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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한량 님의 서재입니다.

흔하디 흔한 영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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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한량
작품등록일 :
2021.05.12 14:59
최근연재일 :
2021.08.23 11:00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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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47,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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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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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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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6화

DUMMY

갑작스레 걸음을 멈춰서선 몸을 돌린 사내. 고작 1미터도 안 되는 거리. 바라보면 눈을 마주칠 것 같고 숨을 쉬면 숨소리도 들릴 것 같은 상황에, 알렌은 눈을 질끈 감고 숨마저 멈추었다.


‘들켰나? 들킨건가?’


“......”


알렌이 최후의 수단으로 동귀어진까지 생각할 무렵, 사내는 말없이 고개만 갸웃하더니, 이내 천천히 멀어져만 갈 뿐이었다.


'...안 들킨... 건가?'


“없습니다!”


“이쪽에도 없습니다!”


“못 찾은 게 자랑이냐! 여기서 못 찾았으면 다른 곳을 수색해!”


“옛!”


그렇게 그들이 수풀지대를 벗어난 지 약 1분. 알렌들이 모습을 드러낸 건 수풀 속이 아닌, 나무 위에서였다.


“운이 좋았습니다.”


“그러니까, 나도 믿기지가 않아. 저기서 살아남은 걸 운 같은 걸로 치부해야 하는 비굴한 현실을... 말이야!”


우드득!


어깨에 박힌 화살대를 부러트리며 내던지는 알렌의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던 제이스는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쉬었다 가시겠습니까?”


“아니, 출발하자. 이곳에서 조금이라도 멀어져야지.”


셋은 지친 몸을 이끌고 달빛을 지침서로 삼아 천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을 멀리서 지켜보던 누군가 또한, 그들을 조용히 뒤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밤이 늦었다. 추적은 포기한다!”


“예?”


갑작스런 리더의 지시에 추격자들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흔적 찾았냐? 못 찾았잖아? 놓친 거야 이 머저리들아! 그러니까 오늘 일은 똥 밟았다 생각하고 돌아가서 잠이나 쳐 자자고.”


“하지만 동료가...”


스윽-


분에 못 이긴 부하의 반발. 하지만 리더의 눈길이 자신을 향하자, 부하는 사시나무 떨 듯 흠칫 놀란 채 말을 흐리며 고개를 떨구었다.


“복귀!”


“옛!”


습격을 당했음에도, 그리고 습격자를 놓쳤음에도 불구하고, 별 일 아니라는 듯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으며 터덜터덜 걸음을 옮기는 그의 곁으로 한 남성이 다가왔다.


“또 한 명이 줄었군요.”


“시답잖은 잔소리 할 거면 그만둬 발러.”


“하지만 부하 한 명 한 명이 중요한 시점에서 안 할 수가 없잖습니까.”


“...쳇.”


“그러게 제가 말 했잖습니까 크로우님. 오크들은 위험하다고요.”


“아 저쪽에서 먼저 시비를 걸었는데 어떻게 해! 그 멍청해 보이는 새끼들이 대놓고 도발하는 데 가만히 있어? 응?”


“했어야죠. 했어야죠! 이득 될 거 하나 없는 전투는 피했어야죠!”


“얻은 게 없긴 뭐가 없어? 승리와 경험을 손에 넣었지!”


“......”


자랑스러움이 가득 담긴 그의 태도에, 발러라는 이름의 사내는 말없이 자신의 이마를 꾹꾹 손으로 눌렀다.


“어차피 서쪽에서 뒤질 놈들이었어! 죽음으로서 부대의 사기와 전투력을 올리는 데 이바지 했으니 오히려 이득이지.”


“오크들을 상대하지 않았다면 인명피해도 더욱 줄었을 겁니다.”


“쓰으읍!”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부하들도 줄었고, 식량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찾았잖아? 다음 식량고과 병사 보충지를 말이야.”


* * *


다음날 새벽.


