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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리우드 님의 서재입니다.

우리, 마족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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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리우드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6
최근연재일 :
2022.08.08 18:40
연재수 :
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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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96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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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86,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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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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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화

DUMMY

“백작님! 괜찮으십니까?!”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돌아갔다.

시선이 닿은 곳에는 세 명의 기사가 다급히 달려오고 있었는데, 그들이 입고 있는 복장으로 보아 그란츠가의 기사인 것으로 보였다.


“백작님.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슈페리온 용병대를 만난 덕분이지. 한데, 경들 외에 다른 기사들이 아직 오지 않는군?”

“이동 중에 피어를 들었고, 그 피어에 당한 다른 동료들을 찾았습니다. 제대로 운신을 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그들을 지킬 인원을 남겨두며 오다 보니, 저희 셋이 가장 먼저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백작은 아직도 피어의 효과가 남아 있는 것을 느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범상치 않은 위력의 피어다 보니, 현장에서 떨어져 있었음에도 그 힘이 닿았던 모양이었다.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기사들의 등장에, 백작을 그들에게 맡긴 일행은 마차 근처로 돌아왔다.

휴식을 취하고 있는 용병들의 상태가 괜찮아 보이는 것을 확인한 테란츠는 마차로 다가가 루안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루안님. 괜찮으십니까?”

“하아. 예. 조금 기운이 없을 뿐이지, 이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있었음에도 이런 불상사가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아닙니다. 테란츠 님이 계신 덕분에, 이렇게 저희가 무사할 수 있었던 겁니다. 지켜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루안 형님의 말이 맞습니다. 감사드립니다, 테란츠 님.”


어느새 깨어난 루안과 보리스가 테란츠에게 감사를 전하자, 테란츠는 다시금 고개를 숙였다.

한일 일행이 아니었다면 디발트를 처리하는 것에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고, 그들이 한 응급처치가 아니었다면 지금 이런 식으로 평화롭게 인사를 하고 있지도 못했을 것이다.


“호위 임무를 맡은 이상,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보다는 한일을 비롯한 지한 마을 사람들의 조력이 상당히 컸지요.”

“그렇습니까? 전투 중의 모습은 저희도 보기는 했습니다만.”

“전투는 물론이고 후속처리에도 도움을 받았습니다. 피어에 당하셨다고 하여 크게 놀랐는데, 다행히 그들의 응급처치 이후에 상태가 호전되셨습니다.”

“그렇군요. 그들에게도 감사를 표해야겠습니다.”

“아직 몸 상태가 정상이신 것은 아니니, 조금 더 쉬고 계십시오.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로란스로 이동하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뒤를 부탁드리겠습니다.”

“편히 쉬고 계십시오.”


마차의 문을 닫은 테란츠는 주변을 천천히 돌아다니고 있는 용병들을 보았다.

어느 정도 몸을 추스를 수 있게 된 용병들을 보며 일정을 다시 검토해 보는 동안, 한일이 찌푸린 표정으로 그에게 다가왔다.


“무슨 일 있는가? 표정이 좋지 않아 보이는군.”

“아. 다른 건 아니고, 디발트라고 한 저 몬스터 때문에 말입니다.”

“디발트? 이미 죽지 않았나?”

“죽었으니까 뒤처리를 해야죠. 동생들과 같이 가서 살펴봤는데, 체구도 큰 놈이 심각할 정도로 단단하기까지 하더군요. 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흠. 확실히, 보통 체구가 아니기는 하군. 그렇다고 이대로 두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지.”

“그렇죠. 한눈에 봐도 비싸 보이는 녀석인데요.”

“음? 자네도 그런 것을 따지는가?”

“하하하. 저라고 돈을 싫어하겠습니까? 그저 무작정 쫓지만 않을 뿐이고, 적절한 기회가 있을 때, 거부하지는 않는 거죠.”


한일의 가벼운 말투에 테란츠는 피식 웃으면서 디발트의 시체를 바라봤다.

전투 중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이 친구는 깊이 생각해 볼 만한 이야기를 가벼운 말투로 툭툭 던지고는 했다.


