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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지타맥스 님의 서재입니다.

과장님이 왜이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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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베지타맥스
작품등록일 :
2022.01.24 09:41
최근연재일 :
2022.01.26 01:12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7,958
추천수 :
67
글자수 :
72,076

작성
22.01.2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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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프롤로그

DUMMY

어느 회사의 금요일.


전과장의 부서에는 쓸데없이 말을 늘어놓는 여직원이 하나 있다.

얘기를 듣고 있노라면 대체 대화의 목적이 뭔지 모를때가 많다.

그래서 과장은 그녀에게 한번은 이렇게 말했다.


-연희씨. 다음부터는 업무와 관련된 대화만 했으면 합니다.


이 말이 그녀에게 어떤 표정의 변화를 일으켰지만 그는 상관하지 않았다.

불필요한 대화로 시간을 낭비하는 일만 없으면 그걸로 족하니까.


그후로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 조잘조잘 시시콜콜한 대화를 하다가도 전과장과 눈이 마주치면 자리를 피하곤 했다. 그와 잡담을 하지 않는다고해서 업무시간을 낭비하는걸 들키지 않고 싶어서일까. 아무튼 하루의 절반 이상을 회사에서 보내는데, 그런 일로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까, 이제 다른 직원들도 과장이 어떤 표정을 보이면 쓸데없는 대화를 하지 않게 되었다. 사무실은 조용해졌고, 업무효율은 2배로 늘었다.



한편 연희 입장에서는, 하루에 2만개의 단어를 쏟아내지 않으면 정서적으로 불안해지는 사람이었다. 대부분의 여성이 그러했다. 어차피 혼자 자취하는데다 친구들도 너무 바빠서 대화할 상대는 회사동료들 뿐이었다.


한번은 청소 아주머니와 한참을 떠들었더니, 다음부터는 아주머니가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오늘 그녀는 17000개의 단어를 쏟아냈다. 그래서 채워지지 않는 3000단어를 해결하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런데 오늘따라 사무실엔 전과장과 그녀만 남았다. 항상 칼퇴근하던 그였다.

호기심에 물어보기로 했다.


-과장님, 혹시 업무가 남았나요?

-아뇨. 곧 퇴근할겁니다. 연희씨는요?

-아 저도 끝났아요.


쭈뼛쭈볏대던 그녀는 마침내 이야기거리를 찾았다.


-퇴근시간 지났으니까, 뭐하나 여쭤봐도 되요?


전과장은 종이컵에 반쯤 남아있던 차가운 녹차를 마시더니 말했다.


-뭡니까?

-저기 그러니까...


막상 어려운 상대에게 얘기를 하려다보니, 그녀는 그만 하려던 말을 까먹었다.


-아, 아니에요.


그녀는 후다닥 짐을 챙겨 퇴근했다. 전과장은 컴퓨터를 끄고 묵묵히 사무실 안을 살펴본 뒤 불을 끄고 문을 잠갔다. 사실 오늘따라 그가 퇴근을 천천히 하는 이유는 금요일이기 때문이었다. 금요일은 퇴근시간이 되면 건물에서 사람들이 쏟아져나와 북적였다. 교통체증에, 전철은 콩나무시루처럼 사람들이 빽빽했다. 거리는 온통

시끄러움으로 가득했다. 그걸 조금이나마 피하기 위해 남은거였다. 그런데..



쾅쾅쾅쾅!!


-살려주세요~~ 여기 사람이 갇혔어요!!


엘리베이터 안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틀림없이 연희였다.


-연희씨, 들립니까?

-과장님 과장님 과장님!

-자 진정하고, 지금 무슨 상황입니까?

-엘리베이터를 타고 문이 닫혔는데, 갑자기 멈춰버렸어요!

-비상시 연락처에 전화해봤습니까?

-네. 그런데 엘리베이터 기사분이 차가 막혀서 언제 도착할지 모른데요. 흑흑흑..

-연희씨, 잘 생각해봐요. 영화 같은데서 엘리베이터에 갇히면, 결국 무사히 나오잖아요. 그러니까 침착하게 기사가 올때까지 기다리면 됩니다.

-알았어요. 과장님, 제발 기사가 올때까지 가지 마세요.

-...

-과장님?

-알았어요. 지금 안에 연희씨 말고 다른 사람은 없는겁니까?

-네.


그렇게 10분동안 기본적인 정보를 주고 받다보니 더이상 할 얘기가 없어졌다.


-과장님, 뭐하나 여쭤봐도 되요?

-좋습니다.

-과장님은 집에 가시면 뭐하세요?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TV를 보면서 맥주를 마시다가 자러갑니다.

