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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지타맥스 님의 서재입니다.

과장님이 왜이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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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베지타맥스
작품등록일 :
2022.01.24 09:41
최근연재일 :
2022.01.26 01:12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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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글자수 :
72,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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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26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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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식도락 여행

DUMMY

과장과 연희는 맛집을 찾아다니며 먹는 것이 취미가 되었다. 그래서 왠만큼 맛있지 않으면 감흥이 없을 정도로 입맛이 고급이 되었다는게 단점이었다. 문득 과장이 이야기를 꺼냈다.


-연희씨는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뭐에요?

-음? 아무래도 떡볶이가 아닐까요? 그다음엔 쏘쏘 한 것 같아요.

-그럼 대한민국에서 제일 맛있게 떡볶이를 만드는 집은 어딥니까?

-그야 신당동 김할매 분식집이 제일 유명하다던데요?

-그렇게 유명하면 당연히 분점도 있겠네요?

-아니요. 그분이 레시피는 며느리한테도 공개하지 않는대요.

-흐음..할머니가 연세도 많으신데, 그러다 레시피가 세상에서 사라질지도 모르잖아요.

-그건 그러네요.

-일단 오늘 점심은 거기서 먹는걸로 합시다.

-정말요? 아싸 신난다!


김할매 분식집은 손님으로 가득차고, 심지어 가게 밖으로 줄까지 이어져 있었다.

과장일행은 한참을 기다린 끝에 떡볶이를 포장하여 가까운 편의점 앞 테이블에 앉아 맛을 보았다.


-우와 이거. 진짜 듣던대로 맛이 기가 막히군요!

-글쵸? 아..이 떡볶이 매일 먹고 싶다..

-아까 그집 영업을 몇시까지 한다고 했죠?

-아마 오후 4시쯤 닫는다고 들었어요. 아무리 장사가 잘되도 할머니가 힘들다고 하셔서요.

-그럼 이 근처 미술관에 들렀다가 4시에 가봅시다.

-왜요? 떡볶이 또 사게요?

-아니요. 사업제안을 하려고요.


3시50분에 분식집에 도착한 일행은 할머니가 막 가게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미한하구먼유. 가게 문 닫을때가 되서.

-하하 아닙니다. 저흰 아까 점심때 여기서 떡볶이를 사서 먹었습니다.

-그럼 어쩐 일이우?

-저희가 떡볶이를 하도 맛있게 먹어서 선물을 드리려고요.

-아이고 뭐 이런걸 다..이게 뭐유?

-중국에서 유명한 보이차입니다.

-에고! 이거 되게 비싸보이는디?

-아닙니다. 하지만 구하기 힘든거라 가까운 사람하고만 드세요.


뭔가 이야기를 하러 온 듯한 낌새를 눈치챈 할머니가 자리에 앉았다.


-혹시 한국김으로 코로나99 백신 만들었다는 얘기 들어보셨습니까?

-분식집을 하는 사람이 모를리가 있것슈? 그거땜시 병은 막았지만 김밥장사를 한동안 할 수 없었지.

-한국김을 발굴해서 제약회사에 판 사람이 바로 접니다.

-아니? 정말이우?

-네. 혹시 김을 원가에 구하고 싶으시면 저한테 말씀해주시면 바로 생산자와 연결해드리겠습니다.

-하이고 나야 고맙쥬. 근데 공짜로 해주진 않을 것 같고?

-하하. 부탁이 하나 있긴 합니다.

-말해보슈. 내가 레시피 빼곤 다 해줄터이니.

-음..그게..


과장은 할머니가 알아들 수 있도록 쉬운 단어로 요점만 꼬집어 설명했다. 요약하면, 할머니의 레시피를 대한민국 최고의 떡볶이 조리법으로 등록하여, 사후에도 저작권을 보호하고 떡볶이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사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할머니는 한참 생각하더니 말했다.


-내가 떡볶이 장사만 50년이우.

-그렇군요.

-그래서 내 떡볶이가 맛있다고 레시피 알려달라는 사람이 매일 찾아온다우.

-그럴만도 하지요.

-근데 나는 절대 남에게 공개하고 싶지 않거든.

-저희도 레시피를 누군가에게 팔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 그거 알려주면 나한테 이득이 되는게 뭐유?

-대한민국이 인정하는 최고의 레시피라고 요리역사계에 기록이 남게 됩니다. 할머님의 레시피는 절대 공개되지 않으며, 차후 새로운 떡볶이를 개발하는 사람들과 맛을 비교해 더 맛있는 떡볶이를 만들도록 연구하고 격려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사장이 그렇게 말을 하니 좋수다! 그렇게 하지!

-감사합니다. 영광입니다.


