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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리우드 님의 서재입니다.

우리, 마족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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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리우드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6
최근연재일 :
2022.08.08 18:4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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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86,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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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0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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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화

DUMMY

잠시 잡담을 나누고는 자리를 이동해 저택 부지 내의 어딘가로 이동하는 동안, 한일은 제니에로부터 새 한 마리가 음각된 동그란 패 하나를 받았다.


“이건 뭐야?”

“이 저택에 출입을 할 수 있게 해주는 허가증이야. 오늘도 정문에서 붙잡혀 있었다면서? 앞으로는 그걸 보여주면 곧장 안으로 들여보내 줄 거야.”

“아하! 그건 꽤 편하네. 그런데 그냥 내가 오는 날에 맞춰서 경비에게 말을 해 놓으면 되는 문제 아니야? 굳이 이런 것까지 필요해?”

“우리 상회의 규모가 큰 만큼, 문을 두드리는 곳이 생각보다도 많아. 주로 본가에서 자주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다른 지부라고 해서 없는 것은 아니거든. 특히나 로란스처럼 규모가 큰 도시인 경우에는 다른 곳보다도 많을 정도인데, 문을 두드리는 그 많은 사람들을 무턱대고 안으로 들일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어? 때문에 최소한의 신원 확인 정도는 해야 하는 것이고, 그 패는 소지자의 신원을 보장한다는 뜻이 담겨있는 거야. 만약 네가 귀족이었다면 방문하는데 굳이 그런 패는 필요가 없어. 귀족의 문장만 보여줘도 되거든.”

“하긴. 규모가 큰 상회인 만큼, 찔러보고 싶어서 안달인 자들도 많기는 하겠네.”


손바닥 정도의 크기를 가진 패를 훑어보니, 꽤나 신경 써서 만든 패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노란빛이 나는 패의 중앙에 날개를 펼친 새가 음각된 모양은 꽤나 고풍스러운 느낌을 자아내고 있었다.

패를 이리저리 훑어보던 한일은 굳이 이런 패까지 소지하고 있을 필요가 있나 싶었지만, 디발트의 사체 문제도 있고, 차후의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지니고 있어서 문제 될 것은 없겠다고 생각했다.

연신 싱글거리고 있는 제니에를 보니, 돌려주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 것도 그렇고.

뒤에서 소리 죽여 웃고 있는 벨라의 시선을 애써 모른척하며 걸어가자, 어느새 커다란 건물 앞에 당도하게 되었다.


“디발트는 여기에 있어. 지금은 한창 작업 중이지.”

“해체하는데 힘들 것 같은데?”

“일반적인 몬스터와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튼튼하긴 하지. 하지만,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야.”

“오러가 아니면 흠집을 내기도 쉽지 않은 놈이었는데?”

“전투 상황이라면 힘들지 몰라도, 사체가 되어 얌전히 누워 있는 거라면, 방법은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지. 담당자도 그렇고, 다들 의욕적이었으니 믿고 맡겨봐.”

“흠. 어때, 벨라? 봐 둘래?”

“그래도 괜찮은 건가요?”

“허락만 받으면 괜찮지 않을까? 다른 부분이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도 괜찮을 거야. 안 된다고 하면 어쩔 수 없는 거고.”

“알겠어요.”


한일과 벨라가 나누는 대화에 제니에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한일이 벨라를 가리키며 제니에에게 말했다.


“디발트에 관한 것은 전적으로 벨라가 담당할 거야. 해체나 분류하는 상황에 벨라를 참관시켰으면 하는데, 괜찮을까?”

“해체하는데? 그럴 필요가 있어?”

“디발트같은 놈은 우리도 처음이거든. 그동안은 우리 마을에서 독자적으로 사체를 처리해 왔지만, 뜻하지 않게 다른 곳의 기술을 접해볼 기회가 생겼으니 가능하다면 참관을 해봤으면 해. 물론, 중요한 문제라 공개할 수 없다고 하면 깔끔하게 포기하고.”

“흠.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알겠어......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건 좀 물어봐야 할 것 같은데.”

“루안 형님에게?”

“아니. 안에서 한창 작업 중일 책임자에게. 오라버니가 해 줄 허가라면 내가 이미 허가해 줬을 거야. 나도 그 정도의 권한은 있거든.”

“오. 상당한데?”

“후훗. 그렇다고 해도 오라버니에게 이야기는 해 둬야 하겠지만 말이야. 그보다, 허락을 받는다고 하면, 벨라만 이곳에 있는 거야?”

“그렇겠지. 이곳에서 생활을 할지, 출퇴근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구나. 어쩔 수 없지. 이거 받아, 벨라.”

