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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리우드 님의 서재입니다.

우리, 마족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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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리우드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6
최근연재일 :
2022.08.08 18:4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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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86,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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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06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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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3화

DUMMY

마차의 안쪽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던 제니에는, 어느새 마부석으로 통하는 창을 열고 고개를 내민 상태로, 말을 몰고 있던 벨라에게 무언가를 재잘거리며 이야기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것 참. 이번 여행을 가장 잘 즐기고 있는 사람은 제니에인 것 같네요. 주변에 붙여두신 인원들을 보아하니, 제가 괜한 걱정을 한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자네는 자네의 할 일을 했을 뿐이지 않은가. 아가씨가 즐거워하니 괜찮네.”

“주변을 호위하는 인원들은 전원이 여성으로 보이는데, 맞습니까?”

“맞네. 용병이라고 남자들만 있는 것은 아니지. 용병대에 속한 여성대원들을 모아서 아가씨의 호위를 주로 맡기고 있다네.”

“지휘하는 사람도 여성 용병이더군요. 아즈라는 이름의 부장이라고 하더군요.”

“그렇지. 번즈의 누나가 되는데, 남매 모두 실력도 좋고 경험도 많아서 나란히 부장으로 있지.”

“흐음. 번즈의 누나란 말이죠?”


한일의 눈이 가늘어지며 번즈를 바라보는 모습을 보자, 테란츠는 속으로 번즈를 위로했다.


‘쯧쯧. 어쩌다가 이렇게 찍히게 되었는지. 고생길이 훤히 보이는구나, 번즈.’


중간에 계곡에서 식사를 한 것을 제외하고는 휴식을 취하지 않고 이동하여, 해가 떨어져갈 무렵에는 제법 넓은 공간에 들어서서 캠핑을 준비할 수 있었다.

이런 일에 익숙한 용병들과 지한 마을 사람들이 캠핑을 준비하는 동안, 루안과 제니에를 비롯한 일단의 사람들은 피워낸 모닥불 곁에 모여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내일도 하루 종일 이런 식으로 이동하는 것인가?”

“몬스터의 출현 빈도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오늘과 비슷하다면 내일 저녁 전에는 도착할 것 같습니다.”

“내일 저녁 무렵이라. 3일은 필요할 거라고 하더니, 기간이 단축되었군?”

“용병대의 실력이 뛰어나서 몬스터를 빠르게 처리한 것도 있고, 예상보다 이동속도가 빠른 탓도 있습니다. 그리고 내일부터는 이 친구도 전투에 참여할 예정이니, 오늘보다 빠르게 이동하는 것이 가능할 겁니다.”


윤성이 한일을 가리키며 말하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눈을 빛내며 한일을 바라보았다.


“호오. 드디어 실력을 보여 주는 건가?”

“그냥 한 손 보태겠다는 거죠.”

“겸손 떨기는. 자네 동생들이라는 세 청년의 솜씨를 보았네. 자네가 그들보다 약하지는 않을 텐데?”

“하하하. 다들 제 몫은 확실히 해내는 동생들이거든요. 형이 되어서 모범이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것 참. 이렇게 되면 내일이 기대가 되는군.”


테란츠가 즐거운 표정으로 말하며 장작 하나를 모닥불 속으로 밀어 넣었다.


“윤성아. 저녁은 뭘 먹는 거냐?”

“잘 모르겠군. 고기가 들어간 스튜와 빵 정도이지 않겠어?”

“흐음. 모처럼 야영을 하는 건데, 그걸 해먹는 건 어때?”

“그거? 카레 말이냐?”

“그래. 이럴 때 더 맛있잖아. 가루도 가지고 있지 않아?”

“전투조 애들이라면 가지고 있는 것이 있겠지만, 양이 넉넉할지는 모르겠군.”

“네 명이나 있으니 양은 얼추 맞을 것 같은데?”

“곁들여 먹을 빵을 넉넉히 주면 될 겁니다. 빵과 제법 잘 어울리더라고요.”

“알았다. 그럼 일단 한일이 네가 가서 물어보고 가루를 받아와. 보리스, 너는 나와 같이 제이나에게 가자. 카레를 만들 준비도 해야 하고, 빵이 부족하면 더 준비를 해야 하니까.”

