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Kairte 님의 서재입니다.

배같은 동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일반소설

Kairte까르
작품등록일 :
2020.01.17 23:48
최근연재일 :
2021.02.27 22:00
연재수 :
85 회
조회수 :
4,837
추천수 :
77
글자수 :
487,621

작성
20.02.18 23:30
조회
53
추천
0
글자
12쪽

17. 필연적 접근 - 4

DUMMY

「네넷? 정말요?」


은정은 흥분 뒤로 공백을 이어가다 답글을 올렸다.


「하지만 선유 선배랑 만나는 건 일이 해결된 후라고...」


「싫어?」


「그건 아니지만...」


나는 기지개를 켜 몸을 풀어갔다. 그동안 은정의 답글이 올라왔다.


「잠깐만 그쪽이 들어오면서 SNS로 접근하지 말라고 한 거 잊었어요?」


「개뿔. 그런 계집이 규칙 어기고 날 미행하냐?」


「그렇긴 하네요」


이번 일들을 통해, SMK 통합 반대파는 내가 들어오면서 생긴 규칙에 의식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만큼 S&M 시절 팬심이라는 명목 하에 얼마나 이기적이고 무례하게 굴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선유와의 접촉에 앞서, 은정에게 그동안 있던 일에 대한 사죄의 뜻을 전하라 지시했다. 내 중재 하에 나는 현 채팅방에서 선유를 초대했다. 운 좋게 선유가 빠르게 채팅방에 들어와 인사하는 이모티콘을 보냈다. 은정이 또다시 쳤다 말았다 하는 모습을 보였다.


「갑자기 초대해서 미안해. 잠깐만 어울려 줄 수 있어?」


「ㅇㅇ 이게 오늘 스튜디오에서 말했던 그거 맞지?」


「저기 위에 보면 계집 프로필 하나 있거든. 쟤가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대.」


나는 휴대폰을 두고 은정이 어떤 대화를 이어갈지 지켜보았다. 그러나 은정은 아까부터 적었다 말았다 반복한 채 아무런 진도도 빼지 못했다.


「야 쪼다. 30초 내로 안 올리면 선유한테 실례니까 내보낼 거다.」


「아아! 조금만 기다려 줘! 아직 마음의 준비가...」


「그런 애가 잘도 점을 찍어 매듭짓네. 25초 남았다.」


은정은 조바심 속에 작성 중이라는 상태창을 유지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우광중학교 2학년 조은정입니다. 선유 오빠를 보고 SMK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만나서 반가워 ^^」


뒤이어 선유가 손을 흔드는 이모티콘에 은정이 또다시 같은 패턴을 반복하는 게 보였다.


「30」


「29」


「28」


「아니 뭐 쓸지 생각하고 있잖아!」


「그냥 적어. 굳은 빈말 해봤자 선유만 피곤해져.」


「저기··· 내가 방해되는 걸까?」


결국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가기 위해 나와 선유가 대화를 이어가고, 거기에 은정이 적어 올리면 내가 잠시 빠져 담소를 나눌 수 있도록 계획을 바꾸었다. 그럼에도 진도를 쉽게 나가지 못했다. 내 앞에서 대놓고 제말만 하던 계집이 선유를 상대로는 다소곳한 모습을 보이기 바빴다. 짧은 화젯거리로 얘기하고 있음에도 은정은 좀처럼 대화에 끼어들지 못했다.


「강연이 너 아이스크림에 민트 초코 넣는 거 금지야!」


「왜? 부원들도 좋아하고 맛있잖아.」


「난 싫어한단 말이야... 나미 선배도 민트를 좋아하니까 통에 한가득 담아 온다고 ㅠㅠ」


「알겠어 좀 줄일게. 그럼 어떤 거 담아 올까?」


「난 요거트 아이스크림 좀 많이 넣어줬으면 좋겠어 신제품 중에 콰트로 베리 요거트 있는데 내 인생 아이스크림이야 bb」


「요거트라...」


「저도 요거트 아이스크림 좋아해요!」


나는 곧바로 채팅창에 손을 뗐다.


