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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스루마 님의 서재입니다.

위대한 소환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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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스루마
작품등록일 :
2016.02.17 14:13
최근연재일 :
2016.03.18 15:54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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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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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4
글자수 :
127,513

작성
16.02.26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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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흑가면(1)

DUMMY

며칠의 기다림 끝에 하구의 잎이 잘 말랐다. 루마는 마른 잎을 잘게 자르고, 토카의 잎도 함께 잘라 4:1의 비율로 섞었다.

잘게 잘린 잎들은 궐련지에 돌돌 말아 싼 다음 깔끔하게 정리했다.

그렇게 시험작으로 6개를 만든 뒤 하나를 직접 입에 물고 태워보았다.

“흐읍. 큭.”

토카의 잎의 상쾌한 향으로도 덮을 수 없는 텁텁함이 목과 코를 자극한다. 뒤이어 조금 상쾌한 기분이 따른다.

‘제대로 됐군.’

유저들에게는 그저 텁텁하고 약간 상쾌한 느낌 정도를 주는 정도. 하지만 판도라인들에게는 다르다.

정확히 2년 뒤 제국의 심장부까지 퍼져나간 마약으로 판도라인들이 골머리를 앓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때 제국은 마약을 근절하기 위해 범죄 집단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거기서 판도라 세계관을 관통하는 거대한 퀘스트인 시나리오 퀘스트가 발동하게 된다.

그때 퍼져나갈 마약이 2년을 앞당겨 지금 루마의 손에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히믄 상단의 하란이라고 합니다.”

저택을 나서는 루마의 앞을 가로막은 말쑥한 차림의 중년 남성이 정중히 인사를 해왔다.

“네. 안녕하세요.”

“루마님이 맞으시지요? 어제 저희 상단에 거액을 투자해주셔서 이렇게 직접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네. 혹시 투자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 그런 것이 아닙니다. 오해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저 인사를 드리고자 찾아왔을 따름입니다. 그런데...초록 허브에 투자를 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십니까?”

“아니요. 가장 수요가 많고 무난한 품목을 선택한 겁니다. 히믄 상단이야 원체 정평이 나있는 유명한 상단이기도 하구요.”

“그랬군요. 알겠습니다. 이것을 받아주십시오.”


[히믄 상단의 증표]

-아이템 레벨 : 1

-종류 : 증표

-기능 : 히믄 상단에 출입할 수 있는 증표.


“이것이 있으면 협회를 거치지 않고, 바로 저희와 거래를 하실 수 있습니다. 부디 다음에도 저희 히믄 상단과 좋은 인연이 있었으면 좋겠군요.”

“네. 감사히 받겠습니다.”

하란은 또다시 정중히 인사하고 몸을 돌렸다. 마차를 타고 왔던 듯 건너편 길목에 새워진 화려한 마차에 올라 천천히 떠나갔다.

협회를 통하지 않고 상단과 직거래를 할 수 있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상인을 꿈꾸는 유저라면 누구나 바라마지않을 일.

‘술술 풀려가는 군.’

이제 정말 중요한 부분이다. 루마는 주머니 속에 5개의 물건을 손에 쥐고 굳은 얼굴로 길을 나섰다.


“일단은 운이 좋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덜컹거리는 마차 안에서 손바닥만 한 손거울을 들고 말을 하고 있는 이는 하란이었다.

손거울 안에는 하란이 아닌 다른 사람의 모습이 비추고 있었다.

백발에 오랜 연륜이 느껴지는 눈동자를 가진 노인은 바로 히믄 상단의 주인인 알폰소 히믄이었다.

“우연치고는 너무 적절한 타이밍이군.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기도 하고 말이야. 돈은 어디서 구한 건지 알아보았나?”

“네,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모양입니다. 경비대의 증표를 가지고 있는 모양이더군요.”

“호오...경비대의 증표라. 하지만 아귀가 맞지를 않아. 일반적인 경우라면 이번 투자로 수수료와 은행 이자를 얻기도 힘들 거야. 남는 게 없는 장사지. 그런데 대박을 터트렸단 말이야.”

