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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후영의 서재

기사로 환생하니 마도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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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게좋아
작품등록일 :
2020.02.18 15:25
최근연재일 :
2020.05.11 22:01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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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4,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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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3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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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기 전에 (7)

DUMMY

돌무더기로 가득 찬 폐허가 된 공터.

삼엄한 경계 속에서 오페르타의 마법사들이 무너진 건물의 잔해를 조심스럽게 치워내고 있었다.

중장비가 필요한 무거운 돌덩이들도 여러 마법사가 동시에 마력을 운용하니 가볍게 하늘로 떠올랐다.


마법사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잔해 사이에서 타르처럼 끈적한 체액으로 범벅된 목표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찾았다!!"

"천천히 들어올려!!"


첫 발견자로서 인원들을 안내한 아델은 오페르타 마법사들이 샘플을 수거해가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왕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군.'


샘플 수거를 위해 현장에 나와있는 인원 대부분이 오페르타 측 인물들로 칼마르 측 인원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수뇌부에서 합동조사를 통해 샘플의 정체를 파악하기로 결정을 내렸다지만 마도학 기반이 뒤떨어지는 칼마르 왕국이 합동조사를 한다고 해서 성과를 얻을 수 있을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분명 기동대장들의 보고 이후로 아델이 발견한 뇌에 큰 관심을 보였던 오페르타가 많은 이득을 가져갈 확률이 훨씬 더 높을 것이다.


'동맹국이 적선하듯 내던진 찌꺼기에 일희일비하는 것을 합동조사라고 할 수 있나?'


아델의 머릿속에서 앞으로의 과정이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현재진행형으로 오페르타에게 계속해서 도움을 받는 입장이지만 이는 제국과 연방을 견제하려는 서로의 목적이 일치했기 때문이지 순수한 호의로 착각해선 곤란했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 샘플이 정말 중요한 정보를 품고 있다면 오페르타가 순순히 칼마르와 정보를 공유할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


냉정히 따져보면 차라리 대가를 받고 샘플의 소유권을 오페르타에게 완전히 넘기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아델의 머릿속을 채웠다.


'하일루시에 투입된 요원 같은 건 없었다고 하는데 이것도 완전히 믿어선 안되겠지.'


작업이 얼추 마무리되자 마법사 대표가 다가와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전투로 고생이 많으셨을 텐데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괜찮습니다. 작업은 전부 끝난 겁니까?"

"예, 이제 모두 철수하려 합니다."

"그럼 언제쯤 결과가 나오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그건 뭐라 장담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죄송합니다. 여러가지 변수가 많아 확답을 드리기 어렵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마법사 대표 얼굴에 난감한 빛이 떠오르자 웃음으로 인사를 마친 아델은 미련없이 자리를 떠났다.

당장 어찌할 수 없는 부분에 신경 쓰기에는 현재 해야할 일이 너무 많았다.


부대로 돌아간 아델은 전사자들의 마도구를 정비하고 있을 채프먼 소령을 찾았다.


창고에는 수거한 마도구를 당장 사용 가능한 물품과 수리를 통해 재사용이 가능한 물품, 완전히 망가진 물품별로 구분되어 놓여 있었다.


슬쩍 훑어보니 대부분의 마도구가 간단한 정비만하면 재사용이 가능해 보였다.


'그나마 다행이군. 전력 소모가 클 것 같아 걱정했는데 말이야.'


왕국은 처음부터 2~3배 인원을 1군과 2군으로 나누어 훈련을 시켰고, 미리 예비 인원을 편성한 덕분에 마도구만 멀쩡하다면 곧바로 빈자리를 보충할 수 있었다.

분명 수뇌부가 중요한 초인전력이라 할 수 있는 기동대를 별다른 고민 없이 적진 한가운데에 투입한 건 이러한 특수성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숙련도 차이는 극복할 수 없으니... 당분간은 이전과 같은 전투력을 기대해선 안되겠어.'


작업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아델을 발견한 채프먼 소령은 부하에게 몇가지 지시사항을 내린 후 아델에게 향했다.


채프먼 소령의 표정이 나쁘지 않은 걸 보니 작업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 같았다.


간단한 인사를 나눈 아델은 정비 결과에 대해 물었다.


