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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후영의 서재

기사로 환생하니 마도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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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게좋아
작품등록일 :
2020.02.18 15:25
최근연재일 :
2020.05.11 22:01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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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27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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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렌스 (3)

DUMMY

오전부터 하인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넓은 공터에 나무와 석탄을 쌓아 올리고 있었다.


검을 휘두르며 몸을 풀던 아델은 준비가 끝났다는 말에 하녀를 불러 심부름을 전하고 공터로 향했다.


경지에 오른 기사의 육체는 평범한 방법으로는 단련이 불가능하다.

엑스퍼트부터는 명상을 통해 정신과 오러를 단련하는 게 주된 수련 방법이었다.

오러가 강해질수록 육체도 함께 강해졌으니까.


'문제는 그것만으론 부족하다는 걸 이번에 뼈저리게 느꼈다는 거지.'


아델은 장작 안으로 횃불을 집어던졌다.

시간이 지나자 불길이 거세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겉옷과 신발을 벗은 아델은 망설임 없이 타오르는 불길 안으로 들어갔다.

뜨거운 불길이 옷을 모두 태워버려 순식간에 알몸이 되었다.

아델은 굳이 오러를 돌려 육신을 보호하려 하지 않았다.


뜨거운 연기가 숨쉬는 걸 방해하고 열기에 몸이 붉게 달아올랐지만 아델은 다른 걱정에 빠져 있었다.


'이런다고 되려나?'


생각보다 열기가 너무 약했다.


다행히 오러를 억제하자 시간이 흐를수록 거세게 휘감는 불길이 기사의 저항력을 뚫어내, 조금씩 몸이 익어가고 있었다.


화상과 재생이 반복하는 가운데 정좌한 아델은 몸안을 관조하며 오러의 흐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전신 CRPS로 오랜 병상 생활을 했던 전생의 경험은 아델에게 깊은 인내와 집중력을 가져다 주었다.


본능과 힘을 중요시하던 베르크의 가르침 속에서도 아델은 기교를 연마하는 것을 결코 소홀히 하지 않았다.

서로 다른 생각으로 두 사람은 자주 다투었지만 한가지 공통된 의견을 보일 때가 있었는데 오러에 의념을 담아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세계에는 기사에게 당한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는 상식이 퍼져있었다.


마력을 흡수해 오러를 일깨우는 데에는 기나긴 고행의 시간을 필요로 했고, 이는 새가 알을 깨고 나오는 과정과 같았다.

벽을 넘으며 오러 유저에 이른 기사는 미약하지만 의념을 담아내기 시작하는 것이다.


베르크는 마스터에 오르는 중요한 척도를 의념으로 생각했다.


아델은 최대한 가늘게 압축한 오러의 실을 한가닥 한가닥 뽑아내 멀리 퍼트렸다.

주변을 해하지 않도록 의념을 담아낸 실이 타오르는 장작을 지나 공터의 하인들을 투과하며 이리저리 얽혀 나갔다.

수십 개의 실이 그물이 되어 공터를 뒤덮었다.


아델의 감각이 오러를 따라 새롭게 확장되고 있었다.

공터에 있는 모든 것들이 마치 손바닥 위에 올려진 기분이었다.

마음만 먹는다면 공터의 모든 것이 한순간에 수십 조각으로 잘려나갈 것이었다.


'생각보다 빡세네.'


왕국의 기사들이 봤다면 경악을 금치 못할 광경을 만들어냈음에도 아델의 얼굴에는 못마땅한 기색이 가득했다.

막대한 오러를 최대한 압축해 많이 뽑아내려고 하니까 보유한 오러의 양이 턱없이 부족했다.

상황에 따라 적절한 비율로 타협하던가 오러에 대한 지배력을 더 키워야할 것 같았다.


불길의 통증과 중단된 산소 공급도 오러에 대한 제어력을 상당히 떨어트렸다.

오러는 기본적으로 배타적이고 흉폭한 힘이었다.

방출된 오러는 의념을 담아 유지하지 않았다면 주변을 초토화 시켰을 것이었다.


하나하나 되짚어보던 아델은 유레카를 외쳤다.


'와- 완전 딱이네. 한동안 이 방법으로 수련해야겠다.'


불길이 점점 약해지는 걸 느낀 아델은 수련을 멈추고 불길 밖으로 나왔다.