알렌이 마을로 돌아왔다. 처음에는 그가 마을에 돌아왔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영주민들이었지만, 지치고 상처 입은 그의 모습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격한 반응을 보인 건 바로 한나였다.


“...누굽니까. 누가 알렌님을 이렇게 만든 겁니까.”


당장에라도 검을 빼들고 달려 나갈 기세였지만, 그런 그녀를 알렌이 막아 세웠다.


“별 거 아니야. 복귀 도중에 짐승들과 트러블이 있었던 것뿐이고, 짐승들은 이미 빌과 제이스가 처치했으니까. 그렇지?”


“예? 예! 그렇습니다.”


...끄덕끄덕


어물쩡거리며 동조하는 둘의 모습을 의심스럽게 바라보는 한나.


“게다가 상처도 가벼운 거라 그리 신경 쓸 필요 없어. 그보다 이번 탐험을 통해 얻은 정보들이 있으니 일단 그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알겠습니다.”


그렇게 알렌은 회의를 통해 탐험을 하며 얻은 정보를 설명하기 시작했고, 한나의 의심은 그렇게 흐지부지 되어갔다.


그리고 회의가 끝난 후, 홀로 있는 알렌을 향해 제이스가 다가갔다.


“영주님.”


“무슨 일이지 제이스? 분명 오늘은 휴가라고 말했던 거 같은데?”


“그건 감사합니다만... 조금 전, 회의에서 오크 부락을 궤멸시킨 무리에 대한 설명을 생략하신 이유를 알 수 있겠습니까?”


회의 당시, 알렌은 탐험에 대한 내용을 말하는 와중, 오크 부락에 대한 이야기와 그들을 궤멸시킨 무리, 그리고 그들에게 추격을 당한 이야기를 의도적으로 누락시켰다.


“오크 부락을 섬멸시킨 그 자들을 말해서 괜한 분란을 일으킬 필요는 없잖아? 게다가 그들이 이곳으로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말이야.”


“하지만...”


“무엇보다 말이야, 만약 우리가 그들과 싸우면 어떻게 될 것이라 생각해?”


알렌의 질문에 잠시 망설이다 고민하던 제이스는 이내 입을 열었다.


“저희 브리드 마을의 민병대는 그동안 크고 작은 전투를 모두 승리하며 적잖은 경험을 누적했고 충만한 사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게다가 마을의 인구도 백 명이 넘어가게 된 시점에서 가용한 인원을 모두 민병대로 전환시키면 압도적인 수적 우위로 승리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알렌들이 탐험을 다녀온 며칠 사이, 마을은 북쪽 방벽이 거의 완성이 되어 있었고, 스물의 인원이 추가로 늘어 브리드 마을의 인구가 드디어 백이 넘게 되었다. 그렇기에 제이스의 말처럼 병사로 징집할 수 있는 인원을 모두 민병대로 소집하면, 자신들을 추격하던 산적 무리에 비해 두 배는 달하는 인원이 될 것이다. 단순히 인원적으로 계산하면 그렇게 될 것이다.


“그거 아나 제이스? 저들은 분명 연이은 사건으로 부하들을 잃었다고 말했었어.”


“...예. 그 말은 분명히 들었습니다.”


“그래, 그 말에 근거하면 오크와 상대하기 전에는 오십에 달하는 전투인원이 있었다는 소리야. 그렇다면, 영지도 없는 떠돌이 무리가 인원을 보충하기 위해 무슨 짓을 저질렀을까?”


“...설마!?”


“그래, 우리들은 늑대나 고블린 정도만 사냥한데 비해, 녀석들은 괴수는 물론 사람들과도 전투를 벌인 놈들이야. 자, 이제 우리가 저들과 싸우면 과연 어느 정도의 피해를 입게 될까? 아니, 이길 수는 있을까? 어떻게 생각하나 제이스?”


“......”


알렌의 냉정한 질문에 제이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알렌은 그의 어깨를 손으로 툭- 하고 짚으며 지나쳤다.


