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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리우드 님의 서재입니다.

우리, 마족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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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리우드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6
최근연재일 :
2022.08.08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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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08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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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5화

DUMMY

보리스의 설명은 일행들에게 충격을 주기 충분했다.

오러 사용자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건만, 그가 나서지 않더라도 문제가 없을 정도의 무력을 보유한 집단이 있다는 것은, 그들이 지내는 곳이 네로스 산맥 안쪽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믿지 않았을 이야기였다.

어지간한 기사단은 비교도 되지 않을 무력을 보유한 곳이, 이렇게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았다는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다른 이들의 놀란 모습을 보며, 테란츠는 조금 전 한일이 보였던 붉은빛의 오러를 떠올렸다.


‘알 수가 없군. 분명 닮기는 했지만, 그건 오러와는 무언가가 달랐는데. 마법사들의 매직 소드와도 다르던데,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종류였어.’


슈페리온 용병대의 대장이자 용병들 중에서도 손꼽히는 실력의 보유자인 덕분에, 오러를 다루는 실력자들을 만나보고 그 힘을 견식 해본 경험은 얼마든지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멀리 갈 것도 없이 자기 자신부터가 오러 사용자라 한일이 보인 기술이 일반적인 오러가 아니라는 것은 바로 알아차릴 수가 있었지만, 어디가 어떻게 다른 것인지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다른 이들이 오러로 알고 있기도 하고, 보여준 위력도 오러와 차이가 없기도 하니 그냥 오러라고 불러주기는 하였지만.


‘이러면 약속한 대련이 더욱 기다려지는데 말이야. 정식으로 날을 잡아보는 것도 생각을 해봐야겠어.’


피를 닦아낸 한일이 쉬는 동안, 그 옆에는 제니에가 달라붙어 눈을 빛내면서 연신 이것저것 묻고 있었다.

하나를 대답해 주면 또 하나를 묻는 그녀에게 한일은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웃으면서 이야기를 해주었고, 제니에도 자신의 궁금증에 꼬박꼬박 대답해 주는 한일에게 계속 질문을 하며 연신 감탄과 웃음을 터트리기 바빴는데, 그녀의 시녀인 티에까지 옆에서 한몫 거들고 있는 탓에 꽤나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었다.

부산물의 정리가 끝나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마차 안에서, 이리나는 연신 싱글벙글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제니에에게 물어보았다.


“몬스터가 마차까지 달려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직접 날뛰는 것을 보셨는데, 두렵지는 않으셨어요?”

“응? 괜찮았어. 몬스터의 종류가 다를 뿐이지, 여행 중에 몬스터와 조우하는 일일 종종 있는 일이라 처음 겪는 건 아니거든.”

“여행을 많이 다니시나요?”

“일반적인 귀족 집안의 자제들보다는 많이 다니는 편이지. 물론 일반적인 여행이 아니라 상행에 동행하는 종류이기는 하지만.”

“상행에 동행하신다고요?”

“가풍이기도 하고, 내가 원하기도 했거든. 그래서 어느 정도 나이가 찬 뒤에는 자주 따라다니면서 여러 가지를 배웠지.”


꽤나 예전부터 상행을 따라다니며 여러 가지 일을 겪어보았다는 말에, 제이나와 이리나는 놀라움을 숨기지 않았다.

이 행성에서 상행용 이동 수단이라면 마차밖에 없을 터였는데, 심하게 덜컹거리는 마차를 타고 상행을 다닐 줄이야.

집에서 우아한 생활만 누리고 있다고 해도, 그녀 정도의 위치라면 그것이 오히려 당연한 일일 터인데, 성인 남성도 힘들어할 일을 스스로 찾아가며 한다는 말은 꽤나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 역시 톱을 다투는 상회는 뭔가 달라도 다르네요.”

“무슨 말이야. 이리나가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네?”

