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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hion의 작품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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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오피온
작품등록일 :
2018.04.09 18:15
최근연재일 :
2018.06.27 18:00
연재수 :
1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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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674
글자수 :
412,026

작성
18.04.09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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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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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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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일째.

DUMMY

그 리자드맨이 다녀가고 하루가 지났다.

편의점 야간 일이라는 걸 해본 경험자로서 밤을 새는 일은 몇 번이고 해봤다. 뜬 눈으로 밤을 보내는 건 그 덕분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밤을 새고도 아무런 피로가 없었던 건 처음이다.

자고로 피로를 느낄 눈알이란 존재는 없습니다만, 예.

“후루르. 잘 하고 있군.”

어젯밤 갑작스럽게 나를 이곳에 배치한 그 리자드맨이다.

“하긴 잘하지 않으면 죽는 목숨이니 당연한 건가. 후르르.”

어제부터 쭈욱 지켜본 결과 저 행동은 버릇인 모양이다. 말을 하거나, 말을 끝마친 이후 꼭 턱을 좌우로 뒤 흔든다. 그 뒤에 후르르, 후루르 같은 이상한 취임 새를 붙인다.

“뭐, 잘하라고. 말단답게. 그렇다고 너무 말단으로만 있으려고 하지 말고 주변의 녀석들도 사냥도 좀 해라, 후루릅.”

역시 습관인 게 맞는 모양이다. 리자드맨의 습관보다 지금 느닷없이 무슨 사냥?

“사, 사냥 말입니까?”

무슨 소리인지 이해를 할 수 없던 나는 그런 말을 번복한다.

“네 녀석 사냥 안 할 거냐?”

“아, 저 그러니까 그게 뭔지 모르는뎁쇼. 예.”

그 리자드맨의 어이가 없다는 표정에 대하여 나는 다소 겁이 들기도 하고 그런 알 수도 없기에 소심해진 자세를 취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나는 어제 느닷없이 죽었다고 생각을 하던 찰나에 돌연 이런 곳에서 눈을 떴다. 그리고는 정신을 차릴 기세도 없이 거대 도마뱀에게 이끌려 이곳에서 와서 날 밤을 깠다. 정말이지 뭘 알 수도 없는 상태에서 겁을 먹은 채 하루를 보낸 저였습니다. 네, 그랬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사냥이라는 말씀을 꺼내도 알 리가 전무하겠습니까.

물론 이건 속내일 뿐, 단 어느 것 하나 입 밖으로 내지 않는다. 혹여나 밖으로 내뱉었다가 이 왕 도마뱀이 어찌 나올지 모른다.

“주변의 어정쩡 거리는 몬스터를 처지해서 레벨을 올리는 걸 말하는 가잖느냐 이 녀석아. 이거 순 불량품이구만?”

리자드맨은 툭, 툭 비늘로 뒤덮인 손으로 내 텅 빈 걸로 추측 되는(뇌라는 존재가 없는) 머리를 친다. 신기하게도 예상대로 텅 빈 건지 통, 통 하는 공허한 울림이 전해진다.

“당연한 소리지만, 우리 쪽 녀석들은 안 된다. 뭐, 이 정도는 당연히 알아먹는 소리인가.”

리자드맨은 자신이 치는 바람에 비뚤어졌던 내 투구를 반듯하게 고친 다음 무언가 말을 하려다가 멈춘다. 그러고는 전방을 가리킨다.

“그래, 저런 녀석을 차례, 차례 잡고서 실력을 키워라. 그럴 일은 없겠다만 강한 침입자가 올 경우를 항상 대비하는 건 당연히 네가 해야 한다. 그에 걸맞게 충분한 실력을 키워두는 게 문지기 일이란 거다.”

이번에도 역시 후르르 거리며 말을 끝마친다.

어디, 어디 무엇을 가리키는고.

대왕 도마뱀께서 가리킨 곳은 코를 킁킁거리며 진흙과 잔디의 냄새를 맡고 있는 멧돼지. 멧돼지라고 하기에는 털가죽이 너무나도 파란색이며 양 쪽 입가에 거대한 뿔이 자리 잡고 있다.