「은정이 너도 요거트 파야? 어떤 거 제일 좋아해?」


「예전에 집에서 먹었던 루드가제 딸기 요거트가 가장 맛있었던 걸로 기억해요.」


「진짜? ㅇoㅇ;; 그거 되게 비싼 아이스크림이잖아」


「그렇긴 한데 기왕 먹는 거 맛있는 거면 좋잖아요.」


나는 휴대폰을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은정이 다시 자판을 더듬어 오래 못 갈 줄 알았지만, 한 번 입이 트이니 제법 오랫동안 얘기를 이어갔다. 먹성 좋기로 유명한 선유 덕분에 엔간한 채팅창 내용이 먹을거리 얘기로 가득했다. 1시간 뒤, 나는 채팅창이 소강상태인 걸 노려 자판을 두들겼다.


「이제 슬슬 본분을 전할 시기 아닐까? 조은정.」


은정은 또다시 자판을 더듬기 시작했다. 선유는 ?만 올린 채 현 상황에 의문을 표했다. 좋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싶진 않았지만 그러기엔 이 계집이 선 넘은 짓들이 너무도 많았다. 십여분 후, 은정으로부터 답장이 올라왔다.


「선유 오빠...」


「왜 그래??」


「그... 다시 뵐 일 있으면 요거트 사 먹으러...」


「10초 안에 제대로 안 말하면 강퇴한다.」


내 일침에 은정은 적던 창을 없애고 새로 상태창을 띄웠다.


「죄송해요 ㅠㅠ 선유 오빠가 너무 좋아서 오빠 뒤를 밟고 그랬어요... 선유 오빠가 싫어하는 줄도 모르고 멋대로 굴어버렸어요 정말 죄송해요...」


나는 상황을 진득이 기다렸다. 이번에는 선유가 자판을 더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게 사실이야?」


「네... 이걸 말해버리면 선유 오빠가 미워할까 봐 제대로 말하질 못했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채팅창에 정적이 돌기 시작했다. 선유의 심정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향후 SMK를 어떻게 상대하면 좋을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은정이 자판을 더듬고 나 또한 길어지는 상황에 부가적인 답글을 올리려던 차.


「처음이야.」


이에 은정이 더듬던 상태창이 사라졌다.


「SMK 애들... 자기만 좋아하고 우리 마음은 몰라주는 애들만 있는 줄 알았어 근데 이렇게 용서를 빌러 올 수 있는 거구나」


머지않아 은정이 작성 중인 상태창을 띄웠다.


「선유 오빠 진짜 죄송해요 ㅠㅠ 제가 못된 거예요」


「괜찮아 이렇게라도 얘기를 해줘서 오히려 기뻤어 다른 애들도 이렇게 얘기해 주면 좋을 텐데...」


점점 채팅창 분위기가 누그러들어 선유와 은정은 다시 대화를 이어갔다. 용서를 넘어 둘은 새로이 친구가 된 듯한 모습이었다. 나는 소강 시기를 노려 자판을 두들겼다.


「선유야, 이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은 학교 가서 알려줄 게. 난 이만 물러나야겠어.」


「알겠어 수고 많았어 강연아」


「그리고 조은정, 이번 일은 SMK에 비밀이다. 명심해!」


은정은 반응했다는 뜻의 이모티콘을 날리다 작별을 고하는 이모티콘을 연이어 올렸다. 나는 부가적인 당부 끝으로 채팅방을 빠져나왔다. 밖으로 나와 물 한 잔 마시려던 중, 누나가 거실 소파에 앉아 무언가 유심히 보고 있는 걸 보았다. 조금은 빛바랜 갈색을 띤 가죽 앨범이었다.


"강연아! 이거 봐봐!"


나는 가까이 다가가 누나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제법 어렸을 적 사진들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공원에 놀러 가 불꽃놀이를 보러 갔을 때랑 계곡에서 수영할 때 찍은 사진, 아버지와 자전거를 타는 사진까지 누나에게 보는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넘길 때마다 나랑 누나, 아버지끼리 찍은 사진들로 가득해 나 또한 잠깐 동안 추억에 잠겨 당시 일들을 떠올렸다. 자연스레 다음 페이지를 넘기려는 순간, 누나가 손가락으로 장부를 놀러 움직이질 못했다. 누나는 한쪽 시선을 바라본 채 경직된 상태였다. 내가 시선 따라 눈길을 돌린 순간.


