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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후영의 서재

기사로 환생하니 마도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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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게좋아
작품등록일 :
2020.02.18 15:25
최근연재일 :
2020.05.11 22:01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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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4,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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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6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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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봄이 오기 전에 (9)

DUMMY

침상에서 눈을 뜬 자이체프 하사는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난로가 놓여진 천막 안의 낯선 풍경에 자이체프 하사는 기억을 되짚었다.


'여긴 어디지? 난 분명...'


괴물 같은 적 지휘관을 만나 부상을 입고, 무기고에서 재무장을 하고 다시 연합군 초인들과 전투를 벌인 일까지 떠올린 자이체프 하사는 다급히 덮고 있던 이불을 걷었다.


'이게 대체? 다리가 멀쩡하다니?'


분명 자신은 적의 반격에 하체가 날아가면서 의식을 잃었었다.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의아한 눈으로 다리를 살피던 자이체프 하사는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흉터가 하나도 없군.'


몇 년의 군생활 동안 멍들고 찢어지면서 생긴 흔적과 굳은 살들이 모두 사라져 있었다.


'누가 나를 치료한 거지?'


완전히 날아간 하체를 이렇게 깔끔하게 재생시킬 수 있는 마법사는 결코 흔한 존재가 아니었다.

자이체프 하사는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감사하는 한편 사병에 불과한 자신을 위해 고위 마법사가 움직였다는 사실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주변에 있는 물건들도 부상자 한 명을 위해서라기엔 조금 과하군.'


마법적 조치가 취해졌는지 얇은 옷을 입은 상태임에도 전혀 추위가 느껴지지 않았다.


자이체프 하사는 자신이 포로로 잡힌 상태는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제서야 조금 마음이 안정된 자이체프 하사는 천막 너머로 들리는 소음에 귀를 기울였다.


'식사를 하는 모양이군.'


-터벅, 터벅.


천막으로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자 자이체프 하사는 침상에 누워 눈을 감았다.


-부스럭.


천막 입구가 열리며 양동이를 든 병사 한 명이 들어왔다.


"와- 겁나 따뜻하네. 나도 이런데서 자고 싶다."


자이체프는 연방군 복장을 확인하고 나서야 경계를 풀었다.


"병사. 여기는 어디지?"

"으악! 깨어나셨습니까?"


화들짝 놀란 병사를 진정시킨 자이체프 하사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물었다.


"저희는 하일루시 전투에서 큰 활약을 하신 하사님을 모시고 헬싱포르스로 이동하는 중이었습니다."


병사는 말을 하면서도 자이체프 하사의 영웅적 행보에 크게 감동했다며 그를 동경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병사의 입으로 하일루시에서의 자신의 행보를 전해 들은 자이체프 하사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것 같은 황당함을 느껴야했다.


'이거 참, 틀린 건 아닌데. 과장이 심하군.'


민망함을 감추며 자이체프 하사는 현재 날짜를 물었다.


"하일루시 전투가 있었던 날로부터 4일이 지났습니다."


자이체프 하사는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지나지 않았다는 점에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몸 상태를 보고 상당한 시간이 흘렀을 거라 짐작했는데...'


대화를 마친 병사가 보고를 올려야 한다며 천막을 나가고, 다른 병사가 식사와 함께 갈아입을 군복을 가져왔다.


자이체프 하사를 위해 준비된 식사는 일반적인 사병용이 아닌 고급장교들 식단으로 신선한 재료로 만든 요리와 다양한 기호품이 함께 준비되어 있었다.


나름 만족스럽게 식사를 마친 자이체프 하사는 환복을 하고 천막을 나섰다.


밖으로 나오니 내부와는 확연히 다른 추위가 몸을 덮쳤다.


자이체프 하사는 기다리고 있던 병사를 따라 지휘관과 면담을 나눴다.


"홀로 연합군의 초인을 20명 넘게 사살한 귀관의 무용은 매우 감명 깊게 들었네. 연방의 영웅과 함께할 수 있어 큰 영광이로군. 행로 중에 불편함이 없도록 잘 말해놓을 테니, 귀관은 몸을 추스르는데 전념하게나."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반갑게 맞이하는 지휘관의 태도에 자이체프 하사는 자신의 위치가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면담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천막으로 돌아가던 자이체프 하사는 시끄러운 말소리에 걸음을 멈췄다.


