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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지타맥스 님의 서재입니다.

과장님이 왜이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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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베지타맥스
작품등록일 :
2022.01.24 09:41
최근연재일 :
2022.01.26 01:12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7,959
추천수 :
67
글자수 :
72,076

작성
22.01.26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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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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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재회

DUMMY

퇴근시간이 가까워지고 있는데, 1층 경비실로부터 연희에게 연락이 왔다.


-저를 찾는 사람이 있다고요?

-네. 1층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연희는 말끔하게 차려입은 회사원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가 누구인지 전혀 몰랐다. 그와 함께 조용한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겼다.


-K 바이오테크놀러지에서 오셨다고요?

-네.

-저희 회사는 생명공학하고는 관련이 없는 것 같은데요. 무슨일 때문에 저를 찾으시는지?


과장은 짧은 한숨을 쉬더니 C사의 내부상황에 대해 줄줄이 읊었다. 듣고 있던 연희는 깜짝 놀랐다. 자신도 신입사원이라 아직 회사에 대해 잘 모르는데, 어떻게 다른 회사에서 온 사람이 더 잘 알고 있지?


-혹시 저희 회사에 근무하신 적이 있나요?

-네.

-아 그러셨구나.

-연희씨가 보기엔 제가 미친 사람은 아닌 것 같죠?

-그렇고말고요.

-지금부터 제가 하는 얘기는 다소 황당하겠지만, 끝까지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무슨 얘기인데 그러세요?


과장은 그동안 있었던 일을 쭉 얘기했다. 엘리베이터에 갇힌 연희를 구해준 일, 양아치를 혼내준 일, 회사가 망하고 나서 연희를 비서로 고용했던 일, 전염병 치료제로 김을 공급했던 일 등등. 연희는 그것이 사실이라고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어 빠져들었다.


-음. 그럼 마블 영화 같은데 나오는 평행세계 뭐 그런건가요?

-그것도 가능성이 있지만, 단순히 과거로 시간여행을 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시려고요?

-사실 그것까진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혹시라도 연희씨가 저처럼 시간여행을 하고 있다면, 둘이 만났을 때 다시 미래로 가지 않을까 했는데, 아닌가봅니다.

-전팀장님은 지금보다 원래 있던 세계가 더 좋으세요?


과장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모르겠습니다. 이쪽이나 그쪽이나 나름의 장점은 있습니다. 다만..

-?

-두 세계의 가장 큰 차이는, 연희씨와 제가 함께 있지 않다는 것이죠.

-그럼 그쪽 세계에서의 저는 팀장님과 어떤 사이죠?

-겉으로 봤을때는 사장과 비서 관계지만, 오래 같이 일하면서 친해졌다고 할까..매력이 있는 사람이란건 분명합니다.

-흠...

-연희씨는 어떠세요?

-글쎄요. 전팀장님이 훈남이시긴 하지만, 제 타입은 아니신데..어머 죄송해요. 호호호

-그렇군요.


과장이 많이 실망한듯한 모습을 보이자, 연희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만난지 1시간 밖에 안되었는데, 나랑 닮은 사랑이랑 썸을 타고 있었다고 하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다음날, 토요일이라 할 일이 없어 산책을 하던 과장은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낡은 축구공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을 발견했다. 가죽이 다 벗겨져 회색이 되어버린 공. 그러고보니 과장이 고등학생일때도 운동장에 저런 공이 굴러다녔다. 대체 누가 공을 가져다 놨는지 모르지만, 아이들은 공을 발견하면 한참 가지고 놀다가 그냥 운동장에 버려두고 가버리곤 했다.


-가만..뭔가 떠오를듯 한데..


무언가에 홀린듯 운동장 안으로 들어선 과장은 아이들을 불렀다.


-왜요 아저씨?

-너희들 목마르지? 내가 아이스크림 살 돈 줄테니까, 그 공 잠깐만 보게 해줄래?

-네~~


아이들에게 만원짜리 한장을 준 다음, 과장은 공을 들고 이리저리 살펴봤다.


-아니 이건!!!!!!!!!!!!


