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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hion의 작품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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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오피온
작품등록일 :
2018.04.09 18:15
최근연재일 :
2018.06.27 18:0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77,217
추천수 :
674
글자수 :
412,026

작성
18.04.10 18:02
조회
1,396
추천
16
글자
9쪽

각성 시작합니다?

DUMMY

없다. 아무것도 없다.

그럼에도 두 눈으로 빤히 쳐다보는 시선이 묘하게 느껴진다. 그걸 인식하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등줄기가 서늘해진다.

물론 빤히 쳐다보는 시선만 있을 뿐이다. 실체는 없다. 으르렁대며 덮쳐올 리도 없으므로 겁을 낼 필요는 없다.

전에 생과는 달리 평범하고 나약한 인간이 아닙니다. 이제는 무려 해골 병사라 이겁니다. 예.

스스로를 안심시키는 말을 되새기는 그 때다.

그 정체 모를 존재는 나를 비웃기라도 한 듯 오한이 전신을 덮친다. 그냥 직감이 그랬다. 웃음도 없거늘 나를 비웃는 기분에 소름이 끼친다. 뭔가 정체를 알 수 없는 한기가 지면에서 발을 타고 등골을 확 빠져나가는 강렬함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뭐, 뭡니까?”

투둑 하는 소리로도 들리고, 꿀럭 하는 소리로도 들린다.

그건 공포가 솟구치는 소리였을 수도 있다. 그 소리는 명백하게 뒤쪽에서 난다. 그 말은 다시 말해서 내 뒤에 무언가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무서워서 돌아볼 수가 없다.

그러나 돌아보지 않은 채 가만히 있는 게 더 두렵다.

“······.”

그리고 돌아본 순간, 그 앞에 있는 건, 노려 보자니 뭔가 살아 있다고 전혀 여겨지지 않는다.

그것은 그냥 거기 있다.

거목처럼, 큰 바위처럼, 또는 산처럼. 꼴사납다거나, 한심스럽다는 생각은 눈곱만큼도 존재하지 않았다. 스스로 느끼는 감정을 자학 할 생각은 없다.

눈앞에는 소도 가볍게 밟아 버릴 거 같기도 하다. 한없이 우러러 봐야하는 거대한 곰이 있다.

도무지 곰이라고 여겨지지 않는 울툭불툭한 몸체에 검은 달걀 같은 한 쌍의 눈을 가진 곰이다.

나는 엉덩방아를 찧어 놓고도 한동안 자신이 그랬다는 걸 알아채지 못했다.

곰의 입에는 날카로운 이가 있고, 말을 할 때마다 우드득 우드득 바위조차 갈아 부수는 딱딱한 소리가 났다.

“뭐, 뭐야 이 괴물은!?”

자신도 이제 사람이 아닌 몬스터다. 이른바 괴물이라는 걸 망각한 채 나는 그만 그런 소리를 내지른다.

“나를 보고서 괴물이라고 소리를 지르다니, 재밌는 녀석이군. 자신도 한낮 몬스터인 주제에 말이야.”

느닷없이 그 곰은 폭소를 하더니 얼굴을 움직인다. 그리고는 그대로 시선을 내게 향하며 위압하듯 머리를 가까이 접근시킨다.

방금 발언이 신경을 거슬리게 한 건가? 나는 무의식적으로 뱉은 스스로의 말을 후회했다.

“저, 죄송합니다. 이쪽 세계에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는 게 없어서······.”

이미 주워 담을 수 없는 말이기에 사죄의 말을 대신 내뱉는다.

“혹여나 거슬렸다면 사죄드리겠습니다, 예.”

“이쪽 세계에서 태어났다? 그러함은 원래는 다른 곳에 있었나?”

저도 모르게 발설하고 말았다. 나 자신이 원래는 인간이었다는 사실 까지는 아니지만 나름 실언을 했다. 다른 세상에서 살다 사고로 죽은 후 이곳에 다시 태어났음을 암묵적으로 표현하는 말을 내뱉은 셈이다.

지금까지는 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았는데, 이건 실책이다.

혹여나 그걸로 이상한 시선을 받지 않을 까 싶어서 숨기고 지내왔다. 긴장한 나머지 그 사실을 망각하고 그걸 뱉어버렸다.

“괜찮다, 질문에 대답하여라.”

곰은 내게 그리 말한다.

“아, 예. 예, 뭐 그렇습니다.”

어째서인지 나는 곰의 질문에 순순히 긍정을 표했다. 어쩌면 그건 이 곰에게서 느껴지는 위협 때문이었는지 모르겠다.

“이른바 환생을 하였다는 건가, 그건 곧 네임드 몬스터 혹은, 유니크 몬스터를 의미하는데. 맞는 건가?”

그 말은 이곳에서는 처음 듣는 말이다.

하지만 의미를 예측 못하지는 않았다. 저쪽의 세상에서, 인간이었을 적 무렵 RPG 게임을 통해서 들어 본적이 있는 거라 낯설지 않다.

“모, 모릅니다만. 예.”

사실 그 의미를 알지만, 자신이 그런 존재인지 아닌지 여부는 나는 알 수 없다. 애초에 이곳에서 그런 의미가 존재하는지조차 지금이서야 알아버린 내가 알 리가 전무하다.

“흠. “이름”이 지어진 몬스터는 네임드라고 불리지만. 태어난 직후도 아니고, 태어난 지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하였다면 있을 수 없군. 그럼, 유니크인가?”

“유니크라 함은?”

그런 반문을 제기 한 건, 내가 저쪽 세상에서 알던 의미가 상반될 수 있어서다. 이 곰이 말하는 게 과연 동일한 의미를 갖은 건지 알 수 없기에 던진 질문이다.