“네?”


제니에는 벨라를 부르더니, 한일에게 준 것과 비슷한 패 하나를 내밀었다.

한일에게 준 것과 마찬가지로 새가 음각된 동그란 패였는데, 한일의 것과 다른 점이라면, 노란빛이 감돌던 한일의 패와는 달리, 전체적으로 은색을 띠고 있다는 점이었다.


“패가 없으면 벨라도 출입하거나 돌아다니기는 여러모로 제약이 있을 거니까. 그걸 보여주면 어지간한 곳은 문제없을 거야.”

“내걸 주면 되는데, 굳이 벨라에게도 주는 거야?”

“너는 너고, 벨라는 벨라지. 둘이 따로 움직일 수도 있다는데, 당연히 하나씩 줘야 하는 거잖아.”

“그렇다고 하기에는 색깔이......”

“자! 그럼 다른 문제를 해결해야겠네.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내가 들어가서 알아보고 올게.”

“네가 직접 간다고?”

“민감한 문제일 수도 있으니, 내가 직접 가보는 편이 나을 거야. 그럼 기다리고 있어.”


제니에가 서둘러 걸음을 옮기자, 티에도 서둘러 그녀의 뒤를 쫓아 이동했다.

건물 앞에 오도카니 남게 된 한일은 볼을 긁적이고는 패를 품속에 넣었고, 벨라는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손에 들린 패를 주머니에 넣었다.


“벨라. 내가 뭐 잘못 말한 것이 있는 건 아니지?”

“그런 부분은 없었어요.”

“그렇지? 그런데 왜 찜찜한 기분이 들지?”

“찜찜하다고요?”

“음. 마치 윤성이에게 돌려까기 당하는 기분인데.”

“푸훗. 윤성 오라버니에게요?”

“조금 다르기는 한데, 비슷한 느낌이 드네. 그중에서도 나는 이유를 모른 채 당하는 느낌이랄까?”

“저로서는 무슨 느낌인지 도무지 모르겠는데요. 제니에 언니에게서 그런 느낌을 받는 건가요?”

“왠지 모르게 그런데.”

“오라버니가 잘못 느끼신 것이겠죠. 제가 보기에 제니에 언니는 정말 귀여운 분이신걸요. 오라버니는 그렇게 생각 안 하세요?”

“뭐, 나도 그렇게 생각하기는 하는데, 역시 내 착각인가. 흠.”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리는 한일을 보며, 벨라는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이리저리 생각을 해보느라 자신이 무슨 말을 한 것인 지도 제대로 모르는 모양이었는데, 돌아가자마자 보고할 거리가 생겼다고 생각했다.

잠시 후, 제니에로부터 허가가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벨라는 작업장 안으로 들어갔고, 한일은 제니에와 저택 내부에 마련된 정원을 거닐며 한담을 나누다가 지한 상점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런 일련의 상황을 노드로부터 전해 들은 루안은 피식 웃으면서, 손에 들고 있던 펜을 내려놓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녀석도 참. 이왕 왔으면 저녁식사라도 하고 갈 것이지.”

“아가씨께서도 그렇게 권유하셨습니다만, 처리할 일이 있다면서 가셨다고 합니다.”

“벨라는 작업장에 그대로 있고?”

“네. 그곳에서 참견하는 일 없이, 조용히 참관만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기술을 알아보고 싶은 거겠지. 지한 마을 사람들이 어느 정도의 해체기술을 가지고 있는 줄은 모르겠지만, 그런 식으로 자신들에게 부족한 부분을 메꾸려고 하는 걸 거야.”

“그들의 기술은 어지간한 수준을 넘어섰다고 판단됩니다만, 굳이 그런 수고가 필요할까요?”

“떨어지는 기술이 아니라, 다른 방향의 기술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면 못할 것도 없겠지. 향상심이 넘친다는 것이니 나쁜 일은 아니야. 그리고 이번 부탁을 들어주었으니, 판 스프링이라는 기술에 대해서도 괜찮은 이야기를 해볼 수 있겠어.”

“역시 그쪽이 목적이셨군요.”

“상인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야. 그렇지 않아도 구미가 당기는 기술이 한두 개가 아니었는데, 이런 식으로 길이 뚫리는 것은 나도 환영이라고.”


키득거리며 웃은 루안이 가볍게 기지개를 켜며 몸을 풀고는, 방 한쪽에 놓여있는 소파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제저녁만 해도 저곳에서 테란츠 대장과 함께 차를 마시고 있었다고 생각한 루안은, 그가 해준 이야기를 떠올리며 재차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지한 마을 사람들과 엮이게 되면서 꽤나 자주 웃게 되었다고 잠시 생각한 루안은, 고개를 창밖으로 돌리며 정원이 있는 곳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제니에가 한일에게 금패를 주었다고?”

