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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후영의 서재

기사로 환생하니 마도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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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게좋아
작품등록일 :
2020.02.18 15:25
최근연재일 :
2020.05.11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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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28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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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붉은 겨울 (1)

DUMMY

사실 왕국에서 기사에게 대위로 임관시켜준다고 권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중령을 대위로 강등시키는 것과 비슷한 행위로, 다른 기사들이었으면 모욕으로 받아들이기 충분할 정도였다.


아델은 제국과의 전쟁에서 초인이 더는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과거, 남보다 조금 힘이 센 인간이었던 마력 적성자들이 연공법을 정리하고 기술을 개발해 나가면서 일반인과 초인 사이에 넘을 수 없는 벽을 쌓아올렸다면, 마법과 과학의 발전은 다시 그 벽을 허물어트리고 있었다.

이제 국가 앞에서 초인은 조금 더 강한 인간일 뿐이었다.


물론 낙후된 칼마르에선 해당이 안되는 말이었지만,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이상 먼 이야기는 아닐 것이었다.


아델은 구스타프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군에도 초인 전력이 없었던 건 아니었고, 대부분이 스콰이어에서 재능의 한계를 깨닫고 기사의 길을 포기한 경우였지만 전례가 있는 만큼 주변을 설득하기에도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나도 한계를 느꼈다고 하지 뭐.'


눈 가리고 아웅이지만 재능이 부족해서 다른 길을 찾았다고 하면 다른 기사들도 대놓고 배신감을 드러내진 않을 것이었다.


솔직한 마음 같아서는 왕국을 손절하고 타국으로 망명하고 싶었지만 포기하기엔 아까운 기반들이 너무 많았다.

침몰해가는 배라도 그 안에 수톤의 금괴가 들어있다면 아델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배를 고치고 자신의 재산을 지킬 생각이었다.


'일단 할 수 있는 부분부터 시작하자.'


군부가 집권하면서 마법 문물에 대한 통제가 모두 풀렸다.

기사들이 반발했지만 지지를 잃은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시간만 충분하다면 왕국은 성공적으로 개혁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었다.


'불안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긴 하지만.'


열강들이 세운 질서에 블레인이 정면으로 맞서기 시작하면서 에레브 대륙에서 시작된 전운이 전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었다.


아델은 이와 비슷한 상황을 한가지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에이, 설마.'


기후라든가 지형이라든가 인종이라든가 비슷한 부분이 있긴 했지만.


'어?'


비슷한 사상도 있긴 했지만.


'음...'


국경도 비슷하긴 했지만.


'에-'


기사도 있고 마법사도 있으니까, 뭐.


'아니겠지?'


며칠 후 레오폴트 공작과 상의를 마친 아델은 가문을 떠나 홀른으로 향했다.

겨울이 깊어지고 새해가 다가오고 있었다.



***



칼마르 왕국, 동부 국경지대.


춥기로 유명한 칼마르에서도 동부 지역의 날씨는 악명이 자자했다.

휘몰아치는 눈보라를 바라보던 병사는 한숨을 쉬며 난로 앞에 주저앉았다.

초소의 벽이 눈보라를 막아주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저앉은 병사가 멍하니 난로를 뒤적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동료를 불렀다.


"이봐, 스벤."

"왜?"

"슬슬 교대할 때 되지 않았냐?"


동료의 질문에 스벤은 짜증스런 표정을 지었다.


"교대는 무슨, 초소 근무 한두 번 서보냐? 폭풍이 지나갈 때까지는 부대에서도 아무것도 못해. 힘들면 너도 저기 있는 애들처럼 잠이나 자든가."


다른 3명의 병사는 몸을 둥글게 말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잠들면 얼어 죽을까 봐 무서워서 싫어."

"새끼, 개소리는."

"젠장 계속 참고있었는데, 스벤! 나 밑에 내려갔다 온다."

"그래, 미끄러우니까 대가리 조심하고."


초소를 내려가자 거센 눈보라가 정면으로 덮쳤다.


"으으, 존나 춥다."


장갑과 옷이 전부 얼어서 바지를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

차라리 뒷구멍을 뚫어놓는 게 편할 거라며 낄낄거리던 선임의 얼굴이 떠올랐다.


"시발, 아무리 봐도 농담이 아닌 것 같아."


낑낑거리며 바지를 내리고 주저앉은 병사는 참았던 해방감을 느낄 수 있었다.


"추, 추워. 써보지도 못했는데 얼어 떨어지겠다."


사박-


응?


작은 소리를 들은 병사가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눈보라가 심해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사람의 형체인 것 같았다.