“유니크 몬스터란, 돌연 변이한 이상(異常)한 능력을 가진 개채에 대한 거다. 드물게 마소 농도가 높은 장소에서 태어나는 일이 있지.”

날카로운 눈초리로 그 곰은 눈동자를 번뜩이며 나를 본다.

무언가 그런 존재이면 위험한 것인가? 나는 아직 아는 게 전무하다. 이곳에서 대해 더욱이 말이다.

“이거 나와 같은 유니크 한 몬스터를 이런 곳에서 쉽사리 볼 줄이야. 하하하.”

약간의 겁을 먹은 내 예상과 달리 그건 기쁜 일인지. 곰에게 있어서 좋은 건지 크게 웃는다.

“그대 이름은 뭐지? 나는 원초의 디자이얼, 굴라다.”

일단은 이 숲에서 처음 보는 몬스터다. 사실 내가 있던 그 동굴에서 본 리차드 씨와 형제라 부르는 해골 병사 이후로 처음으로 보는 말을 할 줄 아는 몬스터다. 아마도 이 원초의 디자이얼, 굴라라는 몬스터가 언급한 유니크 한 몬스터는 이처럼 다 말을 하는 모양이다. 나는 그렇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그 말은 즉, 거기 있는 존재들도 다 유니크 몬스터란 건가? 나를 포함해서?

“알려 주지 않는 겐가?”

“아, 아뇨. Ang Sang Hoon라고 합니다.”

일단은 이곳에서 지어진 이름을 나는 답한다.

“이상한 이름이군. 그나저나, 흐음. 역시,“환생자”였는 가. 너, 굉장히 드문 탄생을 하였군, 그래.”

“네? 드문 탄생? 그보다, “환생자” 아니, 의심하거나 놀라거나 하지 않습니까?”

그런 생각을 한다. 적어도 저쪽 세상이었다면, 그런 말은 놀림거리 밖에 되지 못하였을 거다. 심하다면 정신 이상자 취급을 한다던 가 말이다.

그래서인지 이 반응이 낮설다. 이 곰이 스스로의 입에서 “환생자”라고 내뱉다니 묘하다. 혹시 나처럼 이런 케이스가 드물지 않은 건 가? 태어나는 방법이 특이하다는 말투를 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애매하다 지금들은 걸로만 갖고서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다.

과연, 어느 쪽이지?

“흠,”환생자“는 이따금 태어나는 경우가 있다. 의지가 강하면 혼에 기억이 각인이 되는 법이니. 그 중에는 환생이라던지 완전히 기억하고 있는 자도 있는 듯하지만. 결코 드물 지는 않다. 단, 다른 세상에서의 환생한 존재는 좀 드물 군. 난 처음 본다. 오랜 세월 지내왔지만 정말 드물지.”

곰의 말을 들어 보니 모르긴 몰라도 나 같은 케이스가 존재하기는 하는 모양이다.

별 다른 미련도 없다. 저쪽 세상에 애착도 없다. 딱히 돌아가는 방법에 대해 열중하거나 하지 않아서 관심이 없었다는 게 솔직한 발언이다. 방금 발언을 들어보고 생각해보면, 이거 잘 하면 돌아갈 방도도 있을지 모른다.

물론 시도 할 생각은 추어도 없지만.

“더욱이, 보통은 사람으로 태어나는 편이지. 몬스터가 그렇게 태어난다니 나는 들어본 적이 없군. 세계를 뛰어넘는 걸 견딜 정도로, 강한 혼을 갖은 자는 그렇지 않아도 적다. 더욱이, 전생한 곳이 몬스터라면 안정되어 정착하지 않고, 혼이 소멸하는 편인데. 그렇지 않다는 건 실로 특이하다는 이야기겠지.”

점점 들을수록 나 자신이 독특하다는 식으로 들려 썩 유쾌하지는 못하다. 전의 생에서 그런 표현을 종종 들었던 지라 더욱 불쾌하다.

“그렇습니까? 자각은 없지만 말이죠. 그래서 다른 세계에서의 ”환생자“라는 있는 건 이쪽에서 적지 않게 있는 겁니까. 혹 반대 같은 경우도 있습니까?”

“음. 있기는 하나. 반대는 드문 편이지. 다른 세계에 가는 건 아직까지 성공한 사례가 없다. 하지만, 이쪽 측으로 이따금 떨어져오는 자도 있지.”이방인“ 혹은 ”이세계인“이라 불리는 자로, 특수한 지식을 갖고서 말이다. 또한, 세계를 건널 때에, 특수한 능력을 얻게 되는 모양이더군. 그런 자와 동등의 지식을 가졌다고 인정 된 ”환생자“의 기록이 남아있지. 확인되지 않은 자도 있겠지만.”

그렇군. 그렇군.

좋은 정보다.

과연 이세계라는 게 내가있었던 지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만나보는 편도 좋을지도 모른다. 딱히 노력해서 볼 건 아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 기록에도 이런 특이한 자는 없었지. 이거 재밌군.”

곰은 사람으로 치면 만개한 미소를 짓는다. 비록 내가 보기에는 음흉한 미소 같이 보이지만 말이다. 그래, 꼭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가 사냥 성공을 눈앞에 둔 미소 같기도 하다.

그렇다보니 절로 검과 방패를 꾹 움켜쥐게 된다.

“곧 있으면 수명을 다하는 게 먼저인지, 아니면 녀석들에게 먹히는 게 먼저인지. 어느 쪽이던 결국 끝을 볼 운명이었다. 그런 운명 속에서 너를 본 것도 어떤 의미가 있겠지. 인간들 말을 빌리자면, 필연일 수도 운명이라고 칭할 수도 있겠군.”

곰은 하늘을 우러러 보더니 이내 내게 돌연 어떤 말을 내뱉는다.

“나를 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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