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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리우드 님의 서재입니다.

우리, 마족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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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리우드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6
최근연재일 :
2022.08.08 18:4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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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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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86,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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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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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7화

DUMMY

한일은 뒹굴던 용병들 중 누군가가 일어나려고 하면, 귀신같이 나타나 뼈로 두드려 패서 다시 쓰러트리는 일을 반복했다.

무표정한 얼굴로 워낙 살벌하게 패는 통에, 용병 길드 내에서 소란을 느끼고 나온 다른 용병들마저도 함부로 나서서 말리지를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멈춰! 지금 대체 뭐 하는 짓인가?!”


갑자기 큰 소리가 들리며 누군가가 몰려든 사람들을 헤치고 급하게 다가왔다.

제법 덩치가 있는 중년의 남성이 나타나자 용병 길드의 입구에 몰려있던 직원들이 그를 바라보며 어쩔 줄을 몰라 했지만, 한일은 그의 등장에는 관심조차 주지 않고 열심히 두들겨 패기를 반복할 뿐이었다.


“내 말 못 들었나! 그만두라고 했다!”


성큼 다가오며 외치는 사내를 흘끗 바라본 한일은, 두들겨 패는 작업은 멈추지 않으면서 그에게 대꾸했다.


“내가 왜 당신 말을 들어야 하지?”

“나는 로란스의 용병 길드를 책임지고 있는 마스터다!”

“그래서?”

“뭐?!”

“당신이 용병 길드의 마스터인 것은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어. 내 행동을 막고 싶다면 다른 이유를 대.”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대꾸하며 쓰러져 있는 상대를 열심히 두들기고 있는 한일에게, 용병 길드의 마스터인 투란은 섬뜩한 느낌을 받고는 일순간 말문이 막혔다.

무려 9명이나 되는 인원이, 그것도 용병으로 짐작되는 인원들이 한 명의 사내에게 모조리 제압당해 쓰러져 있는 상황은 그를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게 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길드 건물 앞에서 벌어진 상황에 이대로 물러나 있을 수는 없었다.


“대체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좀 멈추게! 적어도 이야기는 들어봐야 하지 않겠나!”

“흠? 이야기?”


투란의 말에 바삐 움직이던 한일이 행동을 멈추고는, 그대로 고개만을 돌려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건물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나도 몰라. 별로 알고 싶지도 않고.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은, 이 앞을 지나가던 우리에게 이 뼈가 날아들었고, 내가 막지 않았다면 내 동생이 맞았을 거라는 거다. 그리고 들어보니 이 뼈를 던진 놈은 여기 이놈이고.”


-빡!


“끅!”


“이 뼈의 주인이자, 날아오는 것을 피하는 바람에, 내가 움직이게 만든 장본인은 이놈이지.”


-빡!


“컥!”


“누가 사과할 거냐고 묻자 둘 다 발뺌을 하더란 말이지. 아주 건방지기 짝이 없어.”

“그, 그래서 이 많은 인원을 다 쓰러트렸단 말인가?”

“사고의 원흉인 이 두 놈을 팼더니, 단체로 달려들더라고. 왜? 내가 당하기라도 했어야 하나?”

“......”


되묻는 한일의 말에 투란의 입이 다물어졌다.

보아하니 두 용병 패거리의 싸움에 휘말려들은 모양인데, 보통은 휘말려들은 사람들이 피해자였지, 싸움을 벌인 용병들이 피해자인 경우는 없었다.

생소한 상황에 투란이 머뭇거리자, 한일이 낮게 한숨을 쉬더니 허리에 한 손을 올리고는 말했다.


“제 놈들끼리 싸움질을 하던 술을 처마시던, 그건 본인들의 자유니 내가 간섭할 이유가 없어. 하지만 피해를 입히거나, 입힐 뻔했던 사람들에게는 최소한 사과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만약 길드 앞을 지나가던 사람이 내가 아니라 지금 주변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 것 같아? 이 뼈. 내가 이놈들을 수차례 두들겨 댔는데도 부러지기는커녕 금하나 가지 않았잖아. 이런 물건이 갑자기 날아들었으니, 누군가가 맞았다면 크게 다쳤을 거 아니야.”


