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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한량 님의 서재입니다.

흔하디 흔한 영지물

웹소설 > 자유연재 > 게임, 판타지

한가한한량
작품등록일 :
2021.05.12 14:59
최근연재일 :
2021.08.23 11:0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8,642
추천수 :
182
글자수 :
247,784

작성
21.05.16 09:50
조회
347
추천
9
글자
10쪽

3화

DUMMY

성민은 우선 주변을 둘러보았다.


가까이 위치한 완만한 크기의 산과, 높이 솟은 활엽수들이 빽빽한 숲. 그리고 풀이 적당히 자란 평지와 멀리서 뛰어 다니는 초식동물들까지. 터전을 잡기에 괜찮아 보였다.


“이곳에 정착하는 게 어떨까요 알렌님?”


블론드. 옅은 블론드 색의 단발머리에 갸름한 얼굴과 푸른 하늘과도 같은 두 눈동자를 지닌 아름다운 여기사가 부드럽고도 활기가 가득 찬 목소리로 성민을 향해 말을 건네고 있었다.


“......”


“알렌님?”


“아. 예. 그러니까...”


잠시 넋이 나가있던 성민은 심호흡과 함께 마음을 굳게 먹으며, 의심 반 기대 반의 마음으로 그녀의 얼굴을 마주 바라보았다.


‘정보 확인!’


<캐릭터 정보>


- 이름 : 한나 크리사오르


- 나이 : 23세


- 직위 : 기사


- 알렌 카슈발 당신의 기사이자 부관입니다.


- 이 이상의 정보에는 더 높은 등급의 정보 스킬. 또는 지식이 필요합니다.


‘...갓겜! 그랜드 심포니아는 갓겜입니다!’


“...알렌님?”


“아. 예, 정착 말씀... 아니지!”


성민은 자신의 두 볼을 찰싹찰싹 두드리며 고등학교 연극부 시절의 기억과 경험을 떠올렸다.


‘나는 알렌 카슈발이다. 나는 알렌 카슈발이다. 고귀한 귀족이자 저들을 다스리는 리더. 그런 존재의 말투와 행동양식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불안과 초조함을 담아 달싹이던 여기사의 입술보다, 성민. 아니, 알렌의 입이 먼저 움직였다.


“크흠! 큼! 그래! 정착 말이지?”


“예!”


[이곳에 정착하시겠습니까?]


알렌은 눈앞으로 떠오른 시스템 창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생각을 가다듬었다.


초반의 식량문제는 사냥과 열매 채집으로 해결하고, 인근의 숲과 산의 나무를 통해 주거지를 비롯한 건물을 건축하는 데도 수월할 것이며, 이 정도 품질의 땅이면 추후 농사를 짓기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커다란 문제점이 있었다.


“아니, 이곳에는 정착하지 않는다.”


“예? 어째서?”


“강이 없으니까.”


음식만큼이나, 어찌보면 음식보다 더욱 중요한 자원인 식수를 구할 수단이 전혀 보이질 않았다.


“어... 음... 땅을 파서 우물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요?”


“음... 그 점은 확실히 좋은 지적이야.”


기본적으로 게임에서 시스템이 지정해주는 스타팅 장소는 랜덤이다. 그렇기에 산지에서 시작하는 플레이어도 있고, 개천이 있는 숲 한 가운데에서 시작하는 플레이어도, 강 근처에서 시작하는 플레이어도 있으며,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시작하는 플레이어도 있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기본적인 식食과 수水는 해결할 수 있는 곳으로 지정해준다. 그렇기에 강이나 개천이 없다한들, 이 근처 어딘가에 우물을 건설할 수 있는 지하수가 내포되어 있을 테다.


“그런데 크리사오르 경. 과연 지하수가 어디에 묻혀 있을까?”


“앗!?”


이어진 반론에 한나가 다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당황을 금치 못했다.


처음 시작한 초보자를 위해 식수를 구할 수단을 알려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놈의 악독한 게임사는, 어디를 뚫어야 지하수가 나오는 지까지는 알려주질 않았다.


