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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rte 님의 서재입니다.

배같은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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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rte까르
작품등록일 :
2020.01.17 23:48
최근연재일 :
2021.02.27 22:00
연재수 :
8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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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글자수 :
487,621

작성
20.03.30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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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0. 기쁨을 주는 Make up! - 5

DUMMY

방과 후로 접어들어 나는 늘 하던 대로 강당 스튜디오에서 화장 연습을 준비하고 있었고 이번에는 날 뒷받침해줄 모델, 하련이 화장대 의자에 앉아 있었다.


하련은 눈두덩을 떤 채 상황에 적응하지 못한 듯 보였고 내가 세팅하기 전까지도 내게 살가운 눈초리를 보였다.


"이강연! 왜 많은 사람들 중에 나인 거야? 나 학년 대표인 거 알면서."


"네가 딱 적임자였으니까. 나미 선배도 부원들도 다 찬성하는 분위기였잖아."


하련이 부정하는 듯 인상을 찌푸리더니 화장대 의자를 180도 돌려 날 향해 째려봤다.


"그러니까! 왜 축제 준비하는데 바쁜 날 지목했냐고 묻고 있잖아."


"SMK에 관해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레미 부원이 얼마 안 되잖아. SMK의 내막을 잘 모르는 부원한테 시켜버리면 괜히 부담 안겨주는 셈이니까 그럴 바에야 네가 맡는 게 낫잖아?"


내가 쓰고 있던 야구모자를 반대로 돌려 챙이 뒤로 갈 동안 하련은 대충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지 이해하는 눈치였고 곧바로 화장대 의자를 180도 돌려 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봤다.


"내가 좋으면 좋아서 골랐다고 말해."


"변태한테 호감 가는 스타일 아니니까 걱정 말도록."


나는 곧잘 교복 마이 주머니에서 클렌징 티슈를 한 장 뽑아 하련이 해둔 화장을 지우려 했다.


이에 하련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내 손에 들린 클렌징 티슈 쪽으로 눈을 떼지 못하는 듯 보였다.


"너 뭐하려는 거야?"


"새삼스럽게 실이. 베이스를 짜려면 화장을 지우고 시작해야지."


"뭐!"


고함과 함께 하련은 격동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양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기 바빴다.


곧이어 하련이 의자에서 몸을 떼려 하자 나는 하련의 어깨를 짓누르며 이를 겨우 제지했다.


하련은 패닉 상태에 빠졌는지 계속해서 몸부림을 치며 의자를 좌우로 흔들어 댔다.


"이 변태야! 이거 놓지 못해?"


"뭐가 변태야? 화장의 기본 상식도 모르는 거냐?"


"그런 문제가 아니야!"


결국 하련은 거친 몸부림으로 의자를 넘어트렸고 나도 덩달아 그 자리에서 넘어지고 말았다.


내가 엉덩방아를 찧어 고통을 호소할 동안 하련은 강당 안쪽 입구 쪽으로 잽싸게 도망쳐 아까 자세 그대로 벽에 붙어 날 매섭게 노려봤다.


내가 몸을 일으켜 옷에 묻은 먼지를 털려는 행동에도 하련이 움츠리며 날 경계하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하련의 행동에 의문을 품었다.


"너 말이야, 자연스럽게 내 쌩얼을 보려 했어? 남친한테도 안 보여줬는데?"


"뭐? 별 생각도 없거든. 누군 누나 화장하면서 여학생 생얼 안 보고 산 줄 아나?"


"그럼! 무대에서 화장할 땐, 그때도 쌩얼로 시작하려 했어?"


"당연한 거 아냐? 그럼 베이스 화장하는 사람 따로, 마무리하는 사람 따로겠어?"


"아, 안돼!"


하련이 아예 제자리에 주저앉은 채 질겁한 듯 창백한 안색을 보이자 나는 한심하게만 보여 한숨을 푹푹 내쉬어 댔다.


"그럼 내 앞에서라도 쌩얼 까 보자. 그다음에 생각해보자고."


"그것도 싫어! 왜 내 쌩얼 첫 상대가 너인 건데?"


