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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스루마 님의 서재입니다.

위대한 소환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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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스루마
작품등록일 :
2016.02.17 14:13
최근연재일 :
2016.03.1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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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2.29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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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시련, 그리고 히든 클래스(1)

DUMMY

“진실의 미궁에 들어가려 합니다.”

“......?!”

메이플 마을의 신전을 책임지는 아리따운 신관인 엘레나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다.

엘레나의 진짜 신분은 위대한 소환술사의 유산인 진실의 미궁의 입구를 관리하는 문지기였다. 그녀는 진심으로 놀랐다.

이곳을 찾으려면 누군가 ‘크라켁’을 죽여야 한다. 하지만 크라켁은 위대한 소환술사가 남긴 가장 강력한 소환수중 하나다. 전대 문지기로부터 그 소환수의 강함을 전해들은 엘레나였기에 눈앞의 루마를 보며 표정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미궁에 들어가기 위해선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준비해 오셨습니까?”

“여기 100골드입니다.”

“...”

백 개의 골드. 이것이 상징하는 바는 크다. 진실의 미궁을 알고 있으며 백 개의 골드를 알고 있다면 더 이상 의심할 순 없다.

문지기란 의심하는 자가 아니라 확인하는 자. 그녀는 정확한 준비를 해온 루마를 진실의 미궁으로 안내했다.

진실의 미궁의 위치는 신전의 지하였다. 위대한 소환술사가 만든 미궁위에 신전을 짓고 마을을 세운 것이 메이플 마을의 시초였다.

자신의 고향이자 소환술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그린 우드 마을 옆에서 여생의 마지막을 보내려고 한 전대 위대한 소환술사의 의지가 깃든 마을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 모든 사실들을 종합하여 이 신전 지하의 미궁을 찾는 데, 10대 길드 안에 들었던 록 프레페가 속한 크로매틱 길드에서 가진 모든 것을 동원해야 했고, 그럼에도 반년이 넘는 시간을 들여야 했다.

그 미궁의 모습이 이제 막 드러나고 있었다. 엘레나가 마을 사람들이 고블린들에 모두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도 공개하지 않았던 미궁의 입구는 푸른빛을 내는 거대한 철문이었다.

마법을 이루는 룬문자로 보이는 문양들로 전체가 아로새겨진 철문은 정말로 거대했다.

“와! 신전 지하에 이렇게 거대한 곳이 있을 줄 몰랐어요! 근데 저 문은 왜 저렇게 크데요? 저기 왔다갔다 하는 사람은 정말 큰 거인이겠어요!”

지하 깊숙이 들어가자 어울리지 않게 두려움을 느끼던 바네사는 철문이 있는 거대한 동공을 발견하고는 금세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자, 정해진 장소에 재료를 넣으면 됩니다.”

루마는 철문 앞까지 뚜벅뚜벅 걸어갔다. 히믄 상단의 지점이 있던 5층짜리 탑보다도 더 거대해 보이는 철문의 앞에서 100골드가 든 자루를 꺼낸 루마는 하나씩 꺼내어 문틈 사이로 넣기 시작했다.

바네사가 뒤따라와 자세히 보니 골드에 딱 맞는 사이즈의 조그만 구멍이 있었다. 그 구멍으로 루마는 100개의 골드를 차분히 하나씩 집어넣었다.

탁, 탁, 탁, 탁

골드는 안에서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듯 했다. 돈전이 바닥에 닿는 소리가 점점 짧아지고 있었다.

탁! 철컥

100개의 골드가 모두 들어가자 문 안쪽 걸쇠가 풀어지는 소리가 났다.

“진실의 미궁에 초대받은 소환술사 루마가 지금 문을 열고자 합니다.”

끼이익!

거대한 철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하며 문 안쪽에서 밝은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일행 모두 잠시 눈을 감은 채 빛에 적응해야만 했다.

눈을 떠 바라본 문 안쪽은 빛으로 가득했고, 빛 이외에 어떤 것도 식별되지 않았다.

‘여기까지군.’

외부기억장치로 알아낸 정보로는 여기까지가 끝이었다. 이 안에 어떤 것이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우리 여기 안으로 들어가는 거예요?!”