-퍽! 퍽!


"이 빌어먹을 꼬맹이가!"


소란이 일어난 곳을 바라보니 몸에 음식물을 뒤집어쓴 병사가 왕국민으로 보이는 소녀를 걷어차고 있었다.


어린 소녀는 무자비한 구타에도 묵묵히 신음 한번 내지르지 않았다.


"이봐, 진정해 이러다 죽겠어."


잔뜩 흥분한 병사는 동료의 만류에도 폭행을 멈추지 않았다.


"거기 무슨 일인가?"


병사는 자이체프 하사가 다가와 제지하고 나서야 발길질을 멈췄다.


"운 좋은 줄 알아라 재수없는 년."


자이체프 하사는 병사에게 일의 자초지정을 물었다.


"포로가 식판을 떨어트려서 훈계를 하고 있었습니다."


당당한 병사의 말에 자이체프 하사는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후- 이만하면 알아들었을 테니 병사는 돌아가서 몸을 닦아내도록."

"예, 알겠습니다."


자이체프 하사는 주섬주섬 몸을 일으키는 소녀에게 다가가 상태를 살폈다.


"괜찮니?"


다행히 옷을 두껍게 두른 덕분에 큰 상처는 없는 것 같았다.


소녀는 자이체프 하사의 물음에도 시선 한번 주지 않고, 입을 꾹 닫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만!"


상처와 먼지로 얼룩진 소녀의 얼굴에, 본국에 있을 여동생이 떠오른 자이체프 하사는 측은한 마음이 들어 챙겨둔 초콜릿을 꺼내 건넸다.


"초콜릿이야. 배고플 텐데 이거라도 가져가."


투명한 눈으로 자이체프 하사를 가만히 응시하던 소녀는 천천히 손을 뻗었다.


작은 손바닥 위에 초콜릿을 올려준 자이체프 하사는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또 먹고 싶으면 내게 말하렴 필요한 만큼 가져다주마."


소녀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포로들 사이로 돌아갔다.


'바실리사는 잘 지내려나?'


천막 안으로 돌아간 자이체프 하사는 펜과 종이를 찾아 본국에 있는 여동생에게 편지를 작성했다.


마지막으로 주고 받은 편지에서 그녀는 자신처럼 군인이 되기 위해 입대신청을 했다고 적혀있었다.


'지금쯤 훈련소에 있을지도 모르겠군.'


하루, 이틀, 삼 일. 자이채프 하사는 무료한 시간을 보낼 겸, 틈틈이 가족들에게 전해줄 편지를 작성했다.


'헬싱포르스에 도착한 후엔 편지를 부칠 수 있겠지.'


"저 말이 사실이야?"


옆에서 들려오는 맑은 목소리에 자이체프 하사는 놀란 표정으로 돌아봤다.


그동안 이리저리 먹을거리를 챙겨줬음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던 소녀가 처음으로 자신에게 말을 건 것이다.


"뭐라고?"


자이체프 하사의 반문에 소녀가 손가락으로 잡담을 나누는 병사들을 가리켰다.


집중해서 귀를 기울이니 병사들이 하일루시 전투에서 있었던 자신의 무용담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듣는 소녀의 목소리에 자이체프 하사는 기분 좋게 대답했다.


"조금 과장되긴 했지만 어느 정도는 맞아."


자이체프 하사의 대답에 소녀가 시선을 마주 보았다.


"무섭지 않았어?"


소녀의 이해할 수 없는 질문에 자이체프 하사는 잠깐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싸우는 게 무섭지 않았냐는 말인가?'


"무서웠지. 하지만 전우들의 복수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더 강했어."


소녀는 자이체프가 한 말을 조금 곱씹는 기색을 보이더니 다시 아무말 없이 초콜릿을 오물거렸다.


'하하하...'


그래도 자이체프 하사는 여동생을 떠올리게 하는 소녀가 조금은 마음을 연 것 같아 만족스런 기분이 들었다.