"야! 지금 장난칠 시간 없거든. 네가 민낯 하고 화장한 얼굴 차이가 심하면 수긍하고 바꿔볼 테니까 일단 본보기를 보자는 거야. 그 정도는 할 수 있잖아."


이에 하련은 계속 고개를 저으며 부정하기 바빴고 그 모습이 점점 꼴불견으로 보였다.


나는 결국 고삐가 풀린 채 화장대 의자 쿠션을 주먹으로 강하게 내리쳤다.


하련이 놀란 틈을 타 나는 하련에게 가까이 다가가 손으로 하련의 가마 쪽을 세게 붙잡아 그대로 내 이마와 맞대어 내 살가워진 눈매를 하련의 눈과 반 뼘 차이로 좁혀놨다.


하련은 내 행동에 경악을 금치 못했고 나는 조금씩 이성을 찾아가며 조금씩 숨을 돌렸다.


"네 그 꼰대 같은 발상 때문에 내 속을 얼마나 긁어놓는지 알아? 지금 SMK 계집만으로도 멘탈이 박살나 있으니까 더 화나게 하지 마. 알겠어?"


이에 하련은 울먹이며 고개를 끄덕이다 동공을 틀어 다른 방향을 보는 듯 했다.


이에 나도 뒤돌아 뭔지 확인해보니 스튜디오로 들어와 벙찐 표정으로 나와 하련을 지켜보던 미로와 눈이 마주쳤다.


미로의 당황한 기색과 함께 내가 하련과 취하고 있는 구도를 살펴보니 하련의 교복 마이가 반쯤 벗겨져 어깨 쪽 블라우스가 훤히 보였고 끈으로 묶여야 할 리본도 느슨해져 이리저리 늘어져 있었다.


나는 옆머리를 손가락으로 긁적대며 이를 유려하게 대처할 작전을 구상했다.


"미로야! 내가 이마로 박치기하면서 요 계집한테 꾸짖고 있었다면 믿어줄 거지?"


"그, 그럼요! 선배는 은정이나 유나한테나 관심이 있으니까요. 잘 알고 있죠, 아마."


"미로라서 다행이야. 선유나 다른 레미 부원이었다면 개족보 생길 뻔했네."


곧바로 나는 하련에게 거리를 두며 미로에게 어떻게 된 건지 자초지종을 설명해갔다.


그러자 미로는 손에 턱을 괸 채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나와 대면했다.


"그래서 부원들도 지원자가 없었던 거군요."


"뭐가?"


"쌩얼 때문에요. 아무래도 무대에서 많은 관객들 사이로 쌩얼이 보이니까 부담은 될 것 같아서요."


"너마저, 연예인도 아니고 평범한 여학생 쌩얼 갖고 뭐라 한다고!"


"선배, 급한 거 아니까 일단 진정하세요."


미로는 하련에게 다가가 옷 매무새를 바로잡아줬고 나는 그 모습을 고깝게 지켜봤다.


"여고생이면 본격적으로 화장에 입문해서 가꿔나갈 시기잖아요. 그러니까 쌩얼에 예민한 여학생도 생겨나는 셈이죠."


"역시 센스하면 미로라니까! 내가 SMK였으면 무조건 미로파 했을 거야."


그럼에도 나는 혀를 차며 답답하게 돌아가는 이 상황에 머리만 아파왔다.


하련도 안 된다면 다른 부원들도 쌩얼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뜻이었다.


이토록 야속하게 날 죄이려하니 막막한 내 심정은 더 가중되었다.


"몰라! 안 해!"


애초부터 일찌감치 내 코너를 없애버렸으면 이런 일 부릴 필요도 없이 동아리를 나왔을 텐데 말이다.


그러나 이건 이상이 품은 빈 생각일 뿐. 나는 규리의 통제 하에 축제를 누리다 마무리 짓겠다는 약속했으니 나는 팔짱을 끼며 감정을 사려야만 했다.


그때 내 교복 소매 위로 떨어지는 물방울이 보여 뭔가 싶던 것도 잠시 내 눈가에 맺힌 눈물이 쉴 틈 없이 내 뺨을 타고 내린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미로와 하련이 이런 내 모습을 보고 당황한 듯 보였지만 나는 콧대에 손을 댄 채 눈가를 찡그려 잠시나마 슬픈 감정을 해소하는 걸로 상황을 짧게 일단락했다.