"강화복은 대부분 상태가 멀쩡해, 간단한 정비만 끝내고 다음 예비 대원에게 인계해도 상관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내구도가 낮은 장비와 무기는 파손이 심해서 폐기 신청 후 새로 보급을 받아야 합니다."

"당장 충원할 수 있는 전력은 얼마나 되겠습니까?"

"63명 정도는 충분히 가능할 것 같습니다."

"흠, 나쁘지 않군요."


78명의 전사자가 나왔음에도 71벌의 강화복을 멀쩡히 재사용할 수 있다는 게 살짝 아이러니했다.


'보호 마법에도 우선 순위가 있다는 건가?'


분류를 마친 정비반 인원들은 멀쩡한 장비를 모아 한세트씩 조합해 예비 대원에게 넘길 준비를 마쳤다.

마치 부품을 갈아 끼우는 것 같은 모양새에 아델은 작은 우려가 떠올랐다.


'기존 대원들과 불화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빈자리가 생겨야 1군으로 올라가는 예비 대원이 동료가 죽은 자리를 기다렸다는 듯이 차지하는 상황에서 기존 대원이 고깝게 보지 않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뛰어난 대원들인 만큼 티를 내진 않겠지만 머리로는 이해해도 쉽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었다.


'효율도 좋겠지만 감정적인 부분을 무시해선 안되겠지.'


아델이 생각에 잠긴 사이 채프먼 소령이 질문을 하나 꺼냈다.


"이번에 특이한 걸 발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


의문스런 표정으로 살짝 고개를 돌린 아델은 이윽고 오페르타에서 수거한 샘플을 떠올릴 수 있었다.


'채프먼 소령도 어쩔 수 없는 마법사로군'


대답을 기다리는 채프먼 소령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예, 커다란 뇌가 유리통안에 담겨 있었는데, 제가 마법사가 아니라 자세히는 모르지만 연방의 마법사들이 기를 쓰고 보호하려던 걸 보니 중요한 비밀무기? 같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

"임무에 저도 참여했다면 직접 볼 수 있었을텐데 아쉽습니다."

"안그래도 방금 전까지 연구 인원들이 샘플을 수거하는 작업을 돕고 오는 길입니다. 다들 소령님하고 모르는 사이도 아닐 텐데 잠깐 다녀오시는 게 어떻습니까?"


채프먼 소령은 아델의 권유에 순간적으로 혹한 표정이었지만 손을 내저으며 거절했다.


"지금 당장은 바빠서 괜찮습니다. 사실 잠깐 본다고 해서 뭘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마법사들이 샘플을 수거해 갔다고 하니 곧 성과가 나오겠지요. 나중에 정확한 정체가 밝혀졌을 때 찾아봐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당사자가 괜찮다고 하니 아델도 굳이 더 권하지는 않았다.


"그럼 예비 대원들이 도착하는 대로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아델은 대원들을 살피고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자리를 떠났다.


철야 전투로 힘들었는지 대원들은 모두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한적한 집무실에서 서류작성을 하고 있을 때, 문을 두드린 병사가 손님의 방문을 알렸다.


"기동대장님, 발베르그 남작이란 분이 찾아오셨습니다."

"그래? 손님은 지금 어디에 있나?"

"일단 응접실에 모셨습니다."

"알았다.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해."


발베르그 남작.

가문이 운영하는 방산업의 주요 책임자로 먼 방계의 인물이었지만 뛰어난 능력으로 공작의 신임을 받고 있었다.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그는 가문의 유력 후계자들이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기 전까지 중립을 지키고 있다가 아델이 가문으로 복귀한 후엔 곧바로 중립을 깨고 아델파로 넘어간 사람이었다.


아델은 그를 조금 둔해 보이는 인상과는 달리 냉철한 판단력을 가진 인물로 평가하고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발베르그 남작."


아델은 정중히 고개를 숙이는 발베르그 남작을 반갑게 맞이했다.


"공자님께서는 못 뵌 사이에 더욱 헌앙해지셨습니다. 이리 든든한 후계자가 계시니 가문의 앞길에 광영이 비추는 듯합니다."

"남작은 여전히 듣기 좋은 말을 잘하시는군요."


아델은 막대한 오러로 인해 잠재력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다른 아이들보다 성장이 느린 상태였다.