우선적으로 이 게임을 접한 다른 플레이어들의 경우, 한 시간 내로 지하수를 발견했다는 사람이 있는 반면, 하루가 통째로 날아갔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니 말이다.


‘아니, 그보다 캐릭터의 AI가 엄청 현실적이네. AI가 아니라 유저라고 해도 믿겠어.’


캐릭터의 현실성에 대해 놀람을 가라앉히고 있자, 창을 들고 있던 한 병사가 내게 말을 걸었다.


“그럼 어찌 하실 생각이십니까 알렌님?”


<캐릭터 정보>


- 이름 : 빌


- 나이 : 28세


- 직위 : 병사


- 이 이상의 정보에는 더 높은 등급의 정보 스킬. 또는 지식이 필요합니다.


“그건...”


웅성웅성


[피난민들 사이에서 작은 동요가 일기 시작합니다.]


[동요가 이어지면 당신을 향한 충성도가 떨어집니다. 주의하세요.]


‘갑자기!? 아니, 아니지. 저게 맞는 거지.’


알렌은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고쳤다.


기껏 마왕군을 피해 정착할 곳을 찾았다 생각했는데, 정작 자신들을 이끌고 온 지도자가 이곳이 아니라고 부정적인 견해만 늘어놓는다면 동요와 분열이 이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그러니 그가 지금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바로 저들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무턱대고 움직이면 안 돼. 대책 없이 움직였다가 강이 없으면 충성도가 더욱 떨어지는 건 물론, 게임 자체를 리스타트 해야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어버릴지도 몰라!’


참고로 스타팅 대박을 위한 플레이어들의 리세마라를 막기 위한 건지, 캐릭터 삭제 후 재생성에 걸리는 시간은 현실시간으로 하루. 게임 시간으로는 이틀이라는 대기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게 다급히 주변을 탐색하던 중, 하나의 지형이 눈에 들어왔다. 멀지 않은 거리, 가파르지도, 그리 높지도 않았지만 주변의 지형은 한눈에 보일 법한 동산이었다.


“...저 산에 올라 주변을 살펴보고 강이나 개천을 발견하면 그곳으로 이동하고 발견하지 못하면 여기서 자리를 잡도록 하겠다.”


“......”


‘되나? 되나?’


“과연! 묘안입니다!”


[피난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득이 성공했습니다!]


[언변 스킬(보조형)을 습득하게 되었습니다. 랭크MAX에 Lv MAX로 조정됩니다!]


- 언변 : 랭크 MAX (Lv MAX) 경험치 : 100.0%


- 대화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며, 상대방을 효과적으로 설득합니다.


- 외교 스킬 랭크에 비례해 효과가 증가합니다.


‘아자! ...가 아니라 진작에 정착하고 일거리 배정해야 할 시간에 뭐하는 짓이냐 이게!? 시작할 때 강을 주던가 아니면 수맥을 탐지할 수 있는 풍수지리사라도 한 명 주던가 진짜...’


“그러면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손을 들며 자처하는 여기사. 하지만 알렌은 그녀의 결정을 만류했다.


“내가 직접 간다.”


“예? 알렌님이 직접요?”


“당연.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지형을 확인...”


“안 돼요!”


“!?”


갑작스레 큰소리를 내지르는 여기사. 그런 그녀의 모습에 알렌은 순간 입이 다물어졌다.


“저렇게 험해 보이는 곳은 혼자서 돌아다니시면 안 돼요!


“아니, 험하긴 뭐가 험해? 저 정도면 평범한 동네 뒷동산..”


“안 됩니다!”


다짜고짜 과보호하는 그녀의 모습에 다른 반론을 내뱉지 못하고 어안이 벙벙하고 있자


“크리사오르 경께서 알렌님을 보호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


빌이 내놓은 절충안에 알렌과 한나 둘 모두 얼빠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스테이터스>


- 이름 : 알렌 카슈발


- 직위 : 준남작


행정 E랭크 (Lv1) 경험치 : 15.3%


외교 E랭크 (Lv1) 경험치 : 0.0%


관리 E랭크 (Lv1) 경험치 : 8.5%


전략 E랭크 (Lv1) 경험치 : 5.1%


계책 E랭크 (Lv1) 경험치 : 10.2%


무술기량 E랭크 (Lv1) 경험치 : 00.0%


그랜드 심포니아는 기본적으로 여섯 가지의 능력치가 분류되어 있다. 행정 외교 관리 전략 계책 무술기량. 이 여섯 개를 중심으로 수십 개의 부가적 스킬이 존재하고 있다.