“나도 다 들었다고. 현재 로란스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 중, 가장 인기 있는 상인이라고 하던데? 남성뿐만이 아니라, 여성이나 노인들을 대상으로도 가장 평판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설마요. 다른 좋은 상인 분들도 얼마나 많으신데요.”

“후훗. 겸손해 할 것 없어. 이건 얼마든지 자랑스러워해도 되는 거라고. 이건 이리나가 그만큼 노력하고 멋지게 행동했다는 방증이나 다름없는 거야. 오히려 다른 상인들이 본받아야 하는 일인 거지. 나는 오히려 그런 이리나가 부러운걸?”

“부럽다니요. 제니에 언니도 저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저보다도 훨씬 더 좋은 평판을 들으셨을 거예요.”

“그럴 리가. 일단 첫 번째로, 미모부터가 차이가 나는데? 나 기죽이려고 하는 거야?”

“어머? 그건 오히려 제가 할 말인데요?”


마차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옆에서 말을 타고 이동하던 아즈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마부석에서 마차를 몰고 있는 벨라도 웃고 있는 것을 보니, 그녀도 마차 안에서 하고 있는 수다를 듣고 있던 모양이었다.

잠시 웃고 있던 아즈는 고개를 젓고는, 다시 전방을 주시하며 전의 전투에서 보았던 한일의 움직임을 떠올렸다.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과 폭발적인 스피드.

사용한 창술에서는 은근히 격식이 느껴지는 듯했고, 스피드 못지않게 파괴력도 대단했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플로라크의 머리가 터져나갈 줄은 생각도 못 했었으니까.

자신도 하라면 할 수는 있겠지만, 한일처럼 여상스럽게 해낼 자신은 없었다.

그리고 그가 보여주었던 붉은빛의 오러.

분명 오러로 보이기는 했지만, 그녀의 그것이 오러가 아닐 것이라는 느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건 동생인 번즈도 같은 생각이라고 했는데, 대장인 테란츠와 이곳에 없는 다른 부장 중 가장 최고참인 쥬란이 보여준 오러 와는 어딘가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른 대원들이 모두 오러라고 말을 하기도 하고, 테란츠 대장도 별말을 하지 않았기에 그저 자신이 잘 못 느낀 것이라고 애써 생각할 뿐이었다.

각자의 생각을 담고 이동하던 일행은 그 이후에 네 차례나 더 몬스터와 조우하게 되었고, 그때마다 한일이 전면에 나서서 빠른 속도로 몬스터의 숨통을 끊어 놓았다.

어느 순간부터는 한일만이 아니라 전투조에 속해 있다는 네 명의 남녀도 같이 전투를 치르기 시작했고, 그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몬스터들을 처리하는 모습에, 용병들은 그들의 무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역시 말로 듣는 것보다는 직접 한 번 보는 것이 더 가슴에 와닿는군. 한일 군은 그렇다고 해도, 저 네 명까지 저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니 말이야. 마을에는 저들 말고도 전투조에 속한 인원들이 더 있다고 했지?”

“물론입니다. 저 네 명은 그중 일부일 뿐이죠.”

“이것 참. 생각 같아서는 모두 만나보고 싶군.”

“전투 조원들 모두 말입니까?”

“그렇지.”

“그들을 만나서 뭘 하시려는 겁니까?”

“내가 그들을 만나서 할 것이 별게 있겠나? 욕심을 채우려는 거지.”

“훗. 데려가고 싶다는 말을 상당히 돌려서 하시는군요.”

“하게 해줄 생각은 있고?”

“원하신다면 기회는 드리죠. 물론 성공유무는 루안 형님의 몫입니다.”

“흐음? 뭔가 원하는 거라도 있는 것인가?”

“그렇게 보이십니까?”


윤성이 되묻자, 루안은 고개를 돌려 빙글거리고 있는 보리스를 바라보았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교섭 방법인 것 같아서 말이야.”

“하하하. 물론 원하는 것이 있기는 합니다.”

“역시 그렇군. 그럼 무엇을 원하는 건가?”