"빈말이 아닙니다. 공자님의 헌신 덕분에 왕실과 군부, 양쪽 모두에게서 큰 호의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아마 별다른 이변 없이 무난하게 플로렌스 가문이 마도구 개발사업 파트너로 선정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것 참 기쁜 소식이군요. 왕국을 향한 가문의 애국심을 보여줄 수 있게 됐으니 말입니다."


입꼬리를 올리는 아델의 말에 발베르그 남작도 크게 웃으며 동의했다.


"하하! 맞습니다. 이게 다 나라를 위한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헌데 질투에 눈이 먼 소인배들이 어찌나 많던지 공자님이 아니었으면 곤욕을 치를 뻔했습니다."


껄껄 웃던 발베르그 남작이 순간 무언가를 떠올렸는지 혀를 차며 못마땅한 기색을 보였다.

아델은 곧장 그 대상을 떠올릴 수 있었다.


"베르테스 가문 말이군요."


베르테스 가문은 죽은 1부인의 친정으로, 오랫동안 플로렌스 가문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었지만 불의의 사고로 1부인과 그 소생이 모두 사망한 이후부터 관계가 악화돼, 플로렌스의 일이라면 사사건건 훼방을 놓기 시작하면서 작금에 와서는 원수나 다름없는 가문이었다.


'뭐, 원수가 맞긴 하지.'


"예, 맞습니다. 베르테스 가문에서 플로렌스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고 몇몇 가문들과 연합을 한 모양입니다. 이번에 수도에 갔을 때 보니, 놈들이 여기저기 돈을 잔뜩 뿌렸는지 따르는 사람이 제법 많았습니다. 비열한 놈들. 지금까지 큰 게 다 누구 덕인데 은혜를 잊고 원수로 갚다니, 금수만도 못한 것들입니다. 조만간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겁니다."


발베르그 남작은 쌓인 게 많았는지 베르테스 가문에 대해 한참을 성토했다.


적당히 맞장구를 치던 아델은 짐짓 슬픈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도 죽은 형님들의 가문인데, 이거 참 가슴 아픈 일입니다."


'기사회랑 얽혀 큰 피해를 입었다고 들었는데. 나름 저력있는 가문이다 이건가?'


발베르그 남작은 아델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안타깝다고 해서 저들의 방자함을 그냥 지켜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맞습니다. 제가 괜한 말을 꺼냈습니다."


한참을 대화를 나누다 아델을 찾아온 목적을 상기한 발베르그 남작은 가지고 온 편지와 함께 선물을 건넸다.


"이게 뭡니까?"

"공작 각하께서 준비한 선물입니다. 내용물은 저도 모르지만 중요한 물건이라고 신신당부를 하셨으니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것 때문에 이 먼 곳까지 오시게 된 거군요. 아버지께는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용무를 마친 발베르그 남작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아델도 함께 일어나 남작을 배웅했다.


"그럼, 나중에 다시 뵙겠습니다."

"살펴 가시길."


아델과 헤어지고 부대를 나선 발베르그 남작은 직원들과 함께 하일루시를 떠났다.


"후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발베르그 남작의 손은 땀으로 축축해져 있었다.


'아는 게 많다는 것도 좋은 일만은 아니군.'


"남작님 괜찮으십니까?"


상사의 표정이 안 좋아 보이자, 부하 직원이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괜찮네, 먼거리를 이동하다 보니 조금 피곤한 모양이야. 이러다 늦겠군, 서두르세."


직원을 재촉한 발베르그 남작은 발걸음을 빨리하며 상념을 털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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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봄이 오기 전에 (4) +1 20.03.31 411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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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붉은 겨울 (5) +1 20.03.16 525 11 12쪽
11 붉은 겨울 (4) +3 20.03.06 554 13 11쪽
10 붉은 겨울 (3) +2 20.03.05 571 13 11쪽
9 붉은 겨울 (2) +2 20.03.03 593 14 11쪽
8 붉은 겨울 (1) +5 20.02.28 649 13 11쪽
7 플로렌스 (3) +4 20.02.27 679 14 11쪽
6 플로렌스 (2) +2 20.02.26 709 15 11쪽
5 플로렌스 (1) +3 20.02.24 744 12 11쪽
4 룬드 회전 (3) +4 20.02.21 800 16 12쪽
3 룬드 회전 (2) +3 20.02.20 851 13 11쪽
2 룬드 회전 (1) +5 20.02.18 1,113 20 11쪽
1 Prologue +2 20.02.18 1,193 19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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