“네, 그점은 신기하긴 합니다만...”

“세상에 우연이란 없다네. 우리 상단에서 막대한 돈을 들여 겨우 포착한 정보를 어떻게 알고 있는지 밝혀내야 하네.”

히믄 상단에서는 켈카리안에 영지전이 일어날 것을 알고 있었다. 이번 상행도 그것을 기준으로 품목을 선정했고, 어림잡아도 상단이 3배 이상 커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리고 그 정보를 알게 되기까지 들인 시간과 노력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런 정보를 알고 있는 개인이 있다니 당연히 의심이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알겠습니다. 감시를 붙이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게.”

하란은 상단에 가던 길을 돌려 빈민촌을 향했다.


외눈박이가 있는 주점의 이름은 ‘독수리의 눈’이라 불린다. 이곳은 그린우드의 뒷골목 판권을 좌지우지하는 대형 범죄자들에게 가장 핫한 장소였다.

경비대의 삼엄한 경비가 이루어지는 도시의 서쪽, 북쪽을 제외한 남쪽과 동쪽의 구역은 크게 3개로 나눠져 있었다.

바로 외눈박이의 영영과, 톱날검의 영역, 그리고 오크 살해자의 영역이었다.

이렇게 우스운 이름들로 나뉘어져 있는 이유는 자신만의 별칭을 만드는 뒷골목의 습성 때문이다.

아무튼 이 거대한 3개의 조직에 이들을 따르는 조그마한 조직들 20군데 정도가 뒷골목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3개로 나뉜 지역이 모두 맞닿는 접경지가 바로 이곳 ‘독수리의 눈’이었다.

이곳을 차지하는 자가 뒷골목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인식 때문에 사실 바람 잘 날 없는 곳이었으나 외눈박이가 차지한 후로 그런 잡음들이 모두 없어졌다. 그는 그만큼 대단한 카리스마와 능력을 갖춘 범죄자였다.

그런 곳을 지키는 일이었기에 이 주점 앞을 지키는 조직원들은 그 자부심이 남달랐다. 범죄자가 무슨 명예를 따지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외로 이런 뒷골목의 명예라는 건 꽤나 큰 의미가 있었다.

그런 자부심을 갖고 있는 조직원의 눈에 수상해 보이는 자가 들어왔다.

키도 적당히 크고, 몸도 적당히 다부져서 그리 특별해 보이지 않았으나, 얼굴을 가리고 있는 검은색 가면은 이목을 끌었다.

그 검은 가면의 사내는 성큼성큼 주점 앞으로 다가왔다.

“멈춰!”

왼편에 서있던 조진원은 오른손을 뻗어 가면을 쓴 사내의 어깨를 짚었다.

힐끔 자신의 어깨에 놓인 손을 내려다본 사내는 그 손을 짚어 꺾어버렸다.

“으악!”

“이자식이 무슨 짓이야!”

옆에 서있던 다른 조직원이 달려들었다.

“현혹.”

작은 중얼거림에 달려들던 조직원의 눈빛이 풀렸다. 사내는 그때를 노치지 않고 주먹을 날렸다.

퍽! 콰당

격한 소리를 내며 자빠졌다. 넘어진 조직원은 대체 왜 맞았는지 이해를 못하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외눈박이를 만나러 왔다. 비지니스야. 쫄따구는 빠져라.”

사내는 여전히 꺾고 있던 팔을 놔주며 조직원을 발로 차버리고는 주점 문을 벌컥 열고 들어섰다.

“거, 거기서!”

당황한 조직원들이 뒤따라오며 소리쳤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 취한 사람들의 시선이 점차 검은 가면을 쓴 사내에게 몰리기 시작했다.

사내는 그 시선을 느끼지 못하는 듯 아무 거리낌 없이 사람들을 뚫고 지나갔다.

“거기 서지 못해!”

“그만!”

뒤따라온 조직원들을 한손으로 물린 외눈박이가 일어나 외쳤다.

“손님이 오신 모양입니다. 오늘은 이만 물러가들 주시지요.”