공 한가운데 누군가 매직펜으로 쓴 글씨가 희미하게 남아있었다. JSS. 바로 본인의 이름인 전상식이었다.


-맞아. 내가 고등학교때 우연히 발견한 축구공을 체육실에 가져다놨더니, 체육선생님이 화를 내며 누가 이런 쓰레기를 가져다 놨냐며 가져다 버리라고 했지. 그래서 발견자인 내가 이름을 써서 운동장 구석에 나두었던 기억이 난다. 헌데 어째서..수십년이 지났을텐데 아직도 존재하는거냐? 게다가 고등학교하고 여긴 한참 떨어져있는데..


과장은 문방구에 가서 네임펜을 하나 사다가 축구공에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연희씨, 전과장입니다. 혹시라도 이 공을 발견하게 된다면 여기에 글씨를 써주세요. 나는 2020년 3월18일에 성남시에 살고 있습니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아이들에게 공을 돌려준 과장은, 다음날 다시 운동장을 찾았다.

그랬더니 이번엔 중학생들이 공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얘들아, 아저씨가 그 공을 잠깐 살펴보고 싶은데, 용돈을 줄테니 PC방 갈래?

-우와 진짜요? 알았어요!


중학생 중 한명에게 2만원을 준 과장은 축구공을 이리 저리 살펴봤다. 거기엔 새로운 글씨가 적혀 있었다.


-헉!!!


-과장님 저 연희에요. 지금 2021년 11월17일입니다. 과장님은 병원에서 1년동안 누워계세요. 과천의 xx병원에서 윤지수라는 환자를 찾으세요.


과장은 곧바로 차를 몰고 해당병원으로 달렸다. 그리고 607호 입원실을 찾았다. 남자 2인실인데 한쪽 침대는 비어있었고, 다른 침대에는 한 남자가 호흡기를 단 채 누워있었다.

그때 간호사가 들어왔다.


-윤지수 환자 병문안 오셨나요?

-네? 아 네네

-아. 혹시 모르실 것 같아 말씀드리면, 이 환자는 2년째 혼수상태에요.

-그래요?

-네. 검사결과 몸에는 아무 이상이 없는데, 지금까지 이러고 계십니다. 헌데 이 환자분에 대해 병원에서 이상한 소문이 있어요.

-어떤 소문이죠?

-다른 환자들과 뇌파를 비교하면 전혀 다르게 나오거든요. 마치 일상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의 뇌파와 비슷해요.

-그거 이상하군요.

-그뿐만이 아니에요. 이 환자분 오른손 중지에 묘한 문양이 새겨진 반지를 끼고 있는데, 아무리 반지를 빼려고 해도 안빠져요.

-장시간 누워있어서 손가락이 부어서 그런거 아닐까요?

-그럴지도요. 그럼 가시기 전에 방문록 꼭 작성하세요.

-알겠습니다.


간호사가 나가자, 과장은 그 환자를 유심히 살펴봤다.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 왜 연희씨는 이곳에 오라고 했을까? 혹시..


과장은 환자가 끼고 있는 반지에 손가락을 대봤다. 그러자 반지에 있는 글씨에서 빛이 나더니, 사방이 360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으아악!!!!


마치 세탁기에 들어간 것처럼, 정신없이 빙글빙글 돌던 과장은 마침내 정신을 잃고 말았다.



-우읍...

-과...과장님!!


힘들게 몸을 일으킨 과장은 자신이 아까 그 빈 침대였던 곳에 누워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서 눈물을 머금은 사람은 다름아닌 연희였다.


-연희씨!!


둘은 꼬옥 안았다. 이게 얼마만의 재회인가.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과장이 물었다.


-오늘이 며칠입니까?

-2021년 11월18일이에요.

-그럼 연희씨가 어제 축구공에 글씨를 쓴겁니까?

-네. S초등학교를 우연히 지나가다가 축구공에 있는 글씨를 발견했거든요.

-S초등학교요? 전 A초등학교에서 봤는데, 참으로 이상한 축구공이로군.

-시공간을 뛰어넘는 무슨 아티팩트라도 되는걸까요?


어리둥절하던 과장은 정신을 차렸다.