다음날, 할머니는 영업하지 않는 시간에 직접 자신이 떡볶이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과장은 캠코더로 모든 과정을 촬영했고, 연희는 해당재료를 어디서 공수하는지, 조리도구는 어디 회사거를 쓰는지, 재료들은 냉장고에서 얼마나 보관했다 쓰는지 등등 세세한 부분을 모두 기록했다.


레시피에 따라 연희는 집에서 할머니의 떡볶이를 만들어보았고, 맛이 똑같음을 확인했다.


-우와 과장님! 이거에요! 이 맛이에요!

-그렇군요. 이 맛은 정말 잊을 수가 없네.

-이제 멀리 가지 않아도 집에서 만들 수 있겠네요.

-연희씨, 이 레시피 아무한테도 알려주면 안됩니다.

-그야 당근이죠. 이제 어떻게 하면 되요?

-제 생각엔 이 레시피도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몇군데 있습니다.

-네? 이렇게 완벽한 떡볶이인데도요?

-조리과정에서 올리고당 대신에 꿀이나 매실청을 쓴다면 어떨까요? 그리고 간장 대신에 굴소스를 쓰면 맛이 조금더 좋아질 듯 합니다.

-과장님 요리도 할 줄 아세요?

-그건 아니지만, 요즘 유튜브로 요리영상을 많이 보고 있어요.


몇번의 수정을 거쳐, 연희는 할머니것보다 더 맛있는 떡볶이를 만들어냈다.


-와 이거 어떡해요? 너무 맛있어요.

-그러네요.

-설탕을 줄이고 류슈가를 조금 넣고, 마지막에 새송이와 바질을 추가하는게 신의 한수였어요.

-물론 그렇지만, 이건 우리만의 레시피로 따로 등록해둡시다.

-왜요?

-한번 먹으면 맛있는 떡볶이일지도 모르지만, 질리지 않고 계속 찾게 되는 맛은 또 다르거든요. 제가 볼때 할머니 떡볶이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은 궁극의 레시피라고 봅니다.

-아..

-하지만 모르죠. 우리가 만든 떡볶이가 그 한계를 넘었을지도.

-갑자기 요리가 너무 재밌어졌어요.

-자, 떡볶이 레시피 하나로 만족할 순 없겠죠? 다음은 뭘로 해볼까요?

-김밥이요!!


과장과 연희는 전국에서 가장 맛있다는 충남의 한 분식점을 찾았다. 맛을 보니 정말 눈이 동그래지는 그런 맛이었다.


-와, 진짜 여태 이런 김밥을 먹어보지 못했다는게 너무 후회되네요.

-저 눈물 나올 것 같아요 ㅠㅠ

-세상에. 난 어릴때 소풍갈때 어머니가 싸주신 김밥이 최고인줄 알았는데.

-역시 최고의 김밥 답네요.


과장은 영업이 끝난후 같은 방식으로 김밥집 사장을 설득했다. 그리고 이미 최고의 떡볶이 레시피를 확보했다고 하자, 사장 역시 분식집을 하는 사람인지라 최고의 떡볶이 맛이 너무 궁금했다. 그럴줄 알고 과장은 집에서 직접 조리한 떡볶이를 포장해왔다.


-어억...역시. 최고는 다르긴 다르네요.

-어떻습니까? 제가 볼땐 사장님의 김밥 역시 이정도 위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 레시피 절대 알려주지 않는거 맞죠?

-그렇습니다.

-좋아요. 내가 김밥 레시피 알려줄테니 내꺼도 좀 등록해줘요!


마침내 새로운 사업자등록을 하고 홈페이지가 개설됐다. 이름은 [대한민국 최고의 맛] 이었다. 지금까지 레시피 제공을 약속한 점포들의 위치와 사진, 기본재료들,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의 개성있는 평가가 표시되었다. 전국에 내노라 하는 미식가들 사이에서 빠르게 소문이 퍼지더니, 곧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다.


-그런데 과장님, 지금 요리메뉴마다 최고의 집이 하나씩만 선정이 되었는데, 만약 더 맛있는 집이 나타나면 어떡해요?

-그럴땐 업데이트 날짜를 표시하고, 더보기를 눌러야 기존 맛집이 보이게 하면 됩니다.

-그럼 피자나 스파게티도 하실거에요?

-아뇨. 그건 우리나라 고유 음식이 아닌데다, 피자는 왠만해서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음식이거든요.

-다음엔 어디로 가요?

-포천 이동갈비라고 들어봤어요? 거기가 양념갈비는 최고라길래 오늘 갑니다.

-와, 저 이거때문에 매일 아침 저녁으로 운동하는거 아시죠?

-그랬어요?