"엄마..."


앨범 우측 상단에 찍힌 사진. 거기에는 나와 두 번 다시 보기 싫은 아줌마가 찍힌 사진이 있었다. 야구 모자로 꾹 눌러써 얼굴을 가리고 있음에도 금방 알 수 있었다. 내 모든 신경이 격하게 요동치는 것만 같았다.


"망할 아줌마가 왜!"


나는 곧바로 앨범에 있던 사진을 뽑아내 보이는 눈앞에서 찢어버리려 했다. 그 순간 누나가 내게 달려들어 힘 있게 양손으로 내 팔을 붙잡았다.


"그러지 마!"


누나는 아예 양손을 걸어 내 팔에 매달렸다. 나는 힘을 이기지 못해 사진을 놓침과 동시에 소파 쪽으로 넘어졌다. 그 틈에 누나가 사진을 주워 입고 있던 추리닝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나는 겨우 몸을 일으켜 누나와 마주 섰다.


"누나, 그 망할 아줌마가 아직도 엄마로 보이는 거야?"


"엄마는 엄마잖아!"


누나는 주머니에서 다시 사진을 꺼내 망할 아줌마 쪽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나한테는 둘도 없는 엄마야. 이건 내가 가지고 있을 거야!"


"누나 제발..."


누나는 재빨리 방으로 들어가 아예 문까지 잠갔다. 나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머리를 긁적였다.


7년 전, 아버지와 손수 작업해서 망할 아줌마에 관한 사진은 모조리 뺐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전까지 망할 아줌마가 찍힌 사진을 모두 당사가가 가져갔다며 누나를 속여왔다. 저런 반응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나는 거실에 내버려둔 앨범을 거실 테이블 밑에 두고 물을 마시러 갔다. 한 잔을 비우니 망할 아줌마가 저지른 행동들이 떠올라 짜증이 났다.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될 몰골이라는 점이 최소한의 위안거리였다. 누나의 행동이 마음에 들진 않았다. 하지만 누나도 조금씩 성장하는 중이니 나중에라도 말하면 이해해 줄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는 물 한 잔을 다시 비워 싱크대에 컵을 두었다.


다음 날, 나는 선유와 스튜디오에 들어와 저번 일들에 대한 정황을 얘기했다. 사과한 이래로, 선유와 은정은 또다시 먹을거리로 화제를 넘겼던 모양이다.


"선유 너. 어제 은정이랑 얼마나 있었어?"


"자정 조금 지나서까지? 아마 채팅방에 기록이 남아있을 거야."


나는 선유에게 휴대폰을 건네받아 이후 채팅창이 어떤지 확인했다. 그 후 채팅창을 나와 선유에게 휴대폰을 돌려주었다. 선유는 당황한 듯 보였다.


"갑자기 왜..."


"부가적인 방침, 선유든 은정이든 대화가 끝나면 채팅창을 파기할 것. 이걸 안 지켜서 내가 대신 이행한 거야."


"그래도, SMK에 관해 얘기를 들어볼 수도 있었을 텐데."


"어쩔 수 없어. 우리는 지금 SMK를 교란하는 중이잖아. 조금이라도 빈틈이 생기면 목표에 차질이 생겨."


선유에게는 이미 대부분의 사실을 알린 뒤였다. 은정이 소꿉친구 대역을 맡는 것부터 어떤 연유로 은정과 작전을 짜게 되었는지, 그리고 내가 SMK를 나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까지. 나와 선유가 채팅창에 있을 동안, 미로는 은정에 대한 떡밥을 SMK 채팅창에 풀어내는 데 성공했다. 현시점, 미로의 정보를 통해 은정이 SMK의 요주 인물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는 SMK 통합 반대파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결국 양측에서 견제를 받는 제3의 존재가 된 상태였다. 이번 주 무대가 얼마나 끓어오를지 눈에 보였다.


무대 행사날 당일, 나는 평소처럼 대본과 사연지를 보며 스튜디오에서 대기했다. 레미 부원들이 장비 세팅하러 다니는 걸 도와주고 싶었지만, 오늘은 이 자리에서 가만히 있어야만 했다. 미로는 메이크업을 마친 뒤 내쪽으로 몸을 돌렸다. 안색이 썩 좋진 않아 보였다.


