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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지타맥스 님의 서재입니다.

과장님이 왜이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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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베지타맥스
작품등록일 :
2022.01.24 09:41
최근연재일 :
2022.01.26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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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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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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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26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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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맛, 그리고 회귀

DUMMY

현재는 TV며 유튜브에서 맛집을 소개하는 곳이 너무도 많았다. 그래서 맛없는 집도 돈을 주고 맛집인 것처럼 포장해, 매장을 방문한 손님들이 실망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했다.

그런데 혜성처럼 등장한 [대한민국 최고의 맛] 은 레시피를 보존할 뿐 아니라, 많은 미식가들이 인정하는 곳만 추천하기 때문에 믿고 먹는 집으로 소문이 났다.


홈페이지 하단에 표시된 이메일주소로 많은 메일이 왔다. 다들 자기 집을 소개해달라는 요청이었다. 하지만 과장은 먹어본 사람들이 추천하는 맛집만 가기로 결정한 상태였다.


-과장님, 이제 왠만한 한국음식은 다 등록된 것 같은데요.

-한두개만 하면 더이상 없을 듯 해요.

-홈페이지가 계속 똑같은 모습으로 보일텐데, 뭔가 방법이 없을까요?

-이참에 요리대회를 열어보는게 어떨까 합니다.

-정말요? 만화 '식객' 에 나오는 것 처럼요?

-비슷하다고 봐야겠죠.

-심사위원은 누구로 하죠? 친인척이나 매수될 경우를 대비해야 할텐데.

-그건 고민 좀 해봐야겠네요.

-그리고 사람마다 선호하는 음식이 있는데, 만약 심사위원이 좋아하지 않는 요리를 심사할 수도 있잖아요.

-흠..


그때 과장의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네? 대통령님이시라구요?


한참을 통화하던 과장이 마침내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무슨 얘기였어요?


요점은 이랬다. 두달후, 아랍에미리트의 국왕과 정부고위관계자들이 한국을 방문할 예정인데, [대한민국 최고의 맛] 에 등록된 요리들을 준비해달라는 것이었다. 요리당 5인분씩 말이다.


과장은 각 요리들의 레시피 제공자들에게 연락을 했다. 외국에서 온 귀한 손님을 대접한다고 하니 다들 큰 기회로 여기고 기꺼이 참여하겠다고 했다. 그리하여 방문 하루 전날 전국에서 온 사람들이 모두 모여 요리를 준비하기로 했다.


마침내 손님들이 오찬을 나눌 시간이 되었다. 한국대통령이 먼저 김밥을 하나 먹어보고 권하자, 국왕도 포크를 이용해 맛보았다. 두 사람은 그 풍부하고 깊은 맛에 전율을 느꼈다. 한국대통령은 더 먹고 싶지만, 일단 대접이 먼저라 생각하고 김밥에서 눈을 떼었다. 하지만 김밥은 2분만에 손님들의 입에 다 들어가고 말았다. 그런 식으로 모든 요리를 맛본 손님들의 기분은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한국음식이 이렇게 맛있다니, 진작에게 먹어볼걸 그랬소.

-우리나라에서 특히나 잘한다는 사람들의 음식만 모은 것입니다.

-이번에 두바이에 대형 식당가를 만들 계획인데, 여기 있는 음식들 모두 입점가능하겠소?

-!!


대통령은 깜짝 놀랬다. 여기 선보인 음식 종류만 해도 50가지나 되는데, 그럼 한국요리만 한 층을 다 써야 할 판이었다.


-모두 말입니까?

-물론입니다. 이 요리들을 가까운 곳에 두고 언제든지 먹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도와주겠소!


그후 계약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해당 요리의 장인들이 직접 두바이에서 일주일간 요리를 했고, 그들의 후계자가 남아서 계속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부자나라인만큼 다소 비쌌지만, 소문을 듣고 찾아온 두바이 관광객들이 필수적으로 한국식당가를 방문했기에 불티나게 팔렸다. 이때문에 다른 나라 요리들을 팔던 근처 식당들은 울상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심지어 두바이에 여행을 갔다온 한국인들조차 한국에서 먹어보지 못한 맛이라며 너무 좋았다는 평이었다.


-끝내주네. 이제 K-푸드냐?

-세계인의 까다로운 입맛을 사로잡은 요리는 대체 무엇?

-주모~ 여기 국뽕 세사발~

-아..맛집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좋겠다.