“그렇다면 저희는... 저희는 어찌해야 되는 겁니까 영주님!”


“걱정 마. 다 생각이 있으니 언제나 그랬듯 영주인 알렌 카슈발만 믿도록.”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표정을 짓는 그의 모습에, 알렌은 약간의 장난기를 담아 농담을 내뱉었다.


“설마... 나를 의심하는 건 아니겠지 제이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영주님의 신묘한 계책은 언제나 영주민 모두가 믿어 의심치 않고 있습니다!”


너무 심각해진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한 작은 농담이었지만, 농담을 진담으로 받아들이는 제이스의 모습에 당황을 금치 못했다.


“크. 크흠! 아무튼 그렇게 알고, 제 역할에 충실하도록!”


“예!”


하지만 그 이후에도, 알렌은 별다른 방침을 취하지 않았다. 단지, 야간 경비 쪽의 인원을 두 배로 늘리고 식량을 축적시키는 데 노력을 기울였을 뿐이었다.


“그나저나 한나 경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데?”


“병사 훈련을 맡고 있습니다. 갑작스레 훈련 강도가 강해져서 우는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말이죠.”


“...아하.”


직접적인 전투에 비한다면 꽤나 적은 양이지만, 훈련을 통해서도 전투에 관련된 스킬 경험치를 얻을 수 있었다. 아름다운 한나의 모습을 보고 대화를 나눌 기회가 줄어든다는 게 알렌으로선 안타까운 일이긴 했지만, 그런 한나의 행동을 말릴 이유는 전혀 없었다.


“힘이 들면 들수록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게 훈련이니 그건 어쩔 수 없지.”


그렇기에 알렌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여지없이 훈련을 강행하는 그녀의 행동에 이상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거의 다 지어진 북쪽 방벽 너머의 훈련장.


“한나 경 여기 있...!?”


“하압!”


병사들의 원활한 훈련을 위해 만들어진 훈련장에는, 지친 병사들이 헉헉거리며 땅바닥에 나 뒹굴고 있었고, 그 가운데 금발의 여기사가 홀로 서서 땀을 비오듯 흘리면서도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손은 붕대로 칭칭 감겨져 있었는데, 쉬지도 않고 검을 휘두른 것인지 짓무르고 터진 상처가 붕대에 묻어나올 정도였다.


“잠깐! 한나 경! 지금 대체...”


“저는 기사입니다!”


멈칫


“어떠한 일이 있어도 주군을 위해, 주군의 명을 따르는 기사입니다. 그런 제게 영주님께서 아무 말하지 않으신다는 건 영민한 영주님께서 이유가 있기에, 제가 못 미더운 녀석이기에 그러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건...”


무어라 반박하려 했지만 알렌의 입은 더 이상 떨어지질 않았다. 그녀의 말처럼, 그녀는 마을의 방위를 온전히 맡길 정도로 뛰어난 기사도, 예상치 못한 기발한 계책이나 뛰어난 머리로 도움을 주는 모사도 아닌 그저 충직한 기사였다.


“저는 똑똑하지도 않으니, 영주님의 힘이 되기 위해선 이런 방식으로라도 더욱 강해져야겠죠.”


계속해서 휘둘러지는 검. 그럴수록 손에 배어나오는 피. 그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팠지만, 알렌은 그런 그녀를 말릴 자격이 없었다. 알렌이 원하는 건 충직하기만 한 부하보다는 유능한 부하였기에 그런 행동으로라도 자신에게 조금 더 도움이 되기를 내심 바라고 있었다.


“...너무 무리하지는 말도록.”


알렌은 그렇게 자기위로와도 같은 한 마디를 내뱉으며 그녀를 뒤로했고, 훈련장은 한 기사가 몸을 움직이며 훈련을 이어가는 소리만이 이어질 뿐이었다.


