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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스루마 님의 서재입니다.

위대한 소환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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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스루마
작품등록일 :
2016.02.17 14:13
최근연재일 :
2016.03.18 15:54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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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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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7,513

작성
16.02.19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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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파티를 맺다(1)

DUMMY

“이거 봐라~ 뭐 달라진 거 없어?”

사라는 강혁을 보자마자 애교 섞인 음성으로 물어왔다.

착한 여자다. 분명 그렇다. 약속 시간에 1시간 반이나 늦었는데 짜증 한번 안내고 있으니 말이다.

“...글쎄다.”

뭐가 바뀌었는지 알리가 없다. 마지막으로 본지 한 3년쯤 됐을려나?

그러고 보니 그 마지막은 기억난다. 그녀가 지은 표정, 눈빛, 말투, 모든 것이 하나하나 또렷이 떠오른다.

“뭐야, 표정이 왜 그래? 무슨 안 좋은 일 있어? 늦은 것 때문에 그래? 한번은 봐줄 테니까 너무 긴장하지 마.”

사라는 말을 마치고는 뭐가 그리 좋은지 혼자 배시시 웃었다. 그 모습이 너무 눈이 부셔 바라볼 수가 없어 고개를 돌려 창밖을 향했다.

‘왜였을까? 왜 그랬던 걸까? 정말 돈 때문인 건가?’

미래에 벌어질 일들을 먼저 안다는 것이 이렇게나 짜증나는 일이었구나 싶다.

우린 앞으로 1년 정도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열정적인 사랑을 나누고, 그 후 6개월 정도 무언가 어긋나는 느낌을 받다가 다시 6개월을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시달리며 결국 마지막을 맞이하게 될 거다. 싸우고, 또 싸우고, 서로의 가슴을 난도질하며 끝을 맞이하게 될 거다.

“진짜 오늘 왜 그래? 무슨 일 있는 거야?”

사라는 반응이 없는 강혁을 보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표정관리가 안 되는 건 정말 오랜만이다.

“아니야. 그냥 좀 피곤해서 그래. 늦은 건 미안한데, 우리 다음에 보자.”

“뭐? 진짜 왜 그래? 무슨 일인데 그래?”

깜짝 놀라 동그랗게 커진 눈동자를 피해 몸을 돌려 나왔다.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지만 무시했다.

“후우...”

따스한 햇살이다. 하지만 마음은 차갑게 내려앉아 시리기만 하다.


사라를 처음 만난 건 공사장에서였다. 나는 공사 인부였고, 그녀는 공사 중인 집 주인의 딸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참 말이 안 되는 조합이다.

고등학교를 간신히 졸업했다. 지독한 괴롭힘과 선생들의 차별로 출석일수도 겨우 채웠으니까.

정부지원 프로그램으로 건설현장에서 사용하는 맥시멈 시리즈 로봇의 조종 자격증을 땄다.

이미 생활 전반에 자리한 인공지능 로봇들을 다룰 수 있다면 먹고 살수는 있다는 유일한 친구였던 김현근의 조언에 따른 것이다.

그렇게 로봇을 몰고 2층짜리 개인주택 공사현장에 나가 사라를 만나게 되었다.

친절한 사람이었다. 사람을 배려할 줄 알고,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았다는 느낌을 주는 사람이었다.

비슷한 또래라고 더 챙겨주었던 것일까. 아름답고 친절한, 거기다 머리까지 좋아 한국 최고의 대학에 다니고 있는 그녀에게 끌린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당연하지 않은 건 그 마음을 그녀가 받아주었단 거지.

서울 한복판에 정원이 딸린 2층 저택을 가진 집안에 살면서 돈을 보고 다른 남자를 택했다는 것이 아직도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그때 처음으로 처절하게 배웠다. 인간에 대해. 결국 욕망을 따를 수밖에 없는 그 저열한 본성에 대해.

‘그때 나는 삐뚤어진 걸까. 아님 정신을 차린 걸까.’

