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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리우드 님의 서재입니다.

우리, 마족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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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리우드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6
최근연재일 :
2022.08.08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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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86,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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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0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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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

DUMMY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제니에와 대조적으로, 윤성은 한숨을 쉬며 한일을 못 말리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윤성의 반응을 코웃음을 치며 무시한 한일은 자신과 동생들을 가리키며 제니에에게 말했다.


“저희들은 모두 저 산맥 안에서 생활해 왔죠. 때문에 격식을 차리는 자리도 그렇고, 이렇게 체면을 차리는 말투도 불편하기 그지없습니다. 하려면 못할 것은 없지만,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 든다는 것이죠. 하다못해 루안님처럼 나이차가 어느 정도 이상 나는 상대라면 모르겠지만, 제니에 양처럼 비슷한 또래에게는 익숙하지가 않군요. 그러니 제안을 드리는 겁니다.”


*****


해가 떠오르며 로란스의 밤이 물러가는 시간.

히노리아 가문의 저택 정문이 열리며 푸른색의 방패 문양이 새겨진 장비를 착용한 사람들이 말을 타고 나오자, 두 대의 마차와 함께 말을 탄 십여 명의 사람들이 그 뒤를 따라 정문을 통과했다.

말을 탄 사람들은 하나같이 단단히 무장을 하고 있었는데, 일행의 가장 앞에서는 등에 커다란 할버드를 메고 있는 테란츠가 거대한 말에 타고 이동 중에 있었다.

그 뒤를 따르는 두 대의 마차 중 한 대는 화려함을 가능한 배제하고 견고한 모양새를 중시한 듯 보였고, 나머지 한 대의 마차에는 보급품으로 보이는 짐이 한가득 실려 있었다.


-따각. 따각. 따각.

-쿠르르르르르.


이렇다 할 대화도 없이 이동하던 그들의 눈에 여섯 명의 사람들이 길 한쪽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이자, 서서히 속도를 줄이다 그들의 앞에서 이동을 멈추었다.


“생각보다 일찍 나왔군. 오래 기다렸는가?”

“아닙니다. 저희도 준비하고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말에서 내린 테란츠가 웃으면서 말을 건네자, 가장 앞에 있던 윤성이 마주 웃으면서 그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멈춰 선 마차의 문이 열리더니 루안과 제니에가 내렸고, 그들 역시 웃는 표정으로 다가와 윤성을 비롯한 일행에게 말을 건넸다.


“어제는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오라비가 되어서 동생을 말리지 못했군요.”

“괜찮습니다. 즐거운 해프닝이었으니, 괘념치 마십시오.”

“그리 생각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부디 잘 부탁드리지요.”


루안과 윤성이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자, 루안의 옆에 서있던 제니에가 한일을 보고는 빙긋 웃으면서 말했다.


“어제는 고마웠어. 돌아가는 길은 혼자였을 텐데, 괜찮았어?”

“혼자서 네로스 산맥도 헤집고 다니는 정도라고. 그 정도는 문제없어.”

“후훗. 그렇다고 해도 나는 네가 직접 싸우는 것을 본 적이 없는걸?”

“산맥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증명되지 않아?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을 보고 싶다면 해줄 수는 있지만, 그다지 추천하지는 않는데?”

“응? 어째서? 네 실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잖아?”

“피가 튀기고 생명이 끊기는 현장을 봐서 어쩌려고. 그런 것은 싸우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이나 보는 것으로 충분해.”

“흐응. 그러면 몬스터 말고 사람이랑 대련하는 것은 어때?”

“그거라면 해줄 수는 있지. 대신 확실한 실력자가 아니라면 흥미가 떨어지지만 말이야.”


그렇게 말한 한일이 테란츠를 지그시 바라보자, 흥미로운 눈으로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그는 한일의 시선을 느끼고는 한차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하하. 정말 유쾌한 친구로군.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기대하고 있도록 하지.”


테란츠의 뒤에 서있던 번즈와 아즈가 황당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것을 무시하고, 한일은 제니에와 테란츠를 상대로 계속 이야기를 진행했다.

