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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hion의 작품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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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오피온
작품등록일 :
2018.04.09 18:15
최근연재일 :
2018.06.27 18: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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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4
글자수 :
412,026

작성
18.04.12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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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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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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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본격적 임무

DUMMY

허나 예상했던 바와 달리 등장한 건 브레이드 아비스가 아니다. 다른 몬스터였다.

이곳에 나타난 그림자를 향해 시선을 옮기고 그것을 보고 있자하니, 처음 생각한 건 인간이 떨어진다. 그거였다.

지면에 격돌하기 직전 그 인간은 멈췄다. 그러고는 너무나도 평온하게 둥실둥실 공중에 떠 있었다.

신장은 150센티미터 중간 정도? 큰 눈동자에 분홍빛 입술, 숏 보브컷으로 다듬어 둔 단발 머리카락을 가졌다. 그 단발의 머리카락은 옅은 크림색 머리카락 밑에 들어 난 얼굴은 미소 지으면 누구나 얼굴을 실실거리지 않을 수 없는 깜찍함을 갖고 있다.

개인적으로 유녀라고 생각했습니다.

“너, 뭐야? 뭔데 여기서 내 자리다, 하고 서 있는 거야?”

그 날카로움이 담긴 목소리를 듣고 다시 한 번 유녀를 보니 인상이 바뀐다. 단순히 천 하나를 감아 몸을 가린 그 유녀의 등에는 놀랍게도 한 쌍의 날개가 돋아나 있다.

“하피?”

날개까지는 그냥 날개 달린 사람인가 싶었는데 아니다. 자세히 보니 다리 부분은 조류의 발처럼 모양이 되어있다.

“그래, 난 하피 족인 실피드다. 왜 내가 하피인게 불만이야? 내가 하피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중요한 건 네가 누구냐 인거야. 너야말로 누군데 여기 있는 건데?”

상당히 기분이 상해 있는지 자신을 실피드라고 밝힌 그 하피 족 유녀는 그리 말했다.

“설마 침입자? 겁도 없이 침입하다니 배짱이 좋네?”

네? 잠깐 무슨 말씀이신지. 내가 변명이라도 할 시간을 그 하피 족 유녀는 주지 않는다.

고오오오오!!!

그 유녀가 날개를 펼쳐 하늘 위로 올라가면서 설풍이 휘몰아친다. 바람은 갈비 뼈 사이로 세차게 통과하며 그 바람의 위력을 몸소 체험할 수 있다. 뼈가 덜덜 거세게 흔들리는 게 갈비뼈 한 두 개는 그냥 날아가서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뜩 든다.

이미 뼈 사이로 통과해가는 그 바람 때문에 충분히 위협을 느끼는데, 위기는 더 커져간다. 설풍은 쇳조각처럼 단단해져서 바람으로 이뤄진 검이 되어서 날아온다.

“흐히이잇!?”

간신히 발을 냅다 굴려 그걸 피하는데, 그 바람의 칼날이 내가 서 있던 자리를 움푹 파면서 산탄처럼 흩어진다.

“저, 저기요. 무슨 오해가 있는 거 같습니다만. 일단 제 이야기를 들어 주시는 게 어떻습니까?”

말을 걸려고 했습니다만. 대화를 시도해 보려 하지만.

“겁도 없이 이곳, 볼케이노님의 레어에 침범해 놓고는 이제 와서 목숨 구걸을 하려고? 흥, 어림도 없지! 살려 줄 거 같으냐!”

그 하피족의 유녀는 말이 통하지 않는 건지 내 말은 무시하고 공격 태세를 가행한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오해가 있는 거 같은데 말이죠. 이거 어떻게 해서든 풀어야 할 거 같습니다만. 이쪽은 아무리 봐도 같은 편이라고요?

그렇게 생각을 하지만 무리 같다. 계속 해서 실피드의 날개 짓과 함께 날아오는 바람의 검을, 그걸 맞지 않으려 피하기만으로도 벅찬 게 지금 실정이다. 혹시 맞는다면 뼈다귀로 된 이 몸이 금방 산산 조각이 될 거 같은 두려움이 크다. 제법 재빠르게 움직이는 걸로도 버거운지라, 오해를 풀 방법은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다.