***



기동대는 지연전을 펼치는 연방군의 방어선을 우회하기 위해 크게 돌아 마수의 영역을 통과했다.

적의 후방에 침투한 기동대는 연방군의 흔적을 따라 사방으로 흩어졌다.

기동대의 목표는 유격전을 통한 적의 후방 교란과 민간인 구출이었다.


흔적을 추적하던 아델은 꽁꽁 얼어붙은 여인의 시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끌려가던 민간인인가? 사인은... 총상이군.'


복부에서 흘러나온 피가 옷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목에 걸려있는 펜던트에서 가족사진까지 발견한 아델은 여인의 부릅떠진 눈을 감겨주었다.


"일단 시신부터 수습하고 주변의 흔적을 샅샅이 살펴라. 왕국민이 끌려간 방향을 확인해."


아델의 명령에 대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연합군의 뒤를 쫓아 추격한 기동대는 붙잡힌 왕국민들과 이를 호송하는 부대를 발견할 수 있었다.


'20명의 마법사 외에는 크게 위협적인 부분은 없는 것 같고... 포로의 안전을 확보하면서 단숨에 치고 들어간다.'


기동대는 천천히 적 부대를 감싸며 틈을 노리고 기다렸다.


공중에서 주변을 정찰하는 마법사들을 피해 움직이던 기동대는 아델의 신호와 함께 일제히 돌입했다.


"습격이다!!"


적을 발견한 병사들이 다급히 방어 대형을 이루었지만 막강한 기동대의 전력에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으아아악!"

"제길! 총알이 안 먹혀!"


병사들이 시간을 버는 사이, 무장을 마친 연방의 마법사들이 반격을 위해 하늘로 날아올랐다.


"쏴!"


미리 대기하고 있던 대원들은 마법사들이 날아오르자마자 일제히 집중포화를 시작했다.


"왕국민의 안전을 확보해라."

"예!"


일방적인 전투에 연방군의 사기가 빠르게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건, 이길 수가 없어!"


병사들이 공황에 빠지고 결국 더 이상 승산이 없음을 직감한 연방군 지휘관이 항복을 선언하면서 전투는 싱겁게 끝났다.


"빨리 빨리 움직여!"


기동대는 항복한 연방군 병사들의 무장을 해제시키고 붙잡힌 왕국민 중에서 싸울 수 있는 인원들에게 무기를 건넸다.


"아직 이곳은 연방군의 영역입니다. 본대가 연방군을 밀어내기까지 시일이 걸릴 테니, 일단은 버틸 방법을 찾는 게 좋겠군요."


볼테르 중위는 붙잡혀있던 왕국민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상황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다.

자신의 처지를 자각하고 있는지 그들은 순순히 볼테르 중위의 말을 따라 움직였다.


뒤에서 경과를 지켜보고 있던 아델은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도 이런 일은 전부 볼테르 중위에게 맡기는 게 좋겠어.'


애초에 어린아이가 나가서 앵앵거려봤자 신뢰감을 주기도 힘들고 서로 피곤하기만 할 뿐이었다.


아델은 포로와 왕국민들을 데리고 숲 안쪽으로 들어갔다.


"기동대장님.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


왕국민들과 면담을 마친 볼테르 중위가 아델에게 다가왔다.


"말해."

"끌려가던 왕국민들 사이에 마력적성자인 아이가 몇명 있었는데 이를 알아본 연방군이 아이들을 따로 빼돌렸다고 합니다."

"자세히 설명해봐."


내용인즉슨 포로의 수가 너무 많아 이동속도가 느려지자 초조해진 연방이 중요 인물을 우선적으로 호송시키고 있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마력적성을 가진 아이들의 부모가 자식을 지키기 위해 숨기고 있었는데 불과 며칠 전에 그 사실을 들킨 모양이었다.


"후- 대원들 소집해."


대원들이 집결하자 자식을 구하러 간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는지 아이의 부모들이 몰려와 눈물을 흘리며 간절히 부탁했다.


'그나마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다행이군.'


밤낮으로 질주한다면 충분이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델은 남아서 왕국민을 지킬 대원 일부를 빼고 흔적을 따라 속도를 높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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