“알았어.”

“알겠습니다.”


한일과 윤성, 보리스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루안의 옆에 있던 노드가 당황한 표정으로 그들을 붙잡았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카레라니요? 이 늦은 시간에 갑자기 요리를 바꾸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아직 요리는 시작도 하지 않았으니 괜찮습니다. 그리 오래 걸리는 요리가 아니니, 조금만 기다리시면 됩니다.”

“난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쉽지만, 괜찮겠지. 그럼 바로 갔다 올게.”


한일이 한창 야영을 준비 중인 일행에게 달려가고, 윤성과 보리스 또한 요리를 준비 중이던 제이나에게 가버리자, 모닥불 주변에 남은 일행들은 서로를 돌아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결정도 빠르고 행동도 빠르군요.”

“거칠 것 없이 행동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어떻게 보면 이 산맥에 잘 어울리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루안이 감탄하듯이 하는 말에, 테란츠가 얼굴에 웃음을 띤 채로 대답했다.


“카레라는 요리는 처음 들어요. 오라버니는 들어 본 적 있어?”

“나도 들어본 적이 없어. 아마도 저 사람들이 개발한 요리가 아닐까 싶은데.”

“오라버니가 먹어 봤다는 그 꿀타래라는 디저트처럼?”

“그래. 그런 식으로 개발해낸 요리가 한두 가지가 아닌 것 같았으니, 아마도 맞을 거다.”

“요리는 티에도 거든다고 했는데, 만드는 법을 보여줘도 상관이 없는 걸까?”

“카레 가루가 필요하다고 했으니, 그 가루를 구하는 법이 아니라면 상관이 없다는 것이겠지. 게다가 전투조에 속한 네 명 모두 가루를 소지하고 있다는 것으로 봐서는, 요리법이 간단하고 빠르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일 거다. 거기에 더해서 각자가 가루를 소지하고 다닐 만큼 계속 공급을 해주고 있다는 말도 되겠지.”


루안의 분석을 들은 제니에는 자신도 그렇게 생각한다면서 동조했다.

듣도 보도 못한 요리이기는 했지만, 보리스와 함께 시녀인 티에가 있기도 했고, 그들이 자신들에게 못 먹을 것을 내놓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요리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가는 것을 느끼며, 어서 요리가 만들어지기를 바라게 되었다.

루안과 제니에가 기대감을 가지고 기다리는 동안, 멀리서 한일이 자루 하나를 들고 제이나에게 가는 것을 본 테란츠가 루안을 보며 말했다.


“상당히 조용하군요.”

“네?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 야영지 말입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는 것도 모자라, 불까지 피워 놓았는데도 주변이 제법 조용한 것이 신기하군요.”


테란츠의 말을 의아해하던 루안은 곧 떠오른 생각에 표정이 굳으며 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제니에 또한 사방을 둘러보았는데, 야영지 어디에서도 우려하는 상황은 발견되고 있지 않았다.


“믿을 수가 없군요. 여기가 정말 네로스 산맥이란 말입니까?”

“산맥에 들어오고 하루를 꼬박 이동했습니다. 초입 부분은 확실하게 지나왔다고 생각되는데, 저도 믿기 힘든 상황이군요.”

“오는 길에 몬스터와 조우하기도 했잖아요? 그 몬스터들은 어떤가요?”


제니에의 물음에 테란츠가 턱을 쓰다듬으며 답을 해 주었는데, 하나같이 그리 수준 높은 몬스터가 아니라는 말에 루안과 제니에는 소름이 돋는 느낌이 들었다.

곁에서 그 말을 함께 듣던 노드는 문득 떠오른 생각을 떨떠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고 보니, 길도 너무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무려 마차가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길이 말입니다.”

“그렇군. 생각해 보니, 이곳은 네로스 산맥이지. 저들이 길을 만들어 두었다고 했는데, 네로스 산맥에 길을 만들지 못하는 이유가 산맥이 험하다는 이유만은 아니란 말이야.”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는 몬스터들 때문이지요. 그것도 다른 곳에 비해 훨씬 강한 몬스터들이 나타나니, 길을 만들고 관리를 할 수가 없는 것이 아닙니까.”