-저녁은 안드세요?

-퇴근길에 먹고 들어가죠.

-아..그러시구나.

-연희씨는, 그러니까 사람들이랑 대화하는걸 좋아하는거 같은데.

-맞아요.

-평소에 연락하는 친구들이 있습니까?

-있긴한데, 요즘 잘 안만나요.

-왜요?

-여자들은 만나면 수다를 많이 떨잖아요. 근데 친구들 사이에서 제가 말이 제일 많아요. 그러다보니 다른 친구들이 말할 기회가 없어요. 그래서 그런지 연락이 뜸해요.

-인터넷에 들어가면 채팅이라든가 뭐 그런게 있지 않습니까?

-모르는 사람하곤 말을 잘 안해요. 채팅하면 이상한 사람도 많고..아참, 과장님 배고프시겠다. 식사하고 오세요.

-연희씨가 굶고 있는데 어떻게 나혼자 먹습니까?

-그래도..

-그리고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려구요.

-제가 기사분이 어디까지 왔는지 통화해볼게요.


그때 복도 끝에서 경비원이 다가왔다.


-아이고..아직 안에 계신가보네요.

-네. 벌써 1시간째 이러고 있습니다.

-그러시면 제가 여기 있을테니 들어가보셔도 됩니다.

-음..연희씨, 경비아저씨가 오셨는데 기사분하고는 연락이 됐습니까? 연희씨?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응답이 없었다.


-내말 들려요? 어이!


전과장은 다급해졌다.


-엘리베이터문 혹시 강제로 못엽니까?

-그랬다가는 장치가 고장나서 엘리베이터가 낙하할 수 있습니다.

-젠장. 우선 기사한테 빨리 연락을 해보세요.


연희가 갇혀있는 곳은 57층이었다. 전과장은 혹시나 해서 계단으로 56층으로 내려갔다.

열림버튼을 눌렀더니 문이 반쯤 열렸다. 엘리베이터는 57층과 56층 중간에 걸쳐있었다.

안에는 연희가 쓰러져있었다. 전과장은 연희의 다리를 조심스레 끌어당겼다. 마침내 그녀를 엘리베이터 밖으로 꺼냈다. 연희를 흔들어보았지만 깨어나지 않았다. 그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아래층 회사 사람이 쓰는 물컵이 하나 있었다. 물을 담아온 전과장은 연희의 얼굴에 물을 뿌렸다.


-에푸 에푸..

-정신이 듭니까?

-여긴..어디에요?

-56층입니다. 제가 엘리베이터에서 연희씨를 꺼냈습니다.

-과장님이요? 흑흑...고마워요.

-그런데 왜 기절한겁니까?

-배가 고파서 가방을 뒤지다가 저도 모르게 깜빡 잠이 든 거 같아요.

-아니, 그래도 사람이 밖에서 그렇게 부르는데..

-금요일이라 그런가, 주중에 쌓인 피로가 몰려와서 그랬나봐요. 죄송해요.

-아무튼 나왔으니 다행입니다. 일단 나갑시다.


과장과 연희는 회사건물 밖으로 나왔다. 거리는 무척 한산했다.


-과장님, 오늘 저때문에 고생많으셨어요.

-괜찮습니다.

-저..은혜도 갚을겸 제가 저녁 사드리면 안될까요?


과장은 생각하더니 말했다.


-상사가 되가지고 얻어먹는건 말이 안됩니다. 내가 살게요.


회사에서 조금 떨어진 골목길을 들어가자, 여기저기서 맛있는 냄새가 진동했다.

평소같으면 뭘 먹을까 한참을 고민했을 터였지만, 두 사람은 너무나 배가 고팠다.

두 사람은 할매국밥집으로 들어갔다.


-여기 국밥 두개하고 제육하나 주세요.

-네~


전과장은 다소 피곤해보였고, 연희는 핼쑥해졌다.


-이런, 뭐 좋아하는지 물어보지도 않았네. 연희씨 국밥 좋아해요?

-자주 먹지는 않지만 괜찮아요.

-여기 잘하는 집이니까, 한번 먹어봐요.


두 사람은 국밥이 나오기도 전에 반찬을 다 먹어버렸다. 국밥집 주인은 반찬을 전부 새로 가져왔다.


-감사합니다.

-많이 드슈~


과장과 연희는 말없이 국밥을 떠먹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말이 필요없었다.

따뜻한 국물과 반찬이 배를 채우니 비로소 안도감을 느꼈고, 몸이 나른해졌다.


-와..정말 맛있네요.

-그렇죠? 일주일에 한번은 꼭 오는 집입니다.



