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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후영의 서재

기사로 환생하니 마도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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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게좋아
작품등록일 :
2020.02.18 15:25
최근연재일 :
2020.05.11 22:01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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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13
추천수 :
307
글자수 :
144,337

작성
20.04.06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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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봄이 오기 전에 (6)

DUMMY

장시간 도시를 샅샅이 훑었는데도 어디에서도 민간인을 발견할 수 없었다.

계속되는 헛걸음에 아델도 조금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자신이 부재하더라도 대원들이 잘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오랜시간 자리를 비워서 좋을 건 없었다.


'지하 벙커라도 있나? 그럼 곤란한데.'


아무리 아델이라 해도 땅속 깊은 곳까지 기척을 잡아내긴 힘들었다.


'어쩔 수 없지 이쯤에서 포기하고 전투에 집중하는 게 좋겠어.'


아델은 칼릭스 소령에게 통신을 연결해 상황을 전했다.

전투가 치열한지 목소리에는 조금 다급한 기색이 느껴졌다.


"고생했네. 어디 다친 곳은 없나?"

"별다른 교전도 없었습니다."

"다행이군. 그럼 용무가 생기면 다시 연락하겠네."

"예, 알겠습니다."


통신을 마치고 대원들을 찾아 돌아가려던 아델은 순간적으로 느껴진 묘한 이질감에 정신을 집중했다.


'뭐지?'


전장에서 조금 떨어진 건물에 자신도 경시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한 마력을 품고 있는 기척이 느껴졌다.

은폐 수준이 뛰어나 경지가 조금만 부족했어도 알아채지 못할 뻔 했다.


'마법사인가? 연방군 안에 이정도 고위 마법사가 합류해 있었다니. 그런 정보는 없었는데?'


홀로 8위계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고위 마법사의 존재는 기동대에게 큰 위협이었다.


다급한 마음에 서둘러 움직이려던 아델은 순간 작은 의문이 들었다.


'근데 왜 지금까지 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거지?'


처음부터 고위 마법사가 동시에 공격해 왔다면 기동대는 임무를 포기하고 후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었다.

지금도 계속해서 연방군의 사상자가 늘어나고 있는데도 고위 마법사가 모습을 드러낼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아델은 변수를 확인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자리를 박찼다.




카티아는 눈을 맞으며 옥상 위를 거닐고 있었다.

새하얀 눈 위에는 소녀의 발걸음을 따라 작은 발자국이 만들어졌다.


"테오는 너무 깐깐해!"


카티아도 자신들의 존재가 극비임을 잘 알고 있었다.

지하 공간에서 뮤턴트을 관리하며 모습을 숨기고 있는 이유가 비밀이 드러나지 않기 위해서였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해도 테오도르는 너무 잔소리가 심한 것 같았다.


"들키지만 않으면 되는 거잖아! 흥!"


이 몸이 누구인가?!

어둠 속에서 혁명을 수호하는 연방의 가장 강력한 검! 레기온의 미녀 요원이자 장차 수많은 환호와 함께 연방의 영웅이 될 에이스였다.

심지어 예쁘고, 귀엽고, 깜찍하고 강하기까지 하니, 자신 때문에 많은 남성들이 힘들어할 걸 생각하니 벌써부터 미안한 마음이 한가득이었다.


'나 같은 여신에게 들키지 않고 몸을 숨기는 것 정도는 식은 죽 먹기라구~'


심지어 다들 전투를 벌이느라 정신없는 상태이니 들킬 확률은 더더욱 없었다.


카티아는 여유롭게 옥상 위에 걸터앉아 도시를 내려다 보았다.


-펑! 펑!


"와~ 예쁘다~"


이곳저곳 터지는 폭발과 불길로 도시가 환하게 빛을 발했다.

카티아의 볼이 붉게 물들고 신이 난 그녀의 작은 발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차가운 눈의 감촉도 불타는 도시 위의 밤하늘도 카티아는 전부 마음에 들었다.

지하 공간에서 느끼던 답답함이 재와 함께 날아가는 것 같았다.


'갇혀있는 건 이제 지긋지긋해.'


개구쟁이 같던 카티아의 얼굴에 일순 어둠이 내려앉았지만 하늘을 밝히는 폭발과 함께 금세 사라졌다.


"히히~ 테오가 많이 화났을려나?"


카티아는 부끄러움이 많은 자신의 자매를 떠올리니 웃음이 나왔다.


