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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후영의 서재

기사로 환생하니 마도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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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게좋아
작품등록일 :
2020.02.18 15:25
최근연재일 :
2020.05.11 22:01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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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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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8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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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붉은 겨울 (6)

DUMMY

기동대는 하루를 더 지새고 나서야 8군단 사령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제3 기동대가 8군단 직할로 배속되어 움직이는 만큼 아델은 도착하자마자 군단장과 직접 면담을 하게 되었다.


"상황이 안 좋은 와중에 육로를 통해 온다고 하니 작은 걱정을 했는데 다들 멀쩡한 모습이라 다행이군. 왕국의 영토를 넘보는 건 연방만이 아니거든."


품평하듯 내려보는 하르스터 중장의 날카로운 시선 앞에서도 아델은 덤덤한 자세를 유지했다.


"아직까지는 위협적인 마수가 영역을 넘어오지 않아 숲을 지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하위 마수들이 중간중간 습격해 왔으나 대원들의 활약으로 쉽게 물리칠 수 있었습니다."


아델은 굳이 마수의 영역으로 들어가 상위종들을 토벌한 내용을 말하지 않았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아델의 경지는 오러 유저 중하급 정도였고 홀로 상위종을 토벌하는 건 알려진 경지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얼추 아델의 경지를 가늠했던 사람들도 모두 죽어 없어진 상태에서 아델은 굳이 자신의 경지를 밝힐 생각이 없었다.

제국과의 전쟁에서 엑스퍼트도 개복치처럼 죽어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이후, 가장 먼저 아델이 한 일이 경지를 숨기는 방법을 갈고닦는 것이었고 어중간한 힘은 괜한 위험만 초래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아델은 적당히 장래가 기대되는 인재 정도의 포지션을 유지할 생각이었다.


하르스터 중장이 환풍기를 가동하자 팬이 빠르게 돌며 시끄러운 소음을 냈다.


"고위종일수록 인간에 대한 경계심이 매우 강하지, 허나 그것도 잠시일 뿐이네. 본능에 사로잡혀 천지분간 못하는 잔챙이들이 영역을 넘어와 활개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가만히 지켜보기만 한다면 놈들은 인간이 약해졌다는 사실을 깨닫고 금세 이빨을 드러내기 시작할걸세."


중장은 흰머리를 쓸어올리며 담배를 꺼내들었다.

연기를 뿜어낸 중장은 무기질적인 눈빛으로 자신 앞에 서있는 어린아이를 바라보았다.


'상부에선 무슨 생각으로 이런 선택을 하는 건지 모르겠군.'


소문으로 미리 전해 들었고 긍정적인 평가가 많은 인물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기사라고 하니 무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겠으나 지금은 맹장이 활약하는 시대가 아니다.


'그래도 눈빛은 마음에 드는군, 상부의 안목을 믿어볼 수 밖에.'


"후우- 오는 길에 마수들과 한바탕해봤으니 별다른 말은 필요 없겠지."


손짓으로 아델을 가까이 오게 한 중장이 종이 한장을 건네주었다.


"자네가 맡아줘야 할 일이라네, 구역을 수색하면서 마수도 사냥하고 숨어들어온 연방군도 쓸어내는 청소부 역할이지. 굳이 일일이 간섭하지는 않겠네, 대위에게 작전을 완전히 일임할 테니 결과만 잘 보고하게나."

"예, 알겠습니다."


중장은 몇가지 말을 더 남기려다가 그만뒀다.

아델의 전략적 안목을 확인하기 위한 시험으로 중장은 말을 아꼈다.


"오느라 고생한 대원들에게 휴식을 주고 싶지만 미안하게도 시간이 없네. 정비가 끝나는 즉시 바로 임무를 시작하도록."


군부가 기사들의 반란을 우려해 각 부대로 잘게 흩어놓은 상태라 초인 전력을 운용하는 데 있어 많은 애로사항이 생기고 있었다.

왕국의 입장에서 200명이 넘는 초인급 강화병으로 구성된 기동대는 중요한 전력이었다.

공격적으로 운용해 연방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부대를 수색 임무에 투입한다는 건 그만큼 이번 임무가 중요하다는 뜻이었다.


'지휘부에선 연방군의 허리를 잘라낼 계획인가?'


1개 군단이 북부에 주둔했다는 말에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었다.

다만 연방도 바보가 아닌 이상 대비를 하지 않았을 리가 없었고, 들킬 경우 오히려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전멸할 확률이 높은 위험한 작전이라 확신은 못하고 있었다.


'어중간한 병력으로는 실패할 확률이 높은데, 추가 증원이 오는 건가?'


연방의 대규모 뮤턴트 부대와 국내의 여러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토르네오강 전선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왕국은 막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태이다.