골목을 나오는 두 사람은 때마침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술취한 양아치 둘과 마주쳤다.


-이봐, 거기!

-뭡니까?

-뭐기는 콱 씨...그냥, 좋은말 할때 다 내놔.

-이사람들 지금 뭐하는거야?

-입 안다물어? 매운 맛을 봐야 정신차리겠냐고!


양아치 중 한명이 나이프를 꺼내들었다.


-하아아...

-뭐야 이새끼. 지금 내 앞에서 한숨쉬는거야?


그때였다. 뭔가 번쩍 번쩍 하더니 양아치의 몸이 공중에 붕 뜨고 퍼벅 퍼벅 소리가 나더니 구석에 찌그러져버렸다. 연희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과...과장님, 호...혹시 태권도 배우셨어요?

-응? 아버지가 관장님이셔. 잠시만..


과장은 양아치들의 팔다리를 잡더니 우드득 우드득 소리가 났다.


-으아아악!!

-뭐하시는거에요?

-이놈들 깡패짓 못하게 조치를 취하는 중입니다.


작업(?)을 끝낸 과장은 연희와 함께 골목길을 벗어났다. 다시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오늘은 일진이 좀 사나운 날이니까, 택시타고 들어가요.

-네..



월요일이 되었다. 전과장이 출근해보니 연희가 회사동료들과 신나게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러니까, 과장님이 막 무슨 격투게임에 나오는 사람처럼 막 발을 휘휘휙 주먹을 슈슈슉 이러니까 건장한 남자 둘이 순식간에 제압되버렸어요.

-어머나 어머나!

-진짜요? 과장님이?


전과장의 모습이 보이자 직원들은 그를 향해 박수를 쳤다.


-하마터면 안좋은 일이 하루에 두번이나 있을뻔 했지. 자, 일들 하자구.



그날 퇴근을 하고 있는데, 인상이 더러운 두 남자가 절뚝거리며 다가왔다. 바로 그 양아치들이었다.


-이봐 형씨! 사람을 병x으로 만들어놓고 그냥 가?

-어떡할거야? 책임지라고!!!


소란을 피우자 일시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전과장은 태연하게 앞으로 나갔다.


-어디가 어떻게 됐다고?

-여기, 팔하고 다리, 움직일때마다 아파죽겠어. 네가 그랬잖아!


과장은 순식간에 양아치의 뒤로 돌아가 녀석의 고개를 뒤로 비스듬히 잡아당겼다.


-아 그러셔? 그럼 너희들이 시민의 목숨을 위협하고 금품을 요구했다는걸 경찰서 가서 진술해볼까?

-시..!@#$%


과장은 그의 팔과 다리를 돌렸다. 근육과 뼈가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아아악!!

-가만히 있어. 뼈가 조금 어긋난거가지고 엄살떨기는.


첫번째 양아치의 아픈 곳이 풀렸다. 과장은 두번째 녀석도 똑같이 해주었다.


-너희들 잘 봐라. 하아앗!!!


김과장이 한쪽 무릎을 꿇은 자세에서 오른손으로 바닥을 내리치니, 보도블럭 9개가 박살나며 공중으로 흩어졌다. 그걸 지켜보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다음번에도 귀찮게 굴면 이렇게 해주지. 빨리 꺼져!!


양아치들은 혼비백산하여 꼬리가 빠져라 도망쳤다. 그 일이 있은 후, 이 근방에 소문이 쫙 퍼졌다. 덕분에 근처를 배회해던 불량배들은 얼씬도 하지 않았다. 전과장의 회사동료들은 그를 존경과 두려움의 눈으로 바라봤다.




이 작품은 연재중인 저의 다른 소설 [이세계에 왔지만 시즌1] 과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같이 읽어주시면 좀더 재미있게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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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부자 클럽 22.01.26 258 1 10쪽
13 재회 22.01.26 280 1 10쪽
12 최고의 맛, 그리고 회귀 22.01.26 289 1 11쪽
11 식도락 여행 22.01.26 294 1 11쪽
10 달리는 사람들 22.01.25 325 1 12쪽
9 꿈속의 혈투 22.01.25 349 1 10쪽
8 성혜영 (2) 22.01.25 399 2 10쪽
7 성혜영 22.01.25 424 4 11쪽
6 그의 과거, 에피소드1 +1 22.01.25 461 4 10쪽
5 제4의 벽 22.01.24 500 3 9쪽
4 세계를 강타한 김 22.01.24 519 8 10쪽
3 천재지변이 찾아오다 22.01.24 575 8 12쪽
2 얄짤없는 이과출신 건물주 22.01.24 652 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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