“소개에는 소개로 답을 하는 편이 맞지 않겠습니까. 저희 쪽에서도 따로 소개받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나를 통해서 말인가? 어떤 사람이지?”

“그건 후에 알려드리도록 하죠. 저희는 아직 급하지 않아서 말입니다. 전투조에 속한 동생들의 소개는 먼저 해드릴 테니, 후에 저희가 원하는 사람을 소개해 주시면 됩니다.”

“하! 정말 사람 궁금하게 만드는데 재주가 있군. 설마 우리 히노리아 상회의 주인을 소개 해달라거나 하는 것은 아니겠지?”

“요청하면 해주실 의향은 있으시고요?”

“못해줄 것도 없지. 아버님도 자네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절대 거부하지 않으실 거야.”

“그건 꽤나 구미가 당기는군요. 하지만, 저희가 원하는 사람은 그런 거물은 아닙니다. 궁금하더라도 조금만 참으시지요.”


윤성의 대답에 루안은 혀를 차면서도 즐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위가 지위인지라, 자신과 대면하는 사람들은 얼어있는 경우가 보통이었는데, 나름대로 이름 좀 있다는 중급 규모의 상단주들마저 그런 반응을 보였으니, 다른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반대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할 수 있는 정도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콧대들이 높고 사치에나 관심을 가지거나, 혹은 지나칠 정도로 딱딱한 느낌의 분위기를 베이스로 깔아두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 그들과는 달리, 윤성은 긴장감에 얼어있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을 놀리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모습을 보였고, 많은 지식을 바탕으로 마치 수 싸움을 해나가듯이 풀어나가는 대화법은 루안에게 독특한 재미를 느끼게 해주고 있었다.


“슬슬 목적지가 보이는군요.”


어느새 창을 열어 밖을 내다본 윤성의 목소리에, 루안을 비롯한 사람들은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어디를 보아도 나무가 보이는 풍경은 달라진 것이 없었는데, 그 나무들 사이로 특이한 구조물이 곳곳에 세워진 것이 눈에 들어왔다.


“저건 자네들이 세워놓은 건가? 토템처럼 보이는데?”

“토템의 일종이기는 합니다. 저희는 솟대라고 부르고 있죠.”

“솟대?”

“보통은 마을의 입구나 주변에 세워서 풍요와 번창을 기원하는 용도로 사용합니다. 이번에 만들어진 마을을 표시하는 용도까지 포함해서 제작해 봤습니다.”

“토템이 세워진 것은 나도 종종 보고는 했지. 하지만 저런 형태는 처음 보는군.”

“꽤나 신선한 형태죠?”

“그렇군. 장대 위에 달려있는 것은 새 인가?”

“맞습니다. 하얀 매의 형상을 달아뒀습니다.”

“하얀 매?”


루안이 의아한 눈으로 윤성을 바라보자, 그 시선을 받은 윤성은 보리스를 보며 웃어 보였다.


“보리스의 주장이었습니다.”

“보리스가?”

“저건 깃발도 아니고, 마을의 소속을 표하는 문양도 아닙니다. 그저 토템일 뿐이죠. 하얀 매의 형상을 사용한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볼 때 저 새가 하얀 매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천연덕스럽게 대꾸하는 보리스의 말에 루안은 헛웃음만 흘릴 뿐, 곧바로 반박하며 거부감을 표하지는 않았다.

보리스의 말처럼 저것은 그저 토템일 뿐 소속을 나타내는 문양이 아니었으니, 그에 대해 이견을 제기하기에는 에매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저 그런 곳의 문양이었다면 모를까, 하얀 매는 히노리아 상회에서 심벌로 삼고 있는 문양 속 동물이다.

지금 자신들이 타고 있는 마차의 깃발에도 버젓이 하얀 새 - 매의 문양이 그려져 있을 정도인데, 다른 이들이 저 솟대에 달려있는 하얀 매의 형상을 보게 된다면 대체 무슨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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