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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지타맥스 님의 서재입니다.

과장님이 왜이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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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베지타맥스
작품등록일 :
2022.01.24 09:41
최근연재일 :
2022.01.26 01:12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7,962
추천수 :
67
글자수 :
72,076

작성
22.01.25 09:58
조회
461
추천
4
글자
10쪽

그의 과거, 에피소드1

DUMMY

상식의 아버지는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는 사람이었고, 어머는 생물학자였다.

아버지는 무술인임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에게 꼼짝없이 잡혀 살았다.

딴에는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어머님의 고집 때문에 상식은 집과 태권도장을 제외하면 아무데도 갈 수 없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시간을 책을 읽으며 지냈다.

열여덟살이 되었을때 대학을 가기 위해 처음으로 다른 도시로 가게 되었고, 한동안 광장공포증이나 대인공포증과 비슷한 증상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넓은 세계로의 열망과 좁은 공간에서의 아늑함을 동시에 느낀 상식은 그럭저럭 대학생활에 적응해나갔다.


수업을 듣는 동안 지구의 대부분의 바다이고, 바다속은 아직 탐사되지 않은 지역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우주과학을 배우게 되었는데, 아득히 넓은 저 미지의 공간을 탐사하기에는 인류의 과학기술이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걸 알고 우주에 대한 관심을 접게 되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친구들과 SF영화를 보러 갔는데, 내용은 사람이 한없이 작아져서 극소세계를 탐험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작아져봤자 점점 존재가 희미해질 뿐이라고 생각한 상식은 SF장르조차 흥미를 잃었다.


상식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여성 친구가 없었는데, 그의 룸메이트 광석은 엄청나게 여자들을 후리고 다녔다. 3일이상 같은 여자와 다니는걸 본적이 없다. 그만큼 셀 수 없을 정도로 여자와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했는데, 최근에 사귄 지현이란 여자는 꽤 오래가는 편이었다.


하루는 광석이 상식에게 지현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는데, 쓸데없는 기념일을 챙겨줘야 하고 해달라는게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당장에라도 이별을 통보할 기세라고 한다.

상식은 잘 이해되지 않았다. 그토록 쉽게 여자와 헤어질 수 있는데 왜 그러고 있는지.

광석 본인도 이유를 모른다고 했다.

상식은 지현을 한번 만나 이야기해보겠다고 했다.


10분정도 지현과 대화를 나눈 상식이 말했다.


-돈이나 차가 필요하면 본인이 직접 일해서 사면 되지 그걸 왜 남자친구에게 당연하다는듯이 요구하지?


그러자 지현이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


-원래 남녀관계라는게 그렇지 뭐. 다른 커플들도 다 그렇게 하는데 나라고 안될거 있어?

-그럼 남들이 얼굴에 똥을 바르고 다니면, 너도 그렇게 할 건가?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내 귀엔 방금 한 얘기도 마찬가진걸.


상식은 컵에 남아있는 음료수를 마저 마시더니 말했다.


-애초에 국민의 4대의무라고 해놓고 남자만 군대를 가는 것 부터가 불평등한 사회야. 그런 면에서 여자는 국민이 아니라는거지. 그런 주제에 뭘 잘했다고 자꾸 공짜를 바라는거야?


지현은 컵에 있던 물을 확 상식의 얼굴에 끼얹어버렸다. 그리고는 쌩 하고 자리를 떠났다.


-비치! 음료수값도 안내고 나가는 꼬라지 보소.


상식은 자취방으로 돌아가 광석에게 잘 해결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또 비슷한 케이스가 생기면 맡겨달라고 하면서, 대신 다음부턴 돈을 받을거라고 단단히 일러두었다.


그 사건 이후 상식은 세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사람이 꼭 물리적인 것으로만 벽에 갇혀있는 것이 아니라는걸. 남녀관계의 불평등한 의무감, 부조리한 사회규칙, 집단으로부터 무언의 압력 같은 것들이 사람을 옥죈다는걸. 좋은 것으로 포장했지만 사실은 썪은내가 진동한다는 걸.


상식은 자신이 다니고 있는 대학도 한걸음 물러서서 바라보았다. 왜 대학을 다니는가? 대학에서 가르쳐주는게 뭔가? 졸업을 하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대학을 나오면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바라는게 뭘까?