‘이 친구가 특이한 건지, 내 머리가 너무 굳어져 버린 것인지 모르겠군.’


“디발트의 시체라면, 커다란 수레라도 급조하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저걸 이 자리에서 해체하느라 시간을 지체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 같은데요.”

“수레? 자재는 있는 거야?”

“보급품에 바퀴 같은 것은 있을 거다. 그 외에 필요한 것은 주변에서 구해야겠지만, 그래도 그렇게까지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다들 이런 일에는 익숙하거든.”

“그 말을 들으니, 용병도 쉬운 직업은 아니라는 생각이 팍팍 드네.”

“당연하지. 그냥 싸울 줄만 아는 거라면, 뒷골목 건달들과 다를 게 뭐야? 많은 상황을 겪어 봐야 비로소 용병인 거다.”


번즈와 한일의 대화를 들은 테란츠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상태가 괜찮아진 대원들에게 수레를 만들 것을 지시했다.

번즈의 말마따나 디발트를 해체한답시고 끙끙대고 있는 것보다는, 대형 수레를 만들어서 통째로 운반하는 것이 훨씬 더 나을 것이었다.

유성과 레넌까지 붙어서 수레를 만드는 작업을 하는 동안, 그란츠 백작이 기사들과 함께 테란츠에게 다가왔다.


“용병들도 상태가 괜찮아진 모양이로군.”

“네. 백작님께서도 이제 운신에 문제는 없으신 모양이시군요.”

“덕분에 말일세. 기사들도 괜찮아진 듯하니, 우리는 이만 가보도록 하겠네.”

“이제 겨우 움직일 수 있게 되셨는데, 조금 더 쉬시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아닐세. 아직 숲속에 있는 기사들이 있으니, 그들과 합류하여 로란스로 돌아가려고 하네. 다들 기사들인 만큼, 서두른다면 빠르게 복귀할 수 있겠지. 자네들 중에는 일반인도 있으니 더 쉬어야 하지 않겠나.”

“그렇기는 합니다만, 그러면 디발트는 어찌하시겠습니까.”

“사체의 분배 말인가?”

“그렇습니다.”


테란츠의 물음에 그란츠 백작은 디발트의 사체를 한 번 둘러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것을 온전히 백작가의 힘으로 잡아낸 것이라면 자랑스러워해도 문제가 없었겠지만, 지금으로써는 오히려 그 반대의 상황이지 않은가.


“저 사체에 우리의 몫은 없네. 그러니 슈페리온 용병대에서 처분해 주시게나.”

“디발트를 처음 발견한 것도 그란츠 백작가이고, 계속해서 맞서 싸우시기도 했습니다. 충분히 지분을 요구하실 수 있으십니다.”

“후우. 괜히 떠보지 말게나. 발견은 우리가 했지만, 그로 인해 실질적인 피해를 입은 것은 히노리아 상회의 사람들이야. 더구나 우리의 공격은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했고, 디발트를 죽일 수 있던 것은 모두 자네 일행 덕분임을 모르지 않네. 그러니 더 이상 이견을 붙이지 말게나.”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가보도록 하겠네. 오러 사용자가 둘이나 있으니 무슨 걱정이 있겠냐만, 디발트의 경우도 있으니 조심하도록 하게나.”


할 말을 마친 백작이 기사들과 함께 왔던 곳을 되돌아가자, 한일은 그들의 뒷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다 등을 돌렸다.

처리하기에는 보는 눈이 너무 많기도 했고, 저자 본인은 딱히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은 상태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그들에게 계속 신경을 쓰기보다는, 디발트의 사체 처리나 일정의 변경 등이 더 중요한 문제이기도 했다.


“형님. 사체를 모두 로란스로 옮겨도 괜찮겠습니까?”

“어쩔 수 없지. 나도 어지간하면 일부라도 떼어서 윤성이에게 보내고 싶기는 한데, 지금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잖아.”

“그러면 이렇게 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사체 중에서 저희 몫으로 나오는 것은 팔지 말고 창고를 임대하던가 해서 보관해 놓는 겁니다.”