두바이 한국식당이 흥하자, 세계적인 도시에서 두바이와 같은 식당가를 만들어달라고 요청이 왔다. 뉴욕, 런던, 파리, 베이징에 이어 벤쿠버, 피렌체, 이스탄불, 리우 데 자네이루, 로마, 시드니 등 9호, 10호점이 연속으로 개점했다. 이렇게 되자 한국의 모든 음식점들은 손님들의 높아진 입맛에 요리의 수준을 높일 수 밖에 없었다.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처럼 한군데에서 먹을 수 없고, 전국에 흩어져있는 집들을 일일이 찾아가야 하다니 아이러니하군.

-그러게요. 우리도 그렇게 하면 좋을텐데.

-우리나라 자영업자들 대부분이 음식점을 하니, 너무 잘하는 집이 근처에 있으면 타격을 받는건 불보듯 뻔한 일이죠. 대신 맛집 핑계로 전국에 여행갈 일이 생기니 나름 좋은 이유라고 생각해요.


과장과 연희는 죽을 먹고 있었다. 아플때 먹으면 좋은 한국음식이라고 홈페이지에 죽을 소개하자, 그후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었다. 외국의 대형병원에서조차 한국의 죽을 환자들에게 제공하기 시작했다. 병원음식에 질린 환자들이 죽을 먹고나서 입맛이 돌아오며 건강을 되찾았다는 소문이다.



요즘 하는 일마다 재밌고 잘되서 기분은 좋았지만, 과장의 마음 한구석에는 어딘가 미련이 남아있었다. 그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점점 더 커지더니, 그날밤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기고야 말았다.


-어라? 여긴?


과장이 눈을 뜬 곳은 예전에 기거한 적이 있었던 원룸이었다. 시계를 확인하기 위해 스마트폰에 손을 가져간 과장은 크게 놀랬다. 그것은 전에 쓰던 기종인 갤럭시s5 였던 것이다. 그리고 날짜를 확인해보니 지금으로부터 5년전이었다.


어째서 자신이 과거로 회귀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월요일이고 출근시간이 다 됐기에 일단 출근을 하기로 결심했다.


회사에 도착해보니 예전 직장동료들이 보였다. 이럴수가..분명 나는 이 회사를 때려치고 다른 곳으로 옮겼는데. 이게 대체 어찌된 일이지?


-좋은아침!

-어세오세요 사장님.


사장이 들어왔다. 항상 오전11시나 점심시간이 되서야 출근하던 사람인데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다들 회의합시다. 회의실로 모이세요.


직원이 6명 밖에 안되는 작은 벤처였다. 게다가 사장은 나중에 돈이 떨어져서 월급도 주지 않았다. 이 사태를 빨리 정리하고 집에 연락을 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사장이 말했다.


-알다시피, 현재 유전자검사 서비스는 일반인들이 잘 알지도 못할 뿐더러, 매출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과감하게 유전자검사 서비스를 접고, 장내미생물 검사서비스를 회사의 주력아이템으로 하려 하는데, 다들 의견 내보세요.


어라? 이건 내가 기억하는 과거와 다른데 어쩐 일이지?


-장내미생물 역시 일반인들이 모르긴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최근에 연구가 시작된 분야라 전문가가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이럴때일수록 우리 같은 회사들이 치고 나가기 좋습니다.

-분석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유산균을 추천할 수 있으니 유산균 생산회사와 협업이 가능합니다.

-전팀장 생각은 어떤가?


과거 과장 대신 팀장 직위를 가지고 있었던 과장이 혼란스러운 생각을 정리하고 말했다.


-전적으로 찬성입니다. 현재 국내에 제대로 된 장내미생물 검사를 하는 곳은 없습니다. 우리가 리포트를 좀더 다듬는다면, 시장을 선도할 수 있습니다.

-흠..여러분 생각이 그렇다니 좋습니다. 오늘부로 유전자검사를 종료하고 이쪽으로 나가봅시다. 다들 해산하고, 팀장만 남으세요.


직원들이 회의실을 나가자 사장이 은근히 물었다.


-전팀장. 이번 결정은 회사의 사활이 걸린 일이에요. 팀장의 역할이 너무도 중요하니 잘해낼 수 있겠지?


과장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려되는 부분을 해결해주신다면 해보겠습니다.

-어떤건가? 다 말해보게.

-일단 우리 회사는 검사 자체를 다른 회사에 넘겨서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걸 숨기지 말고 그냥 당당하게 나가는건 어떨까요?

-글세..

-우리는 숫자로 표시된 결과를 언어로 풀이하는 전문가라는걸 표방하면 되지 않습니까? 솔직히 검사하는 회사에서도 결과만 놓고 보면 그들이 할 말이 없다는걸 아시잖아요.

-그건 그래.

-그리고 리포트에 권위와 신뢰가 있으려면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적어도 미생물학 전공의 박사 또는 의사가 있어야죠. 물론 기초는 저와 직원들이 만들어 놓겠지만 말입니다.