등급은 F에서 S랭크. 세부적으로는 1레벨에서 9레벨까지 분류가 되어있으며 플레이어나 각 명칭에 맞는 행동을 하면 스킬이 생성되거나 경험치가 오르고, 경험치가 축적되면 스킬의 레벨이나 등급이 오르며, 그에 따라 성능 또한 올라한다.


이는 플레이어가 아닌 기타 캐릭터들 또한 마찬가지.


‘그래도 일단 귀족 가문의 자제니까 F가 아니라 E랭크부터 시작하는 건가?’


알렌은 그렇게 생각하며 먼저 앞서서 산을 오르는 한나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정보 확인!’


<캐릭터 정보>


- 이름 : 한나 크리사오르


- 나이 : 23세


- 소속 : 알렌 카슈발 준남작


- 직위 : 기사


- 알렌 카슈발 당신의 기사이자 부관입니다.


- 이 이상의 정보에는 더 높은 등급의 정보 스킬. 또는 지식이 필요합니다.


‘내 수하의, 그것도 부관의 정보를 보는데 정보 스킬이 왜 필요한 거냐고 대체!! 그보다 근처에 물줄기 하나 없으면 어떡하지? 유목민 테크트리 타야하나? 가축도 없이?’


“알렌님! 이제 곧 정상이에요!”


고민 가득한 그의 생각과는 달리 해맑은 얼굴로 앞서 나가는 한나. 하지만 미인의 아름다운 얼굴은 그 자체만으로도 대다수의 고민거리를 날려 버리는 법.


“그런데 호위하러 온 사람이 저렇게 먼저 앞서나가도 되는 거야? 응?”


앞서간 그녀에게 들릴 리 없는 나지막한 볼멘소리와 함께 몇 걸음 올라 정상에 발을 디뎠을 때였다.


솨아아아


머리칼과 얼굴을 적당히 간질이는 바람과 함께 한 눈에 들어오는 사방이 탁 트인 광경. 그것은 조금 전 저 위에서 세계를 내려다 볼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하아아- 아니아니지, 감상에 젖어 있을 때가 아니지! 지형. 주변 지형을 제대로 살펴봐야 돼.’


한반도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과 토질의 산들과 나무, 그 아래 숲에서 점점이 모습을 보이는 초식, 육식 야생동물들. 그리고 몬스터. 정체는 모르겠지만 조심만 하면 큰 위험이 될 것 같지 않아 보였다.


‘그리고 유저는... 없네. 다행이려나?’


“알렌님! 저기!”


호들갑을 떨며 한 곳을 가리키는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을 따라 눈을 집중했다.


그건 결코 커다란 줄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확연하게 투명한 푸른빛으로 끝없이 흘러가는 그 물줄기. 확실했다. 그건 강이었다.


“좋아 좋아! 잘 했어 크리사오르 경!”


“에헴!”


으쓱하며 콧대를 높이는 그녀의 모습에 살풋 미소가 나올락 말락 거렸다.


“지금 출발하면 얼마나 걸릴 것 같아 크리사오르 경?”


“으음... 저녁. 늦어도 저녁이면 도착할 겁니다!”


“완벽해. 당장 출발하지 크리사오르 경.”


“...한나.”


“응?”


“크리사오르라는 이름은 너무 딱딱하니 한나라는 이름으로 불러주시면 좋겠어요 영주님!”


“아... 응. 알겠어. 크리... 아니, 한나 경.”


“옛!”


그렇게 엇나갈 뻔한 시작의 첫 단추를 그렇게 바로잡으며 다시금 한 발자국씩 나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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