한걸음 떨어져서 그들의 상황을 지켜보던 루안은 헛웃음을 터트리며 윤성에게 말했다.


“미리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가 않는군요. 모르는 사람이 보면 소꿉친구인 줄 알겠습니다.”

“당황스럽기는 저희 쪽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일의 성격이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설마하니 제니에 양도 쉽게 허락을 할 줄은 몰랐지요. 더구나 저토록 빠르게 적응할 줄은 더더욱 몰랐고요.”

“제니에도 원체 사람을 사귀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지 않으니 말입니다. 아마도 속으로는 기회가 생긴 것에 감사하고 있었을 겁니다.”

“이렇게 되었으니, 루안님도 편하게 말씀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윤성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루안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사무적인 타입이라고 생각한 그가 먼저 이런 제안을 해올 줄은 생각도 못 했었기에, 루안은 한 박자 늦게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허험. 그래도 괜찮은 겁니까?”

“상관없습니다. 제가 말하지 않았어도, 한일이 먼저 제안을 드렸을 겁니다. 이미 동생이신 제니에 양과는 저렇게 대화를 하고 있는데 루안님과는 서로 존칭을 사용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더 이상할 것입니다.”

“하하하. 그것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아니, 알겠네. 그럼 편하게 부르도록 하지.”

“그러시지요.”

“자네는 편하게 부르지 않는 건가?”

“저와 동년배라면 모르겠지만, 확실하게 연상이지 않으십니까. 지금까지와는 그다지 차이가 없겠지요.”


슬쩍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윤성에게 루안은 속으로 나직하게 감탄을 뱉었다.

이렇게 되면 자신만 그들을 대하는 말투가 달라지는 것인데, 이 변경되는 말투가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자신과의 관계에 따라 말투에 거리를 두는 법이다.

정중히 대해야 하는 상대일수록 말투는 고풍스러워지고 농담 따위는 일절 섞이지 않게 되며, 친근하고 신뢰감이 강한 존재일수록 격의 없는 말을 사용하고 험한 말조차도 농담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법.

지금 윤성이 자신에게 한 일은, 말투를 바꾸게 함으로써 자신들에 대한 경계를 낮추려는 밑 작업을 했다고 생각되었다.

더구나 서로가 같이 바꾼 것이 아니라 자신들은 슬쩍 빠져나가버리는 결과가 되었으니, 그 심계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득보다 실이 많아지겠구나.’


“그럼 슬슬 이동하도록 하세. 기다리는 자들도 있다고 했지?”

“네. 마을에 있던 동생들이 마중을 나와 있을 겁니다. 그리고 출발 전에 부탁이 있습니다만.”

“부탁? 무엇인가?”

“저희 일행 중, 제이나와 이리나는 그쪽 마차에 함께 태워주실 수 없겠습니까? 보시다시피, 지금 저희 쪽에서 가지고 있는 마차는 짐마차뿐이라서 말입니다. 마중을 나온 곳까지만 가면 다른 마차가 준비되어 있으니, 그때까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하하. 그런 것이라면 걱정 말게. 제니에도 즐거워할 테고, 나 역시 상관없다네.”

“감사합니다. 그럼 그 두 사람은 마차로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일행이 마차에 나눠 타고 출발하자, 말을 탄 인원들도 마차를 호위하는 모양새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동을 시작한 일행은 성문을 통과하여 네로스 산맥으로 들어가기 시작했고, 정오가 되기 전에 약속된 장소 근처에 도달할 수 있었다.


“저 앞쪽에 보이는 공터가 약속 장소입니다. 생각보다는 일찍 도착했네요.”

“산맥의 초입 부분이라서인지, 몬스터는 출현하지 않는군. 용케도 괜찮은 장소를 찾아 두었어.”

“저희 마을 사람들이 도시로 올 경우에 이용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풍경도 괜찮아서 꽤 마음에 들었지요.”


