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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리우드 님의 서재입니다.

우리, 마족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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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리우드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6
최근연재일 :
2022.08.08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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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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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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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화

DUMMY

테란츠가 한일을 바라보며 하는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한일에게로 모여들었다.

갑자기 제시된 의문에 한일이 속으로 쓴웃음을 짓고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대꾸했다.


“그리 이상할 것도 없어요. 저희가 어디에 터전을 잡고 있는지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선천적으로든 후천적으로든 피어에 대한 내성이 생길 수밖에 없더군요.”

“수없이 경험하다 보니 내성이 생겼다는 말인가?”

“저도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그것 외에는 딱히 이유를 찾을 수가 없는 것이 사실이니까요. 게다가 저희만 멀쩡했던 것도 아니고, 번즈도 문제없이 움직이던데요?”


한일이 번즈를 지목하자, 사람들의 시선은 다시 번즈에게로 옮겨갔고, 모여드는 시선에 번즈는 혀를 차고는 손을 내저었다.


“분명히 나도 타격을 받지는 않았지만, 그건 일종의 꼼수 같은 거라고. 신기할 것도 없어.”

“모르는 상태에서는 뭐든 신기한 법이야. 꼼수도 꼼수 나름이지, 그 정도면 대단한 거 아니야?”

“대단할 것도 없어. 전부 이 검 덕분이니까.”

“검? 그 하얀 롱소드?”


번즈가 자신의 옆구리에 매달려 있는 검을 툭툭 건드리자, 한일이 그 검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지금은 검집에 들어가 있는 상태라 평범한 다른 검과 그다지 달라 보이지 않았지만, 검신이 하얗게 반짝이던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다른 이들의 시선도 그 검에 닿자, 테란츠가 슬쩍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번즈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정신력이 매우 뛰어났지. 마법사들의 정신 계열이나 환상 계열의 마법에도 저항력이 높았어.”

“오. 그런 특기가 있었군요?”

“그렇다고 면역이라는 소리는 아니야. 말 그대로 저항력이 높았던 것뿐이지. 물론 그 정도만 해도 놀랄 정도이긴 했지만. 그래서 저 검을 번즈가 사용하게 된 거야.”

“롱소드 말입니까? 역시 평범한 검은 아니었군요?”

“하하. 저렇게 번쩍거리는데 평범할 리가 있겠나. 저건 우연히 발견한 유적지에서 얻은 물건인데, 효과는 상당히 심플하지.”

“정신력의 강화. 이 검이 가진 기능은 그것뿐이야. 억지로나마 더 찾아보자면 절삭력이 좀 더 좋다는 정도랄까.”

“정신력의 강화라고?”

“그래. 단지 그것뿐인 검이었지만, 나와는 상성이 좋았던 거지.”

“그렇구나. 기본적으로 높은 정신력이 강화까지 되니, 저항력이 높아지다 못해 면역이라고 봐도 될 정도의 수준으로 바뀐 거로군?”


번즈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자, 한일은 검을 다시 한번 훑어보았다.

번즈의 말대로라면 저 롱소드는 마법검이라는 소리인데, 일상생활용으로 사용되는 아티팩트가 아닌, 무기의 형태로 존재하는 것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정신력을 강화 시켜주는 무기는 처음 보네. 이렇게 보면 별다른 느낌은 들지 않는데.”

“아무래도 화려한 효과가 없으니까 더 그렇지 뭐. 네가 가진 창처럼 형태가 변환 되기라도 하면 바로 느낌이 오겠지만 말이야.”

“응? 내 창?”

“그래. 네 창도 아티팩트잖아? 길이를 마음대로 조절하는 것에 더해, 창날을 숨기기까지 하는 것을 봤다고. 최소한 그 정도로 눈에 보이는 기능이 아니면 아티팩트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지.”


번즈가 살짝 한숨을 쉬며 하는 말에, 한일은 애써 웃음을 지어 보이며 당황스러운 감정을 속으로 삼켰다.


‘그러고 보니, 보리스도 나와 신철이 사용하는 BS들을 아티팩트라고 불렀지. 하도 오래전 일이라 잊고 있었네.’


“그건 그렇다 치고, 백작님 일행은 무사히 돌아가셨을지 걱정이네요. 일행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는 길이 만만하지는 않을 텐데.”

“장소가 장소인 만큼 걱정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들은 모두 기사들이네. 디발트 같은 몬스터가 또 나오는 것이 아니라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야.”