“하지만 우리는 이곳까지 오는 동안, 길이 엉망인 것에서 오는 불편을 겪은 적이 없습니다. 도시에 비할 수는 없지만, 제대로 만들어져 있는 길이었지요.”


테란츠는 꽤나 흥미로운 상황이라 생각하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용병 대원들을 바라봤다.

돌아가는 정황으로 보아, 한일이 사는 마을의 사람들이 길을 관리하고 있다는 것은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대체 몇 명이나 되는 인원이 동원되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용병 대원들이라면 이런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잠시 생각을 해보다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하려면 할 수는 있겠지만, 필요한 인원을 꼽다 보니 감당하기 어려운 숫자가 만들어지는 것을 보고는 생각해 보는 것을 포기했다.

장작 하나를 모닥불에 더 넣으며, 테란츠는 골똘히 생각 중이던 루안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저들은 저희 용병대를 시험한 것 같더군요.”

“네? 시험이라고요?”

“슈페리온 용병대를요?”


놀란 눈들이 자신을 향하자, 테란츠가 피식 웃으면서 모닥불 안의 장작을 몇 차례 뒤적였다.


“몬스터와 조우했을 때, 전투조에 속해 있다던 세 청년의 실력을 보았습니다. 확실히 뛰어난 실력이더군요. 번즈 부장과도 좋은 승부를 벌일 수 있겠다고 보였습니다.”

“세 명이 모두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벨라라는 여성도 그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겠지요. 하지만 그건 제대로 된 실력들이 아닐 겁니다.”

“무슨 뜻입니까?”

“좀처럼 앞으로 나서지는 않았습니다. 단 한 명도요.”

“네?”

“그저 자신의 앞까지 도달하는 몬스터만을 깔끔한 솜씨로 해결할 뿐, 먼저 나서서 처리하지는 않았습니다. 그것만으로도 감탄할 만한 솜씨였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더군요.”

“......”


테란츠가 하는 말에 루안과 제니에는 말을 잇지 못했다.

본 실력을 내지도 않았는데, 슈페리온 용병대의 부장과 비슷한 실력을 보였다는 말이니 쉽사리 믿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그 말을 한 사람이 다름 아닌 슈페리온 용병대의 대장인 테란츠였으니, 믿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내일은 한일 군도 전투에 참여한다고 했습니다. 저희 용병단의 전력에 대해 파악이 끝난 것일 테고, 아마도 세 명의 청년들도 오늘과는 다르게 전면에 나설 것으로 짐작되는군요.”

“그렇다면 내일 보여주는 모습이 진짜 실력이라는 말이로군요.”

“후훗. 내일이 정말 기대되는군요.”


테란츠의 웃는 모습을 보고, 루안은 그가 하지 않은 말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내일 저들이 전면에 나서서 전투를 한다고 해도, 그것이 전력일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용병대에게 보여주기 위한, 대등한 관계임을 알리기 위한 실력의 편린만을 보여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짐작한 루안은, 내일 전투가 벌어지면 자신도 그들의 모습을 보아둘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각자가 생각에 잠겨 모닥불만 보고 있는 동안, 카레 가루를 제이나에게 전달한 한일은 보리스와 윤성과 함께 한쪽으로 물러나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어때? 알아차린 것 같아?”

“그럴 거다. 친근하게 보인다고 해도, 저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손꼽히는 인물들이야.”

“맞습니다. 정확한 상황은 모르겠지만,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은 이미 알아차리셨을 겁니다.”

“알려줄 필요는 없지만, 느끼게는 해준다. 어려운 일을 쉽게도 말한다니까.”

“앞으로를 위해서도 그 정도는 해두는 편이 좋다. 우리가 용병단을 요청하는 이유가 결코 무력 자체가 부족함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해둬야 해.”

“대등한 관계일 때, 치우침이 없는 계약을 할 수 있는 법이니까요.”

“알았어. 그것 때문에라도 내일은 내가 나서기로 한 것이잖아.”

“그래. 그러니 수고 좀 해라.”

“용병대의 수준은 파악했으니, 그들이 놀랄만한 모습을 보여주면 되는 거잖아? 내게 맡겨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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