그 후 나는 아무 말없이 화장대 의자에 앉아 한숨을 내쉬다 입술을 헐뜯었다.


"내가 그때 은정을 건들지 않았다면 이렇게 동아리 생활이 뒤엉켜 꼬일 일도 없었을 텐데.선유를 돕고 싶어서 한 막연한 행동의 대가가 이 정도라니."


이에 미로가 내 곁으로 다가와 어깨를 주무르자 나는 방금 내가 내뱉은 말을 되뇌며 실소를 지었다.


"연정으로 사람을 움직이려 하다니, 난 얼마나 추한 거야?"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선배! 그러면 전 뭐가 돼요?"


그 순간 미로의 이중 정보원으로서 한 행동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 인상을 지을까 싶다가 요즘 레미와 SMK를 중재하는 구심점 같은 역할을 도맡고 있단 사실에 다시 평정심을 유지해갔다.


하련이 멋쩍은 표정으로 내게 다가오자 나는 덤덤한 표정에서 조금씩 미소를 보였다.


"싫다는 거 충분히 알았으니까 인상 좀 펴. 아예 다시 구해볼 거니까."


"이 기간 안에 적임자를 고른다고? 나오기나 해."


"뭐?"


나는 얘기의 맥락을 파악하지 못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하련이 내 몸을 툭툭 치며 바깥 방향으로 손가락을 가리키자 그제야 의식의 흐름 따라 자연히 화장대 의자에서 몸을 비켰다.


하련은 곧잘 빈 자리를 앉아 다소곳이 몸을 세워 정면을 봤다.


이에 나는 반색을 표하며 자연스레 하련의 뒤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분 거지?"


"차후 레미를 대표하는 부장으로서 자비를 베푼 것뿐이야! 빨리 시작하기나 해."


아직도 하련이 인상을 쓰는 모습이 보였지만 양쪽 무릎 위에 주먹을 쥔 채 꼿꼿이 서있는 걸 보니 포부에 힘입어 손을 풀어갔다.


"그럼 나는 너에게 말 못 한 얘기들을 해주도록 하지."


"네?"


내 제안에 되레 미로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보이자 나는 미로에게 조심히 고개를 저으며 대면했다.


"레미로 따지면 유나와 같은 지위가 되는 거야. 그냥 지금 여기서 다 말해두는 게 작전 짜는 데 편할 걸?"


"그러다가 SMK의 표적이 되면 곤란하잖아요!"


"괜찮아. 어차피 나흘밖에 없고 이 계집도 적잖게 입이 무거운 스타일이거든. 안 그래?"


내가 거울 너머로 째려보니 하련은 미로에게 시선을 돌린 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암암리에 작전이 진행되어 입도 근질근질했는데 미로와 얘기도 나눌 겸 좋은 기회였다.


하련의 화장을 클렌징 티슈와 클리너로 닦아낸 뒤 쌩얼을 확인할 새도 없이 바로 베이스 화장에 돌입했다.


하련이 의식하는지 눈을 꼭 감아 입술을 오물거렸지만 그럴 새도 없이 나는 화장대에 올려놓은 프라이머들을 훑어보며 어떤 피부형인지 묻는 데 집중했다.


차차 진도가 풀려 나는 손바닥에 화장품들을 묻히며 감각만으로 하련에게 어울릴 법한 스타일을 찾아갔다.


동시에 그동안 SMK와 레미, 나와 관련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줬다.


하련이 놀란 듯 얼굴 근육이 경련했지만 내가 수시로 꾸짖은 탓에 중반기부터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다 내가 블러셔를 쓸까 말까 고민하던 타이밍을 이용해 재잘거렸다.


"아직 베이스도 안 끝났다. 조용히 좀 있어."


"아니! 너 같으면 그런 정보들을 발설하는 데 무덤덤하게 있겠어?"


"움직이지 마. 모자에 블러셔 가루 다 묻겠다."


그때 미로가 나와 하련 사이로 들어오자 비키라고 말하려 했으나 미로의 안색이 심상치 않은 걸 보고 잠시 하던 행동들을 멈춰갔다.


