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독자 후영의 서재

기사로 환생하니 마도시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먹는게좋아
작품등록일 :
2020.02.18 15:25
최근연재일 :
2020.05.11 22:01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14,809
추천수 :
307
글자수 :
144,337

작성
20.02.20 02:12
조회
849
추천
13
글자
11쪽

룬드 회전 (2)

DUMMY

아델은 최대한 힘을 아끼며 전황을 살폈다.

제국군 사이에서 난전을 벌이던 우익의 기사들이 한곳에 모여 전열을 정비했다.


'느낌이 싸한게 잘못하면 여기서 엔딩각 보겠다.'


전생에 세계적인 프로게이머였던 아델의 촉이 경종을 울리고 있었다.


국왕에게 달려간 엔하임을 기다리는 사이 중앙에서 전령이 왔다.


"상급기사들은 중앙으로 모이고 나머지 기사들은 후퇴하라는 전하의 명이 내려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후퇴를 안한다는 건가?'


칼마르의 국왕은 기사의 힘을 믿고 전면돌파를 선택한 것 같았다.


자신들 중 경지가 가장 낮은 이에게 하급기사의 인솔을 맡긴 상급기사들이 모두 중앙으로 떠났다.

하급기사인 아델은 남은 기사들과 함께 진형을 유지하며 뒤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상공의 마법사들이 후퇴하는 기사들을 집요하게 따라붙었다. 마법사들의 공격에 경지가 낮은 기사들이 하나둘 쓰러지면서 퇴각하는 속도가 조금씩 느려졌다.


"이 비겁한 새끼들이"

"내려와서 정정당당하게 싸워라!"


기사가 던진 칼에 몇몇 마법사가 격추된 이후로 마법사들은 최대한 거리를 벌린 후 마법으로 견제를 해왔다.

많은 이들이 분통을 터트렸지만 하급기사만 모인 상황에서 상공의 마법사에게 대항할 방법은 몇 개 없었다.


마법사가 끈질기게 발목을 붙잡고 늘어지는 사이, 어느새 도착한 비행기가 전장의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이런."


비행기의 문이 열리고 검은 물체가 쏟아져 내려오기 시작했다.


"조심해!"


쿵- 쿵 쿵


전장 곳곳이 떨어지는 물체를 피하느라 혼란에 빠졌다.

아델은 관처럼 생긴 물체에서 흘러나오는 마력반응에 재빨리 주변을 살폈다.

근처에서 느껴지는 기운만 해도 수백 개는 되어 보였다.

주변의 하급기사들의 표정을 보니 대부분 정신이 나가있었다.

인솔하는 상급기사의 표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거 완전 개패인데'


쓸모없는 것들이랑 얽혀서 묏자리를 함께 쓰게 생겼다. 재빨리 손절하고 튀려는데 문득든 생각에 오러를 담아 크게 소리쳤다.


"모두 정신 차리고 모여!"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봐야겠지.'


귀족으로 태어난 이상 비효율적이라 생각하는 행동도 어느 정도 감수할 필요가 있다.

우습게 보여도 귀족들 간의 카르텔은 세계 곳곳에서 큰 힘을 발휘하고 있으니까.

명예에 환장하는 족속들 사이에서 평판에 흠이 생기는 것만큼 성가신 일은 없다.


아델의 외침에 흩어졌던 기사들이 한곳에 모였다.

어느 순간부터 마법사들의 견제도 멈췄다. 아델은 소강 상태인 지금이 기회라고 느꼈다.


"콘라드경 빨리 가야합니다."

"아, 알겠네. 모두 출발한다!"


푸쉬이이이-


관이 열리고 피처럼 붉은 연기와 함께 검은 풀플레이트 아머를 입은 기사가 걸어나왔다.


'기사가 아니야. 골렘인가?'


오러가 아닌 이질적인 마력에 아델은 한눈에 정체를 알아볼 수 있었다.


"끄아아악!"

"앞이 안보여!"


관에서 흘러나온 연기에 닿은 기사들의 몸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독이다!"

"명예도 모르는 놈들! 비열한 수단만 계속 사용하는구나!"