끝도 없이 울리는 스마트 워치의 전화알림을 무시하며 집에 다다랐다.

머리가 복잡해진다. 집까지 어떻게 돌아왔는지 잘 떠오르지도 않는다. 이럴 때는 무언가에 집중하는 게 최고다.

몸에 딱 들어맞는 캡슐에 들어가 몸을 누이니 조금 마음이 진정되었다.

‘노가다나 하자.’



[건강한 하수구 쥐]

-레벨 : 10

-능력 : 힘 7 / 체력 6 / 민첩 6 / 지력 3 / 의지 2 / 유연성 2

-스킬 : [최하급 출혈] F등급


[최하급 출혈]

-상대에게 깊은 상처를 내어 출혈을 일으켜 지속 데미지를 입힌다.


어느새 쥐는 10레벨에 오르며 새롭게 진화했다. 출혈이란 스킬까지 생겼고, 스탯은 레벨 2인 루마보다 더 좋은 수준이다. 거기다 의지와 함께 맷집과 관련된 유연성 스킬까지 생겼다.

“맘에 드네. 덕분에 포식 스킬도 레벨 3이고 소환수 등록스킬도 레벨 2이니.”

소환물의 성장은 소환사의 스킬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괴로운 생각을 피해 집중할 것이 필요해 하수구 처리장에 보이는 모든 쥐들을 포식한 것이 결과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

‘일단 다른 계열도 다 등록을 하고, 경비대에 가야겠다.’

모든 직업을 한 캐릭으로 다 경험할 수 있는 판도라다.

물론 주직업과 부직업으로 나뉘기에 효용성은 큰 차이가 있지만 원한다면 마법사가 검을 다루고, 필요하면 사제의 권능으로 치료도 하면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런 직업들은 크게 4가지 계열로 나뉘어 있다.

소환술사가 포함된 마법사 길드, 무기를 다루는 전사 길드, 사제나 성기사 계열의 수도사 길드, 궁수나 어쌔신 등을 선택할 수 있는 레인져 길드. 이렇게 총 4가지였다.

판도라의 유저라면 거의 모두 공통적으로 이 4가지 길드에 이름을 다 올려놓는다.

꼭 그 계열의 스킬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게임을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숙련도나 능력치가 쌓이기 때문이다.

마법사라도 몸을 움직이다 보면 전사나 레인져 계열의 스킬 숙련도가 오르고, 탐험을 하다 오래된 신전이라도 찾게 되면 수도사 계열의 능력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그래서 무조건 초반에 등록하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비전서를 얻어서 사용할 수 있으니까.’

게임 컨텐츠가 나온지 6개월 밖에 안 되어 아직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제 곧 첫 비전서들이 등장할 것이다.

길드에서는 배울 수 없는 강력한 스킬을 담은 비전서들. 그중 소환술사를 하면서 몸을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몇 가지가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익히기 위해서는 모든 길드에 이름을 등록해야 했다.

루마는 마법사 길드 근처에 밀집되어 모여 있는 다른 3개의 길드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스킬들 덕분에 스킬도 많이 늘었다.

전사 길드에서는 [최하급 지구력] 스킬을, 수도사 길드에서는 [최하급 정화]스킬을, 레인져 길드에서는 [최하급 은신] 스킬을 기본 스킬로 배웠다. 각 길드 안에서 어떤 계열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다른 스킬을 얻게 되는데 초반에 가장 효율이 좋은 스킬들을 선택했다.

“어떤 일로 오셨습니까.”

단단한 갑주로 몸을 무장한 선굵은 얼굴의 경비가 물었다.

“메이플 마을 영주님의 편지를 가지고 왔습니다. 경비대장님을 만나고 싶습니다.”

“편지를 보여주시겠습니까?”

루마는 편지를 꺼내 보여주었다. 경비는 편지 겉면의 인장을 유심히 살폈다.

“확인되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말을 마친 경비는 경비대 안으로 들어가고 루마는 그 앞에서 잠시 기다려야만 했다.

