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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후영의 서재

기사로 환생하니 마도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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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게좋아
작품등록일 :
2020.02.18 15:25
최근연재일 :
2020.05.11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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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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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겨울 (4)

DUMMY

왕국은 북극에서 밀려 내려오는 강대한 기운으로 인해 마력이 풍부하기로 유명했다.

다만 변질된 마력은 빙속성이 강해 왕국 전역을 눈과 얼음으로 뒤덮었다.

여름이 와도 그 힘을 잃지 않았고 겨울이 되면 더욱 극심해졌다.

왕국은 인구의 90%가 남부 해안 지대에 몰려있었고 나머지 지역은 사실상 미개척지에 가까웠다.


'덕분에 마수가 징그럽게 많지.'


아델은 달려드는 늑대의 머리에 바람구멍을 만들어 주었다.

결국 군은 아델에게 강화복을 입히는 건 포기할 수 밖에 없었지만 강화복을 제외한 다른 마도구를 모두 지급하면서 사용 보고서를 작성할 것을 명했다.

아델은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말에 매우 귀찮은 표정을 지었지만, 몇번 마도구를 사용해 보더니, 어느새 처음 못마땅한 기색은 모두 사라지고 늑대를 향해 지급받은 웨폰 케이스 안의 물건들을 마음껏 뽐내는 모습은 조금 신나 보였다.


"빵야! 빵야! 빵야!"


'다이어 울프도 이렇게 보니 나름 귀엽네?'


6살 때는 혈투를 벌여야 했던 상대가 이제는 장난감이 되어있었다.


주둔지를 향해 부대가 이동을 하는 동안 마수가 끊임없이 습격해왔다.

보통은 자신의 영역을 잘 벗어나지 않는 마수들이 잔뜩 흥분해서 달려들었다.


'사람 맛을 알게 된 모양이지?'


마수에게 인육은 별미 중의 별미라 한번 맛보면 헤어 나올 수가 없다는 말이 있었다.


전쟁의 여파는 사람뿐만 아니라 마수들에게도 크게 미친 모양이었다.

인간의 시체가 사방에 가득하니 뷔페를 즐기지 못한 마수가 없었다.


"확실히 칼마르는 마수가 많군요."


강화복을 입고 있는 채프먼 소령이 고글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마법사용 강화복을 입은 채프먼 소령은 오랜 습격에도 힘든 기색이 없었다.


"칼마르에선 이런 것들은 마수로도 안칩니다. 그냥 야생동물쯤으로 여기죠."


동물이 마력에 영향을 받아 변이한 게 마수고, 마력의 농도가 강한 칼마르의 특성상 야생동물치고 마수가 되지 않은 게 없으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내일 오전까지 주둔지에 도착하겠다는 계획은 수정해야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야간 기동은 너무 위험할 것 같군요, 적당한 자리를 찾아 야영을 준비해야겠습니다."


극야로 인해 지금도 어두운 건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밤에 움직이는 것보다는 낮에 움직이는 게 안전했다.

밤의 숲을 돌아다니는 것들은 뭐라 정의 내릴 수 없는 진짜 괴물들이니까.

마수들이 잔뜩 흥분한 상태인 만큼 무리할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모터사이클 엔진에서 나는 인위적인 소음도 마수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고 있었다.


"대위는 이런 곳이 익숙해 보이십니다."


채프먼 소령은 어린아이가 노련하게 부대를 이끄는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수련을 위해 이곳저곳 돌아다닌 경험이 좀 있습니다."


채프먼 소령은 주변을 한번 둘러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이 정도로 교통이 열악할 줄은 몰랐습니다."

"북부는 왕국도 방치한 지역이니까요. 연방이 동부를 차지하기 전에는 군도 이곳에 병력을 주둔시키지 않았습니다."


지금 가는 부대도 연방의 우회 침투를 우려한 왕국이 부랴부랴 급파한 군단이다.


아델은 하늘을 한번 쳐다보더니 말을 이었다.


"일단 날이 조금이라도 밝을 때 식사를 해결하는 게 좋겠습니다."

"조금 이르지만 어쩔 수 없군요."


부대원들은 다이어 울프의 시체가 널린 자리에서 식사를 준비했다.


"자리를 옮기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괜찮습니다, 때론 피 냄새가 도움이 될 때도 있는 법이니까요."


채프먼 소령은 그 뜻이 아니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무시했다.


아델은 다이어 울프 시체 하나를 끌고왔다.