바네사는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루마를 바라보며 물었다. 빨리 들어가고 싶은 모양이다.

“이곳은 진실의 미궁이라고 합니다. 위대한 소환술사가 남긴 유산이 있는 곳입니다. 하지만 들어가는 것은 쉽지 않을 겁니다. 안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거든요.”

“괜찮아요! 재밌을 거 같아요.”

“나도 괜찮소. 사내가 되어 두려움을 느낄리 있겠소. 어서 들어갑시다.”

“그럼...들어가 보겠습니다.”

루마는 엘레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엘레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해보자’

루마와 바네사, 라인하르트는 빛을 향해 나아갔다.


루마는 이번 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록 프레페와 자신이 많이 닮아 있다는 것이었다.

레벨과 스킬과 관계가 없는 시험. 그렇다면 육체적인 것보단 정신적인 시험이 될 확률이 높다. 미궁에 도전했던 많은 소환술사들 중 2번 이상 도전한 자들은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다. 다시 도전하는 것을 포기한 것이다.

거기까지 알아본 루마는 한발 더 나아가서 록 프레페에 대해 최대한 조사했다. 그래서 현실세계의 그가 누구인지는 알지 못했지만, 게임 안에서의 록 프레페는 알 수 있었다.

‘정말 지독한 인간이었지.’

록 프레페. 그는 정말로 지독한 유저였다. 그건 중위권이었던 그가 위대한 소환술사가 되고 1년 만에 상위 랭커에 들어간 것에서도 잘 나타난다.

위대한 소환술사의 유산을 모으며 강력한 소환수들을 얻기 위해 그가 나아간 행보는 동료들의 끊임없는 희생을 요구했다. 결국 랭킹 5위에 오른 록 프레페였지만 그가 속한 길드인 크로매틱 길드는 쇄락의 길을 걸었다.

지독한 것에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루마다. 게임 초반이기에 여러 가지를 따져보고 착한 척 행세하고 있지만 사실 본 모습은 외눈박이를 대하는 흑가면에 가깝다. 지독해야 이겨낼 수 있다면 가능하다. 해낼 수 있었다.

“다 왔나 봅니다.”

루마의 말에 바네사와 라인하르트의 발걸음이 멈췄다.

“와...너무 아름다워요.”

믿기지 못할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숲의 도시 그린우드에서도 느끼지 못한 신비로운 기운을 머금은 초록과 황금빛으로 어우러진 아름다운 숲이 보였다.

숲 가운데로 난 길에는 형형색색의 꽃들이 만발하였고, 주위의 나무는 그리 높지 않아 저 멀리 계곡과 산맥, 그 위를 덮은 하얀 구름들을 보여주어 눈이 풍요로워지는 듯 했다.

아무도 말을 잇지 못한 채 그 풍광을 바라보는 사이 누군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토끼?’

두 발로 서서 깔끔한 정장을 입고, 긴 두 귀를 머리 뒤로 가지런히 내린 하얀 토끼가 인사를 건내왔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곳을 책임지고 있는 피피라고 합니다. 무려 100년 만에 이곳을 찾은 소환술사님에게 인사를 드립니다.”

엉겁결에 마주 인사한 일행은 다시 피피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말을 하는 토끼라니 판도라에서도 보기 힘든 상황이다.

“와~귀엽다! 난 바네사라고 해~만나서 반가워.”

“나는 라인하르트라고 하오.”

“루마. 반갑다.”

루마는 일부러 말을 낮추었다. 피피가 누군인지 짐작이 갔기 때문이다. 록 프레페가 가장 가까이에서 부렸던 다섯의 소환수들 중 하나가 분명했다.

“이곳에서 시험에 들게 될 거예요. 그리 어렵지 않은 시험이랍니다. 이곳까지 찾아오시는 게 많이 힘드셨을 터라 이곳은 쉽게 지나가실 수 있게 해놓았어요.”

“우린 어떤 시험을 받게 되지?”

“그건 비밀이랍니다. 일단 저를 따라오세요.”

피피는 투명한 물줄기를 따라 아래로 루마들을 이끌었다.