"오? 교대해주러 왔나보네. 빨리 돌아가야겠다."


푸욱!


초소로 돌아가기 위해 몸을 일으키던 병사의 명치로 단검이 박혀 들었다.


"컥, 커억!"


'이런, 시발.'


병사가 쓰러진 자리로 눈이 붉게 물들었다.


난로를 뒤적이던 스벤은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잘 갔다 왔냐?"


-탕!


스벤의 머리가 총알에 터져나가고 소리에 놀란 병사들이 허겁지겁 일어났다.


-탕탕!


"여기는 미켈론-34 와드 164 점령 완료."

"알겠다, 다음 목표로 이동해라."


국경 곳곳에서 총성이 울리기 시작했다.

적을 발견한 왕국의 병사가 필사적으로 종을 흔들었지만, 소리는 눈보라에 묻혀 멀리 퍼져나가지 못했다.


초소가 무력화되고 눈보라가 잠잠해지자 궤도음과 함께 수많은 전차들이 모습을 들어냈다.

전차가 지나간 자리를 따라 인민군이 진군해 나가고, 병사의 발걸음에 맞춰 해방의 노래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새해의 첫날, 120만의 붉은 군대가 칼마르 왕국의 국경을 넘었다.


아크 연방의 기습침공이었다.



**



-쾅!


"이런 시발!!!"


연방국과의 국경을 책임지는 동부집단군 사령관, 마르커스 발케아 대장은 계속해서 전해지는 소식에 분을 참지 못했다.


'이대로 있으면 전선이 둘로 쪼개진다, 해안의 도시들을 포기하더라도 그것만은 막아야해.'


연방은 왕국이 가장 취약해진 시점을 정확하게 노렸고 왕국군은 속절없이 밀려나야만 했다.

애초에 전근대적인 왕국군 수준에서 기갑전력을 갖추고 밀려오는 연방군을 막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총사령부에 서신을 보내서 상황을 전하고 가용한 기사들을 전부 보내달라고 요청해라. 이대로는 절대 못이긴다."


명령을 내리면서도 마르커스 사령관은 비참한 심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소식이 전달되는 데만 하루가 넘을 것이다.'


무선통신도 갖추지 못한 왕국의 현실상, 증원이 오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할 터였다.

결국 군부에서 우려했던 부분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낭만이니 품위니 좆같은 소리만 지껄이던 새끼들 때문에, 시발 쳐죽일 놈들.'


기사도에 어긋난다고 군의 의견에 어깃장을 놓던 얼굴들을 떠올리니 다시금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


해군이 열악해서 바다를 통한 보급은 불가능에 가깝다.

육로가 막히는 순간 보급에 큰 지장이 생기게 될 터였다.

차라리 호수와 숲으로 뒤덮인 내륙에서 시간을 버는 방법이 유일한 활로이리라.


'왕국 내에 남은 기사의 수가 300은 넘고, 수련하고 있을 스콰이어를 포함하면 6천이 넘는다.'


당장 동부에서 징집 가능한 스콰이어가 2천 정도로 예상되고 있었다.


낙후된 군의 수준에 비해 초인 개개인의 질은 칼마르를 따라올 나라가 없는 만큼, 왕국의 초인들이 제때 도착한다면 충분히 해볼 만할 싸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저번처럼 개죽음이 일어나게 만들면 안된다.'


기사들이 도착하더라도 병력이 없으면 후퇴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할일은 연방의 대규모 병력과 초인 전력 앞에서 병력을 온존하는 것이었다.


"부디 너무 많은 피가 흐르지 않기를."


동부 집단군은 국경 사수를 포기하고 내륙으로 후퇴해 방어선을 구축했다.

왕국군이 믿는 건 험난한 자연환경과 겨울의 맹추위였다.



**



-탕탕탕


"와아아아아!"


연방의 전차가 얼어붙은 호수 위를 밀고 들어갔다.


"미친, 막아!"


-팅팅


"포병들은 뭐하는 거야!"


매서운 추위에 야포가 얼어붙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야야, 저거 멈췄다."


호수 위를 건너오던 전차가 갑자기 멈췄다.


"전차는 무시한다! 적 보병을 노려!"


왕국군의 기관총이 뛰쳐나오는 연방군을 향해 십자포화를 날렸다.

호수로 달려나오던 병사들이 짚단처럼 쓰러졌다.


기관총 진지 위로 시끄러운 엔진음이 고막을 때렸다.


"폭격기다 엎드려!"


몇발의 폭탄이 호수 위로 떨어지고 약해진 얼음이 깨지면서 물에 빠진 병사들이 순식간에 얼어죽었다.