왕국이 연방에 대해 반격의 여력을 남기는 행동을 보일 수 있는 건 국외의 변수를 믿고 있기 때문이리라.


아델은 상념에 빠진 채 걸음을 옮겼다.


8군단은 북쪽 항구도시에서 90km 정도 떨어진 고지대에 주둔해 있었다.

새하얀 눈으로 덮인 얼어붙은 산맥, 혹한의 마력이 담긴 차가운 북풍은 저항력이 약한 일반 병사들에게는 죽음의 바람이었다.

얼어죽지 않기 위해서라도 군단은 깊은 땅굴을 파고 들어가 그 안에 병력을 주둔시켜야했다.


북부의 혹한 속에서 큰 비전투 손실 없이 움직일 수 있는 전력은 초인들 뿐, 노멀을 포함한 대규모 병력을 기동하기 위해서는 겨울이 지나야했다.

당장 맡은 임무를 모두 끝내더라도 군단이 기동대를 가만히 냅두지 않을 거란 건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안온한 삶을 꿈꾸는 아델에게는 절로 인상이 찌푸려질만한 상황이었다.


'하긴, 대위가 꿀빨 짬은 아니지.'


쩝, 입맛을 다신 아델은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어렵고 힘든 임무일수록 승진도 빠를테고 지금 맡은 자리가 자신을 위한 엘리트 코스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특전단의 다른 대장들만 해도 군의 엘리트들로 모두 중령 진급이 유력시되는 상황이었다.


돌아온 아델은 대원들에게 임무 내용을 하달하고 장비 정비 상태를 점검했다.


주둔지까지 오던 길을 떠올려 봤을 때 이번에 맡게 된 구역의 상황이 절로 예상되는 만큼, 아델은 한 주에 걸쳐 천천히 주둔지에서 토르네오강 중류에 이르는 영역을 소탕할 계획이었다.

단기 작전이었지만 마수의 숲을 돌아다녀야 하는 만큼 긴급상황에 대비해 오페르타의 마법사들도 함께 움직일 생각이었다.


"죄송합니다, 폐를 끼치게 되겠군요."


아델은 채프먼 소령에게 사과의 말을 건넸다.


"하하, 괜찮습니다. 원래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인데요."


마도구에 대한 정비능력이 전무한 칼마르의 사정을 아는 만큼 채프먼 소령은 개의치 않았다.

칼마르의 마력적성자들이 오페르타에서 연수를 마치고 쓸만한 마법사가 되어 돌아와 인수인계를 받을 때까지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 거란 걸 이전부터 인지하고 있던 만큼 최대한 협조할 생각이었다.

다만 말하면서도 마수들이 들끓는 숲에 다시 들어간다 생각하니 점점 목소리에 힘이 없어졌다.

채프먼 소령은 강화병을 혹독하게 가르치던 훈련 교관의 모습을 보였지만 기실 그는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보다는 틀어박혀 개인 연구에 집중하는 걸 더 좋아하는 학자 기질이 강했다.


"영역이 안정화된 이후에는 오페르타 인원들이 주둔지에서 벗어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마수의 위험도가 떨어지면 대원들도 그룹으로 나누어 번갈아가며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편성할 계획이었다.

대원들이 오러 유저에 준하는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강화병이라 하더라도 그 본질이 노멀임을 아델은 흘려넘기지 않았다.

계속되는 강행군을 버틸 수 있는 건 극도로 단련한 오러나이트뿐이었다.


아델은 대원들을 지켜보며 채프먼 소령과 대화를 나눴다.


너른 공터에 마도구를 모두 꺼내 놓은 대원들은 오페르타 마법사의 도움을 받아 장비 점검을 하고 있었다.


"마력을 다루지 못하는 노멀은 마도구를 다루는데 있어 제약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아쉬워하는 아델의 말에 채프먼 소령이 웃으며 말했다.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마법사라고 해서 마도구를 잘 다룰거라 생각하시는 건 편견입니다. 마도학은 매우 방대한 학문이라 마법사들도 제각기 전문 분야에 따라 잘하는 게 있고 못하는 게 있습니다. 마도구를 정비하는 일도 깊게 들어가면 전문 마법사가 아니면 헤매기 일쑤이죠. 애초에 제작할 때부터 심한 고장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간단한 정비는 전용 장비를 통해 노멀들도 쉽게 할 수 있게 설계를 해놨습니다."

"그럼 저건 무슨 상황인 겁니까?"

"왕국의 사정상 대원들의 훈련기간이 너무 짧아 훈련소에서는 전투 위주로 교육시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나머지 교육들은 실전에서 가르칠 수 밖에 없게 된겁니다."


설명을 들은 아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생각해보니 저도 기본적인 교육을 받은 기억이 없습니다. 소령님께서 직접 가르쳐주시겠습니까?"


아델도 몇가지 무기와 모터사이클을 지급 받은 만큼 같이 교육을 받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생각이십니다."