루마의 뒤로는 긴 줄이 형성되어 있었다. 모든 유저가 공통적으로 진행하는 퀘스트인지라 창구를 여러 개로 나누어 놓았는데도 꽤 줄이 길었다.

“아오, 귀찮아 죽겠네. 거 빨리빨리 좀 합시다!”

루마의 뒤로 나있는 긴 줄의 중간쯤에 선 남성이 소리치고 있었다.

생긴 건 귀공자인데 말하는 건 뒷골목 양아치와 같다. 외모로 상대를 알아볼 수 없다는 건 이 게임의 가장 큰 단점 중에 하나였다.

루마는 사내를 가뿐히 무시해주었다.

“어이~ 지금 무시 하냐? 이런 족밥 새끼가 진짜.”

꼭 저런 인간들이 있다. 외모를 바꾸고 가명을 써서 스스로를 감출 수 있으니 마구잡이로 날뛰는 놈들.

루마는 그저 지그시 바라보고만 있었다.

“야, 눈 안깔어? 뒤질래 진짜?”

“...”

결국 참지 못한 상대가 다가왔다.

“야, 뒤진다 했지? 이 새끼가!”

사내는 루마를 향해 다짜고짜 주먹을 날렸다. 루마는 한걸음 뒤로 빠지며 가볍게 주먹을 피했다.

“피했냐? 이 자식이!”

다짜고짜 칼을 빼든다. 도시에 오자마자 앞뒤 생각 않고 칼부터 산 것이 분명하다.

사람을 죽인다고 칼을 빼드는 걸 보니 게임에 빠르게 적응한 모양인데 생각이 짧다. 지금 서있는 곳이 어디인지 파악이 안 되는 모양이다.

“거기! 무슨 짓이냐! 도시 내에서 칼을 뽑다니!”

“뭐, 뭐야?”

금세 경비 한명이 달려왔다. 사내는 그 서슬 퍼런 기세에 칼 한번 제대로 휘두르지 못하고 제압당했다.

‘감방에서 8시간은 있어야 하겠군.’

어차피 게임이니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망둥이처럼 나대기 시작하면 바로 저 꼴이 난다. 이곳은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놀라운 인공지능으로 움직이는 곳이었다. 그걸 명심하지 않으면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경비대장님이 들어오시라고 합니다.”

경비대 내부는 단촐 했다. 실용성에 중점을 두어 삭막한 돌 벽에는 횃불 몇 개가 다였고, 빛을 밝혀주는 마법이 걸린 마법석을 사용하는 곳은 몇 군데 보이지 않았다. 있는 것이라곤 거기에 탁자와 의자 몇 개가 다였다.

가장 안쪽에 자리한 경비대의 집무실에서 얼굴 한쪽을 가로지르는 긴 흉터를 꿈틀거리는 경비대장을 만났다.

“안녕하십니까. 빈센트 경비대장님. 저는 메이플 마을의 촌장의 부탁을 가지고 찾아온 마법사 길드의 루마라고 합니다.”

“마법사 길드의 모험가였군. 환영하네. 그래 어떤 일 때문에 그런가?”

“네. 메이플 마을 근처에 고블린 부락이 생겨 마을에 큰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촌장께서는 경비대의 도움을 절실히 바라고 있습니다.”

“그런 일이라면 당연히 도움을 주어야겠지. 하지만 일단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야지만 병력을 운용할 수 있다네. 우선 경비대 선임병사를 보내 상황을 살펴야겠네.”

“감사합니다. 정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경비대에 구원 요청을] 퀘스트를 해결했습니다. [고블린 부락의 위치]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경비대장의 편지]를 얻었습니다.

-2실버를 얻었습니다.

-튜토리얼 보상으로 기본 무기를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낡은 지팡이]

-아이템 레벨 : 3

-종류 : 무기

-공격력 : 2~3

-지력 +5

-내구도 : 8/8

-요구 레벨 : 1

-조건 : 없음


마법사에 맞는 무기를 선택했다. 내구도나 공격력은 형편없지만 지력이 오르면서 마법 위력이 강해지고, 마법을 사용할 때 필요한 마나의 양이 늘어나 소환술을 사용하기도 편해졌다.