그는 벽을 부수기 위해 처음으로 수업을 땡땡이쳤다. 그리고 학교 앞 버스정류장 의자에 앉아 하염없이 사람들을 구경했다. 저 사람들은 과연 목적이 있어서 움직이는걸까? 그 목적이 옳다고 착각하는건 아닐까? 그 목적을 심어준 사람은 누굴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때 누군가 상식의 어깨를 두드렸다. 돌아보니 같은 과를 다니던 혜영이라는 여학생이었다.


-안녕!

-어. 안녕.

-이 시간에 여기 왜있어? 지금 수업시간 아니야?

-땡땡이 쳐봤어. 어떤 기분인지 궁금해서.

-하하. 그래?


혜영은 자연스레 상식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과에서 소위 인싸였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빨리 친해지고, 친구들의 근황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특히 상대방의 기분을 순식간에 파악하는 재능을 타고났다.


혜영이 알기로 상식이란 아이는 평소에 말이 별로 없고, 그에 관해 알고 있는 것도 거의 없다시피했다. 이런 사람은 나중에 졸업해도 같은 학교를 다녔는지조차 희미해지는 그런 부류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 넌 어떻게 나왔어? 너도 땡땡이야?


상식이 물었다.


-집에 급한 일이 있다고 하고 나왔어. 알잖아? 김교수님 강의 더럽게 재미없는거.

-그건 그렇지.


그녀는 처음으로 상식이 웃는 모습을 보았다. 뭐야? 제법 잘생겼잖아?


-아 도대체 왜 우리 대학은 이런 재미없는 교수님들만 가득한거야? 다른 대학은 막 엄청 재밌고 그렇다던데.

-정말?

-응. 고등학교 동창애들이 그러는데, 자기네 대학은 흥미진진한 수업이 많대. 아무래도 대학 잘못 골랐나봐.


혜영은 평소보다 더 과장되게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본 상식은 그녀가 꽤 귀엽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뭐하고 있었어? 설마 돌아갈까 버스탈까 고민하고 있던거야?

-그렇게 보이는게 논리적이겠지. 사실 사람 관찰하고 있었어.

-사람 관찰?

-응. 별의별 사람이 오가는데, 나름 재미있더라구.

-그럴거면 차라리 사람 많은데 가지 그래?

-어떤데?

-예를 들면..배 안고파? 맛있는거 먹으러가자. 자세한 얘긴 거기서 해줄게.


어쩌다보니 과에서 잘나가는 혜영과 단둘이 번화한 시내에서 이른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다.

혜영은 파스타를, 상식은 돈가스를 시켰다.


-여기 몇달전에 TV에 나왔던 맛집이야.

-그래?

-처음에 손님들 줄서고 난리도 아니었다. 뭐 쬐끔 맛있는거 가지고 그놈의 인증샷 찍으려고 얼마나 많은 멍청이들이..ㅋㅋ

-하하.

-밥먹으면서 다른 테이블 손님들 관찰하면 일석이조니까 개꿀아냐?

-그러네.


혜영은 파스타를 한입 물었다.


-굴언데 넝 조업하묘능 모하꺼야?

-야야..음식은 다 먹고 말해.

-졸업하면 뭐할거냐고.

-마침 고민을 하던 참이었어.

-그래서 결론은?


돈가스를 썰던 상식은 멈칫 하더니 말했다.


-자세한건 통계를 내봐야 하겠지만, 졸업생 대부분이 전공과 상관없는 일을 하더라.

-맞아. 나도 선배한테 들어본 거 같아.

-어차피 다른거 할거면 공부 열심히 해봐야 소용없잖아.

-그렇긴 해. 요즘 우리과애들 공부에 미친거 같지 않아? 지들이 언제 그렇게 열심히 했다구.

-그럼 넌 나중에 뭐할건데?

-나? 음..그냥 예능프로그램 같은데 나와서 썰푸는 그런 사람 되고 싶은데?

-너라면 잘할거 같다.

-어쭈? 나에 대해 뭘 잘 안다고 그러실까?


그러자 돈가스 한조각을 입에 넣은 상식이 한마디 했다.


-별우 생가업시 한 마뤼니까 신경쑤지 마.

-ㅋㅋㅋ. 알았어. 담부턴 뭐 먹으면서 말하는거 안할게.