“시험은 3단계에 걸쳐 진행돼요. 하지만 동료를 이용하여 앞의 두 단계는 건너뛸 수 있답니다. 마침 동료가 두 분 계시네요. 대신 동료 분들이 그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다면 마지막 시험을 통과하더라도 시험에서 떨어지게 된 답니다. 그러니 잘 선택하셔야 해요.”

결국 3단계를 모두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라도 떨어진다면 탈락. 그럼 바네사와 라인하르트를 믿고 한 단계씩을 맡겨도 되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그런데...시험에 시간제한이 있어요. 혼자서 3가지 시험을 모두 치르는 것은 조금 어려울 거예요.”

피피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지금까지의 귀여운 인상과는 다른 싸늘함이 깃든 미소에 등골이 서늘해지며 정신이 들었다. 이곳에 들어오고부터 시험은 시작되었다. 루마는 지금 그것을 깨달았다.

피피는 주변의 정광과 어울리지 않게 얼음으로 된 동굴의 입구에 서서 말했다.

“여기가 첫 번째 시험장소에요. 누가 시험을 보시겠어요?”

“내가 하겠소. 남자는 위험을 뒤로 미루지 않소.”

라인하르트가 나섰다.

“소환술사님 어떻게 하시겠어요? 동료에게 시험을 맡기겠어요?”

“...맡긴다.”

“역시 루마공도 날 믿고 있구료. 실망시키지 않겠소.”

말을 마친 라인하르트는 뒤도 안돌아보고 동굴에 들어갔다. 무표정한 얼굴로 그 모습을 바라본 피피는 다시 웃으며 일행을 돌아보았다.

“자, 다음 장소로 가죠?”

두 번째 시험장은 호숫가에 자리한 작은 오두막이었다.

“음...이번엔 제가 갈게요. 같이 하고 싶지만 참아야죠.”

바네사가 말했다.

꽈악

루마는 바네사의 손을 움켜쥐며 말했다.

“잘 부탁합니다. 저에겐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어머, 어머, 아, 알겠어요. 꼭 해내고 말겠어요!”

얼굴을 살짝 붉히며 대답한 바네사는 곧 오두막 안으로 들어갔다.

“자, 이제 마지막 시험입니다. 저를 따라오세요.”

피피는 처음 시작점에서 보였던 산맥의 입구까지 루마를 데려갔다.

“자 여기부터 직접 길을 선택하셔야 해요. 저는 작은 조언만을 드릴 뿐이에요.”

산맥의 초입부터 길은 두 갈래로 갈라지고 있었다.

“저는 이쪽 길이 좋아 보입니다.”

피피는 왼쪽으로 난 길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때 루마의 눈에 몇 가지 징후가 잡혔다.

살짝 피하는 눈빛과 동작이 아주 미세하게 굳어지며 가리키는 손을 가슴으로 끌어올렸다. 너무나 자연스러워 이상해 보이지 않을 미세한 차이가 한순간에 눈에 들어와 한가지 사실을 알려주었다.

‘거짓말이군.’

루마가 스파이로 2년을 지내며, 정말로 세계최고의 보안을 자랑하는 판도라의 중앙까지 침투할 수 있었던 이유. 그건 정말로 재능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을 알아보고 구분할 수 있는 재능. 거짓말을 판별할 수 있는 재능이.

“난 오른쪽이 마음에 드는군. 여기로 가겠다.”

“그럼 오른쪽으로 가요.”

피피는 따지지 않고, 루마의 말을 들었다. 산을 오르는 동안 몇 번이나 선택의 갈림길이 나왔다. 피피가 하는 말의 진실과 거짓을 완벽히 구분한 루마는 무사히 산 정상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저기 제단이 보이죠? 저기가 시험장의 입구에요.”

“알았다.”

루마는 망설이지 않고 제단위에 올랐다. 제단 끝으로 까마득한 절벽이 보였다.

“여기서 뭘 하면...”

제단 위에 올라 피피를 돌아보던 루마의 시야가 갑자기 바뀌었다. 주변의 풍경이 어그러지며 새롭게 구성되었다.