"선배, 이젠 거의 박제 수준이던데 어떡해요?"


"어쩔 수 있나."


나는 오른쪽 위에 걸린 벽시계로 시간을 확인했다. 분침과 시침이 일직선을 가리킬 즈음, 스튜디오 문이 열렸다. 우리와 다른 교복이면서 키 작은 검은색 머리인 것만으로 누구인지 대충 파악할 수 있었다.


"결국 왔네."


"응, 많이 기다렸지?"


은정은 부원들을 제치고 내 앞까지 다가왔다. 이내 새초롬한 표정으로 양손을 모은 채 고개를 숙였다. 나 때문이 아닌 옆에서 메이크업을 받고 있는 선유 때문이었다. 차마 직접 대면하진 못하는 모양이다. 은정을 보니 이곳저곳 화장한 부분이 보였다. 제법 실력이 좋아 가볍게 둘러보다 은정의 날 선 눈초리를 받았다. 나는 시선을 선유 쪽으로 돌려 모자와 마스크를 정리했다.


"다 끝나면 또 스튜디오로 와야 돼. 숙지하도록."


은정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발길을 돌려 바깥쪽 스튜디오 문으로 향했다. 그 순간, 문이 활짝 열려 손잡이가 벽에 부딪혔다. 주위에 있던 부원들은 기겁한 채 문 밖을 바라보았다. 나를 비롯한 SMK 멤버 일동도 해당 쪽으로 시선을 모았다. 문 밖에는 경멸의 눈초리와 검은 오라를 풍기는 유나가 떡하니 서있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배같은 동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0 39. 마땅한 복수? - 4 20.05.12 30 0 15쪽
39 38. 마땅한 복수? - 3 20.05.11 32 0 12쪽
38 37. 마땅한 복수? - 2 20.05.09 38 0 12쪽
37 36. 마땅한 복수? - 1 20.05.02 43 0 12쪽
36 35. 기쁨을 주는 Make up! - 10 20.04.09 28 0 22쪽
35 34. 기쁨을 주는 Make up! - 9 20.04.06 31 0 14쪽
34 33. 기쁨을 주는 Make up! - 8 20.04.05 31 0 14쪽
33 32. 기쁨을 주는 Make up! - 7 20.04.04 30 0 13쪽
32 31. 기쁨을 주는 Make up! - 6 20.04.02 31 0 12쪽
31 30. 기쁨을 주는 Make up! - 5 20.03.30 35 0 12쪽
30 29. 벗어난 매듭 - 1 20.03.29 34 0 16쪽
29 28. 합법적 잣대 - 8 20.03.24 32 0 21쪽
28 27. 합법적 잣대 - 7 20.03.22 31 0 12쪽
27 26. 합법적 잣대 - 6 20.03.21 35 0 13쪽
26 25. 합법적 잣대 - 5 20.03.21 37 0 14쪽
25 24. 합법적 잣대 - 4 20.03.19 36 0 16쪽
24 23. 합법적 잣대 - 3 20.03.16 40 0 11쪽
23 22. 합법적 잣대 - 2 20.03.10 46 0 11쪽
22 21. 합법적 잣대 - 1 20.03.09 43 0 11쪽
21 20. 필연적 접근 - 7 20.03.05 49 0 11쪽
20 19. 필연적 접근 - 6 20.03.04 48 0 12쪽
19 18. 필연적 접근 - 5 20.02.20 50 0 19쪽
» 17. 필연적 접근 - 4 20.02.18 53 0 12쪽
17 16. 필연적 접근 - 3 20.02.16 48 0 13쪽
16 15. 필연적 접근 - 2 20.02.15 48 0 11쪽
15 14. 필연적 접근 - 1 20.02.14 55 0 11쪽
14 13. 망할 계집 - 7 20.02.12 67 2 11쪽
13 12. 망할 계집 - 6 20.02.11 68 3 10쪽
12 11. 망할 계집 - 5 20.02.10 69 3 14쪽
11 10. 망할 계집 - 4 20.02.09 80 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