'응?'


노래를 흥얼거리던 카티아는 섬뜩한 느낌에 몸을 옆으로 피했다.


눈 위를 데굴데굴 구른 카티아는 벌떡 일어나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뭐, 뭐야?!"


앉아있던 자리 옆으로 미세한 실금이 새롭게 그어져 있었지만 카티아는 발견하지 못했다.

다만 직감적으로 누군가 자신을 노렸다는 것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


"와- 그걸 피하네."


카티아는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연합군으로 보이는 아이가 자신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어떻게 피했지?'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는 아델은 속으로 크게 아쉬워하고 있었다.


수상한 기척을 따라 조심스레 움직인 아델은 홀로 앉아 있는 어린아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일반적인 사람이었다면 충분히 당황했을만한 상황임에도 아델은 결코 상대를 외모로 판단하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주의 깊게 탐색하며 상대를 파악해 나간 아델은 정면으로 맞붙기에는 위험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다만 기습를 노린 아델이 은밀하게 암검을 휘둘렀음에도 오러가 목을 가르기 직전에 소녀가 몸을 피하면서 계획이 어그러져버렸다.


'씁, 자신하는 필살기였는데 쓸데없이 오러만 왕창 날렸군. 확실하게 눈치채진 못한 것 같은데 이렇게 된 거, 저 마법사가 적이 아니길 바라야겠군.'


피아식별할 생각도 없이 목부터 날리려 했던 아델은 태세 전환을 시도했다.


'10%의 확률로 아군일 수도 있잖아?'


아델은 적의가 없음을 밝히며 상대에 맞춰 순수한 소년인 척 친근하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 여기서 뭐하니?"


연합군으로 보이는 아델이 다가오자 카티아의 머릿속은 혼돈으로 가득찼다.


'큰일났다! 어떡하지?'


카티아는 죽여서 입막음을 할까 고민했지만 경종을 보내는 직감에 쉽게 움직일 수 없었다.


'아!'


목소리를 가다듬은 카티아는 테오도르의 평소 모습을 떠올리며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넌 누구지? 다짜고짜 날 공격한 이유를 말해!"

"나는 연합군 특전단 소속 대원이야. 공격한 이유를 묻는 거면, 네가 연방군이니까?"


카티아가 아델을 경계하는 표정을 지었다.


"가까이 오지 마! 나는 오페르타의 첩보부 요원 카티아다. 공격을 멈춰!"


천천히 다가가던 아델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소리야? 내가 지금 오페르타 첩보부랑 같이 임무 수행 중인데? 날 너무 우습게 본 모양이네."


아델이 정색하며 살기를 피우자 카티아가 화난 표정을 지었다.


"거짓말하지 마! 우리는 타국과 연계해서 임무를 수행하지 않아!"


떠보는 말에도 상대가 당황한 기색없이 당당히 나오자, 긴가민가한 아델은 사과를 전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인가 본데?'


"아하하, 농담이야 내가 오해한 모양이네."


뻔뻔해 보이는 상대의 태도에 한숨을 내쉰 카티아가 고개를 저었다.


"후- 됐어. 알았으면 더 이상 내 임무 수행을 방해하지 말아줘."


상대가 적대적인 기색없이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넘어가는 모습을 보이니 아델은 조금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수상한 부분이 몇가지 더 남았지만 여기서 더 추궁하기도 애매하네...'


더 떠보았다간 까칠해 보이는 소녀가 크게 화를 낼 것 같았다.


'내가 성급했나?'


어린 외모에 막대한 힘, 마법사와는 다른 느낌의 마력, 적진 한복판에서 여유롭게 도시를 내려다 보는 모습까지 아델로서는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혹시 무슨 임무를 수행중인지 알려 줄 수 있을까?"


"미안하지만 내 독단으로 임무 내용을 발설할 순 없어."


똑부러지는 대답에 결국 아델은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그래, 그럼 잘해봐."


카티아는 아델의 인사에도 무시하며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사상 검증까지 해보고 싶은데 더 이상 마찰을 일으킬 필요는 없겠지.'


저 정도 마력을 가지고 있다면 오페르타 내에서도 중요 인물일 확률이 높았다.

만약 정말로 비밀 임무를 받은 요원이라면 나쁜 인상을 남길수록 손해였다.


카티아의 얼굴을 기억해 놓은 아델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었다.


끝까지 경계를 늦추지 않던 카티아는 아델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졌음을 확신하고 나서야 자리에 주저앉았다.