-과장님은 운동 안하세요?

-난 틈틈이 합니다. 그리고 평소에 운동을 하면 기초대사량 때문에 가만이 있어도 살이 빠져요.


포천에 도착하자, 저마다 자신들이 원조라며 커다랗게 사진을 걸어놓은 갈비집들이 나타났다. 어떻게 같은 음식을 팔면서 서로 나란이 붙어있는지 알 수 없었다.


-여기가 소위 갈비골목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최고의 맛집이 있죠.


벌써 가게 밖으로 맛있는 고기냄새가 진동을 했다. 일부러 아침도 굶고 온 연희는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맛집에 들어가보니 엄청 넓은 크기에 놀랐고, 평일인데도 가족단위로 손님이 가득 찬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양념갈비 4인분이요.

-예~


-둘이서 먹는데 4인분이나 시켜요?

-조금 있으면 알게 됩니다. 그리고 이집이 맛은 좋은데 양이 적어서 좀 아쉽다고 하더라고요.


기본반찬들이 나왔다. 과장이 동치미를 한 숟가락 먹었는데 움찔했다.


-왜그러세요?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동치미는 처음 먹어봅니다.


연희도 동치미를 먹어봤다. 정말 차원이 다른 맛이었다. 여태까지 알던 동치미 맛은 아득하게 잊어버리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빈 동치미 그릇을 들고 리필을 하기 위해 반찬대로 갔다. 표주박으로 떠올린 동치미에서 알싸한 향이 났다.


그들은 갈비 4인분을 눈 깜짝할 사이에 해치웠다. 배도 부르고 경치도 좋고, 너무 행복했다.


-이 집은 갈비뿐 아니라 동치미도 등록해야겠어요.

-맞아요. 난생 이런 맛은 처음입니다.


-혹시 서울에서 오신 분들이신가요?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고풍스런 분위기의 여성이 물었다.


-네. 멀리서 오길 잘했네요.

-제가 따로 대접하고 싶은게 있는데, 어떠세요?

-예?


VIP 만 들어올 수 있다는 안채로 안내된 두 사람은 따뜻한 녹차와 다과를 마주보았다.


-[대한민국 최고의 맛] 에서 오신 분들 맞죠?

-네? 그걸 어떻게..

-이쪽 업계에서는 소문이 쫙 났어요. 수상한 2인조가 맛집만 골라 다닌다고요.

-하하..그렇습니까?

-저희집 갈비는 어떤가요?

-정말 최곱니다. 빈말이 아니고, 1등이라 해도 반박하는 사람이 없을겁니다.

-저도요. 그리고 동치미도 최고였어요.

-오시면서 보셨다시피, 여기는 서로가 원조라고 주장하며 경쟁이 치열한 곳이에요.

-그런 것 같더군요.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저희 집이 최고의 집으로 선정되면 다른 가게들의 시기와 질투가 하늘을 찌르겠죠.

-아..그럼 곤란하시겠군요.

-그래서, 혹시 여기 본점 말고 분점을 소개해주시면 안될까요? 거긴 그동네에서 갈비집이 하나라서요.

-문제 없습니다.

-고마워요. 호호호.

-덕분에 너무 잘 먹었습니다. 오래오래 잘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잘 부탁해요.


두 사람이 가게를 나오자, 다른 가게에서 호객행위를 하던 사람들이 두 사람을 보며 뭐라뭐라 얘기하는 것 같았다.


-빨리 여길 뜹시다.

-그러는게 좋겠어요.




이 작품은 연재중인 저의 다른 소설 [이세계에 왔지만 시즌1] 과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같이 읽어주시면 좀더 재미있게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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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님이 왜이럴까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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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영생의 비밀 그리고 인류의 기원 +1 22.01.26 267 1 10쪽
14 부자 클럽 22.01.26 258 1 10쪽
13 재회 22.01.26 281 1 10쪽
12 최고의 맛, 그리고 회귀 22.01.26 289 1 11쪽
» 식도락 여행 22.01.26 295 1 11쪽
10 달리는 사람들 22.01.25 326 1 12쪽
9 꿈속의 혈투 22.01.25 349 1 10쪽
8 성혜영 (2) 22.01.25 400 2 10쪽
7 성혜영 22.01.25 425 4 11쪽
6 그의 과거, 에피소드1 +1 22.01.25 462 4 10쪽
5 제4의 벽 22.01.24 500 3 9쪽
4 세계를 강타한 김 22.01.24 520 8 10쪽
3 천재지변이 찾아오다 22.01.24 575 8 12쪽
2 얄짤없는 이과출신 건물주 22.01.24 652 8 14쪽
1 프롤로그 +1 22.01.24 838 1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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