“음? 아!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일반적인 수레나 마차로도 운반이 가능할 정도로 미리 잘라 놓는다면, 차후에 마을에서 누군가가 직접 와서 가져갈 수 있을 겁니다. 아니면, 프리드를 통해서 운반을 할 수도 있을 것이고요.”

“급하지 않다면 일주일 후에 선별된 아이들을 데려갈 때, 같이 가져갈 수도 있겠지. 그거 괜찮겠네.”

“보리스도 정신을 차렸으니, 저녁때 한번 의견을 들어 보겠습니다.”

“그전에 미리 마을에 연락을 해두도록 해. 일정이 변경된 것도 그렇지만, 그동안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몬스터가 나타났잖아. 제대로 정보를 전달해 둬야지.”

“알겠습니다. 확실하게 전달해 두도록 하죠.”


제프의 어깨를 두드려준 한일은 그가 등에 메고 있던 대검을 훑어보았다.

전투 중에 사용할 것을 지시한 것이 자신이기도 했고 그럴만한 상황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너무 성급한 지시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타격을 줄 수가 없는 놈이라 사용하라고 하기는 했는데, 괜히 지시한 느낌이네. 그냥 내가 더 움직일 것을 그랬나?”

“눈치를 챘을까요?”

“어떤 방식이었는지까지는 알지 못하겠지만, 너희들이 가진 무기가 보통 무기가 아니라는 것은 알아차렸겠지. 더구나 네가 가진 대검만이 아니라 유성과 레넌이 쓰고 있는 단창과 도끼까지 동일한 모습을 보여 줬으니까.”

“귀찮아질 수도 있겠군요.”

“후우.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거나 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적당히 둘러대기는 해야겠지. 정 안 되면 윤성이 이름을 팔아서 넘기던가.”

“윤성 형님이 들으시면 당장 잔소리를 하실 겁니다.”

“으음. 그건 좀 무서운데.”


수레를 거의 다 만들었을 때, 해는 이미 거의 떨어져내려 사방이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근처에서 적당한 장소를 찾은 일행은 야영을 한 뒤에 아침 일찍 이동을 하기로 정했고, 곧장 야영 준비를 마치고 각자 휴식을 취하게 되었다.

한동안 휴식을 취한 덕분에 몸 상태가 회복된 루안과 제니에 들은, 모닥불 근처에 앉아서 상쾌한 향이 나는 차를 마시고 있었다.


“휴우. 이제야 좀 살 것 같아요.”

“그러게 말이야. 몸을 생각처럼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 이 정도로 공포일 줄은 몰랐어.”

“그저 움직이지 못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본능적으로 떨리는 몸을 어떻게 할 수가 없더군요.”

“그게 피어의 힘이고, 위험성이겠지. 마치 뱀 앞에서 선 개구리 같은 느낌이랄까. 본능적인 공포를 건드리는 것 같아.”


말을 하면서 살짝 몸을 떤 루안은 태연히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는 테란츠와 한일 등을 보았다.


“테란츠 님도 그렇고, 자네도 그렇고. 역시 오러 사용자는 다르기는 하군. 그 피어에서도 멀쩡하게 견딜 수 있다니 말이야.”

“용병들도 타격을 받기는 했지만, 저희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형님.”

“그렇지? 아무래도 평소의 단련 유무가 드러나는 것 같군.”

“하하. 저희 용병들은 몬스터와 마주하는 일이 일상이니 말입니다. 정신이 단련되지 않을 수가 없지만, 그리 부러워하실 일은 아닙니다. 그만큼 위험한 상황을 많이 겪었다는 뜻도 되니까요.”


테란츠가 웃으면서 하는 말에 한일도 피식하고 웃음을 지었다.

상인이라고 몬스터를 만날 일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용병처럼 정신이 단련될 정도로 몬스터를 만날 일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더구나 루안이나 제니에의 위치를 생각하면 몬스터를 직접 대면할 일은 더더욱 없을 것이 당연했다.


“저희보다는 오히려 지한 마을 사람들이 더 특이하지요. 이 친구야 오러를 사용하니 문제없이 방어를 했다고 해도, 지한 마을 출신들은 하나같이 피어가 통하지 않았더군요. 심지어 마차에 있던 프리드 군과 이리나 양까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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