***




칼마르 왕국과 폴스카 왕국은 루스 제국이 혁명으로 무너지고 황실 일가가 공산당원들 손에 학살 당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사회주의에 대해 심각한 위협을 느꼈다.

본래부터 루스 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던 두 나라는 연방에 맞서 사회주의의 팽창을 저지하기 위한 동맹을 맺었다.


다만 국가 간의 약속이란 게 이익에 따라 변하는 만큼, 아크 연방의 칼마르 침공 소식이 막 전해진 초기에 폴스카 왕국은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결국 칼마르 왕국의 동부가 전부 연방 손에 넘어갔다는 충격적인 전황이 들리고 나서야 당황한 폴스카 왕국은 부랴부랴 전쟁 준비에 나섰다.


쾅!


국무회의에 불려갔다 온, 폴스카 군 총사령관 리츠시그 원수는 집무실에 들어가자마자 모자를 집어 던지며 탁자를 내리쳤다.


"이런 개새끼들! 뚫린 입이라고 쳐 씨불이고 있어!"


이전부터 군은 약해진 칼마르의 전력 상황과 연방의 막대한 군사전력을 비교하며 높은 확률로 연방이 도발해 올 가능성을 예상했고 미리 유사시를 준비해 전쟁 발발시 최대한 빠르게 개입해야 한다고 수뇌부에 수도 없이 경고해왔다.

그러나 내각 각료들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전쟁이 발발했음에도 낙관론만 펼치다가 막상 큰일이 닥치자 군에 모든 책임을 떠넘겼다.

전쟁 개시가 늦어진다는 이유로 국무회의에 불려가 온갖 모욕과 삿대질을 당하면서 리츠시그 원수는 뻔뻔한 낯짝들을 모조리 쳐죽이고 싶은 마음을 초인 같은 인내심으로 억눌러야했다.


"빌어먹을 기생충 같은 놈들."


이제와서 병력 조금 보낸다고 연방이 칼마르에게서 얻은 동부를 순순히 포기할 리가 없었다.

초반에 바로 개입했다면, 칼마르가 대비를 마칠 시간까지 연방이 온전히 전력을 집중하지 못하게 접경지에서 시선만 끌어줘도 충분했던 일이었다.

시기를 놓친 이상 전력을 동원해 연방과 맞붙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래도 칼마르와의 전쟁 때문에 아국과 맞닿은 국경지대의 방어가 상대적으로 약해졌다는 점이 다행이군.'


폴스카가 개입하는 상황을 연방도 어느정도 대비했을 만큼 전쟁이 쉽게 흘러갈 거라 생각하진 않지만 양면전쟁을 벌여야하는 연방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연합군에게 유리하게 돌아갈 확률이 높았다.


연방과 맞닿은 동부전선에는 이미 46개 사단이 집결해있었고 폴스카군은 연방에 대한 침공 준비를 하나 둘 마치고 있었다.


블레인 제국이 솔레이온 공화국과의 국경에서 극심한 분쟁을 벌이고 있는 상태라 리츠시그 원수는 온전히 동부에 힘을 쏟을 수 있었다.


'차라리 잘 됐어 만약 연방을 무너트린다면 지금이 절호의 기회다.'


리츠시그 원수는 전화기를 들어 올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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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봄이 오기 전에 (6) +1 20.04.06 356 6 11쪽
20 봄이 오기 전에 (5) +2 20.04.02 382 8 11쪽
19 봄이 오기 전에 (4) +1 20.03.31 411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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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봄이 오기 전에 (2) +1 20.03.27 477 9 11쪽
16 봄이 오기 전에 (1) +1 20.03.26 493 11 11쪽
15 붉은 겨울 (8) +2 20.03.24 495 9 11쪽
14 붉은 겨울 (7) 20.03.20 505 10 11쪽
» 붉은 겨울 (6) +1 20.03.18 513 9 12쪽
12 붉은 겨울 (5) +1 20.03.16 525 11 12쪽
11 붉은 겨울 (4) +3 20.03.06 554 13 11쪽
10 붉은 겨울 (3) +2 20.03.05 571 13 11쪽
9 붉은 겨울 (2) +2 20.03.03 593 14 11쪽
8 붉은 겨울 (1) +5 20.02.28 648 13 11쪽
7 플로렌스 (3) +4 20.02.27 679 14 11쪽
6 플로렌스 (2) +2 20.02.26 709 15 11쪽
5 플로렌스 (1) +3 20.02.24 744 12 11쪽
4 룬드 회전 (3) +4 20.02.21 800 16 12쪽
3 룬드 회전 (2) +3 20.02.20 850 13 11쪽
2 룬드 회전 (1) +5 20.02.18 1,113 20 11쪽
1 Prologue +2 20.02.18 1,192 19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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