“설마 그런 몬스터가 곧바로 나오지는 않겠죠. 저도 디발트는 처음 보는 놈인걸요.”

“용종 몬스터는 몬스터 중에서도 상위권에 위치해 있지. 특히나 우리가 잡은 놈은 일반적인 개체보다 더 강력해 보이던데, 어째서 산맥 깊숙한 곳이 아닌, 이런 곳에 있는지 알 수가 없군.”

“저 정도나 되는 놈이 세력 싸움에 밀려나다가 이곳까지 올 리는 없을 텐데 말이죠.”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 그렇게 되려면 일찍부터 무언가 조짐이 있어야 해. 몬스터의 분포 상태가 바뀐다던가, 초입에 살던 몬스터들이 웨이브를 일으키는 정도의 일말이야.”


번즈가 고개를 저으며 하는 말에, 루안이 한일에게 마을의 안전을 물어보려고 했지만, 이내 피식 웃으며 속으로 하려던 말을 삼켰다.


‘괜한 걱정이군. 어련히 알아서 잘 대처할까. 그들보다는 차라리 그란츠 백작의 행동이 더 걱정이지.’


기사들을 죽이고 티폰을 그렇게 만들어 놓은 존재를 찾겠다면서, 네로스 산맥 안쪽까지 들어온 백작이다.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고, 함께 하고 있는 기사들도 있으니 안쪽까지 거침없이 들어왔겠지만, 결국 디발트에게 쫓겨 도망치는 일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아무리 용종 몬스터라고는 하지만, 무리를 이루고 있는 것도 아닌, 단 한 마리의 몬스터를 어찌하지 못하고 쫓기기까지 했으니, 이 사실이 퍼졌다가는 상당히 골치 아픈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었다.

오러 사용자를 배출하지 못한 것도 벌써 한참은 되었고, 검술의 발전은 없다시피 했다.

그나마 마나 호흡법과 검식 덕분에 검가의 이름을 유지하고 있었건만, 가주까지 나서서는 고작 몬스터 한 마리를 어찌하지 못하고 후퇴했다고 하면 검가의 이름마저 사라져 버리겠지.


‘제아무리 모난 곳이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 정도로 궁지에 몰리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법이지. 티폰의 행실을 제대로 막지 못했던 것만 봐도, 그리 강단이 있는 사람은 아니야.’


“백작이 한일을 봤다면 눈독을 들였을 것 같은데, 아무 말도 없었습니까? 무려 오러 사용자인 만큼 가만히 있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만.”

“후후. 왜 아니겠습니까. 정리를 할 무렵에 한일의 소속을 묻더군요.”

“역시 그랬군요. 백작으로서는 무언가를 가릴 처지가 아니었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면 기사단 입단 제의를 받은 겁니까?”

“아닙니다. 꽤나 재미있는 대답으로 여지를 주지 않더군요.”

“재미있는 대답?”


루안이 한일을 보자, 한일이 피식 웃으면서 테란츠를 보았다.


“그게 재미있는 대답입니까?”

“내가 보기에는 그보다 적절하고 재미있는 대답도 없었네. 용병이라고 대답할 수도 없고, 그저 마을의 자경단이라고 하면 귀찮게 굴 확률이 높은 상황이지 않았나.”

“대체 뭐라고 대답을 한 건가?”

“히노리아 상회에 소속되어 있다고 했죠.”

“뭐라고?”

“에?”


루안과 제니에 등이 놀란 눈으로 보자, 한일이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 모습에 모닥불에 장작을 넣던 번즈가, 한일을 보며 슬쩍 웃고는 말했다.


“상회에 소속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고, 주로 제니에 아가씨의 요청만을 듣는다고 둘러대더군요. 덕분에 손을 내밀어 볼 상황이 아니게 되어버린 겁니다. 오러 사용자씩이나 되는 사람에게 공개적으로 그런 짓을 하면, 상회와 척을 지겠다는 소리밖에 되지 않으니까요.”

“하, 하하하하! 그렇군. 그렇게 피한 거로군?”

“나 참. 테란츠 님도 그러시더니 루안 형님도 그게 그렇게 재미있어요?”

“재미있지. 그리고 꽤나 뿌듯하기도 하고. 임기응변이었다고는 하지만, 그만큼 우리를 가깝게 생각했다는 말이 아니냐.”

“당연한 것 아닙니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호위를 하고 있지도 않았겠죠.”