한일의 말이 끝나자, 주변에 몰린 사람들 사이로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말이야 바른말이지, 저 자리에 자신이 있었다면 틀림없이 다쳤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더구나 상대가 용병이라면 일상적인 일로 치부해 항의조차 제대로 들어주지 않았을 것이 너무나 뻔한 상황이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져가며, 주변에서 자신들을 보는 눈초리가 사나워지는 것을 느낀 투란은 다급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원인은 확실하게 파악이 된 모양이군.”


모여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 간단한 경장과 무구를 착용한 두 명의 사내가 앞으로 나오며 투란에게 다가가자, 한일을 비롯한 사람들의 시선이 그들에게로 향했다.

푸른 머리를 단정하게 빗어 넘겨 훤칠한 이목구비를 드러낸 젊은 사내가 투란에게 다가가더니 그를 향해 말을 이었다.


“그의 말에는 잘못된 부분이 없다. 그건 마스터도 잘 알고 있지 않나.”

“으음.”

“그의 행동이 과격하다고는 하나, 우리는 용병이다. 행동은 제멋대로 하면서, 당했을 때만 상황과 정도를 따져서는 안 되지. 이런 일을 당하고 싶지 않았다면, 처음부터 정도를 지켜서 얌전히 지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나?”

“하아. 슈페리온 용병대야 규율이 잘 잡혀있으니 그런 말을 하는 것이지. 일반 용병들에게 그런 말을 한다고 제대로 들어먹는 줄 아는가?”

“듣지 않는다고 손을 놓고 있으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겠지. 물론 마스터나 길드를 탓할 생각은 없어. 규율을 만들어 어떻게든 통제를 해보려고 노력하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니까.”


그렇게 말한 사내는 쓰러져 있는 용병들을 경멸하는 눈으로 바라보며 재차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망나니처럼 구는 자들마저 감싸 안을 필요는 없을 거라고 본다. 만약 처음부터 이 자리에 우리가 있었다면, 저 뼈에 얻어맞는 것이 아니라 내 손으로 불구를 만들어 놨겠지.”


쓰러져 있던 용병들이 움찔하는 것을 느끼고는 사내가 고개를 돌려 길드의 입구에 몰려있는 직원들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 눈빛에 움찔한 직원들이 투란을 바라보았고, 투란이 고개를 끄덕이자 재빨리 움직여 쓰러진 용병들을 끌고 건물 안으로 사라졌다.

다른 몇 명의 직원들이 사과를 전하면서 주위에 몰려있는 사람들을 해산시키는 사이, 투란과 함께 새로 나타난 두 명의 사내가 한일과 제이나에게 다가왔는데, 한일이 자세히 살펴보니 그들이 걸친 장비에 푸른색의 방패가 작게 새겨져 있었다.


“흠흠. 미안하게 되었네. 저놈들을 대신해서 내가 사과하도록 하겠네.”

“당신도 고생이 많군. 길드 마스터라는 직분 때문에 하지도 않은 일에 사과를 하게 되다니 말이야.”

“어쩌겠는가. 이 자리에 있는 이상 그것이 내가 할 일인 것을.”


그의 말에 무표정하게 있던 한일이 인상을 풀고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지. 알겠어. 솔직히 그놈들이 직접 제이나에게 사과하도록 만들려고 했었는데, 당신을 봐서 더 이상 이 일로 문제 삼지는 않도록 하지.”

“고맙네. 그 용병들은 내가 잘 처리하도록 하지.”


한일과 투란이 이야기를 마무리하자, 두 명의 사내 중 투란을 설득시킨 젊은 사내가 한일을 보며 물었다.


“실려합니다만, 혹시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으십니까?”

“소속? 무슨 말인지?”“무기라고는 몬스터의 뼈 하나뿐이었는데, 별다른 장비도 없이 9명이나 되는 무기를 든 용병들을 제압하셨더군요. 보아하니 상처 하나 입지 않고 제압하신 모양입니다만, 혹시 다른 용병대나 군에 소속된 분이신지 묻는 겁니다.”

