요..."


마침내 멜튼의 숨이 멎자, 주변을 뒤덮고 있던 위압감에서 해방된 것만 같았다. 주변에 고꾸라져 정신을 잃고 있던 요원들은 천천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제이도 역시 치명상을 많이 입었다. 아무리 다른 요원들처럼 공포감에 휘말리진 않았다고 해도, 멜튼에게서 내뿜어지는 위압감 때문에 움직이기 쉽지 않았고, 몇 번은 멜튼의 공격을 받았다.


하필 테디의 보호막도 아놀드의 공격을 받은 후, 온전치 못했기 때문에 몸을 방어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승리하였다는 사실에 안심하며 케빈을 바라보았다.


"케빈... 일어나..."


"야, 제이. 너 완전 피범벅..."


"아니까... 끄응... 일단 여기서 벗어나자..."


케빈은 곧장 제이를 부축해주며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쓰러져 있는 멜튼의 표정을 힐끗 바라봤을 때, 멜튼은 살짝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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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05) 22.11.03 2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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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03) 22.11.02 2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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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01) 22.11.01 2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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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그날, 인어가 죽었다 (2) 22.10.30 26 0 12쪽
150 그날, 인어가 죽었다 (1) 22.10.30 3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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