불타 없어진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고 검게 짓무른 상처가 새하얀 살결로 순식간에 되돌아 왔다.

지켜보는 하녀의 눈에는 마치 시간이 되돌려지는 것 같았다.

하녀 한명이 가운을 들고 나와 아델의 몸을 가렸다.


'온몸이 재 투성이네.'


아델은 그대로 목욕탕으로 가서 씻고 나왔다.


**


점심을 대충 해결한 아델은 공방에 다시 찾아갔다.

검은 이미 전달 받았지만 수련에 쓸만한 아이디어가 떠올라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었다.

이번에도 역시 부르면 바로 달려나오는 공방장이었다.


"어이구, 공자님 이번엔 또 무슨 일로?"

"왜? 너무 자주 오니 귀찮은가?"

"아니 무슨 그런 서운한 말씀을 하십니까."


나이든 장인이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워 장난은 그만하고 아델은 본론으로 들어갔다.


"내가 이번에 아버지께 부탁을 하나 드렸는데"


대강 독에 대한 내성을 키우기 위해 공작에게 강력한 독극물을 구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이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물건이 필요하다는 말을 전했다.


"내가 대충 구상한 게 이런 모양이야."


아델은 땅바닥에 방독면과 비슷한 모양을 그렸다.


"그리고 이 부분이 독이 담아놓을 통이고, 어때? 이렇게 만들면 장시간에 걸쳐 일정량을 효율적으로 흡수할 수 있지 않을까?"


아델은 발끝으로 정화통 부분을 툭툭 두드리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천재적인 자신의 아이디어에 스스로 감탄한 모양이었다.


공방장은 아델의 설명에도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염산도 물처럼 마실 수 있는 기사님들에게 치명적인 독이면 엄청 위험한 거 아닙니까?"

"그렇겠지?"

"안전한 소재를 찾는 건 둘째치더라도 잘못해서 누출되면 큰일납니다."

"그러네."

"저희 공방은 규격화된 공정에 따라 무기를 생산해내는 곳이라 이 부분은 도와드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미, 미안."


아델은 공방장의 논리정연한 말에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게임이나 소설은 주문만하면 대장장이가 뚝딱뚝딱 만들어주던데 역시 현실은 냉정한 모양이었다.


시무룩해진 아델이 안쓰러웠는지 공방장이 조언을 건넸다.


"마법사들이 신비한 물건들을 잘 만들어낸다고 하니 그쪽으로 알아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공방장에 말에 아델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확실히 일반적인 물품으로는 원하는 사양을 맞추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티팩트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마법사에게 제작을 의뢰하면 훨씬 좋은 물건이 나올 것 같았다.

다른 기운에 반발하는 오러의 특성상 제약이 많겠으나 어차피 전투에서 사용할 물품은 아니니 괜찮지 않을까?


'마력이 필요하면 마정석으로 충당하면 되니까.'


"좋은 생각이야, 그럼 수고해."


저택에 돌아오자 왠지 분위기가 조금 어수선해 있었다.

아델은 집사를 불러 오전과 같이 장작을 준비할 것을 명했다.


"아! 아버지는 저택에 계신가?"

"오전에 외출하셨습니다만 저녁 전에는 돌아오신다는 언질을 남겨주셨습니다."


집사의 대답에 공작이 돌아오면 알려달라는 말을 남기고 방으로 들어갔다.

장작이 준비됐다는 연락이 오고 아델은 아까와 같은 수련을 이어하기 위해 움직였다.


'이거 옷이 남아나질 않겠는데?'


**


아델은 한동안 오직 수련에만 매진했다.


수십 가닥이었던 오러의 실은 수백 가닥으로 늘었고 더욱 날카로워지고 은밀해졌다.

이 기간 동안 아델은 힘을 숨기고 적을 교란하는 기술을 가다듬는데 집중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기사가 암살에도 매우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했으니까.


'기사도 따위는 잠만 자는 웰링턴 줘야지.'


시간이 지날수록 의념을 다루는 실력이 점점 늘어나고 그럴수록 기운을 숨기는 능력은 더욱 뛰어나졌다.

이제는 마스터라 할지라도 작정하고 탐색하지 않는 이상 여느 어린아이와 다른 점을 느끼기 힘들 정도였다.


