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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rte 님의 서재입니다.

배같은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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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rte까르
작품등록일 :
2020.01.17 23:48
최근연재일 :
2021.02.27 22:00
연재수 :
8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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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38
추천수 :
77
글자수 :
487,621

작성
20.03.10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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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2. 합법적 잣대 - 2

DUMMY

나는 유나의 허락 하에 아이스크림 통을 냉동실에 넣어두었다. 그 후 유나와 함께 방으로 향했다. 이전에도 보았지만 유나의 화려한 화장대는 마냥 신기하게만 보였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구조를 확인하다, 유나가 옷소매를 잡아당기는 바람에 그대로 침대 매트리스 쪽으로 뒷걸음질 쳤다. 유나는 침대판에 걸린 SMK 완장을 팔에 차 내게 보여주었다.


"디자인 예쁘지?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고안한 거야."


SMK 완장에 관한 건 미로를 통해 어느 정도 듣고 온 상태였다. 얼마나 많이 만들었는지 학교에서 수시로 SMK 완장을 나눠주는 모양이다. 유나의 완장은 그중에서도 가장 화려한 완장으로 SMK라는 흰색 이니셜 양쪽 끝으로 금색 테가 둘러싸여 있었다. 그 주변으로 여러 배지를 달아 휴대폰 액세서리 같은 느낌을 주었다. 은색 테 완장을 끼는 계집들도 유나와 비슷한 방식이었다. 나는 SMK에서 특별한 완장을 끼는 계집에 관한 얘기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은색과 금색 테를 두른 완장은 오직 3명에게만 주어진 것으로 각각 선유, 미로, 나를 지지하는 파의 대표들이 이에 해당된다. 선유를 대표하는 계집은 앞머리를 넘긴 생머리에 동그란 초록색 티타늄 안경을 찬 규리, 미로를 대표하는 계집은 밝은 갈색 톤 C컬 펌에 보라색 팔찌를 찬 민아라는 계집이었다. 이어진 대화를 통해 민아를 비롯한 미로파들이 어젯밤부터 은정에 관한 반발심이 폭발해 현재까지 논쟁이 이루어진 것이다.


"내 힘으로는 도저히 미로 오빠 파를 막을 수 없었어. 그래서 미로 오빠한테 직접 얘기를 건네봤는데 조은정 걔에 관한 부분은 꺼려하는 것 같아서."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은정에 관한 플랜은 100% 내 앞으로 나온 것이기에 미로가 보일 행동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전에는 선유 대표였다면서 미로랑은 친한가 보네."


"미로 오빠는 어렸을 때부터 보던 사이니까. 같은 유치원이었어."


나는 눈을 부릅떠 유나를 바라보았다.


"진짜?"


"정확히 말하면 다시 만난 거라고 해야 하나. 옆 동네 지간이었어."


나는 놀라움 뒤로 다시 화젯거리를 정리해 갔다. 유나는 휴대폰을 통해 내게 SMK 채팅창을 보여주었다. 실시간으로 보니 반대파들의 감정이 오를 대로 오른 상황이었다.


"나랑 은정에 관한 내용들이 많이 보이네."


"오빠하고 소꿉친구 사이일 뿐이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도저히 먹히질 않아."


"주제를 피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가."


나는 이를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싶지 않았다. 내 옆에 있는 윗대가리를 비롯해 이 계집들이 무슨 짓을 하고 다녔는지 기억하니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작전의 연장선이기에 서로에게 이득인 기지를 생각해야만 했다.


"내가 여기 채팅방에 들어가면 안 돼?"


"오빠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오빠가 SNS로 간섭하지 말랬잖아."


"지금은 상황이 상황이니까. 화두인 내가 나서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러면..."


유나는 머뭇거린 채 내 눈치를 보았다. 그녀의 입가에는 어렴풋한 미소가 보였다. 잠시 뒤, 유나는 내게 채팅방 초대 메시지를 보냈다.


"채팅창 안 나갈 거지?"


"그건 얘네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를걸. 일단 들어가는 게 먼저니까."


나는 채팅방에 위장용 닉네임을 적어 채팅창으로 들어갔다. 그 후, 채팅창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질 때를 노려 자판을 두들겼다.


「송민아 나와! 본인이 직접 얘기하러 왔다.」


유나는 당황한 기색으로 내쪽을 쳐다보았다.


"오빠! 이럴 거면 그냥 민아한테 초대해서 따로 얘기하면 되잖아!"


"그러면 따로 보고하려고? 귀찮으니까 여기서 끝낼 거야."


예상대로였다. 내가 채팅방에 참여한 것만으로 SMK 계집들의 답장 속도는 가파르게 치솟았다.


「강연 오빠 온 거 실화?」


「대단하다 진짜 본인을 소환시켜 버리네」


「오빠 좀 얘기해 줘요!」


채팅창은 여러 입장들이 얽혀 난잡한 상태였다. 나는 거기서 민아라는 계집의 답글을 찾아 나섰다. 유나의 도움으로 생각보다 빠른 시간 내에 찾을 수 있었다.