“용케도 피하는 구나, 건방진 침입자 녀석아. 에잇, 에엣!”

실피드의 외침에 맞춰 그때마다 날개가 휘둘러진 방향에서는 바람의 검이 거칠게 쏟아지며 나를 노린다.

“아, 글쎄, 대화 좀. 오해라니까 그럽니다, 글쎄!”

한쪽 발을 들어서 피하고, 바로 반대쪽으로 오면 또 그 발을 들어서 피하기를 반복한다.

“헤, 이거 제법인데?”

나와 달리 몇 번의 날개 짓을, 공격을 수도 없이 한 그 하피 족 유녀는 지친 기색을 보인다.

“아니, 제법이고 나발이고 말이죠.”

공격은 확실히 위협 적이다. 하지만 처음 공격을 받았을 적에는 이제껏 단순한 공격만을 일삼던 몬스터들과 확연한 차이에 당황하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보니까. 한 번의 공격이 있고, 그 다음 공격이 이르기 까지 틈이 보입니다. 약간의 시간이 있다는 사실하고, 또 왼쪽으로 공격이 오면, 그 다음은 오른쪽. 오른쪽 다음은 왼쪽이라는 게 너무 뻔하게 보여서 말이죠. 그래서 몸만 살짝, 살짝 비틀어 피하면 되는 수준이라서 쉬웠습니다만.

그런 단순하고 패턴이 보이는 공격인지라 중간부터 위기감은 없고. 단순히 순발력을 발휘하는 일에 집중하느라 말 할 타이밍을 못 잡았을 뿐이었다.

“꽤 지친 거 같은데 말 좀 듣죠?”

고개를 살짝 들어서, 공중에서 떠있는 실피드에게 말한다.

“시끄러워! 침입자는 말살하라는 지시가 있었어. 이제 더는 봐주지 않아!”

그렇게 말을 해봤자, 조금 전 까지 단순한 패턴 밖에 없던 공격을 봐서 그 말의 신빙성은 없습니다만.

“어머? 침입자가 나타난 거니?”

그 목소리에 나와 실피드는 약간 위를 바라본다. 황갈색의 길고 아름다운 머리칼을 지닌 하피족이 실피드보다 조금 위에서 천천히 내려오고 있다. 하얀 천, 그 천 한 장으로 된 의복을 느슨하게 걸치고 날개를 펼친 채 내려오는 모습은 천사 같기도 하다.

“라피드 언니!”

아무래도 실피드 보다 조금 더 성숙한 모습의 하피 족은 실피드의 언니인 모양이다. 나는 그 등장에 잠깐 말 할 틈이 생긴 거 같아서 서둘러 내 입장을 밝힌다.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전 침입자가 아니란 말입죠!”

“어머, 실피드 그는 자기가 침입자가 아니라는데? 어떻게 된 거니?”

내 외침이 그래도 새롭게 등장한 라피드에게는 통한 건지. 아니면 그녀는 그래도 대화가 통하는지 내 의견을 들어준다.

“아니야, 침입자가 목숨을 부지해보려고, 갖은 수를 쓰는 거야. 딱 봐도 수상하잖아!”

“아니, 제 어디가······.”

“하긴, 딱 봐도 수상하다는 생김새지. 응, 어디를 봐도 수상하기는 해. 뭔가 수상쩍고.”

변명을 하기도 전에 라피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저는 어느 세계에 가도 여성에게 신뢰를 받을 수 없는 존재 입니까. 딱 봐도 수상하다니요. 대체 뭡니까, 그냥 봐서 수상한 건. 논리가 빠져있지 않습니까?

“역시 침입자겠지? 수상한 몰골하며, 어딘가 기분 나쁜 분위기 하며.”

라피드는 실피드에게 말하자.

“응, 당연하지! 라피드 언니가 있는 이상 이번에는 저 침입자 확실히 끝을 낼 수 있을 꺼야.”