"흐에에~ 십년감수했다."


너무 놀란 카티아는 도시를 구경하겠다는 마음도 싹 사라졌다.


'대체 그 꼬맹이는 뭐지?'


겉으로 느껴지는 기운은 별거 없었는데도 대화하는 내내, 본능이 끊임없이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아 몰랑, 이젠 돌아갈거야.'


카티아는 때마침 자신을 찾아낸 레오노프와 함께 순순히 지하로 돌아갔다.


지하에 도착하자마자 카티아는 자진해서 모든 상황을 이실직고했다.


테오도르는 카티아의 말에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알겠다하고 돌아갔다?"


카티아도 이번만은 자신의 잘못을 아는지 시무룩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바탕 화를 쏟아내려던 테오도르는 허탈한 기분에 의자에 몸을 기댔다.


카티아가 얼렁뚱땅 상황을 모면했다고 하나, 사실상 일은 자신들의 손을 떠났다고 봐야하는 게 옳았다.

여기서 무언가를 더 시도하는 건 연합군의 의혹을 더욱 부채질하는 꼴이었으니 부디 작전이 시작되기 전까지 적들이 알아채지 못하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머리가 좀 식고나자 테오도르는 카티아가 만났다는 소년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


'카티아가 두려움을 느꼈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의문투성이로군.'


그 정도 기사라면 최소한 엑스퍼트는 되어야 했다.

하지만 카티아가 본 상대의 외형이 어린 소년이란 점이 큰 의문으로 다가왔다.


'마법으로 모습을 숨긴 것인가?'


자신들처럼 특별한 방법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면 분명 본모습이 아닐 확률이 높았다.


생각을 정리한 테오도르가 카티아를 바라봤다.

일단 눈앞에 있는 말썽꾸러기를 해결하는 게 우선이었다.


"너에 대한 처벌은 상부에서 결정할 것이다. 그전까지 가만히 대기하도록해."


풀이 죽은 카티아의 모습에 테오도르도 조금 마음이 약해졌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둘은 그곳에서 처음 태어난 순간부터 줄곧 서로를 의지해온 사이였다.

테오도르에게 있어서 카티아는 돌봐줘야 할 여동생과 다름 없었다.


**


눈보라가 그치고 연합군의 기갑부대가 하일루강 건너편에 모습을 드러내자 연방은 하일루시를 포기하고 철수를 시작했다.


연방군은 후퇴하면서 뮤턴트 부대를 도시 내에 풀어놓았고 기동대원들은 지친 상태에서 뮤턴트와 악전고투를 벌여야했다.


"이게 뭐하는 장난인지 모르겠네."


연합의 본대가 도착하고 완전히 도시를 탈환했지만 아델은 짜증스런 표정을 지었다.


연방군의 이해할 수 없는 행보에 어느 순간부터 꺼림칙한 기분이 가시질 않았다.


밤사이 힘겨운 전투를 벌인 건 사실이지만 아델에게는 연방이 적당히 놀아준 걸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델은 굳이 혼자서 고민하기보다는 전장이 정리된 후에 다른 기동대장들을 찾았다.


기동대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아델은 마법사들이 지키고 있던 기괴한 뇌, 도시민들의 행방, 마지막으로 만난 오페르타 요원의 존재까지 어느 정도 자신의 경지가 드러나지 않는 선에서 모든 특이사항을 숨김없이 말했다.


"나도 전투 중에 많은 위화감을 느꼈네. 뭔가 여유로우면서 급하다고 해야 하나? 뭐라 설명하기가 어렵군."

"우리와 그들의 목적이 서로 어긋난 느낌이었지."

"일단 보고부터 올려야겠군."


의견를 나누며 정보를 조합한 세 사람은 곧장 지휘부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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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붉은 겨울 (4) +3 20.03.06 554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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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붉은 겨울 (2) +2 20.03.03 593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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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플로렌스 (3) +4 20.02.27 679 14 11쪽
6 플로렌스 (2) +2 20.02.26 709 15 11쪽
5 플로렌스 (1) +3 20.02.24 744 12 11쪽
4 룬드 회전 (3) +4 20.02.21 800 16 12쪽
3 룬드 회전 (2) +3 20.02.20 850 13 11쪽
2 룬드 회전 (1) +5 20.02.18 1,113 20 11쪽
1 Prologue +2 20.02.18 1,192 19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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