"이런 상황에서도 독을 사용하다니 다 같이 죽자는 건가?"


차원이 다른 독기에 경지가 낮은 기사부터 차례대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아델도 독연 속에서 시야가 망가지는 걸 느꼈다. 제국이 사용한 화학무기의 독성이 기사의 저항력을 상회하고 있었다.


독무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발걸음을 더욱 서둘렀다.

어느새 수많은 골렘들이 후퇴하는 기사들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분노한 기사 한명이 앞으로 뛰쳐나갔다.


채앵!


"크윽, 이깟 골렘 따위!"


골렘의 공격을 흘려낸 기사가 단번에 골렘을 절단하기 위해 몸을 숙이며 검을 휘둘렀다.

빈틈을 뚫은 기사의 검이 골렘의 허리를 베어냈다.


깡!


"위험해!"


오러가 담긴 공격에도 골렘은 허리가 움푹 패였을 뿐 절단되지 않았다.

예상과 다른 사태, 당황하여 빈틈이 드러난 기사의 머리 위로 골렘의 검이 떨어졌다.


촤악-


골렘이 휘두른 검에 강화된 기사의 몸이 반으로 갈라졌다.


"평범한 골렘이 아니야!"


주변에서 느껴지는 골렘의 수가 수백은 넘어 보였다.


'그나마 이곳이 약한 부분이겠지.'


결전을 위해 왕국의 실력자들이 모두 중앙으로 모였다.

적이 바보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전력을 중앙으로 보냈을 테니 상대적으로 여기가 적의 전력이 약한 곳일 것이다.


독기를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는 기사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었다. 아델은 결단을 내릴 시간이 왔음을 깨달았다.


하급기사들의 후퇴를 이끄는 콘라드도 아델과 같은 생각을 했는지 비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쓰러진 기사들을 내려놓고 싸울 준비를 하라."


사태의 심각성을 알았는지 다행히도 별다른 반발은 생기지 않았다. 다만 몇몇 기사만이 친했던 기사를 포기하지 못해 망설이고 있었으나 콘라드는 고개를 돌려 외면하고 전투를 준비했다.


기사도를 품은 그들에게 동료를 버리는 것은 치욕이었으나, 동료의 발목을 잡는 것 또한 큰 치욕이었다.


독무 속에서 하나 둘 쓰러지고 결국 살아남은 기사의 수는 50명도 넘지 않았다.

그마저도 대부분이 간신히 몸만 움직일 수 있는 상태였다.


아델이 콘라드에게 다가갔다.

독에 잠식된 몸이 천근처럼 무겁고 정신이 혼미해지고 있었다.


"이 상태에서 골렘과 전투를 벌여봤자 몰살당할 뿐입니다. 다행히 골렘의 움직임이 느리니 흩어져서 도망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살아남은 기사들도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콘라드가 비참한 탄식을 내뱉었다.


"알겠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강한 저항력을 가진 기사들이 죽어나가는 독무가 전장을 가득 덮은 만큼 제국의 마법사들이 근처에 남아있을 확률은 없었다.

마법사의 육신은 일반인과 큰 차이가 없었으니까.


"모두 살아서 봤으면 좋겠군."

"칼마르의 영광을 위하여!"


각오를 마친 기사들이 남은 힘을 다해 사방으로 흩어졌다.



***



"이대로라면 기사들이 전멸합니다. 저희도 진군해서 도와야합니다!"


후방에서 전선을 유지하는 왕국의 병사들이 극심히 동요하고 있었다.

군대를 지휘하는 고위장교들이 모여서 다급히 회의를 진행했다.


간신히 중기관총으로 마법사를 견제하는 상황에서 기사단이 쓰러져가는 광경은 왕국군 지휘부를 혼란에 빠트리기 충분했다.


"이미 늦었습니다. 빨리 후퇴해서 군대라도 보존해야 합니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국왕 폐하도 저곳에 계십니다!"

"이대로 진군해봤자 제국군 폭격에 병사들만 소모될 뿐입니다!"