살아남은 병사들이 뒤를 돌아 도망갔지만 붉은 군대의 전사들은 적에게 등을 보인 겁쟁이를 용서하지 않았다.


"사, 살려."


전투가 소강 상태에 빠지면서 휴식을 얻게 된 왕국군 병사들은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네, 바퀴벌레 같은 놈들."


비상 동원령에 의해 강제로 임관하게 된 베르톨트 하사는 파도처럼 밀려오는 인민군의 공세에 치를 떨었다.

잠깐 주어진 휴식임에도 그는 우선적으로 도검을 손질했다.


"검이 좀만 더 좋았으면 좋았겠는데."


아직 오러를 다루는 게 완벽하지 않아 전투가 진행될수록 검날이 조금씩 손상되고 있었다.

군에서 보급하는 도검은 품질이 좋았지만, 강철이라는 소재의 한계를 극복하진 못했다.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전투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병사들의 눈은 결의로 가득 차 있었다.

그들 대부분이 동부 출신이었고 전선이 밀리면 그들의 가족이 연방의 총칼에 노출되는 상태였으니까.


-차르르, 차르륵.


호수를 경계하던 병사는 물살이 갈라지는 소리에 신호를 보냈다.


"뭔가 온다."


병사들이 즉시 무기를 챙겨서 호수를 조준했다.


"크르르.."


물밖에 모습을 드러낸 존재를 확인한 병사들은 순간적으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얼굴을 가린 마스크에 온몸에 박혀들어가 있는 검은 호스, 2미터가 훌쩍 넘는 신장에 기괴하게 부풀은 근육은 혐오감을 불러일으켰다.

양 팔이 있어야 할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거대한 칼날은 새로 등장한 손님이 우호적인 존재가 아님을 알려주었다.


"괴, 괴물?"


괴인에게서 마력을 느낀 베르톨트 하사가 크게 외쳤다.


"쏴! 초인이다!"


당황한 병사들이 그제서야 일제히 사격을 시작했다.


-타타타타탕


수많은 탄환이 빗발쳤지만 괴인의 앞에 생성되는 실드에 모두 가로막혔다.


그 광경을 바라보는 왕국군의 얼굴에 절망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틀, 틀렸어."

"아니야! 통한다! 계속 쏴!"


조금씩 실드가 약해져가는 걸 알아챈 베르톨트 하사가 병사들을 독려했다.


-퍼퍼퍼퍼퍽


유리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실드가 소멸하고 총알이 괴인의 몸에 박혀들었다.


"우어어어!!!!"


실드가 사라진 후에도 한참을 버텨낸 괴인은 결국 진지를 앞두고서야 쓰러졌다.


"후, 어디서 이런 괴물이 나타난거지?"

"저, 저기, 뭔가 또 오는데, 설마?"


호수 가득 물결이 요동치고 있었다.


베르톨트의 감각에 수백의 마력 반응이 느껴졌다.

서둘러 병사 한명을 지목한 그는 괴인에 목을 잘라 넘겼다.


"야, 너! 본부로가서 이 사실을 알려라."

"예, 옙!"


머뭇거리며 주변의 눈치를 보던 병사는 결심한 표정을 짓고는 뒤돌아 달렸다.

물이 갈라지면서 괴물들이 호숫가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모두, 전투 준비."


명령을 내린 그는 검을 뽑아들고 진지 앞을 막아섰다.


"와라- 못생긴 새끼들아."


뮤턴트라 불리는 그것은 연방의 끔찍한 생체실험을 통해 탄생한 생물병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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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붉은 겨울 (7) 20.03.20 505 10 11쪽
13 붉은 겨울 (6) +1 20.03.18 513 9 12쪽
12 붉은 겨울 (5) +1 20.03.16 525 11 12쪽
11 붉은 겨울 (4) +3 20.03.06 553 13 11쪽
10 붉은 겨울 (3) +2 20.03.05 571 13 11쪽
9 붉은 겨울 (2) +2 20.03.03 593 14 11쪽
» 붉은 겨울 (1) +5 20.02.28 648 13 11쪽
7 플로렌스 (3) +4 20.02.27 679 14 11쪽
6 플로렌스 (2) +2 20.02.26 709 15 11쪽
5 플로렌스 (1) +3 20.02.24 744 12 11쪽
4 룬드 회전 (3) +4 20.02.21 800 16 12쪽
3 룬드 회전 (2) +3 20.02.20 850 13 11쪽
2 룬드 회전 (1) +5 20.02.18 1,113 20 11쪽
1 Prologue +2 20.02.18 1,192 19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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