-잘 생각했어. 냠냠.


화기애애한 두 사람은 어느덧 전철을 하기 위해 플랫폼에 섰다.


-덕분에 즐거웠어.

-나도. 집이 이쪽 방향이야?

-응.

-몰랐네. 자취나 하숙을 하는줄 알았는데.

-야. 하숙집은 그나마 나은데 자취방에서 얼마나 냄새나는지 아니?

-알지. 내가 자취하잖아.

-앗! 미안.

-자취방이 더럽다는건 편견이야. 깨끗한 방이 있을 수도 있다구.

-하지만 실제로 본적은 없지?

-응. 유니콘을 본적은 없지만 있다고 우기는거랑 비슷한거야.


전철이 막 들어오는 바람에 상식은 혜영의 웃음소리를 듣지 못했다.


-아무튼 잘가. 다음주에 보자.

-응. 잘 들어가.


상식은 자취방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가면서 생각했다. 여자랑 이렇게 오래 대화한건 처음이다. 그런데 왜 마음이 즐겁지? 이유가 뭘까?


그날밤, 상식은 도무지 잠을 잘 수 없었다. 뜬눈으로 누은 상태로 자신의 30년후 모습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내 옆엔 인생을 함께 해온 아내가 있을까? 혹시 그 사람이 혜영과 닮았을까?



아침이 밝았다. 상식은 또 한차례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답을 구할 수 없는 질문도 있다는 사실을. 지금 아무리 생각해봤자 미래가 되지 않으면 알 수 없는거다.



1교시 수업이 막 끝났을때 낯선 이가 다가왔다. 성격 더럽기로 유명한 2학년 선배 규창이었다.


-야이 새꺄. 네가 혜영이랑 사귄다며?


눈을 부라리며 얼굴을 들이미는 통에 순간 당황했지만, 상식은 정신을 차렸다.


-사귀는거 아닌데요.

-그럼 뭔데?

-그냥 집에 가다가 우연히 밥을 같이 먹었을 뿐이에요.

-한번만 봐준다. 다시는 걔 근처에 얼씬대지 마라!

-뭐라고 븅신새꺄?

-뭐??


갑자기 태도가 돌변한 상식을 보자 규창은 어이가 없었다.


-첫째, 혜영이가 선배랑 사귄다는 사실을 우리과 애들이 다 아는 것도 아닌데 멋대로 단정지은 점.

둘째, 사람은 소유물이 아니라는 점.

셋째, 선배라고 말을 함부로 한다는 점.


-야이 새끼가 맞을라고. 쳐 돌았나?


규창이 주먹을 날리는데, 아까부터 샤프를 들고있던 상식이 규창의 넓은 허벅지를 쿡 찔렀다.


-아야야야!!


하지만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몸 이곳저곳을 쿡쿡 찔러서 피가 나기 시작했다. 물론 생명에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몇몇 학생들이 규창을 업고 병원으로 갔고, 나머지 선배들이 상식을 혼쭐내주려고 하다가 그의 손에 쥐어진 샤프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걸 보고 슬금슬금 물러섰다.


다음날, 상식은 학과장에게 불려가 일장연설을 들어야 했다. 그 다음날 상식은 서무과에 가서 퇴학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뒤도 안돌아보고 학교를 떠났다. 이런 양아치들을 옹호하는 학교라면 다닐 필요가 없다. 혜영이도 그러지 않았던가. 수업이 전부 재미없다고.




이 작품은 연재중인 저의 다른 소설 [이세계에 왔지만 시즌1] 과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같이 읽어주시면 좀더 재미있게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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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식도락 여행 22.01.26 294 1 11쪽
10 달리는 사람들 22.01.25 326 1 12쪽
9 꿈속의 혈투 22.01.25 349 1 10쪽
8 성혜영 (2) 22.01.25 399 2 10쪽
7 성혜영 22.01.25 424 4 11쪽
» 그의 과거, 에피소드1 +1 22.01.25 462 4 10쪽
5 제4의 벽 22.01.24 500 3 9쪽
4 세계를 강타한 김 22.01.24 519 8 10쪽
3 천재지변이 찾아오다 22.01.24 575 8 12쪽
2 얄짤없는 이과출신 건물주 22.01.24 652 8 14쪽
1 프롤로그 +1 22.01.24 838 1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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