-알았네. 전문가는 내가 섭외할테니, 아무쪼록 준비 잘 해주게.

-네.


회의실을 나온 과장은 직원들에게 할 일을 지시한 후 복도에 나가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 할머니는 잘 계세요?

-잘 계시다마다. 무슨 일 있니?


과장이 기억하기로는 올해 말 할머니가 당뇨가 심해져 돌아가시는 걸로 알고 있다.

할머지는 병원을 무서워하고, 엄청난 노동이 들어가는 나물다듬기, 김치담그기 같은걸 사서 하는 사람이라 건강이 급속히 악화되었다.


-할머니 모시고 병원에 좀 다녀오셔야겠어요.

-갑자기 왜?

-직원중에 할머니가 당뇨로 쓰러진 분이 계시거든요. 걱정이 되서요.

-알았다. 내일 할머니를 모시러 가마.


과장은 연희에게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없는 번호라고 떴다. 연희씨는 회귀하지 않은건가? 퇴근후 자신이 소유하던 건물에 가봤지만 아직 빌딩이 서기 전이였다.


과장은 원룸에 돌아오자마자 노트북을 켰다. 그리고 미국 dcd 에 긴급히 메일을 보냈다. 중국 w시에서 박쥐로부터 감염된 호흡기 질환이 치명적인 수준이며, 1년 이내에 전세계로 퍼져나갈 것이니 신속히 조사에 착수해달라고.


메일을 받은 dcd 담당자는 이 이야기를 흘려보내지 않았다. 마침 해외파견을 나가있던 직원으로부터 중국에서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보고를 막 받은 참이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중국의 일을 한국에서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자기들보다는 같은 동양권이 더 잘 알 것이라 생각한 담당자는 조사단을 판견하기로 결정했다.


한달후, 중국 전역에 박쥐의 위험성을 알리는 방송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졌고, 박쥐를 먹는 사람을 신고할시 즉시 포상금을 지급했다. 그러자 박쥐를 먹는 소수의 사람들이 모두 사라졌다. dcd 와 중국정부는 박쥐서식지를 출입금지 구역으로 정하고, w시 시민들의 건강상태에 대한 조사가 이어졌다. 이로서 코로나99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


금요일까지 업무를 마치고 본가로 돌아온 과장은 자신의 방을 둘러보았다. 아직은 구입하지 않은 피규어들이 떠올랐다. 피규어 따위, 나중에 돈을 많이 벌면 얼마든지 살 수 있는 것들이다. 지금 회사에서 대박이 나면, 건물주의 꿈을 더 빨리 이룰 수 있을거라 다짐했다.


그때부터 과장은 토요일과 일요일 본가로 올때마다 설거지를 자청하고, 냉장고에 오래 묵혀있는 음식들을 정리했다. 주방과 옷장을 치우면서 식구들에게 강조했다. 이제는 '심플라이프'가 대세라고. 과장의 설득에 넘어간 식구들이 그날부터 사는 방식을 바꿨다.


그렇게 1년이 흘렀다. 코로나도 막고 할머니도 살리고 회사도 잘되고 했지만, 과장은 자신이 본래 있던 시간대가 그리웠다. 특히 눈만 감으면 연희가 떠올랐다. 지금쯤이면 C사에 연희가 입사를 했을 것이다. 가서 인사라도 할까? 하지만 어떻게? 아무런 접점이 없는데. 그냥 솔직하게 미래에서 왔다고 할까? 미친놈 취급 하겠지?


하지만 과장은 연희를 만나기 위해 역삼동으로 향했다.




이 작품은 연재중인 저의 다른 소설 [이세계에 왔지만 시즌1] 과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같이 읽어주시면 좀더 재미있게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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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영생의 비밀 그리고 인류의 기원 +1 22.01.26 266 1 10쪽
14 부자 클럽 22.01.26 258 1 10쪽
13 재회 22.01.26 280 1 10쪽
» 최고의 맛, 그리고 회귀 22.01.26 289 1 11쪽
11 식도락 여행 22.01.26 294 1 11쪽
10 달리는 사람들 22.01.25 325 1 12쪽
9 꿈속의 혈투 22.01.25 348 1 10쪽
8 성혜영 (2) 22.01.25 399 2 10쪽
7 성혜영 22.01.25 424 4 11쪽
6 그의 과거, 에피소드1 +1 22.01.25 461 4 10쪽
5 제4의 벽 22.01.24 500 3 9쪽
4 세계를 강타한 김 22.01.24 519 8 10쪽
3 천재지변이 찾아오다 22.01.24 575 8 12쪽
2 얄짤없는 이과출신 건물주 22.01.24 652 8 14쪽
1 프롤로그 +1 22.01.24 836 1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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