중간에 쿠데타가 일어났단 소식도 전해 들었지만 예상한 일이었던 만큼 오히려 안심하고 수련에 더욱 전념했다.

기사회가 사라진 이상 더 이상 눈치 볼 사람도 없었으니까.


'물론 기사회가 이런저런 간섭을 했던 건 아니었지만 명분이란 게 있으니까.'


왕국이 기사들을 자유롭게 놓아줄 리는 없을테니 새로운 단체를 만들거나 군에 통합하려고 하겠지만 꾀나 시일이 걸릴테니 한동안은 여유롭게 지내도 무방하리라.


'~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올해까지는 별다른 일이 없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휴가는 생각보다 일찍 끝났다.


여느 때와 같이 수련에 열중하던 어느 날, 공작이 아델을 찾았다.

아델은 귀찮아하면서도 공작의 요청에 따라 티타임을 함께했다.


"군부에서 감옥에 가둔 정치범들을 모두 풀어줬다고 하더구나."

"자기들 나팔수로 쓸 생각이겠죠."

"의회도 사실상 군부의 꼭두각시나 다를 바 없는 상황이니 큰일이구나."

"어렵게 생각할 거 있나요? 기사회가 가진 권한을 군부가 가졌을 뿐인데요."

"왕실이 군부를 통제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느냐?"


아델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폐하께서는 할 수 있을거라 믿고 움직이셨겠지만 결과는 모른다고 봐야겠죠."


아델의 대답에 공작이 쓴웃음을 지었다.


"항상 네 나이가 믿기질 않는구나. 짐작하고 있었느냐?"

"군부가 의회를 설립하고 왕의 권한을 침범하는데 폐하께서 침묵하신다? 말도 안되는 소리에요, 군부가 폐하의 의중에 따라 움직인다고 보는게 맞겠죠."

"근데 왜 결과는 모른다고 하느냐?"

"진인사대천명, 세상이 뭐 원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게 뭔말이냐?"

"재수 없으면 다 끝이라는 거죠."


칼마르 왕국에서 군은 언제나 2등에 머물러야했다.

그들 마음속에 왕실에 대한 원망이 하나도 없었을까?

태생에서 갈리는 적성자와 비적성자의 넘어설 수 없는 벽.

평생을 차별받아야 했던 만큼 평등이란 단어에 쉽게 매혹되리라.


'이거 나도 위험한 거 아냐?'


공작은 아델에게 편지 한장을 건넸다.


"구스타프 후작으로부터 편지가 도착 했었다. 너에 대한 칭찬이 가득하더구나.

이건 네 앞으로 온 편지다."

"전쟁터에서 작은 연이 있었거든요."

"그런 것 치고는 편지의 내용이 평범하지는 않더구나."

"뭐라 왔는데요?"

"방위산업에 대한 협력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말이 협력이지 일방적으로 가문에 유리한 내용들이 적혀있었다."

"나쁘지 않네요."


아델은 과자를 입에 집어 넣으며 말했다.

공작은 아델을 바라보며 진중한 어조로 말했다.


"네가 가진 계획을 모두 말해줬으면 좋겠구나, 가문이 널 도울 방법이 있는지 찾아보겠다."

"아직은 그런 거 없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아델은 편지를 품안에 챙겨 넣었다.

다과가 다 떨어지고, 시계를 확인한 아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방에 돌아온 아델은 구스타프에게서 온 편지를 꺼내 읽었다.


-가문에 돌아갔다는 소식은 전해 들었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믿고 따라주다니, 내 조언이 경의 신뢰에 보답할 만큼 충분한 도움이 되었다면 좋겠군.

(중략)

근위 기사단에 들어가는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각 군단별로 흩어져서 군단 직속 초인부대에 소속될걸세. 자네 실력이라면 충분히 근위 기사단에도 들어갈 수 있겠지만 나는 그대에게 다른 제안이 하고 싶다네.

(중략)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하겠네.


"입영통지서인가?"


왕국의 위기 이러쿵저러쿵, 주변의 정세 어쩌고저쩌고하는 내용이 쭉 이어졌지만 결론은 아델을 영입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한 달간의 군사교육 후 대위로 임관이라..."


구스타프는 아델을 엘리트 장교로 육성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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