“네. 티에의 말에 따르면 이렇다 할 설명 없이, 단순히 출입용이라는 말만 전하셨답니다.”

“금패가 가진 권한을 안다면, 부담스러워했을 가능성이 있으니까 그랬겠지. 나였더라도 비슷했을 거야.”

“하지만, 지한 상점에는 보리스님이 계시지 않습니까? 금방 뜻을 알게 되실 텐데요.”

“그렇겠지. 하지만 받자마자 바로 돌려주었다면 모를까, 시간이 지난 뒤에는 돌려주기가 좀 애매하지 않겠어? 보리스도 그냥 가지고 있으라고 할 거다.”

“괜찮겠습니까? 아가씨께서 너무 성급하게 사용하신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흐음. 그건 나도 같은 생각이기는 해. 은패 정도라면 모를까, 금패는 조금 과한 면이 있기는 하지. 하지만, 그것이 제니에의 뜻이라면 막을 수 없다. 그건 너도 알고 있지?”

“네.”

“애당초 금패의 보유를 허가해 주신 것은 가주이신 아버님이시지. 그건 결국 제니에의 안목과 판단을 확인하신 아버님의 판단이라는 뜻이니, 우리가 그에 대해 왈가왈부할 것이 아니야. 그리고 제니에의 금패라면 여차할 때 내 선에서 상쇄를 노릴 수도 있으니 괜찮을 거다. 제니에도 그걸 잘 알고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도 한일이 그 금패를 악용하리라고는 생각하기 힘들군.”

“두 분 모두 그분을 알게 된 것이 오래되지도 않았는데, 굉장히 믿고 계시는군요.”

“후후후. 꼭 오랫동안 알고 지내야만 믿음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 그리고 그 친구들의 성격은 함께 봤잖아? 누군가의 것을 강탈하느니, 차라리 자신들의 손으로 만들어 내고 마는 자들이라는 것을 말이야.”


루안이 보고 있는 풍경이 노을로 인해 붉게 물들어 가고 있는 동안, 한일은 도시의 각 상점들을 돌며 볼일을 보고 있었다.

마을 근처에서는 구하기 힘들거나 처음 보는 물품들을 구입하거나 체크해 둔 다음, 상점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는 시간이 되어서야, 다시 지한 상점으로 돌아왔다.

때마침 복귀 중이던 벨라와 함께 상점으로 돌아오자, 하루 일과를 마치고 정리를 하던 보리스가 두 사람을 반겨주었다.


“다녀오셨습니까. 꽤 늦으셨네요?”

“주변을 좀 둘러보다가 왔거든. 장사는 어땠어?”

“다른 날보다 더 붐비더군요. 한동안 문을 닫아놓았던 여파인 것 같아요.”

“큭큭. 보석 같은 귀금속이 아니라 생필품이잖아. 당연한 일이겠지.”

“그렇겠지요. 가셨던 일은 잘 해결하셨나요?”

“해결되었다고 해야 하나? 일단 원하던 방향으로 진행이 되기는 했지. 당분간은 벨라가 그곳에 출퇴근을 하게 될 거야.”

“네? 벨라가요?”


보리스가 의아한 눈으로 돌아보자, 벨라가 피식 웃으면서 품에서 은패를 꺼내어 보여주었다.


“디발트의 해체작업을 지켜보기로 했거든. 그래서 이런 통행증도 받았지. 매번 경비에게 붙잡히는 일을 겪지 않아도 된다면서 말이야.”

“에? 은패를 주면서? 누가? 제니에 누님이?”

“훗. 누님이라고 부르는 거야? 내일도 출입해야 하는데, 그대로 알려드리면 되나?”

“그건 안 돼! 또 흥분해서 여기까지 행차할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정말로 은패를 주셨단 말이야?”

“눈으로 보고 있잖아.”

“왜 그래? 문제라도 있어?”


얼떨떨해 보이는 표정을 하고 있는 보리스에게, 한일이 의아한 표정이 되어 물었다.

어느새 정리를 끝낸 이리나와 프리드까지 보리스를 보고 있자, 보리스가 고개를 한차례 흔들어 표정을 정리하고는 한일의 물음에 답했다.


“저 은패는 단순히 출입을 위한 것만이 아닙니다. 그런 목적뿐이었다면, 동패만으로도 충분했을 거예요.”

“동패? 동패도 있어?”

“네. 의미가 훨씬 약하기는 하지만, 분명히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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