「뭐야 왜 여기서 나와?」


「회장한테 얘기 듣고 찾아왔다. 내 얘기를 엄청 하더라.」


유나는 잠시 내 눈치를 보다 채팅창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왜 밉상이 됐는지 본인이 가장 잘 알 텐데?」


「내가 은정하고 아는 사이인 거 하나 때문에 SMK에 간섭하는 것처럼 보여?」


「어이없어 S&M 때 꼽사리 끼던 찌질이가 갑자기 그쪽 빽 믿고 나불거리는데 화가 안 나겠어?」


나는 흐름을 대비해 뜸을 들였다. 여기서 은정과의 만남을 조금이라도 사실적으로 표현하면 컨셉과 상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거 알아? 은정이 걔 원래 S&M이 순수하게 남아있길 바란 파였어. 의기소침해서 나서지 못했던 거야.」


「소꿉친구라고 실드 엄청 치네 그 찌질이가 얼마나 위선적이고 독한지 모르나 봐 유나한테 뭐라 했는지도 모르면서」


나는 유나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이건 또 뭔 소리야?"


유나는 굳은 표정으로 내 시선을 피하려 들었다. 이내 가볍게 숨을 내쉰 뒤 내게 몸을 기댔다.


"조은정 걔가 나랑 민아를 비롯한 주변 앞으로 와서 오빠를 좋아한다고 했어.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고 엄청 비웃었는데 갑자기 오빠 소꿉친구에 짝사랑이라고 하질 않나, 거기에 오빠를 좋아하는 사람은 나뿐이니까 다시 S&M으로 돌아가자고 얘길 하는 거 있지."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한 전개였으나 은정의 방식이 이렇게나 거칠 줄 몰랐다. 내가 SMK에 있는 게 얼마나 싫었으면 그렇게까지 할 수 있었을까. 이후 유나는 내 우측 소매를 가볍게 잡아당겼다.


"오빠?"


"미안, 잠깐 생각 중이었어. 조은정이 날 그렇게 좋아했단 말이지. 뭔가 당황스럽네."


"그게 무슨 소리야?"


나는 무안한 표정으로 손가락으로 옆머리를 긁적였다.


"금시초문이니까. 애초부터 은정이하고 그런 얘길 나눠본 적이 없어."


"뭐?"


유나는 제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런, 말도 안 돼!"


"사실인 걸 어떡해. 그럼 SMK 일원들도 다들 너랑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던 거야?"


"아마도..."


"그럼 지금 뉘앙스로 답장을 이끌어내면 끝나는 게임이네."


나는 다시 휴대폰을 잡아 자판을 두들겼다. 포커페이스 뒤로 나는 유나를 완벽히 속여내는 데 성공했다. 수정된 설정은 은정에게 실시간으로 알려 처신하면 그만이었다. 나는 유나와의 변론을 통해 SMK 채팅창에 해당 내용들을 적어나갔다. SMK 계집들을 비롯해 민아 또한 유나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뻥치지 마! 그렇게 짝사랑했는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


「얘길 안 해주니까 모르지. 은정이 걔 매사마다 쭈뼛거리는 걸로 유명하니까.」


「무슨... 그럼 조은정이 대놓고 스튜디오에 방문한 건 어떻게 설명할 거임?」


「바빠서 제대로 보질 못했어. 무대에서도 은정이한테 눈길 한번 제대로 안 줬다고 혼났잖아. 그때 같이 있지 않았었나?」


「잠깐만...」


SMK 채팅창은 그대로 정적에 휩싸였다. 유나는 잠시 상황을 지켜보다 휴대폰 자판을 두들겼다.


「민아야 이제 그만 오해 풀자」


곧바로 작성 중인 상태창이 떴다.


「유나 너! 분하지도 않아? 우릴 갖고 놀아났잖아」


「암만 생각해도 아닌 걸 어떡해 그만하자」


이를 통해 SMK에서 발발한 불씨는 흐지부지하게 마무리되었다. 그렇다고 은정에 대한 반감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기에, 내가 따로 얘기하겠다는 당부를 채팅창에 올려두었다. 유나는 맥 빠진 채 침대에 몸을 눕혔다. 그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처럼 보이자, 나는 조심히 몸을 일으켰다.


"누나랑 찬거리 관련해서 연락하고 싶은데, 잠깐 밖에 있어도 되지?"


"갔다 와."


나는 방을 나와 난간 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 후 은정의 전화번호를 찾아 통화 버튼을 눌렀다. 채팅창 참여 목록을 미루어 볼 때 전화를 받을 확률은 100%에 가까웠다.


"여보세요."


"여보세요가 아니잖아! 어쩌려고 그런 짓을 한 거야?"


"다 보고 있었네."


"그걸 말이라고 해? 차마 손을 못 댔다고. 왜 갑자기 채팅창에 난입해서 내 얘길 해댄 거야?"


"작전을 유리한 방향으로 튼 것뿐이야. 이제 너랑 말만 맞추면 그게 곧 사실이라고."