아니 대체 제 어디가 뭐가 어때서?! 아, 하긴 해골 뼈다귀인 제 모습을 스스로 봐도 그렇긴 할 거 같습니다만. 아니, 그 전에 당신들도 같은 몬스터잖아.

그리 외치고 싶었습니다만.

그녀들은 날개를 거칠게 움직이고, 아까 실피드 혼자서 한 것 이상의 바람을 휘몰아친다. 정말이지 매서운 바람, 가령 내게 눈알과 눈꺼풀이 있다면 눈도 못 뜨고 앞도 못 볼 지경이었다. 이럴 때는 해골 병사가 되어서 눈이 없는 게 참 다행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된 이상 당하기 전에 공격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까지 제대로 잡지 않은 자세를 다 잡는다. 마침 브레이드 아비스를 쓰러뜨리고 얻은 힘을 사용 해보려고 하는데,

“커헙! 후르르.”

내 앙상한 팔을, 하얗고 긴 뼈다귀를 누군가 덥석 붙잡는다.

“멈춰라, Ang Sang Hoon.”

말이 끝나면서 후르르, 소리가 들리는 게 누군지 짐작이 간다. 아마 추측이 확실하게 뻔 하지만, 그래도 고개를 돌려 그 정체를 확인해본다.

“너희도 마찬가지다, 실피드, 라피드.”

역시나 싶은 게 그곳에는 일단은 내 상관인 것으로 아는 리자드맨이 서 있다.

“어? 왜 말리는 거야? 침입자잖아, 침입자! 당장 죽여야지. 그쪽도 도우라고!”

라피드는 일단 날개 짓을 멈췄지만, 실피드는 그럴 용의가 없는지 도리어 큰 소리를 친다.

“미안하지만 여기 이 녀석은 침입자가 아니다. 이 해골 병사 녀석은 침입자가 아니니 그만 멈춰라. 앞으로 이곳에 배치 된 신입이다.”

“어?”

리자드맨의 중저음이 섞인 그 말을 듣고서 실피드는 한순간 어리둥절해 하더니,

“진짜야? 아니, 그럴 리가 없는데. 그럼 왜 아까 아니라고 말 안했어?”

나를 쏘아붙인다.

“말을 하려는데 듣지 않은 건 대체 어디 사는 누굽니까.”

사람보고 수상쩍은 인상이라느니. 딱 봐도 어딘가 이상해 보인다는 상처 주는 말을 하면서 말입니다.

“크크, 후르르. 아무튼 이 녀석은 이번에 내가 맡고 있는 신입이다. 그러니 공격은 당장 멈춰라. 같은 볼케이드님 밑에 있는 자들끼리 싸워서 되겠냐.”

리자드맨의 그 말에 이제야 믿는 건지 실피드는 날개 짓을 멈춘다.

“진짠 거야? 정말로?”

그러나 아직도 의심이 풀리지 않은 건지 재차 확인을 한다.

“이런, 이런. 실피드 제대로 확인을 했어야지. 하마터면 이 언니도 그럴 뻔 했잖니?”

아니 당신도 나보고 수상하다고 했잖습니까.

“아무튼 오해를 해서 미안해요. 신입 씨.”

그렇게 말하는 라피드는 실피드에게 고개 숙여 사과 하라고 말한다.

“아니, 내가 왜? 저 녀석이 제대로 말을 하지 않은 거잖아. 오히려 자기도 찔려서 말 안 한 거 아니야?”

“실피드 사과해라. 자기 잘못은 제대로 반성 해야지.”

후루루, 거리면서 리자드맨이 말을 하자 그때서 서툴게 말한다.

“미, 미안했어. 수상쩍어 보여서, 딱 봐도 뭔가 아니다 싶어서. 그것만으로 침입자라고 생각하고 공격해서. 그 점 잘못이라 생각해.”

사과는 사과이지만. 어째 기분은 묘했습니다.

“쳇, 특별히 사과하는 거니까. 이번 한 번 뿐이니까, 내가 다시 사과하는 일은 없으니까. 잘 알아둬.”

특히 마지막 말이 더욱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어이쿠, 참 이럴 거면 하지를 말든 가 말입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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