“이제 다시 마을로 가볼까?”

올 때와는 다르게 걸어가야 한다. 갑자기 말 더럽게 안 듣던 당나귀가 그리워진다.

“저, 저기요!”

귀엽고 풍만한 스타일의 여성이 말을 걸어온다. 보통 여성들이 많이들 하는 스타일.

‘그런데...최혜진?’

유명 걸그룹의 리드보컬을 맡고 있는 최혜진과 외모가 같았다. 하지만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어차피 다들 연예인들의 얼굴을 비슷하게 따라하곤 했으니까.

“무슨 일입니까?”

“아, 저... 보시니까 게임을 잘 아시는 것 같아서요. 새로 하시는 건가요?”

캐릭을 지우고 새로 키우냐는 이야기였다.

“아닙니다. 처음입니다.”

“아, 그럼 게임을 잘 아시는 건가 봐요? 아까 봤는데 왠지 그런 것 같아서요.”

“미리 알아보긴 했습니다.”

“아, 역시 그랬구나. 그럼 같이 퀘스트를 진행하면 안 될까요? 저도 같은 퀘스트 중이에요.”

‘어쩔까...’

굳이 여럿이 할만한 퀘스트는 아니다. 어차피 혼자 하도록 만들어진 튜토리얼 퀘스트니까. 하지만 같은 퀘스트를 하는 유저라면 팀을 맺고 같이 진행할 수 있기는 하다.

“직업이 어떻게 됩니까?”

“저는 수도사에요. 성기사가 하고 싶어서요! 근데...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루마입니다.”

“아, 저는 바네사에요. 루마님은 직업이 어떻게 되시나요?”

“저는 소환술사입니다.”

“와, 그럼 막 정령들 소환하고 하시는 건가요? 그거 되게 예쁘더라구요.”

“아니요. 조련계열입니다.”

“그러면...동물들 막 소환하고 그런거죠? 어떤 거예요?”

루마는 두말 않고 쥐를 소환해 보여주었다.

“와! 귀엽다.”

바네사는 쥐를 보며 징그럽다고 하기는커녕 손위에 올려놓고 쓰다듬어 주었다.

‘이거 제정신이 아닌데?’

일반적인 정신상태라면 나오기 힘든 장면. 하지만 그런 게 좋다. 마음에 들었다.

“함께 하죠. 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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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신의 유물 +5 16.03.07 929 29 16쪽
18 첫 던전, 머먼의 유적지(2) +13 16.03.05 980 30 12쪽
17 첫 던전, 머먼의 유적지(1) +3 16.03.04 1,039 26 14쪽
16 토벌전(2) +1 16.03.03 1,108 23 15쪽
15 토벌전(1) +1 16.03.03 1,158 23 13쪽
14 시련, 그리고 히든 클래스(2) +1 16.03.01 1,159 26 14쪽
13 시련, 그리고 히든 클래스(1) +3 16.02.29 1,218 23 13쪽
12 흑가면(2) +3 16.02.27 1,218 25 16쪽
11 흑가면(1) +1 16.02.26 1,153 22 13쪽
10 첫 번째 계획(2) +2 16.02.24 1,137 27 12쪽
9 첫 번째 계획(1) +1 16.02.24 1,202 25 13쪽
8 파티를 맺다(3) +5 16.02.23 1,270 31 14쪽
7 파티를 맺다(2) +1 16.02.20 1,315 30 11쪽
» 파티를 맺다(1) +3 16.02.19 1,296 30 13쪽
5 소환술의 시작(2) +1 16.02.18 1,483 30 11쪽
4 소환술의 시작(1) +1 16.02.18 1,488 27 9쪽
3 게임을 시작하다(2) +1 16.02.17 1,793 29 8쪽
2 게임을 시작하다(1) +3 16.02.17 1,783 32 8쪽
1 프롤로그 +2 16.02.17 1,914 35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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