‘응? 여기는?’

너무나 익숙한 공간. 고등학교의 교실이었다. 교실 안은 기억 속에 있는 동창생들로 가득하다. 아무래도 고등학교 시절로 되돌아온 듯 했다.

‘이게 무슨 시험이라는 거지?’

루마가 그런 의문을 품을 때 누군가 다가와 의자를 걷어차며 말했다.

“야! 너 지금 뭐하는 거야?”

“뭐?”

“뭐? 뭐? 뭐라고 했냐 지금? 미쳤네 이 새끼가?”

상대는 루마의 멱살을 잡아 끌어 올렸다.

“야! 쉬는 시간마다 튀어와서 무릎 꿇고 있으라 했어, 안했어? 내 말이 말 같지 않냐? 동원이 말만 말로 들리냐?”

‘아, 이런 건가?’

가장 괴로웠던 시절의 기억을 보여준다는 건가? 하지만 이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설마 이걸 견디지 못하고 다들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던 건지 의심이 들 정도다.

루마는 멱살을 잡은 손을 반대로 꺾어버리며 머리를 받아 버렸다.

“악! 이 미친놈이!”

당황한 상대가 주먹을 휘두르자 가볍게 피하고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콰당!

“으윽...”

“꺼져라. 아니지. 잘됐다. 이참에 속풀이나 좀 해보자. 이동원 이새끼 어딨어?”

루마는 넘어진 상대의 가슴팍을 발로 밟으며 말했다. 그때 앞문을 열고 담임이 들어와 소리쳤다.

“최강혁! 지금 뭐하는 거야? 너 매일 그렇게 사고만 치고 다닐래? 하여튼 동원이랑...”

“닥쳐!”

“뭐, 뭐라고?”

“항상 그랬지. 동원, 동원. 돈이라도 받아 쳐먹었냐? 이 선생새끼야? 그래. 잘 됐네. 너부터 하자.”

루마는 죽일듯한 눈빛으로 선생을 향해 다가갔다.

“이, 이런...”

선생의 눈에 두려움이 차올랐다. 그때 다시 풍경이 어그러지며 변화했다.

익숙한 골목길이 보인다. 눈이 쌓인 그곳. 그 골목길. 사라가 살았던 그 집. 루마는 온몸이 옥죄여오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 이곳이 어디인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루마, 아니 강혁의 삶이 산산조각 났던 그날이 분명했다.

끼이익

문이 열렸다. 그리고 손을 잡고 나오는 동원과 사라의 모습이 천천히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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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기사의 낙인(1) +2 16.03.15 780 20 14쪽
19 신의 유물 +5 16.03.07 929 29 16쪽
18 첫 던전, 머먼의 유적지(2) +13 16.03.05 980 30 12쪽
17 첫 던전, 머먼의 유적지(1) +3 16.03.04 1,039 26 14쪽
16 토벌전(2) +1 16.03.03 1,108 23 15쪽
15 토벌전(1) +1 16.03.03 1,158 23 13쪽
14 시련, 그리고 히든 클래스(2) +1 16.03.01 1,160 26 14쪽
» 시련, 그리고 히든 클래스(1) +3 16.02.29 1,219 23 13쪽
12 흑가면(2) +3 16.02.27 1,219 25 16쪽
11 흑가면(1) +1 16.02.26 1,154 22 13쪽
10 첫 번째 계획(2) +2 16.02.24 1,137 27 12쪽
9 첫 번째 계획(1) +1 16.02.24 1,202 25 13쪽
8 파티를 맺다(3) +5 16.02.23 1,271 31 14쪽
7 파티를 맺다(2) +1 16.02.20 1,315 30 11쪽
6 파티를 맺다(1) +3 16.02.19 1,296 30 13쪽
5 소환술의 시작(2) +1 16.02.18 1,483 30 11쪽
4 소환술의 시작(1) +1 16.02.18 1,489 27 9쪽
3 게임을 시작하다(2) +1 16.02.17 1,793 29 8쪽
2 게임을 시작하다(1) +3 16.02.17 1,783 32 8쪽
1 프롤로그 +2 16.02.17 1,915 35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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