"마수의 고기는 보통 두가지로 나뉩니다. 독이 있거나, 맛이 기가 막히거나. 다행히 다이어 울프는 후자에 속하는 마수입니다."


전투식량 대신 고기를 구워 먹게 된 부대원들은 이래도 되나 하면서도 얼굴에는 기쁜 기색이 가득했다.


"마수 고기는 저도 먹어봤지만 다이어 울프는 처음이군요."

"우리가 운이 좋았습니다, 탈피를 끝낸 마수는 원래 종을 알아보기도 힘들고 미관상으로도 거북하니까요."


맛이 괜찮았는지 채프먼 소령이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다행히 식사 중에 마수가 습격해오는 일은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이동한 아델은 은엄폐가 용이한 자리에 방어 진지를 구축할 것을 명했다.

강화복을 착용한 상태인 만큼 땅굴을 깊게 파서 적당히 몸을 기댈 자리를 만들면 다음날까지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것이었다.

모터사이클을 소형화시킨 대원들이 모두 몸을 숨겼다.


'길이 이러니 육로 보급은 힘들겠군.'


해상로가 없었으면 왕국도 최북단에 군대를 주둔시키는 걸 포기했을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연방은 해로 보급이 불가능하지.'


직접 와보니 북부는 마수가 미쳐 날뛰고 있었다.

연방으로서는 굳이 최북단으로 멀리 돌아가기보다는 토르네오 강 하류를 건너 해안선을 따라 내려올 확률이 높았다.


'실제로 그쪽이 격전지이기도 하고.'


그런 상황에서 왕국이 최북단에 1개 군단을 배치했다는 것은 살짝 비효율적이었다.

방어만 하기에는 조금 과하고 무얼 해보기에는 너무 적었으니까.


'이거 그냥 가면 안 되겠는데?'


아델은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1소대장을 호출했다.


"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대장님?"

"볼테르 중위, 지금부터 자네가 선임 소대장으로서 내일 아침까지 기동대를 지휘하도록 하게."


아델의 말에 볼테르 중위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네, 알겠습니다."


의문이 가득해 보였지만 고지식한 볼테르 중위는 따로 반문하지 않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지금껏 아델이 보여준 모습은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지휘관이었으니까.


"내일 아침 7시까지 돌아오지, 만약 진지를 유지하지 못할 위급한 상황이 생기면 굳이 기다리지말고 움직이도록해, 내가 알아서 찾아갈 테니까."


말을 마친 아델은 천천히 숲속으로 들어갔다.



**



깊은 밤 잠에서 깬 마수는 익숙한 냄새에 고개를 들었다.

최근 자신과 영역을 다투는 마수의 피 냄새였다.

날카로운 촉수와 빠른 움직임으로 상당히 애를 먹이는 상대였다.


마수는 본능적으로 상대가 약해진 상태라는 걸 알았다.

느껴지는 기운과 짙은 피냄새는 난적이 부상을 입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쿠워어어어!"


포효를 내지른 마수는 난적의 숨통을 끊기 위해 움직였다.


-쿵, 쿵


움직이는 기운을 따라간 마수는 바닥에 쓰러져있는 난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작은 인간이 난적의 촉수를 붙잡고 질질 끌고가는 중이었다.


마수와 작은 인간의 눈이 마주쳤다.


"어? 혼자야?"


아델은 자신 앞에 나타난 거대한 마수를 바라보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마력이 강한 마수를 사로잡아 다른 마수를 유인한다는 작전을 세웠지만 생각보다 효능이 별로 없었다.


'어떻게! 마수가! 기백이 없어 기백이!'


나름 강한 마수였는지 먹기 좋게 요리했는데도 오히려 도망가는 마수도 있었다.


"그래도 너라도 와서 다행이다."


낯선 상황에 경계하던 마수는 아델에게서 별다른 기운이 느껴지지 않자 먹이로 인식하고 기쁨의 포효를 내질렀다.


"우워어어어!?"


-쿵!


포효를 내지르던 마수는 그대로 목이 잘려나갔다.


"아니 왜 애들 겁을 주려고 그래?"


아델은 깔끔하게 유인 작전을 포기했다.


'분명 낮에는 미친 듯이 습격해왔는데 이상하네.'


육체를 재구성해서 사라지는 체향도 억지로 만들어 평범한 인간 수준으로 내뿜고 있는데도 소용이 없었다.


'왜 이러지?'