“게으름 피우지 말고 열심히 해라. 후르릅.”

그 말을 남기고 사라지는 왕 도마뱀. 나는 그가 남긴 그 말을 곱씹으며, 뭘 어떻게 열심히 하냐는 의문을 속으로 삼킨다.

“그리 말하고 사라져도 말이죠. 이거 어쩌라는 겁니까.”

나 앙상훈 인생 최대 난제라는 느낌이다.

킁, 킁 거리며 멧돼지처럼 생긴 저 생물은 주변을 어슬렁, 어슬렁거리기 일 수다.

“흐음, 흐음.”

살이라고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조금도 없는 턱을 어루만지며 고민해본다.

저 도마뱀이 시키는 대로 일단 하기는 해야 한다. 그러나 명령을 들어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내게 고민으로 남겨진다. 꼭 해야만 하는지 여부이전에 큰 고민이 있다. 사실 근본적으로 다가 온 건 나는 어째서 여기에 있는 가, 그게 더 근본적인 간지러움이다. 그의 명을 따르기 위해 내가 취할 행동보다 더 그게 신경 쓰인다.

“잘 생각해보면 역시 그건가.”

사실 어제 그 도마뱀의 명령대로 얼떨결의 보초를 서는 동안 여러 생각들을 해봤다. 지금 이 광경은 어떤 꿈을 꾸고 있고 실제 나는 병원에 입원해 있다. 제일 쉽게 떠오르고 아주 단순히 예측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추측을 해봤다. 물론 그 가설에 그치지 않고, 생전에 많이 읽어 온 소설에나 있을 법한 다른 세상의 환생까지도 고려해 봤다.

뭐, 사실 여러모로 보나 후자 같습니다만. 예, 예.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죠?

어제 하루 종일 멍하니 뜬 눈으로,(사실 몇 번을 강조하는 것처럼 눈알도 없습니다만. 그렇다면 어떻게 볼 수 있는 건지?) 밤을 보내면서 내린 결론인지라 너무 쉽게 납득이 가는 편이다.

아마도 여기서 이전 삶에서 많이 접한 픽션을 대상으로 한 창작물이 영향이 크겠지만 말입니다.

“그럼 생각해보는 건, 여기서는 보통 저걸 잡아 봐야 하나?”

내 이런 고민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아마도 모르는 모양 같습니다. 무언가 먹을 거라도 발견 한 건지 오물, 오물 씹는 저 푸른 빛깔의 털을 가진 멧돼지를 본다.

꿀꺽. 없는 침을 삼키는 모션을 취하며 긴장감을 고조해 본다. 삼킬 침도 혀도 입술도 무엇 하나 없다는 간 설명하는 게 입이 아프다.

“보통 여기서는 잡아야 합니다. 옙.”

시골에 가서 닭 한 마리도 제대로 도살을 해본 적이 없는 입장에서 이런 건 너무 강요적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한편으로 죽인다는 감각의 죄책감은 그리 심하게 들지 만은 않는다.

“여기를 보게 만드는 거, 그게 시작이겠죠.”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거리다 마침 딱 적당한 짱똘이 보여서 그대로 던진다.

“꾸잇?!”

푸른빛의 털가죽을 지닌 멧돼지가 미간을 찡그리더니 코를 찡그린다. 이내 나를 쳐다보고는 오른쪽 앞발로 강하게 지면을 찬다. 돌진공격의 행동을 취한 거다.

예상은 했습니다만, 역시나 무섭게 돌진하는 겁니까.

“그럼, 여기서는.”

빠르게 대처 하지 못한 채 멈췄다가는 역으로 큰 데미지를 받아버리게 된다.

하지만 생전 이런 거라고는 게임으로 밖에 해본 적 없는 접니다. 애초에 활동이라고는 전혀 해본 적 없는 히키코모리인 자신이 뭘 할 수 있겠냐는 냉정하고 냉담한 분석에 초조함은 극에 달한 결과,

“쿠럭!”그대로 멧돼지의 돌격에 가볍게 몸은 뒤로 젖혀진다.