미로는 하련의 양쪽 어깨를 주무르며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동안 속여서 미안해요. 레미를 지키려고 제가 오기를 부리는 바람에 이렇게 일만 커지고."


"그럼 지금까지 네가 해온 모든 행동거지가 위선으로 도배되었다는 거잖아."


"그렇죠. 세상을 너무 우습게 봤나 봐요."


미로가 피식 웃음을 보였지만 금세 표정이 굳어 하련에게 손을 떼 뒷걸음질쳤다.


나는 하련의 반응이 어떨지 거울 너머를 통해 주시하던 중 갑자기 하련이 화장대 의자를 180도 돌린 뒤 눈을 떠 나와 미로에게 매서운 시선을 쪼아댔다.


"네들, 날 상대로 정해진 시나리오에 끼워 맞췄다는 뜻이잖아. 아니야?"


하련의 화난 기색이 느껴져 나는 물론, 미로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련이 한숨을 쉬며 화가 단단히 난 것처럼 보여 나는 미로 옆까지 다가와 하련의 어깨에 손을 대며 마음을 달래고팠다.


그 순간 하련 주변으로 뭔가 이상한 낌새가 느껴졌고 내가 하련과 대면하려고 하니 살짝 고개를 숙인 채 조금씩 콧김을 내쉬었다.


어디선가 본 장면 같아 머리를 굴려보던 것도 잠시 이전의 기억이 머릿속에 번뜩이자 나는 즉각 하련에게 멀리 떨어져 기겁할 뿐이었다.


"선배 왜 그래요?"


마침 옆에 미로가 있으니 내 기억은 더 확실하게 굳어져 갔다.


하련의 저 버릇은 내게 한 번 보였던 적이 있었고 그때 느꼈던 경험을 빗대어보면 슬슬 촉이 올 타이밍이었다.


"왜 날 쏙 빼놓고 스토리를 남발해댄 걸까?"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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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7. 마땅한 복수? - 2 20.05.09 37 0 12쪽
37 36. 마땅한 복수? - 1 20.05.02 43 0 12쪽
36 35. 기쁨을 주는 Make up! - 10 20.04.09 28 0 22쪽
35 34. 기쁨을 주는 Make up! - 9 20.04.06 31 0 14쪽
34 33. 기쁨을 주는 Make up! - 8 20.04.05 31 0 14쪽
33 32. 기쁨을 주는 Make up! - 7 20.04.04 30 0 13쪽
32 31. 기쁨을 주는 Make up! - 6 20.04.02 31 0 12쪽
» 30. 기쁨을 주는 Make up! - 5 20.03.30 35 0 12쪽
30 29. 벗어난 매듭 - 1 20.03.29 34 0 16쪽
29 28. 합법적 잣대 - 8 20.03.24 32 0 21쪽
28 27. 합법적 잣대 - 7 20.03.22 31 0 12쪽
27 26. 합법적 잣대 - 6 20.03.21 35 0 13쪽
26 25. 합법적 잣대 - 5 20.03.21 37 0 14쪽
25 24. 합법적 잣대 - 4 20.03.19 35 0 16쪽
24 23. 합법적 잣대 - 3 20.03.16 40 0 11쪽
23 22. 합법적 잣대 - 2 20.03.10 46 0 11쪽
22 21. 합법적 잣대 - 1 20.03.09 43 0 11쪽
21 20. 필연적 접근 - 7 20.03.05 49 0 11쪽
20 19. 필연적 접근 - 6 20.03.04 48 0 12쪽
19 18. 필연적 접근 - 5 20.02.20 50 0 19쪽
18 17. 필연적 접근 - 4 20.02.18 53 0 12쪽
17 16. 필연적 접근 - 3 20.02.16 48 0 13쪽
16 15. 필연적 접근 - 2 20.02.15 48 0 11쪽
15 14. 필연적 접근 - 1 20.02.14 55 0 11쪽
14 13. 망할 계집 - 7 20.02.12 67 2 11쪽
13 12. 망할 계집 - 6 20.02.11 68 3 10쪽
12 11. 망할 계집 - 5 20.02.10 69 3 14쪽
11 10. 망할 계집 - 4 20.02.09 80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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