노래가 멈췄다. 악기를 주섬주섬 챙긴 악사들도, 술에 잔뜩 취한 사람들도 모두 주섬주섬 일어나 주점 밖을 향했다.

외눈박이의 곁에 있던 인상 좋은 중년인, 하란도 외눈박이에게 인사를 하고 일어났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걱정하지 마시지요. 의뢰인을 가족처럼 여기며 그들의 불편함은 칼같이 해결하는 저희 외눈박이들입니다. 하하”

하란은 검은 가면을 힐끔 훑어보고 주점을 나갔다.

“이거, 독특한 취향의 손님이 오셨군요. 검은 가면이라. 그게 오히려 눈에 띠는 것 같지 않습니까?”

“상관없다. 얼굴이 알려지길 원하지 않는 것뿐이니.”

“그렇군요. 뭐, 상관없습니다. 저희는 의뢰인도 의뢰도 가리지 않으니까요. 돈만 확실하다면 말입니다. 그래, 어떤 일을 의뢰하려 하십니까?”

느릿느릿 이어지는 외눈박이의 말엔 묘한 박력이 담겨 있었다.

“이걸 팔아보려고 하는데.”


외눈박이의 앞에 떨어진 건 담배로 보이는 다섯 개의 얇고 길쭉한 물체였다.

“이게 뭡니까?”

“피워 봐.”

“......”

외눈박이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자신 앞에서 이렇게 무례하게 구는 사람을 보는 것은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하지만 불쾌함이 오래가진 않았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뒤통수를 맞을 지 알 수 없는 곳에서 평생을 버텨왔다. 마음을 다루는 것쯤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외눈박이는 금세 마음을 진정시키고 눈앞에 놓여있는 물건들 중 하나를 집어 자세히 살피고 향을 맡아 보았다.

“응?!”

코를 자극하는 알싸한 특유의 향. 이건 분명 하구초였다. 얼른 불을 붙여 한 모금 들이킨 외눈박이는 잠시 눈을 감고 그 맛을 음미했다.

“굉장하군요. 이런 상등품의 하구초는 처음 봤습니다. 그래 이걸 팔고 싶다 이거지요.”

“일주일에 300개씩 공급할 수 있다. 반응이 괜찮다면 양을 더 늘리겠다.”

“허허...하구초를 일주일에 300개나...불가능할 텐데요?”

외눈박이는 사내의 말을 믿지 않았다. 하구초는 재배가 극히 어려웠다. 그래서 수요는 많았으나 공급은 적었고, 가격만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 상태다.

중독성이 너무 강해 한번 피우면 끊기가 어려웠기에 비싼 가격을 지급하더라도 구매하려 했기 때문이다.

“얼마를 원하십니까?”

“300개에 100골드.”

“그건 너무 싸군요. 싸구려를 공급할 생각은 아니겠지요?”

“지금 앞에 놓인 것과 같은 등급으로 준비하겠다.”

“...좋습니다. 이건 너무 남는 장사군요. 그렇게 하지요.”

“가져온 건 선물로 하지. 다음 방문 때 300개를 준비해오겠다.”

“알겠습니다. 그럼 연락을 주고받는 방법을 논의해 봐야 하겠습니다.”

“이야기가 필요하면 내가 직접 방문하겠다. 그럼.”

사내가 뒤돌아 나올 때 외눈박이가 다시 물었다.

“근데 제가 뭐라고 부르면 되겠습니까.”

“...좋을대로.”

“그럼 흑가면이라고 부르지요. 하하하”

사내는 말을 끝까지 듣지 않은 채 주점을 빠져 나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외눈박이가 앞을 지키고 서있던 조직원에게 말했다.

“따라가 봐.”

“알겠습니다.”


주점을 빠져나온 흑가면, 아니 루마는 인적이 드문 골목길로 들어갔다.

“날 계속 따라오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

새와 고양이를 몇 마리 소환하여 길가에 풀고는 지속적으로 뒤를 따르는 자가 있는지 살펴보게 하였다.

새와 고양이들은 말을 알아듣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며 이리저리 흩어졌다.