전장은 이미 제국이 뿌린 독무로 가득 차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폭격을 뚫고 들어가 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후퇴해서 전략을 다시 세워야합니다. 처음부터 제국군과 정면에서 맞붙는 건 잘못된 선택이었습니다. 군대를 보존하고 후일을 도모해야합니다."

"기사가 모두 전멸한 뒤에 무얼 할 수 있다는 것이오!"

"기사가 없어도 싸울 수 있습니다. 애초에 기사에만 의존하니까 이런 불상사가 생긴 것 아닙니까!"

"뭐? 어디서 감히!"


의견이 다른 장교들이 서로 언성을 높이며 막사가 시끄러워졌다.


"그만! 다들 진정하도록."

"사령관님!"

"자네도 알지않나? 우리가 도울 방법이 없다는 걸. 결단을 내리겠네. 모두 퇴각할 준비를 하게나."


사령관의 명령에 장교들이 막사를 나가고 뒤이어 구스타프 대장도 밖으로 나왔다.


"후우~"


전황을 살피던 노장은 답답한 마음에 담배를 입에 물었다.


"적어도 뒤를 잡히지는 않겠군."


기사를 잡기 위해 막대한 병력을 희생시킨 만큼 후퇴하는 왕국군의 뒤를 추격할만한 여력은 없을 것이었다.



**



이미 독무로 시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아델은 감각을 극도로 끌어올려 최대한 골렘의 기운을 피해 움직였다.


다행히 골렘은 곳곳에 퍼져있을 뿐 포위망이 형성된 상태는 아니었다.


"쿨럭!"


피가 아델의 입가를 타고 흘러내렸다.

간신히 오러로 독을 막아내고 있지만 조금씩 밀리고 있었다.

오러 엑스퍼트의 경지가 아니었다면 이미 죽었으리라.


'흩어진 기사들 중에서 그나마 도망칠 가능성이 있는 건 콘라드 뿐이겠군.'


전장을 가득 채운 독은 오러 유저인 하급 기사들이 감당할 수 있는 독이 아니었다.

상급기사도 버티는 게 고작인 만큼 마스터라 할지라도 운신에 영향이 있으리라 예상됐다.


'중앙으로 갔으면 위험했어.'


제국이 왕국의 행동을 예상하고 파놓은 함정에서 마스터의 존재를 상정해 놓지 않았을리가 없었다.

두 마스터와 2백이 넘는 엑스퍼트라 할지라도 중독된 상태로는 덫에서 빠져나오기가 요원한 일이리라.

단지 과한 주목을 피하고자 경지를 숨긴 행동이 아델에게 행운으로 돌아왔다.


채앵!


연기를 뚫고 나타난 골렘이 아델의 앞을 가로막았다.

골렘의 검붉은 몸체는 독기에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아 보였다.

아델은 최대한 싸우기보단 피할 수 없는 공격만 쳐내고 골렘을 밀어내면서 도주에 전념했다.

다행히 미리 후퇴했던 만큼 전장에서 벗어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저벅- 저벅-


골렘 수십 마리가 아델의 앞을 막아선 채로 포위를 형성하며 다가오고 있었다.


'이런 시발, 거의 다 왔는데.'


독기에 감각까지 약해져 눈치채는 게 늦어버렸다.


'돌아가기에는 늦었어.'


아델은 남은 오러를 끌어모았다.


쾅-


강한 오러를 담긴 공격에 골렘의 몸이 튕겨져 나갔다.

아델은 작은 몸을 이용해서 틈사이를 지나쳤다.

최소한의 힘으로 틈을 만들어내며 포위망을 뚫어내려 했지만 치솟는 독기에 몸이 더욱

둔해지고 있었다.


'젠장!'


동시에 들어오는 합공에 피할 수 없음을 직감한 아델은 미련없이 왼팔을 내어주었다.

아델의 속도가 늦어지면서 더욱 많은 골렘이 몰려들고 있었다.


콰아아앙!


등뒤로 커다란 폭음과 함께 세상을 부술 듯한 거대한 오러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이에 대항하듯 막대한 마력이 오러를 찍어눌렀다.