옅게 웃고 있는 한일의 모습에 루안이 웃음을 터트리며 즐거워하는 동안, 제니에는 옆에서 한일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리나로부터 자신이 쓰러져서 위험했을 때 직접 조치를 취해준 사람이 한일이라고 들었던 데다가, 핑계라고는 하지만 자신의 요청만을 듣고 있다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기분에, 평소와는 다르게 조용히 차만 마시며 한일을 힐끔거리기만 하고 있었고, 그런 제니에의 모습을 티에가 눈을 반짝이며 지켜보고 있었다.


“슬슬 하늘이 많이 어두워졌는데, 그만 쉬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지금부터 쉰다고 해도, 해가 뜨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이것 참. 마차에 너무 오래 누워 있었더니, 도무지 잠이 오지 않는데 말이야.”

“후후. 억지로라도 눈을 좀 붙이시는 편이 좋습니다. 마차가 이동하기 시작하면, 편안히 쉬기는 힘들어질 테니 말입니다.”

“하하. 알겠습니다.”


*****


-쿠르르르르.

-덜커덩. 덜컹.


“저러다가 수레가 부서지거나 하지는 않겠지?”

“부서지지 않기를 바라야지. 급조한 물건이 튼튼하기를 바라는 것이 더 양심이 없는 거라고. 저 산만한 덩치를 무사히 싣고 있는 것만 해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거야.”

“그건 인정. 저놈을 수레로 옮기는 것만으로도 난리였으니까.”


거대한 디발트의 사체를 급조한 수레에 싣고 이동하고 있는 일행은,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불안한 눈빛으로 수레를 바라봤다.

사체를 수레에 옮길 때 하도 고생을 한 터라, 수레가 망가지기라도 하면 다시 그 일을 할 자신이 없었기에, 제발 무사히 로란스에 도착하기를 마음속으로 빌었다.


“그래도 좀 불안하기는 했는데, 생각보다 더 잘 견디는 것 같네. 네 동생들이 보여준 기술 덕분인 것 같은데.”

“아, 그거? 정확히는 윤성이 알아낸 기술이지. 그 녀석이 붙인 이름이 따로 있기는 한데, 우리는 그냥 판 스프링이라고 불러.”

“그래? 어쨌든 꽤 괜찮은 기술을 알게 됐어. 이건 나중에 사례하도록 할게.”

“사례를 해준다고?”


한일이 다소 놀란 목소리가 되자, 번즈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투자라고 생각해라. 그냥 써도 상관없기는 하겠지만, 이 정도는 해둬야 나중에 더 괜찮은 기술을 만들거나 하면 또 알려줄 거 아니야?”

“얼씨구? 고작 그 정도로?”

“훗. 적어도 아예 모르쇠로 일관하지는 않을 거라고 보는데?”

“나 원. 솔직히 말해라. 그건 핑계고 다른 속셈이 있는 거 아니야?”

“후훗. 물론 그 자리에 제이나 양도 함께 하면 더 좋고 말이지.”

“그럴 줄 알았다.”

“오? 허락 한 거다?”

“허락은 무슨! 누구 맘대로?!”


한일과 번즈가 티격태격하는 동안, 아즈는 마차를 몰고 있는 벨라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동안 꽤나 친분이 쌓인 두 사람은 어느새 서로 친근하게 말을 놓고 이야기를 하는 사이가 되어 있었는데, 번즈의 목소리를 들은 아즈는 이마를 짚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하하. 꽤나 재미있는 동생이잖아, 아즈.”

“재미있기는. 골치 아픈 동생이지.”

“뭐 어때. 마을에서도 보니까 다른 여자들에게는 눈길도 안 주더만. 괜찮지 않아?”

“그렇게 생각해 주니까 다행이네. 안 그러던 녀석이 갑자기 저러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혔거든.”

“후후. 한일 오라버니도 처음만큼 경계하시는 것 같지는 않으니까 괜찮을 거야. 솔직히 재미있기고 하니, 나로서는 계속 대시해 줬으면 싶네.”


싱글거리는 벨라의 모습에 아즈도 피식 웃으면서 번즈를 바라봤다.

장난감 취급을 당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지한 마을 사람들과의 거리감이 줄어드는 것에 지대한 공헌을 한 대상이기도 했다.

투닥거리고 있던 한일과 번즈를 보던 아즈는, 수레에 실려 있는 디발트를 떠올리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꽤나 조용하네. 이쯤이면 몬스터 한 무리 정도는 덤벼줘야 정상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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