은정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작전이란 게 대체 뭐라고."


"알아들었으면 채팅창에 올 후폭풍이나 잘 수습해. 나 때문에 한 대 얻어맞은 것같이 굴라고."


"일단, 알겠어."


"그래."


통화 뒤, 나는 다시 유나의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 위로 유나는 새근거리는 소리를 내며 자고 있었다. 아침까지 그렇게 까탈스러웠던 계집이 잘 때는 저리 무방비할 수 있나 싶었다.


"하유나. 잘 거면 난 간다."


유나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내가 얼굴 앞으로 다가가 부채질을 한들 유나는 미동 하나 보이질 않았다. 그 후, 나는 유나의 다리와 등 쪽을 잡아 유나의 머리가 침대판 앞 베개에 닿도록 했다. 예전부터 침대에 걸터앉아 자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딱 질색이었다. 나는 방을 나오기 전, SMK 채팅방을 다시 확인했다. 아까의 여파로 인해 SMK 계집들은 은정을 추궁하려는 의지조차 꺾인 모양이었다. 서로 눈치를 보는 건지 채팅창은 제법 긴 간격으로 대화가 띄엄띄엄 이어가는 중이었다. 슬슬 문을 열고 나가려던 차, 침대 쪽으로 인기척이 느껴졌다.


"의외로 대담하네."


유나는 몸을 뒤돌아 내쪽으로 오달진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여자 몸 한번 안아보고 싶었어?"


나는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집에서 누나 곯아떨어질 때 많이 해봤어. 더 이상 용건 없으면 가본다."


"좀 더 있다가..."


그 순간, 유나 휴대폰으로 벨소리가 울려 퍼졌다. 유나는 휴대폰 화면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오빠 말이 맞네. 여긴 못 있겠다."


"뭐, SMK 계집들이 몰려오는 건가?"


"그런 거 아니야. 아무튼, 오늘 수고 많았어..."


"그래."


나는 방을 빠져나와 냉동실에서 아이스크림 통을 꺼냈다. 유나는 방 틈으로 내게 시선을 쏘았다. 나는 가벼운 인사를 끝으로 유나의 집을 빠져나왔다.


무더워진 오후길, 나는 집에 오자마자 땀에 찌든 모자와 마스크를 난간 부근 빨래통에 집어넣었다. 그 후 소파에 앉아 가쁜 숨을 내쉬었다. 잠시 뒤, 누나는 방을 나와 내 옆으로 다가왔다. 나는 손에 쥐던 아이스크림 통을 누나에게 건네주었다. 누나는 통 뚜껑을 열어 민트 초코 올인인 걸 확인했다.


"맛있겠다."


누나는 기쁨에 겨워 주변을 맴돌았다. 그러다 내 모습을 보고 멈칫해 눈을 깜빡거렸다.


"무슨 일이라도 있어?"


"어? 아, 찬거리 사는 거 깜빡해서 뭐 살지 생각해보고 있었어."


"흐응."


점심시간을 겨우 지난 시점, 나는 기분 전환 겸 장을 보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그 순간, 누나는 내 옷소매를 힘 있게 쥐었다. 내가 소매를 흔들며 발걸음을 재촉했으나, 누나는 무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누나는 다른 손으로 아이스크림을 가리켰다.


"먹고 가자."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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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6. 마땅한 복수? - 1 20.05.02 43 0 12쪽
36 35. 기쁨을 주는 Make up! - 10 20.04.09 28 0 22쪽
35 34. 기쁨을 주는 Make up! - 9 20.04.06 31 0 14쪽
34 33. 기쁨을 주는 Make up! - 8 20.04.05 31 0 14쪽
33 32. 기쁨을 주는 Make up! - 7 20.04.04 30 0 13쪽
32 31. 기쁨을 주는 Make up! - 6 20.04.02 31 0 12쪽
31 30. 기쁨을 주는 Make up! - 5 20.03.30 3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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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6. 합법적 잣대 - 6 20.03.21 35 0 13쪽
26 25. 합법적 잣대 - 5 20.03.21 37 0 14쪽
25 24. 합법적 잣대 - 4 20.03.19 36 0 16쪽
24 23. 합법적 잣대 - 3 20.03.16 40 0 11쪽
» 22. 합법적 잣대 - 2 20.03.10 47 0 11쪽
22 21. 합법적 잣대 - 1 20.03.09 43 0 11쪽
21 20. 필연적 접근 - 7 20.03.05 49 0 11쪽
20 19. 필연적 접근 - 6 20.03.04 48 0 12쪽
19 18. 필연적 접근 - 5 20.02.20 50 0 19쪽
18 17. 필연적 접근 - 4 20.02.18 54 0 12쪽
17 16. 필연적 접근 - 3 20.02.16 48 0 13쪽
16 15. 필연적 접근 - 2 20.02.15 4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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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1. 망할 계집 - 5 20.02.10 69 3 14쪽
11 10. 망할 계집 - 4 20.02.09 80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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