강한 마수는 이질감을 경계해 다가오지 않고 약한 마수는 끌고다니던 마수가 무서워 다가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아델이었다.


"내가 뭐 그렇지, 인생에 쉬운게 있나."


영역을 헤집고 돌아다니다 잘못해서 고대종을 깨우게 된다면 아델로선 목숨을 걸어야했다.

그래서 외곽으로 마수를 유인해 처리할 생각이었는데 실패한 이상 직접 마수들을 찾아다닐 수 밖에 없었다.


"엉덩이가 무거운 애들이라 웬만하면 움직이지 않겠지만 굳이 눈에 띄게 움직일 필요는 없겠지."


어차피 며칠 동안만 후방의 부담이 덜어지는 정도면 충분하다.


아델은 몸에 남은 체취를 날려버리고 어둠속에 몸을 숨겼다.

많은 마수가 주변에서 느껴졌지만 무시하고 지나쳤다.

최대한 깊은 영역까지 들어간 다음 안쪽에서부터 휩쓸어 갈 생각이었다.


"영감한테 하도 시달렸더니 나쁜 버릇이 들었어."


싸움이 격렬해지면 아델의 은신도 들킬 확률이 높았다.

실수하는 순간 마수들 사이에서 대 탈출극을 찍게 되는 것이다.


심부에 들어서자 강대한 마력을 가진 마수들이 영역을 다투고 있었다.

대기를 짓누르는 마력으로 인해 허공에 스파크가 튀겼다.

죽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에 등 뒤로 오싹한 감각이 들었다.

위협을 느낀 아델의 오러가 거칠게 들끓기 시작했다.


아델은 자신의 정신이 조금은 망가져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전생과 현생의 경험들 모두가 제정신으로는 버텨낼 수 없는 것들이었으니까.


"아,에,이,오,우."


자꾸만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진정시킨 아델은 검을 뽑아들었다.


"내가 이래서 위험한 일은 안하려고 한건데."


아델은 정신을 가다듬고 원래 계획을 다시금 떠올렸다.


'은밀, 신속, 정확, 여기서 날뛰면 진짜 죽는다.'


우선은 혼자 동떨어져 있는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이동했다.


설원 한복판에 커다란 늪지대가 있었다.

거대한 마수가 온몸으로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 주변을 녹이고 있었다.


'순록인가?'


아델은 단번에 순록 마수의 머리 위로 뛰어올랐다.


'선빵필승!'


-푸확!


'이런, 얕았다.'


생각보다 가죽이 단단해 공격이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


"우어어어어!"


목덜미를 베인 마수가 괴로운 울음을 토해냈다.


마수의 몸에서 불꽃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하늘 높이 치솟는 불꽃에 휩싸인 순록의 모습은 신수와 같이 느껴졌다.


'너무 힘을 끌어올리면 기운을 숨기는 게 불가능해, 어차피 치명상을 입혔으니 오래 못버틴다.'


마수는 마력을 뿜어내는 와중에도 목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상처는 더욱 악화되고 있었다.

오러에 담긴 살의가 마수의 재생을 막고 출혈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분노한 마수가 땅을 박차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마수의 마력이 대기중에 녹아들면서 여러개의 화염 폭풍이 일어났다.

강렬한 바람에 주변의 나무들이 빨려들어가고 땅이 융해되어 용암이 흐르기 시작했다.


아델은 마수에게 오러를 날렸지만 폭주하는 마력으로 인해 별다른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

폭풍 안으로 들어가 마수를 베기에는 망설여진 아델이 고민에 잠겼다.

어지간한 오러로는 알몸을 면치 못할 것 같았다.


'어, 음.'


아무리 생각해도 기운을 숨기면서 마수를 마무리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원래 마수는 마수로 잡는 법이지.'


아델은 망설임 없이 뒤돌아 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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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봄이 오기 전에 (4) +1 20.03.31 411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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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붉은 겨울 (5) +1 20.03.16 525 11 12쪽
» 붉은 겨울 (4) +3 20.03.06 554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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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플로렌스 (3) +4 20.02.27 679 14 11쪽
6 플로렌스 (2) +2 20.02.26 709 15 11쪽
5 플로렌스 (1) +3 20.02.24 744 12 11쪽
4 룬드 회전 (3) +4 20.02.21 800 16 12쪽
3 룬드 회전 (2) +3 20.02.20 850 13 11쪽
2 룬드 회전 (1) +5 20.02.18 1,113 20 11쪽
1 Prologue +2 20.02.18 1,192 19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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