“젠장!”

자신의 짜증과 냉정을 섞은 기분으로 나는 그 멧돼지를 향해 손에 쥐어진 검을 들어 올린다.

“죽여주마, 우옷..토리얏..우히엣!!”

기묘한 고함소리에 맞춰 엉망진창으로 휘두른 검이 단지 공기만을 가른다.

“어쩨서?!”게임에서 몬스터는 그렇게나 쉽게 맞았다. 무엇 보다 이런 초보적인 몬스터가 이렇게 강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첫 공격이 실패했다는 사실에 손은 땀이 흐르는 것 같다. 물론 땀은 없으며, 땀이 나는 피부자체도 없습니다만.

“이번야말로.”

직후, 거대한 몸체를 가진 주제에 민첩한 움직임으로 검을 회피한 청색 멧돼지가 나를 향해 무식한 돌진을 한다.

“또 입니까?! 쿠, 룹!”

달그락, 달그락 특유의 소리가 나면서 서둘러 방패를 앞으로 향하게 돌린다. 이러면 조금이라도 충격을 완화 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꾸잇!? 꾸이잇!!”

공격이 단 번에 먹히지 않았다는 사실에 당황해서는 멧돼지는 걸음을 뒤로 물린다. 부킷- 하고 분노의 외침을 높여, 멧돼지가 이쪽으로 다시 돌진해온다.

잠깐, 여기서 그냥 방패 뒤에 검 날을 숨긴 뒤. 돌진 할 때 찌르면, 될지도?

사람은 진화하는 생물이라고 하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라고 느낀 순간이다. 물론 감상만을 하며 행동을 느리게 취하지 않고 바로 방패 뒤에 검을 숨긴다. 호흡을 하고 자세를 낮추며 오른 어깨에 나란히 검을 들어올린다.

와라, 건방진 멧돼지야.

돌진준비에 들어가던 청색 멧돼지의 머리에 훌륭하게 명중하여, 직후 붉은 피를 푸직하고 터트린다.

“오오!!”

성공했습니다. 성공했단 말입니다. 이 앙상훈이!!성공을 기뻐하기도 잠시 청색 멧돼지는 더욱더 열을 받은 건지, 멈추지 않은 피를 튀기며 달려든다.

징그럽다. 기분이 역겹다는 감각이 전신에 몰려온다. 예상은 그런 기분을 맛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다. 의외로 아무렇지 않다.

분명 저런 걸 보면 흉측하다는 생각을 할 거라고 여겼다. 예상 외로 별 다른 감각이 들지 않는다. 조금의 동정심도, 불쌍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예상 외로 그런 죄책감이 들지 않는 게 스스로 조금 걸린다. 그럼에도 그보다 다른 게 비중을 더 크게 차지하여 잊어버린다. 자신에게서 느껴지지 않는 그 감각을 크게 게의치 않는다.

스스로 공격 성공했다는 사실에 자아 도취해 무심코 잊어버린다. 그 현상만으로 조금의 자신감이 붙은 나는 그대로 검격을 크게 들어 올린다. 동시에 지금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움직임으로 왼쪽 다리로 지면을 박찬다.

강하게 검을 내리찍자, 녀석은 먼저 맞은 공격과 더불어 상처가 깊어진 건지 비틀 거리며 그대로 쓰러진다.

이번야말로 녀석의 움직임을 멈춘다. 죽인 거다. 죽여 버린 거다.

의외로 생명을 앗았다는 감각은 전혀 들지 않았을 뿐더러 죄책감도 없다.

모습 탓인지 보통 갖고 있었을 터인 윤리 감각이 없는 기분을 느끼는 그 때,

【레벨이 올랐습니다.】

란 알림이 내 머리 안에서 울려 퍼진다.

어디서 난 소리인지 처음에는 놀라 화들짝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핀다. 그 리자드맨 조차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찾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걸 보면, 환청인가 싶어 나는 그대로 내 앞에 쓰러진 멧돼지 같은 생물에게 다가간다.

그렇게 이틀째는 저는 해골 병사로서 환생을 적응해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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