마차의 한쪽에 앉아있는 한일과 그 옆에서 말을 몰고 있던 테란츠가 이야기를 하는 동안, 마차 안에서는 웃음소리가 연신 터져 나오고 있었다.

한일이 그 소리를 듣고는 피식하고 웃자, 테란츠도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마차를 돌아봤다.


“안에서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 이곳까지 오는 동안 웃음소리가 끊이지를 않는군.”

“즐거워 보여서 다행이네요. 어색해 하지는 않을지 걱정했는데요.”

“하하하. 나로서는 자네들이 더 신기하다네.”

“저희들이 말입니까?”

“히노리아 상회라고 하면 정식으로 받은 작위만 없다 뿐이지, 귀족이라고 생각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의 상회라네. 특히나 이 포더 왕국에서는 어지간한 중소 귀족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곳이야. 그리고 저 두 분은 그런 곳의 후계자와 영애라는 말일세. 보통은 만나보기도 힘들고, 만난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말조차 붙여보기 어려워하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이라네.”

“그렇습니까?”

“그렇다네. 하지만 자네들은 물론이고 자네들의 동생들마저도 저분들을 편하게 대하더군. 지금껏 저분들이 먼저 편하게 대하는 것은 봤어도, 그 반대의 상황은 본 적이 없다네. 무척 진귀한 경험이야.”


즐거워하는 테란츠의 말에 윤성과 한일은 서로를 보다가 슬쩍 웃음을 짓고는 다시 앞을 바라봤다.

동생들이야 누군가를 어려워할 이유가 없는 존재들이었고, 자신들은 이 행성에서 통용되는 기준의 밖에서 온 자들이었으니, 일반인이 가지는 여러 가지 반응들에 대해 공감을 하기가 어려운 면이 있었다.


‘이 행성에서 살아가기로 정한 이상, 그 부분도 어떻게 하기는 해야겠지. 하지만 적어도 당장 바꿀 필요는 없어. 그보다는 지금처럼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윤성이 생각하는 동안, 일행은 계속 이동하여 공터에 들어서게 되었다.

공터에는 두 대의 마차가 기다리고 있었는데, 일행이 들어서자 네 명의 남녀가 마차에서 나오더니 공터로 들어오는 일행을 맞이했다.


“제프. 오래 기다렸니?”

“아닙니다, 형님. 저희도 도착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네 명의 남녀 중 가장 덩치가 큰 제프에게 한일이 다가가자, 말에서 내린 테란츠가 한일을 따라 제프에게 다가왔다.


“호오. 상당한 몸을 가진 친구로군. 마을에서 온다고 했던 동생들인가?”

“맞습니다. 다들 전투조에 속한 동생들이죠. 목적지까지 안내해 드릴 겁니다.”


테란츠가 그들을 보며 나직하게 감탄하는 동안, 마차에서 내린 다른 일행들이 그들에게 다가왔고, 그렇게 모인 자리에서 간단하게 통성명을 나누었다.

서로 간의 인사를 끝내고 각자 마차에 타고 출발을 하였는데, 히노리아 상회의 깃발이 달린 마차에는 루안과 노드를 비롯해 윤성과 보리스, 프리드가 탔고, 지한 마을에서 가져온 마차 중 한 대에는 제이나와 이리나를 비롯해 제니에와 티에가 탑승해 있었다.


“설마 이쪽 마차에 타겠다고 할 줄은 몰랐네요. 어지간히도 저희 동생들과 대화하는 것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인데요?”

“하하하하. 자네들의 동생이기는 하지만, 아가씨의 또래이기도 하지 않은가. 시녀인 티에가 있기는 하지만, 저렇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존재는 극히 드물었을 테니까 말이야. 게다가 저 마차를 모는 사람도 자네의 동생이지 않나? 이름이 벨라라고 했지?”

“네. 전투조에 속한 여동생이죠.”

“꽤나 거친 느낌을 풍기던데, 자네가 마부 역할을 맡긴 것도 만약을 대비해서겠지. 하지만, 아가씨에게는 또 한 명의 친구로 찍힌 모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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