“아! 하하! 그런 것 없어. 굳이 따지자면, 마을의 자경단에 소속되어 있다고 해두지.”

“자경단? 대체 어느 마을의 자경단이기에.”

“잠깐.”

“?”

“보아하니 나와 나이차가 있어 보이지도 않는데, 높임말은 그만둬. 어쩐지 내가 더 연장자 같잖아. 편하게 부르라고.”


한일이 어깨를 으쓱해 보이면서 하는 말에, 사내가 잠시 그를 보더니 피식하고 웃으면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재미있는 친구로군. 알겠어. 자경단이라고 했는데, 그러면 따로 어느 집단에 소속된 것은 아니라는 말이로군?”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그러면 어떤가? 우리 용병대에 들어오는 것은?”

“응? 용병대?”


뒤에 있던 또 다른 사내가 머리를 한 손으로 거칠게 문지르며 낮게 한숨을 쉬는 모습으로 보아,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닌 듯싶었다.


“뭐야? 스카우트가 목적이었어?”

“본래는 길드에 볼 일이 있었지. 하지만, 지금은 이쪽이 더 중요한 듯싶군.”

“우리는 이제 막 보게 된 사이인데? 서로가 누군지도 모르고 있지 않나?”

“그거야 이제부터 알아보면 되는 문제지. 내 이름은 번즈. 슈페리온 용병대의 부장들 중 한 명이네.”

“부장?”

“우리 용병대에는 대표인 대장 밑으로 5명의 부장이 있지. 그 외의 간부도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5명의 부장이 인원을 나누어 관리하고 있어.”

“그리고 그 용병대의 이름이 슈페리온이고?”

“그래. 어때? 생각이 있는가?”


번즈의 물음에 한일이 피식 웃더니 들고 있던 뼈를 투란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기각. 생각 없어.”

“이런. 고민조차 해보지 않는 건가?”

“어딘가에 소속될 생각이 없으니까, 당연한 거야. 차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이대로가 좋아.”

“호오? 그 말은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겠지?”

“후후. 그건 알아서 생각해 보라고.”

“기대하게 만드는 법을 아는 친구로군. 그러고 보니, 아직 이름을 못 들었는데?”

“아. 이야기를 안 했던가? 내 이름은 박한일이다. 한일이라고 부르면 돼.”

“한일? 꽤나 특이한 이름이군. 덕분에 기억하기는 쉽겠어.”

“다들 그렇게 말하더군.”

“그럼 옆에 계신 숙녀분은?”

“아. 저는 제이나라고 해요.”

“제이나 양이셨군요. 두 분은 관계가 어떻게 되십니까?”

“제 오라버니가 되시죠.”

“아, 그렇군요. 좋은 오라버니를 두셨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미소를 짓고 있던 번즈의 표정이, 제이나의 대답을 듣자 더욱 환하게 빛나는 모습을 보고는 한일이 눈을 가늘게 뜨며 둘의 사이로 끼어들었다.


“어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느껴지는 것 같은데, 나만의 착각이냐?”

“음?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그저 평범하게 인사를 나누었을 뿐이다.”

“정말 그것뿐이라고?”

“의심하지 말게.”


한일의 시선에 번즈가 뒤로 한발 물러서며 딴청을 피우자, 제이나가 입을 가리며 쿡쿡거리며 웃었고, 한일은 번즈를 보던 표정 그대로 몸을 돌려서 가려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럼 볼 일이나 마저 보라고. 우리는 이만 갈 테니까.”

“이, 이봐. 연락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알려줘야지.”

“슈페리온 용병대라며? 용병 길드를 통해 연락하던가, 아니면 히노리아 상회를 통해 연락을 하도록 하지.”


제이나가 번즈에게 웃으며 인사를 하고는 한일의 뒤를 따라가버리자, 번즈는 아쉽다는 듯이 그 모습을 보다가 투란과 함께 용병 길드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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