일부러 빙글빙글 돌아다니며 시간을 끌다보니 새 한마리가 날아와 미행자의 존재를 알려주었다.

‘한번 본때를 보여줘야겠군.’

한번은 밟아놔야 다시 이러지 못할 것이다. 루마는 오히려 미행자의 뒤를 밟아 돌아갔다.

“어이.”

“응?”

퍽!

루마는 몽둥이를 꺼내 후려치기 시작했다. 지력과 의지를 올린 루마보다 힘이 좋을 게 분명했기에 근접전을 벌어지면 좋을 것이 없다. 정신을 차리기 전에 쓰러트려야 한다.

퍽, 퍽, 퍽, 퍽, 퍽

경쾌한 소리와 함께 매타작이 이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직원은 피투성이가 되어 축 늘어졌다.

‘일단은 이정도로 하자.’

한숨을 쉰 루마는 다시 저택을 향했다.


저택에 돌아온 루마는 자라난 하구의 잎을 모두 뜯어 널어놓았다. 이정도 양이면 7~800개는 족히 만들 수 있다. 2주마다 이 정도씩 얻을 수 있으니 일주일에 300개는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뭐, 조금만 팔다 접으면 되겠지.’

하구초를 만드는 법만 알고 있는 것이 아니다. 중독을 치료할 치료제의 제조법도 알고 있다. 어느 정도 중독자들이 생겨났을 때 다시 치료제로 돈을 버는 것. 그것이 첫 번째 계획이었다.

그것도 예상치 못한 경비병의 증표와 이를 통한 큰 금액의 대출로 인해 기간을 대폭 단축시켜도 될 듯 했다.

‘아직도 비효율적이야. 경비병의 증표로 대출금이 이렇게 늘어난다는 걸 알았다면 하구초가 아닌 다른 방법을 생각했을 수도 있으니까.’

너무 방대한 자료다 보니 알고 있던 것들 위주로 찾아보고 계획을 짜게 된다. 하지만 이래서는 안된다. 더 좋은 방법이, 효율적인 방법이 있을 것이다.

‘더 알아보고 노력하자. 일단은 히든 클래스를 얻어야 하겠군.’

슬슬 때가 왔다.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을 마련했으니 이제 다시 본 직업으로 돌아올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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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하구초 소탕(1) +6 16.03.18 633 20 14쪽
22 테라를 만나다. +4 16.03.17 636 13 15쪽
21 기사의 낙인(2) +4 16.03.16 744 18 16쪽
20 기사의 낙인(1) +2 16.03.15 779 20 14쪽
19 신의 유물 +5 16.03.07 929 29 16쪽
18 첫 던전, 머먼의 유적지(2) +13 16.03.05 980 30 12쪽
17 첫 던전, 머먼의 유적지(1) +3 16.03.04 1,039 26 14쪽
16 토벌전(2) +1 16.03.03 1,108 23 15쪽
15 토벌전(1) +1 16.03.03 1,158 23 13쪽
14 시련, 그리고 히든 클래스(2) +1 16.03.01 1,160 26 14쪽
13 시련, 그리고 히든 클래스(1) +3 16.02.29 1,218 23 13쪽
12 흑가면(2) +3 16.02.27 1,218 25 16쪽
» 흑가면(1) +1 16.02.26 1,154 22 13쪽
10 첫 번째 계획(2) +2 16.02.24 1,137 27 12쪽
9 첫 번째 계획(1) +1 16.02.24 1,202 25 13쪽
8 파티를 맺다(3) +5 16.02.23 1,270 31 14쪽
7 파티를 맺다(2) +1 16.02.20 1,315 30 11쪽
6 파티를 맺다(1) +3 16.02.19 1,296 30 13쪽
5 소환술의 시작(2) +1 16.02.18 1,483 30 11쪽
4 소환술의 시작(1) +1 16.02.18 1,488 27 9쪽
3 게임을 시작하다(2) +1 16.02.17 1,793 29 8쪽
2 게임을 시작하다(1) +3 16.02.17 1,783 32 8쪽
1 프롤로그 +2 16.02.17 1,915 35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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