두 기운의 힘겨루기로 발생한 충격파로 아델이 있는 외곽까지 강풍이 밀어닥쳤다.


갑자기 골렘들이 아델에 대한 공격을 멈추고 중앙으로 달려나갔다.


'후... 살았네.'


수많은 마력이 모두 중앙으로 모이고 있었다.

기감을 통해 제국의 움직임을 느낀 아델은 서둘러 전장을 벗어나기 위해 움직였다.


'다 끝났다.'


왕국은 이번 전투에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

단순히 대부분의 기사 전력을 상실한다는 걸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아델은 기사가 무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고, 곧 왕국의 모두도 알게 될 테니까.

기사의 몰락은 칼마르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었다.


충격파에 의해 독연 또한 강풍을 따라 전장을 넘어 멀리 퍼져나갔고 아델은 한참을 달려서야 독무를 벗어날 수 있었다.


독기에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저수지를 발견한 아델은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푸하!"


시원한 물속에서 몸을 씻어내며 독기를 일부 중화하고 아델은 나무 아래에 주저앉았다.

다행히 추적하는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고 긴장이 풀린 아델은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Personacon 양마루
    작성일
    20.04.08 23:16
    No. 1
  • 작성자
    Lv.97 g2******..
    작성일
    20.04.17 01:23
    No. 2

    독으로 전쟁을 하면 이긴쪽은 자신들도 독으로 당할까봐 사회적 비용이들고 진쪽도 적국을 인정못해서 게릴라 형태가 됩니다만. 광산만 먹고튈려고해도 광산 캐는 비용이 광석비용보다 비쌀수 있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0.05.04 02:44
    No. 3

    잘 보고 있어요.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기사로 환생하니 마도시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일반 연재로 전환되었습니다. 20.03.28 285 0 -
29 엑시스 (2) +2 20.05.11 105 6 12쪽
28 엑시스 (1) +1 20.05.07 154 7 12쪽
27 봄이 오기 전에 (12) +3 20.04.28 194 8 12쪽
26 봄이 오기 전에 (11) +2 20.04.24 216 8 11쪽
25 봄이 오기 전에 (10) +1 20.04.21 240 5 11쪽
24 봄이 오기 전에 (9) +1 20.04.16 270 8 11쪽
23 봄이 오기 전에 (8) +1 20.04.15 284 6 11쪽
22 봄이 오기 전에 (7) +2 20.04.13 289 8 11쪽
21 봄이 오기 전에 (6) +1 20.04.06 355 6 11쪽
20 봄이 오기 전에 (5) +2 20.04.02 382 8 11쪽
19 봄이 오기 전에 (4) +1 20.03.31 411 8 11쪽
18 봄이 오기 전에 (3) +2 20.03.30 444 8 11쪽
17 봄이 오기 전에 (2) +1 20.03.27 477 9 11쪽
16 봄이 오기 전에 (1) +1 20.03.26 493 11 11쪽
15 붉은 겨울 (8) +2 20.03.24 495 9 11쪽
14 붉은 겨울 (7) 20.03.20 505 10 11쪽
13 붉은 겨울 (6) +1 20.03.18 513 9 12쪽
12 붉은 겨울 (5) +1 20.03.16 525 11 12쪽
11 붉은 겨울 (4) +3 20.03.06 553 13 11쪽
10 붉은 겨울 (3) +2 20.03.05 571 13 11쪽
9 붉은 겨울 (2) +2 20.03.03 593 14 11쪽
8 붉은 겨울 (1) +5 20.02.28 647 13 11쪽
7 플로렌스 (3) +4 20.02.27 679 14 11쪽
6 플로렌스 (2) +2 20.02.26 709 15 11쪽
5 플로렌스 (1) +3 20.02.24 744 12 11쪽
4 룬드 회전 (3) +4 20.02.21 800 16 12쪽
» 룬드 회전 (2) +3 20.02.20 850 13 11쪽
2 룬드 회전 (1) +5 20.02.18 1,113 20 11쪽
1 Prologue +2 20.02.18 1,192 19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