-그러니까, 내가 1년이나 혼수상태에 있었다는 겁니까?

-네. 어느날 출근도 안하시고 연락도 없어서 제가 과장님 집에 찾아가봤거든요. 근데 낮인데도 실내에 불이 다 들어와 있어서 경비아저씨한테 문좀 열어달라고 했죠. 그랬더니 과장님이 세상 모르고 자고 있었는데, 아무리 흔들어도 깨어나지 않는거에요.

-그랬었군요. 그런데, 저 환자 혹시 알아요?

-윤지수 환자요? 아뇨. 과장님이 여기 입원하기 전부터 있었어요.

-제가 저 환자의 반지를 만지는 순간 깨어났거든요.


반지를 한참 바라본 과장은 가까스로 침대에서 벗어났다.


-일단 퇴원하고, 집으로 갑시다.



며칠동안 요양을 한 과장은, 지난 1년동안 세상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인터넷으로 검색해보았다. 하지만 다행인건지 그다지 달라진 점이 없었다. 그가 누워있는동안 꽤 많은 사람들이 병문안을 왔었는데, 그 중엔 대통령도 있었다. 직접 온 것은 아니지만 쾌유를 바란다고 손수 적은 화환을 보냈다고 한다.


다음날, 과장은 홀로 병실을 다시 찾아갔다. 윤지수 환자를 보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가 끼고 있는 반지를 여러각도에서 사진을 찍었다. 행여나 반지를 만지면 다른 세계로 갈까 두려워 조심조심 다루었다. 그리고 해당사진을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 질문게시판에 올렸다.


-이 반지에 대해 어떤 정보라도 좋으니 아시는 분은 사례하겠습니다.


그로부터 일주일쯤 지났을까, 이메일이 한통 도착했다. 그 내용은 이러했다.




-글씨를 보니 영화 '반지의 황제' 에 나오는 엘프어인듯 합니다. 어디서 반지를 구하셨는지는 모르겠으나, 글씨를 연결해 읽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것의 이름은 절대자의 반지다. 착용자에게 물체를 멀리서 움직일 수 있는 힘을 부여한다. 또다른 능력으로는 다른 세계에 속한 존재를 원래의 위치로 되돌리는 것이다]


절대 뻥이 아닙니다. 의심되시면 관련자료를 보내드릴게요. 자 얼마주실거죠?




이메일을 다 읽은 과장은 크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살면서 단 한번도 이런 말도 안되는 사건에 얽힌 적이 없었다. 믿어야 하나? 과학과 상식을 뛰어넘는 그 무언가를..


과장은 답장을 썼다.


-답변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물어볼 것이 있으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예금주와 계좌번호를 알려주시면 즉시 사례하겠습니다. 금액은 2000만원입니다.



그리고 과장은 인터넷 쇼핑몰에 접속해 반지의 황제 3부작 블루레이를 주문했다. 이 영화는 대체 무슨 내용인거야? 엘프어라니..픽션이 아니란 말인가?




이 작품은 연재중인 저의 다른 소설 [이세계에 왔지만 시즌1] 과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같이 읽어주시면 좀더 재미있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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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영생의 비밀 그리고 인류의 기원 +1 22.01.26 266 1 10쪽
14 부자 클럽 22.01.26 258 1 10쪽
» 재회 22.01.26 281 1 10쪽
12 최고의 맛, 그리고 회귀 22.01.26 289 1 11쪽
11 식도락 여행 22.01.26 294 1 11쪽
10 달리는 사람들 22.01.25 325 1 12쪽
9 꿈속의 혈투 22.01.25 349 1 10쪽
8 성혜영 (2) 22.01.25 399 2 10쪽
7 성혜영 22.01.25 424 4 11쪽
6 그의 과거, 에피소드1 +1 22.01.25 461 4 10쪽
5 제4의 벽 22.01.24 500 3 9쪽
4 세계를 강타한 김 22.01.24 519 8 10쪽
3 천재지변이 찾아오다 22.01.24 575 8 12쪽
2 얄짤없는 이과출신 건물주 22.01.24 652 8 14쪽
1 프롤로그 +1 22.01.24 837 1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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