그렇게 불안함과 평온함이 공존하는 기묘한 분위기 속에서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이틀 후, 오전


브리드 마을 서쪽


“...슬슬 시간이 된 것 같군.”


브리드 마을의 서쪽에 위치한 강 건너 산어귀. 수풀과 나무 뒤에 숨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브리드 마을을 유심히 주시하고 있었다.


“크로우님.”


“뭐냐 발러. 용건이 있다면 되도록 간단히 말하도록.”


“어째서 야간이 아닌 이 시간을 택하신 겁니까?”


시간은 태양이 하늘 높이 떠오른 정오. 확실히 남몰래 무언가를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네가 그렇게 생각하니까 지금이야 말로 적기 아니겠냐? 뜻하지 않은 상황에, 뜻하지 않은 행동을 취하는 것. 그것이야 말로 ‘기습’이 아니겠냐. 게다가 녀석들 대부분의 인원이 한창 일하러 나간 지금의 시기에 마을을 공격하는 것이 기습이 아니면 무엇이 기습이란 말이냐.”


평상시의 브리드 마을은 경비 임무를 맡는 인원을 포함한 소수를 제외하면 벌목과 사냥과 채집 등의 본업이 존재하는 민병대 위주의 체제였다. 그렇기에 크로우의 말처럼 모든 인원이 흩어져있는 지금이 적기인 건 결코 틀린 말이 아니었다.


“참고로 내가 어린 시절 밤중에 익사할 뻔해서 기습하는 건 절대 아니다. 알겠냐 발러!”


“...예에. 크로우님의 친절하고도 자세한 설명.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킥. 그래야지. 자! 이제 낮잠은 그만 자고 일어나라 녀석들아! 일할 준비해라!”


“으. 으어어어-”


“하- 암-”


“쩝! 이제야 시작합니까?”


“그래 이것들아!”


지금 막 잠에서 깬 모양새의 사내들. 하지만 기지개를 피며 무기를 집어드는 그들의 모습엔 전의가 한껏 깃들어 있었다.


“준비 끝났습니다. 가시죠!”


“좋아! 그럼 가자! 일순 돌파! 빠르게 강을 건너 마을의 모든 것을 유린하자!”


“와아아아!”


“이야아아아아!”


“끼야아아!”


사납고 거친 외침과 함께, 수풀이 흔들리며 수십에 달하는 무장한 약탈자들이 욕망을 가득 드러내며 마을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어. 어어? 뭐야 저거?”


“적습이다! 적습이다아!”


“마을의 녀석들이 알아챈 것 같습니다!”


“알아채라고 해! 아니, 알아차리지 못하는 게 병신이지! 어차피 상관없어! 다른 놈들이 복귀할 때쯤이면 저 마을은 이미 우리 것일 테니까!”


저들이 무슨 말을 하고 무슨 행동을 하든, 크로우와 병사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서 전력을 다해 질주했고, 산어귀를 벗어난 지 1분도 되지 않아 강가에 다다르게 되었다.


“좋아! 도하! 도하! 참고로 수심이 깊으니까 넘어지면 그대로 익사한다 생각해라!”


그렇게 크로우가 몸소 앞장서서 강가에 발을 내딛는 순간


“크로우님! 저걸 보십쇼!”


“한창 물 오른 상황에 갑자기 뭔데? 별 거 아니기만 해보... 응? ...으으응!?”


발러의 갑작스런 방해에 신경질을 부리던 그였지만, 발러가 가리킨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하자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것 봐라?”


펄-럭-


그가 목격한 건 바로, 자신들이 목표로 한 브리드 마을의 감시탑. 그곳에서 이리저리 휘날리는 새하얀 깃발의 모습이었다.


작가의말

다음화는 6/4일 올라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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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0화 21.05.26 178 4 14쪽
11 9화 21.05.24 183 6 13쪽
10 8화 21.05.23 208 5 14쪽
9 7화 +3 21.05.21 207 6 14쪽
8 6화 +1 21.05.20 221 8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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